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4화 (64/114)

❖ ❖ ❖

2주 후.

“샹프니야로 떠나기 전에 들렀어요.”

엘레노어는 에드문드의 응접실에 들러, 그와 마주 앉았다.

그의 얼굴을 훑던 엘레노어의 입매가 올라갔다.

“그간 또 잠을 못 주무신 모양이네요. 딱하지.”

에드문드는 대답 대신 담배를 피웠다. 엘레노어는 그가 비비안느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장난은 이만하자는 생각에 그녀는 제 포셰트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여 주었다.

“이게 뭔지 맞혀 보시겠어요, 백작님?”

“…봉투로군요.”

“재미없게 굴지 마시고. 이 봉투에 적힌 글씨를 읽어 주시라는 말이었어요.”

“청첩장, 이라고 캘리그래피로 쓰여 있습니다.”

“누구의 결혼식인지는 이걸 받아 보셨으면 알 텐데. 모르실 것 같으니까 제가 힌트를 드릴게요. 제가 한 말과 연관이 있답니다.”

“카스터 양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었습니까?”

다 들었음에도 부러 엘레노어를 무시하는 투였다.

이러한 날카로운 냉소에도 엘레노어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정답은 제가 샹프니야로 떠난다는 말이었답니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하나도 기억을 못 하신다니 정말 피곤하긴 한 모양이네요.”

아니면 제가 하는 말에 일절 관심이 없거나. 엘레노어는 속으로 뇌까렸다.

“뤼드빅 렉스와의 일이 잘 안 풀렸거든요. 당신의 정체를 추적하며 모은 자료를 인질로 의장 부인을 협박하더군요. 저와 결혼을 계속 강요하면, 백작에 대한 폭로도 없다면서. 그러니까 비비안느 영애와 결혼을 먼저 하고 당신에 대한 정보를 수상 각하께 풀겠다고. 의장 부처가 꼬리라도 잘라 내겠다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간도 참 커요 그쵸?”

“…….”

“그나저나, 잔디 정원에서 2황녀를 어떻게 치워 내셨는지 말씀 좀 주셨으면 해서요. 백작님 덕분에 제가 의장 부인 식탁에 합석할 빌미가 사라졌잖아요.”

“…….”

“거저 말해 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대가로 이걸 드릴게요.”

엘레노어가 제 손에 들린 청첩장을 흔들었다.

‘어떻게 2황녀를 잔디 정원에서 떨어트려 놓았냐고.’

에드문드는 로열 더비에서 경마가 끝난 뒤 2황녀에게 단둘이 드릴 말씀이 있다며 황궁 응접실에서 뵙고 싶다는 말을 한 기억을 떠올렸다.

물론 그는 그 후 경마장 지하에 있는 프라이빗 룸에 들어가 비비안느를 만났다.

대화가 끝난 이후 저택에 돌아간 그는 2황녀에게 전화해, 황궁 응접실에서 얼굴을 보는 대신 통화로 제 뜻을 전한다며 그녀의 마음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렇게 그는 2황녀를 잔디 정원에서 치워 내어 비비안느의 체면을 세워 줄 수 있었다.

그쯤 생각을 갈무리한 에드문드는 엘레노어에게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여자의 청첩장은 필요 없을 겁니다, 카스터 양.”

“왜인지 물어도 될까요?”

“초대받지 않아도 갈 생각이라서.”

에드문드는 비스듬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말을 이었다.

“내 여자가 원하건 말건, 결혼식에 갈 생각이라서 그걸 얻어 낼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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