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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자의 협박을 받고 있었다던데.”
2황녀가 손에 쥔 신문을 팔랑팔랑 흔들며 자리에 앉는 비비안느에게 말했다.
헤드라인을 보아하니 일주일 전의 재판 결과를 다루고 있는 기사였다.
“이렇게 약혼도 없는 일이 되었으니, 내게 자랑을 하러 온 건가. 이제는 자유의 몸이 되어 콜트 백작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뇨. 반대입니다.”
“…….”
“다시 한번 요청을 드리러 왔어요.”
“그렇다면 넌 굉장히 운이 좋은 편이겠네, 영애. 요즘 무료하던 차였거든.”
“그런가요.”
비비안느가 조심스레 물어 오자 2황녀가 도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덕분에 이제 내 명마 ‘네메시스’는 거의 무적이 되었지만 쟁쟁한 경쟁자가 없어져서 경마도 이제 시시해졌어.”
내심 에드문드에 대한 마음을 내비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기는 건 역시 재미가 없더군.”
그녀의 표정 어딘가가 쓸쓸해 보였다.
언젠가 그녀가 비서를 시켜 제 앞에서 말을 쏘게 시킨 게 질투에서 비롯된 심술이었다고 생각하니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황녀는 명마 ‘헤게모니’를 얻어 기쁘기보다는 제가 백작에게 간청을 해 그걸 얻어 온 상황 자체를 확인하게 된 것에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런데 너라도 내 별장 생활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겠다니 반가운 일이지.”
그 말이 냉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용기를 내어 말했다.
“황실의 헬기는 다아트로의 우방국인 샹프니야에 자유로이 착륙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렇지.”
“그곳에 저를 데려다주실 수 있나 요청 드리고 싶어서요.”
“…….”
“물론, 수천만 에포네짜리 경주마처럼 헬리콥터를 거저 내어 줄 사람은 없다는 걸 알아요.”
“그렇다면 나는 대가로 뭘 받지?”
“비행은 편도일 거예요.”
비비안느의 목소리는 결단에 차 있었다. 무료해 보이던 황녀의 눈빛에 흥미가 반짝, 하고 떠올랐다.
“제가 에드문드 콜트 백작의 곁에서 사라져 드리는 게 그 대가입니다.”
“왜?”
그녀는 카우치의 팔걸이 쪽으로 몸을 기울여 턱을 괴며 말했다.
“황녀님과는 달리, 저는 더는 그를 원하지 않으니까요.”
“…….”
“제가 도망치게 해 주세요.”
“내 개인 비서가 공군 장교라는 걸 말해 줬던가?”
황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비비안느가 ‘아뇨.’ 하고 답하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보여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