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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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 날 당일 아침.

    “…여보세요.”

    비비안느는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두드리며 수화기를 한 시간 동안 붙들고 있던 끝에 드디어 의장 관저에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 메르고빌 아가씨.

    “미란다?”

    벌써 아홉 번째로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비비안느는 전화를 받은 것이 뤼드빅이나 의장이 아니라 마음이 조마조마해졌지만 희망을 가지고 말했다.

    “혹시 제 약혼자나 의장 각하와 통화할 수 있을까요? 그게… 오늘이 결혼식인데 아침부터 연락이 안 되는 게 불안해서요. 어제 석간지가 나갔을 때 의장 각하께서 분명 문제없다고, 그대로 식 진행할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갑자기 오늘 아침 연락이 안 되네요.”

    - 네. 그 부분 정확히 알고 계신 것 맞습니다. 오늘 조간지 때문에 심란하셨을 텐데 마음 가라앉히시고 그대로 식장에서 기다리고 계시면 됩니다.

    “그래도 그 전에 제 약혼자 목소리라도 들어 볼 수는 없는 건가요? 렉스가 일원이라면 아무라도 좋아요. 어머니께서도 지금 불안해하셔서.”

    - 지금은 세 분 모두 곤란하십니다.

    “세 분이요? …제 약혼자까지 포함하면 렉스 일가는 네 명일 텐데요.”

    -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예. 네 분 모두 부재중인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됩니다.

    “그, 그러면 번호라도 남길게요. 예식장의 신부 대기실로 연결되니까 제 약혼자에게 전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번호는….”

    번호를 받아 적은 미란다는 형식적인 인사를 건네고는 전화를 끊었다. 비비안느가 뒤를 돌아보자 소파에 앉아 있는 가족들이 제 표정을 일제히 쳐다봤다.

    비비안느는 통화 내용을 그들과 공유했다.

    “식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하세요. 식장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으라 전하시네요.”

    “다행이구나.”

    후작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러면 이제 슬슬 준비를 하고 식장에 가 보는 게 맞겠지. 의장께선 언론사와 문제를 해결하고 계시거나, 수상 각하께 백작의 정체에 관해 보고하는 중일 게다. 그러느라 일이 늦어지는 거일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네, 어머니.”

    비비안느는 정말 그럴 거라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한번 동요한 마음은 좀체 가라앉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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