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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110화 (110/110)
  • 에필로그 2.

    황실 안.

    카일은 드디어 황실 소속 마법사로서 인정을 받았고 솔로이 제국 제1호 마법사로서 임명식이 진행되었다.

    “황실을 위해 힘써 주시는 동시에 후임 양성에도 이바지해주시길 바랍니다.”

    취임식에는 초대받은 이들 외에도 일부 귀족 영애들이 참석했다.

    들리는 소문으론 돈을 주고서라도 참석하겠다며 앞다투어 돈을 내고 들어왔다고들 했다.

    대신 초대받지 않은 이들은 앉을 자리가 부족하기에 그녀들은 서 있어야 했지만 그녀들의 눈빛엔 불만은 없어 보였다.

    ‘누구 남자인지 참 잘생겼네.’

    단정히 머리를 올리고 황실에서 지급된 궁정 마법사 복을 입고 있는 카일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가장 빛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의 늠름한 모습을 보면서 리첼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저러니 성녀가 탐낼 만도 하지.”

    “짝이 있을까요?”

    “요새 스펜서가에 영애들이 그렇게나 드나든다던데요?”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들을수록 리첼은 주변에 여자들이 많은 남자도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둥이는 아니지만 뭔가 찜찜했다.

    카일이 다른 여자들에게 절대 한 눈 팔 리 없다는 것을 알지만 리첼의 기분은 썩 좋진 않았다.

    “이참에 모두 앞에서 언니의 남자라고 밝히는 건 어때?”

    옆에 앉은 레이나의 입가엔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

    레이나의 말에 리첼은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도 같았다. 임명식도 오늘 끝나니 이제 그들의 관계를 비밀로 할 필요가 없었다.

    임명식이 거의 끝나고 마지막 마무리 인사를 할 때쯤 리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미쳤어?”

    레이나가 리첼을 붙잡으려 했지만 예상치도 못한 빠른 걸음에 미쳐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뒤따라오며 레이나가 리첼을 막으려 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리첼은 단상에 올랐다. 황실 기사들이 그녀를 막아서려 했지만 누군가를 바라보더니 저지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그녀의 예상치도 못한 행동에 다들 놀라 제지하지 못한 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대체 왜 올라갔대요?”

    “왜 저런대요?”

    밑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리첼은 마음을 굳세게 먹곤 카일의 앞에서 멈췄다.

    카일과 주변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사이 리첼은 그의 팔을 당겼고 그대로 그의 뺨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세상이 잠시 멈춘 듯 그 많은 사람들의 소리가 사라졌다. 모든 시선이 리첼을 향해 있었다.

    카일은 잠시 당황한 듯 굳었으나 이내 리첼을 향해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웅성거리기 시작한 소리가 또다시 멈췄고, 몇 초가 흐르고 나서야 봇물 터지듯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리… 리첼! 저… 저… 말괄량이가…. 결국 사고를 치는구나!”

    황제의 옆에 서 있던 레녹스 공작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로 리첼에게로 다가왔고, 그녀의 팔을 끌고 단상을 내려왔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역시 다르긴 다른가 보네. 리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서 저지하지 말라 했더니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레녹스 공작을 꼭 닮았군 그래.”

    자리에 앉아있던 황제가 껄껄거리며 일어났다. 황제가 움직이니 또다시 실내는 조용해졌다.

    “젊은이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길….”

    황제가 일어나서 축하의 말을 건넸지만 리첼은 거기까지만 듣고 그대로 레녹스가로 끌려갔다. 그날 카일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방 안에만 있어야 했다.

    “언니. 왜 그래. 부끄럽게! 오늘처럼 황제 폐하의 조카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적이 없었어. 원래는 황실 기사단이 언니를 막아야 했지만 황제 폐하께서 괜찮다는 손짓을 보낸 것을 봤어. 언니가 어떤 짓을 벌일지 궁금하셨나 봐. 폐하께선 왜 그러셨대? 레녹스가의 망신이야!”

    레이나는 불만스러운 말투와 함께 속사포로 리첼에게 소리쳤다. 얼마나 빠르던지 리첼의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하지만 재미는 있었어. 아하하. 카일 선생님을 보러온 영애들이 다들 얼마나 놀라던지. 그동안 언니와 카일 님의 관계에 대해 말하지 못하느라 내 입이 근질거렸지만 참았는데 언니가 먼저 터뜨릴 줄은 몰랐네.”

    레이나는 말을 마치자마자 리첼을 비웃듯 방 안이 그녀의 목소리로 가득 찰 정도로 크게 웃었다.

    다음날 사교계는 또다시 난리가 났다.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임명식에 있던 일들이 빠르게 소문이 퍼진 것이다.

    얼마 전 카일이 사제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를 했다면 이번엔 탄식이 들려왔다.

    카일이 레녹스가를 왕래한 사실은 이미 소문이 퍼졌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던 영애들에겐 충격이었다.

    특히나 리첼을 향해 미소를 지은 카일의 모습을 보고 기절한 여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일부는 이미 예상한 일이라며 축하해 주었지만 역시나 가장 분노한 사람은 클라라였다. 이미 스펜서 후작의 마음을 얻었기에 카일의 마음만 얻으면 된다고 기대하고 있던 모양이다.

    모턴가 저택에서 노발대발하며 난리를 쳤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자존심 때문인지 그녀는 리첼을 찾아오진 않았다.

    그리고 그날.

    레녹스 공작이 리첼과 카일을 따로 불렀다.

    그들이 서재에 들어가자 레녹스 공작이 손에 들고 있는 서신을 흔들며 말했다.

    “어제 스펜서가로 두 사람의 약혼을 허락해달라는 서신을 보냈고 방금 답변을 받았단다. 스펜서 후작도 빨리 약혼식을 했으면 하는구나.”

    “정말이에요?”

    리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레녹스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거짓말이라고 하겠느냐.”

    리첼을 향해 레녹스 공작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고마워요.”

    리첼은 레녹스 공작에게 달려가 그의 뺨에 뽀뽀를 했다.

    “네가 어제 그런 모습까지 보였는데. 빨리 시집보내야 하지 않겠니. 이제 카일 마법사 아니면 누가 널 데려가겠어.”

    “피―.”

    리첼은 어제 일을 떠올리자 부끄럼이 밀려왔다.

    “저희 관계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일이 레녹스 공작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솔로이 제국의 초대 마법사가 가족이 된다는데 누가 거절하겠나. 아하하. 그리고 자네, 리첼의 눈에 피눈물이라도 흘리게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걸세.”

    레녹스 공작은 좋으면서도 괜히 카일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당연합니다.”

    리첼은 카일 그리고 레녹스 공작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리첼은 카일과 함께라면 앞으로도 행복할 일만 가득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행복을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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