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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트로 패밀리의 ‘보스’, 뤼드빅 렉스 사형. 항소일 오늘까지
비비안느는 초조하게 신문의 헤드라인을 바라보았다.
곧 시아버지가 될 의장이 도주했어도, 약혼자가 구치소에 잡혀갔어도 희망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숨겨진 비장의 한 수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법정에 증인의 신분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폐부에 느껴지는 공기만으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뤼드빅 렉스는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고 단신으로 나타나 폭로 대신 자백을 했다.
막상 법정의 증인석에 서게 되었을 때, 그녀는 깨닫게 되었다.
제 패는 완전히 망가졌고, 뤼드빅의 자백은 저 혼자만이라도 도망가라는 신호인 것을.
그 순간 두려움이 그간 에드문드에게 품어 왔던 애틋한 감정을 압도했다.
“넌 고작 뤼드빅 렉스의 신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어. 더 나은 대우를 받아 마땅한 사람이고, 네가 다치는 걸 내가 못 견디겠으니까, 뭐든 하겠다고.”
더 나은 삶?
에드문드에 대한 생각만 하면 숨이 턱 막혀 왔다. 도대체 그가 저에게 준다는 삶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제가 받아 마땅한 더 나은 대우라는 건 이 상황보다 얼마나 괜찮은 것이기에…!
그는 마치 오만한 절대자라도 된 양 제가 계획했던 삶을 앗아 가려 했다.
비비안느는 처음으로 그에게 분노를 느꼈다. 제 약혼자가 저와의 약속을 뒤로하고 저렇게 비겁하게 물러나겠다면 제가 폭로라는 걸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법정의 증인석에 서게 되었을 때, 그녀는 깨닫게 되었다.
제가 에드문드를 해칠 수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처음에는 사실만을 말했다.
뤼드빅은 폭력적인 남자였다고. 제 이름을 빌리고자 내용 모를 계약서에 거듭하여 서명하게 했다고.
그와의 결혼은 오직 가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를 단 한 순간도 사랑한 적 없고, 그를 위해 일한 적도 없다고.
하지만 뤼드빅 렉스가 암흑가의 보스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녀는 위증을 했다.
저는 그의 꼭두각시일 뿐이어서 암흑가 내부 사정은 모른다며.
그 장소에서 암흑가의 ‘진짜’ 보스가 누구인지 가장 잘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그녀는 에드문드를 제 손으로 해치는 것만큼은 끝내 할 수 없었다.
“그러면 판결이 난 뒤에 면회를 신청하는 게 좋겠군요.”
그래서 윌슨 경사의 조사실에서 말했던 것처럼 판결이 끝난 뒤에서야 뤼드빅의 접견을 갔다.
유리를 하나 사이에 두고 뤼드빅을 마주 보면 할 말이 떠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비안느는 그저 그를 가만히 본 채 입을 열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사형수가 된 그의 모습이 생경했다.
제 삶의 불한당이 마땅한 처분을 받았다며 통쾌해야 할 텐데, 그냥 먹먹한 기분이었다.
그가 보장해 준 제 삶을 빼앗겨서도 아니었고, 앞으로 갈 데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는 사라져도 이 삶은 이어질 거라는 직감 때문일까.
“담배 있어?”
뤼드빅이 농담하며 먼저 물어 왔다. 그의 곁에 서 있는 교도관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개의치 않는 듯 그가 서글서글하게 말했다.
“…당연히 없겠지. 그냥 물어봤어.”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서요.”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결국 꺼낸 것은 저 말뿐이었다.
“유감이에요.”
미안하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는 둘 사이의 시간을 그 말로 털어 냈다.
“아니.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뤼드빅의 말에 비비안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네?”
“내가 너한테 못된 개새끼였다는 것만큼은 참, 다행이라고.”
“…….”
로열 더비 날, 드라이브를 하며 그는 그랬던 과거를 후회한다는 듯 말했다.
이제 그는 그걸 다행이라 일컫고 있었다. 이렇게 제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는 게 안타깝고 미안하기보다는 후련할 테니 다행이라고 말하는 거겠지.
제게 감정의 짐을 지우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다른 여자들을 그렇게 대한 건 후회가 안 되는데… 너한테만큼은 그러게, 다행이네.”
그는 그렇게 제게 마지막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