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1화 (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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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았어요.”

    엘레노어는 에드문드와 통화한 지 닷새쯤 되는 날에 그에게 다시 전화했다. 수화기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지만 틀림없이 안도감으로 인해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일 테다.

    “…그런데 레이디 메르고빌께서는 정말 귀족 영애이긴 한가 봐요. 아직도 호의라면 선뜻 받아들이고.”

    - 그건 또 무슨 얘기이신지.

    지난번과는 달리 목이 잠긴 듯한 음성이었다.

    “글쎄, 제가 론칭한 베이커리의 한 지점에서 비비안느 영애가 쇼윈도 안을 구경하고 있는 걸 점원이 재치를 발휘해서 여기서 일할 생각 없냐고 제안했나 봐요. 새로 일하게 된 기념이라고 갓 나온 빵을 몇 개 드렸는데 아주 기쁘게 받으셨다는 이야기도 같이 전해 드려요.”

    - 적선을 싫어하는 아가씨일 텐데. 절차, 품위 중시하시는 분일 테고.

    “도망쳐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어지는 거죠. 선택지가 많지 않을 테니까요. 기존 생활을 가차 없이 버릴 정도로 당신이 미웠다는 건데, 정말 레이디를 구하고 싶은 것 맞나요?”

    - 구해야지.

    “…….”

    - 그래야 내가 살 것 같으니까.

    짧은 정적 뒤에 그가 말을 이었다. 평소에 차리던 예의도 지키지 않고 툭 내뱉는 걸 보면, 가장 본능에 가까운 대답인 모양이다.

    - 어떻게 찾았는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만.

    “우선 제과점 사업이 올해에 시작한 거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게 크죠. 메르고빌 영애가 제 아버지 레스토랑 쪽에는 얼씬도 하지 않은 걸 보면 머리를 써서 피하려 한 것 같은데, 다행이에요. 이제 제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세요, 백작님?”

    엘레노어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 카스터 양께서는 이제부터 일에 손을 떼고 계셔도 좋습니다.

    “그래요? 샹프니야에 저 말고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 보네요.”

    - 그렇다기보다는… 직접 갈 생각이라서.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유독 낮게 들렸다.

    - 이제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 거기 때문에 상관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영애를 직접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 마음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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