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화 (2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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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카로스는 그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경시청에서 온 것이었는데, 메르고빌 영애의 신고로 뤼드빅 렉스를 붙잡아 두었다는 것이다. 메르고빌 영애의 상태는 멀쩡하다고 해서 훈방 조치할지 고민 중이란다. 듣는 이카로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전화기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당장에라도 누군가를 보내 개입시키는 게 맞다. 암흑가의 사람을 통해 영애를 구하는 건 눈에 띄므로 곤란했다. 이미 영애는 한 차례 암흑가의 책사라는 오명을 벗었다. 그런데 이름이 알려진 암흑가의 사람들이 드러내 놓고 그녀를 모셔 간다면 그간의 일이 헛수고가 된다.

    그러니 겉보기로는 암흑가와 가장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보스가 나서는 게 정답인 것 같은데 뭔가 이상했다.

    애초에 이 점을 노리고 한 것 같지 않은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백작저에 있던 메르고빌 영애가 갑자기 후작저로 가더니, 갑자기 경시청에 있다. 보스가 그에게 전화해 메르고빌 영애와의 약혼 절차에 대해 논한 점이 기억나 더더욱 수상했다. 분명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긴 거다.

    보스를 노린 명백한 덫이고 함정이다.

    하지만 이걸 보스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만일, 그래서 비비안느 영애가 조금이라도 다치게 된다면. 이대로 둘을 석방하라 전해 뤼드빅 렉스가 단순히 위험을 가한 것보다 더 큰일을 저지른다면.

    그러면 분명 제 보스는 이성을 잃고 앞으로의 일을 그르칠 것이다.

    그는 오늘 백작저에서 보스가 그녀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직접 확인했다.

    거의 홀린 듯한 눈빛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무표정으로 보였겠지만 오랜 시간 제 보스를 모셔 온 그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있다.

    그러니 알려야 한다.

    만일 보스가 다시 한번 영애를 버리고자 한다면 이를 듣고 나서 직접 판단할 것이다. 그는 보스가 오직 메르고빌 영애 앞에서만 유약해진다는, 이를테면 그 여자가 보스의 약점이라는 걸 알면서도 힘든 결정을 하고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의 말을 들은 보스는 대답도 하지 않고 즉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이카로스는 그 순간 수화기를 제 가슴에 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될지 결과를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추후에 경시청에 심어 놓은 경관의 말로 전해 들은 사실인데, 그날 비비안느 메르고빌 영애는 초조하게 주위를 연신 살피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누군가가 들어오는 걸 본 순간 눈이 흔들리고 시선을 피했다고 한다. 자신을 도우러 온 이를 보는 눈빛이 틀림없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이 모든 게 보스의 무모함을 노린 뤼드빅의 계략임이 명백해졌다.

    뤼드빅 렉스가 에드문드 콜트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자명해졌다.

    그리고 뤼드빅 렉스는 이대로 심증을 넘어선 물증을 찾아내 제 아버지 또는 경시청에 말해 세력을 넓히는 데 쓸지도 몰랐다.

    여기까지 그 모든 이야기를 제 저택에서 전해 들은 보스는 웃고 있었다.

    어디 한번 와 보라는 듯 상대가 가소롭다는 태도다.

    그러니까 사건의 진상을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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