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화 (39/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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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작이 성큼성큼 방에서 걸어 나가고 나서야 염려스러운 표정의 사용인들은 출입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아, 아가씨….”

    가장 앞장선 것은 마사였다.

    메르고빌 아가씨는 폭풍이 휩쓸고 간 뒤의 잔해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마사는 어쩔 줄을 모르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가씨… 아가씨….”

    그녀의 옆에 놓여 있는 것은 깨진 다구 세트와 나뒹구는 찻잔이었다.

    외출을 마치고 온 아가씨 몸을 덥히시라 사용인들이 티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것일 테다. 마사가 비비안느를 부축해 일으키려 하자 비비안느가 그녀의 손을 밀어냈다. 그녀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걸었다. 거동은 위태로웠으나 자태만큼은 우아하고 꼿꼿했다.

    저 멀리 바닥에 부러져 있는 매를 발견한 마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고는 아가씨의 종아리 쪽을 훑었다.

    비비안느는 그대로 테이블을 떨리는 손으로 일으키고는 빈 의자에 앉았다. 그들이 볼 수 있는 건 아가씨의 옆모습이었으나 그마저도 긴 검정 머리카락에 가려서 표정은 정확히 몰랐다.

    “차를 가져와 주련.”

    비비안느가 꺼낸 말이었다. 사용인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자 마사가 풋맨 하나의 등을 떠밀었다.

    “목이 마르구나.”

    목이 멘 목소리였다.

    곧 그녀의 앞에 차가 놓이자 그녀는 가장 귀족적인 자태로 그 찻물을 마셨다. 뜨거울 텐데도 고아한 예법을 한 치도 잃지 않고 목을 축였다.

    그날 사용인들은 사람이 눈물을 내뱉을 수 없으면 되레 쓴 물을 삼키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찻잔에서부터 그녀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모든 물 한 방울이 레이디 메르고빌의 고고한 눈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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