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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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제도의 어느 티 룸.

“그날 하루는 의상점을 통째로 빌려 개방한 뒤 사람들을 초대할 거라고요?”

여전히 비비안느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

다른 게 있다면 더 이상 티 테이블의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교 모임의 사람들이 비비안느를 훑으며 그녀의 기색을 살피고 있었다.

비비안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국 관습상 신랑이 신부의 드레스 입은 모습을 혼전에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제 약혼자 외에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서 제가 드레스 입은 모습을 선보이기로 했어요.”

“근사하네요. 누구 생각인가요?”

“제 부모님께서 워낙 사위 사랑이 지극하시잖아요. 약혼자가 제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다른 분들이라도 보시고 그에게 전해 주었으면 좋겠다 하시더라고요.”

비비안느는 흠결 없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다 신년제, 약혼 발표 연회와 같은 맥락으로 가문 간 결합을 알리시려는 것도 있고요. 와 주실 거죠?”

“어머나, 그럼요. 그럼요. 꼭 가야지. 드디어 영애께서도 결혼하는구나… 영영 안 그러실 줄 알았지 뭐에요?”

귀부인의 생기 넘치는 말에 테이블 내에 화사한 웃음이 맴돌았다.

비비안느는 예전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싶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그토록 비싼 드레스를 마련해 주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워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자신은 부모님의 패로 쓰이는 것이다. 자꾸만 뤼드빅을 압박해 오는 에드문드에게 그들이 딸을 줄 일이 없다는 걸 전면으로 알리는 패.

이런 사실을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까.

내리깔린 선홍색 눈이 티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훑는다.

자기 자신을 훑는 눈동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탁했었나.

비비안느는 자신을 부르는 사람들을 다시 올려다보고는 이런저런 답을 해 주었다. 코르사주는 어떻게 할 것인지. 웨딩 부케는 어떤 꽃을 쓸 것인지. 드레스는 어떤 라인인지.

왜 결혼을 서두르냐는 질문에는 식을 올리는 데까지 23년이 걸렸는데 이만하면 충분히 기다린 것 아니냐는 말에 그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비비안느는 그 수다 소리를 들으며 잠자코 차를 마셨다.

습관처럼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난 귀족이라 행복해. 이런 삶을 원해 왔으니까.’

그러니 더더욱 에드문드,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비참하더라도 겉으로는 행복하게 살 거라고, 비비안느는 마음을 다잡았다.

보란 듯이 완벽하게 살아 낼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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