소설리스트

84화 (8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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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비비안느는 멍한 얼굴을 한 제과점 점원에게 내일부터 못 나오게 되었다며 사과하고, 사죄의 의미로 일당을 돌려주었다.

어차피 오늘 한 건 옆에서 일을 배운 것뿐이라 돈을 받는 것이 더 미안할 것 같았다.

머무르던 작은 집이나 전당포에 맡겨 둔 반지 문제는 에드문드를 ‘보스’라고 부르던 이방인이 해결하고 뒤따르기로 했다. 몰랐는데 대화를 듣다 보니 그는 변호사, 그것도 조직의 고문 변호사인 모양이었다. 본명은 모르겠고 ‘이카로스’라 불리는 듯했다.

매디슨은 남은 휴가를 만끽하고 싶다며 이카로스를 따라가 일이 정리되는 걸 돕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비비안느는 매디슨이 자신과 같이 다아트로에 돌아갈 것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그녀는 종군 기자로서의 담대한 배짱을 자랑했다. 어떻게 보면 에드문드와 제가 단둘이 있을 시간을 내어 주려는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샹프니야에 같이 남을 이카로스가 마음에 든 듯했다.

아까 에드문드가 제 앞을 막아섰을 때 무방비했던 매디슨을 엄호한 건 이카로스였으니까.

에드문드도 그 기류를 눈치챘는지 두 사람을 두고 떠나자고 말했다.

“…곧 정보국에서 보낸 사람들이 도착할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누군가는 여기 남아서 의장 일당들을 검거하는 걸 도와야 하니까.”

비비안느가 의아한 얼굴을 하자 에드문드가 부연했다.

“엠머하임 공화국과 손잡은 게 렉스 의장이라는 사실은 아직 모르고 있는 모양이야.”

“…….”

“의장의 서자가 나 대신 암흑가 보스라는 의혹을 받고 사형을 선고받았으니까, 오늘 일로 반격을 하려던 거겠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장이 나와 연관된 군사 기밀을 타국에 넘긴 일은 반역이야. 그러니까 정보국이 협력해서 그들을 잡으려는 거고.”

비비안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에드문드는 차창 밖에 서 있는 이카로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카로스는 조직에서 가장 명석한 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몸도 꽤 쓸 테니 네 친구 하나 정도는 건사할 수 있을 거고.”

“몸도 꽤 쓴다는 말은 정말 흥미롭네요.”

그때 차창 밖에 서 있는 매디슨이 이카로스에게 관능적인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얼마나 잘 쓰세요, 변호사님?”

이어진 매디슨의 저돌적인 애정 표현에 비비안느는 제가 외려 낯이 뜨거워졌다.

물론 따지자면 자신도 길거리에서 에드문드에게 고백을 한 것은 맞았지만, 처음 보는 상대에게 저렇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호감을 표현한다는 게 뜻밖이었다. 정략결혼을 하곤 하는 옛 귀족들과는 온도 차부터가 달랐다.

“이만 출발할까.”

에드문드가 묻자 그의 옆에 앉아 있었던 비비안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기사가 헬리패드가 설치되어 있는 가장 가까운 건물로 모시겠다고 함과 동시에 차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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