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108화 (108/110)

에필로그 1.

[똑똑]

리첼이 침대에서 뒹굴며 혼자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찾아오기로 약속된 사람이 없었기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녀님이 오셨어요.”

황녀라는 말에 리첼은 급하게 일어나 구겨진 옷을 정리하며 방문하는 이를 반겼다.

“요즘 살만한가 봐? 고민이 없다고 날 찾아오지도 않고. 섭섭해.”

밀리아가 말과는 다르게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요새 좀 바빴어요.”

리첼의 납치 사건은 밀리아의 귀에도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가 그리 바빴는데? 얼마 전 내가 무도회에 늦게나마 참석했는데 네가 안 보여서 만나질 못했네.”

“아…. 일찍 가서….”

리첼의 얼굴이 점점 붉게 달아오르자 밀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뭐야? 뭔 일 있었구나. 혹시 내 말대로 두 사람과 자봤어?”

밀리아의 물음에 이번엔 리첼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럴 리가요.”

“그래?”

리첼의 말에 밀리아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결국 넌 카일 영식을 택한 거네? 근데 내 말대로 두 사람에 몸이 이끌렸던 거 맞지?”

“맞아요. 둘 다 끌린 건 부정 못 하겠어요.”

“그런데 왜 카일 영식을 택한 거야? 특별한 이유라도 있던 거야?”

밀리아의 물음에 리첼은 그동안 그녀에게 있던 일들을 모두 말해주었다.

“뭐? 납치? 미쳤나 봐. 내가 가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밀리아는 힐다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방을 나서려는 걸 리첼이 붙잡았다.

“아버지께서 알아서 벌을 내리셨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밀리아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말이야. 펠릭스 영식을 선택하지 않은 건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결국 펠릭스 영식도 바람둥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결국 네겐 진심이었다는 말이잖아. 그런 남자를 굴복시켰는데 선택을 하지 않다니. 아깝다.”

밀리아는 아쉬운 듯 말했다.

“처음엔 그가 싫었지만 자주 마주쳐서 운명이라고 생각한 때도 있었고 그의 달콤한 속삭임에 마음을 잠시 뺏긴 것도 맞아요. 아마도 카일 님이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를 택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타이밍이라고?”

리첼의 말에 밀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펠릭스 님의 여자 문제 때문에 흔들렸을 때 그 흔들림 사이에 비집고 들어온 건 카일 님이니깐요. 펠릭스 님이 말로만 내게 사랑을 속삭일 때 사제님은 나를 몸으로 유혹했거든요.”

“뭐야. 그러면 몸정이 생긴 거야?”

밀리아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죠. 아무튼 가랑비에 옷 젖듯 카일 님에게 서서히 빠져든 것이 맞다고 봐요. 그의 전략이 먹힌 셈이죠 뭐.”

“카일 마법사는 나름 전략가였네. 근데 펠릭스 영식을 택했더라면 힐다 그 여자와 그런 식으로 엮이지도 않았을 테고 목숨을 위협받지 않았을 텐데도 후회 없어?”

밀리아는 리첼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질문을 던졌다.

“음…. 펠릭스 님 주변 여인들에게 뺨을 맞았을 땐 마음이 떠났고, 힐다 양에게 목숨을 위협받아도 마음이 떠나지 않았으니 그걸로 내 대답은 할 게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런가? 근데 펠릭스 영식 불쌍하다. 궁합이 잘 맞는 여자를 만났는데 해보지도 못하고. 차라리 몰랐으면 모를까, 이미 궁합이 맞는 여자를 놓치고 말았는데 다른 여인이 과연 눈에 들어올까?”

밀리아는 펠릭스가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언니 말대로 그분과 같이 잤으면 평생 내 몸을 못 잊을 거 아니에요? 그분께 몹쓸 짓 할 뻔했어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 차라리 맞춰 보질 않았으니 최고의 궁합을 모르고 사는 것.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네.”

밀리아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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