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105화 (105/110)
  • 18.

    카일은 리첼의 앞에 선 후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어? 카일이다?”

    또다시 리첼이 카일의 이름을 부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눈에 맺힌 눈물방울이 쏙 들어갈 정도로 그의 얼굴을 반가워했다.

    리첼의 모습은 마치 주인을 반기는 꼬리 흔드는 강아지 같았다. 그녀의 눈 안엔 오로지 카일만 담겨있는 것 같았다.

    “지금 제 곁에 있는 분은 클라라 님이 아니라 리첼 님입니다.”

    “무도회장에 들어가면 또다시 클라라 양에게 가는 거 아니에요?”

    조금 전까지 밝은 미소는 사라지고 리첼의 표정은 또다시 어두워졌다.

    “무도회장에 들어가도 계속 공녀님 옆에 있을 겁니다. 그리고 클라라 양과는 걱정하실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아무에게나 반응하지 않으니까요.”

    카일은 리첼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게만 반응한다고? 정말?”

    리첼의 입가에 미소가 스며들기 시작했고, 카일의 담담하지만 묵직한 말 한마디가 두 사람 사이에 공기의 흐름을 바꾸었다.

    취한 상태였어도 그 말을 들은 리첼의 상기된 뺨은 점차 짙은 담홍색으로 물들었다.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점차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다.

    그녀의 입안에선 와인 맛이 났다. 쌉싸름하고도 달콤한 잔향에 그도 취할 것만 같았다.

    날씨가 쌀쌀했기에 카일은 리첼의 몸을 그의 품에 넣었다. 서늘한 공기 탓인지 리첼의 몸은 제법 차가웠다.

    그의 열기가 리첼에게 전해지도록 카일은 등에 손을 두르며 그녀의 몸을 더욱 당겼다. 그러자 그녀의 달콤한 체향이 느껴졌다.

    리첼의 목 깊은 곳에서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혀의 침입을 시작으로 부드러운 입맞춤이 점차 깊게 섞이는 격렬한 키스로 바뀌며 두 사람이 서로를 뜨겁게 얽었다.

    카일이 강하게 흡입할수록, 리첼도 지지 않으려는 듯 더욱 세게 휘감으려 했다.

    숨이 막혀오기 직전 두 사람의 입술은 아슬아슬하게 떨어졌다.

    너무나 거칠었는지 리첼이 불규칙한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카일은 잠시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붙였다 떼며 말했다.

    “이만 들어가실까요?”

    야수의 본능이 그를 집어삼키기 전에 카일은 여기서 멈추려 했다.

    카일은 리첼을 부축하며 무도회장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리첼이 그의 손을 저지했다.

    “왜…?”

    카일이 잠시 멈칫하며 바라보자 그녀는 씨익 웃더니 그의 셔츠 옷깃을 잡고 그대로 잡아당겼다.

    “아…니요? 아직 부족해요. 내게만 반응하는지 지금 다시 확인해봐야겠는데요?”

    리첼이 카일의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뺨에 물든 발그스름한 홍조와 도전적인 눈빛이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 * *

    흐릿하지만 자꾸만 야릇한 표정을 짓는 카일의 모습이 보였다.

    불빛을 받아 그의 매끄러운 피부는 땀으로 반짝거렸고, 살짝 흔들리는 머리칼은 그의 색스러운 분위기를 더욱 느끼게 해주었다.

    색기가 흐르는 그 모습을 보니 리첼은 흐뭇하면서도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꾸만 ‘쿵’ 하고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끝에 쾌감과 함께 달콤한 교성이 솟아올랐다.

    리첼이 그게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라고 깨닫는데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알 수 없는 희열감에 계속 몸을 맡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몽롱한 상태였기에 꿈이라 생각했건만 가해지는 자극이 점점 생생히 느껴지는 것 같자 반쯤 뜨고 있던 리첼의 눈이 번쩍 뜨였다.

    “!”

    정신을 차려보니 투박한 마찰음이 두 사람의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대, 대체 무슨?”

    “이제야 정신이 드셨습니까?”

    “….”

    리첼은 카일에게 화가 풀린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와 몸을 맞추고 있다니?

    “여, 여긴 어딘가요?”

    리첼은 일단 그들이 몸을 맞추고 있는 장소가 어딘지 궁금했다. 두 사람은 침대 위에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분명 무도회장 테라스였다.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카일의 말에 리첼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했다.

    “이곳은 황궁에서 마련해준 제 개인 거처입니다.”

    그의 말을 듣자 리첼은 카일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황실에서 별궁에 거처를 마련해주었던 걸 기억해냈다. 아마도 그의 스승이 머무는 방 근처라고 했었다.

    “그, 그런데 왜 제, 제가 왜 이곳에 있나요?”

    하지만 리첼은 여전히 그녀가 이곳에서 왜 카일과 정사를 나누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시군요. 제 몸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공녀님의 청을 들어드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러자 카일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순간 짧게나마 과거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서, 설마 내, 내가 먼저 유, 유혹했나요?”

    리첼의 물음에 카일은 말없이 미소만 지으며 그녀를 안았다.

    강렬한 자극에 리첼의 입에선 또다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고 강렬한 열꽃이 피어올랐다. 마치 몸 안에 불덩이가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제가 클라라 님에게 마음이 갈까 봐 걱정되셨습니까?”

    너무나도 강렬한 자극에 머리맡에 있는 베개를 꽉 쥐어 잡으며 리첼은 고개를 저었다.

    “이것 보십시오. 이제 확인하셨습니까? 저는 공녀님에게만 반응합니다.”

    카일은 리첼의 귓가에 속삭였고 동시에 거친 숨소리를 퍼부었다. 그 순간 귓가에 청량한 향이 울리는 것만 같았다.

    리첼이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이자 카일의 입가엔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니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전 분명히 거절했지만 저를 자극한 건 공녀님이십니다.”

    카일은 또다시 리첼의 귓가에 속삭였다. 부드러우면서도 강압적인 어조였다.

    책임이라는 말에 리첼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지난밤 지독했던 쾌락의 시간을 또 느껴야 하나?’

    좋았지만 너무나도 격렬했고, 너무나도 끈질겼기에 리첼은 또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악마가 주는 쾌락 같았기에 리첼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표시했다. 불안한 마음이 눈빛에 드러났는지 카일의 손이 그녀의 볼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그의 다정스러운 눈빛을 보니 이번엔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평소에 얼마나 참고 있는지 지난번에 분명히 확인시켜드렸는데도 또다시 확인하고 싶다고 직접 말씀하셨으니 이젠 참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카일의 입에선 상냥한 눈빛과는 정반대의 가혹한 말이 흘러나왔다.

    “아, 아니요! 차, 참아주세요. 제발.”

    리첼은 다급하게 카일의 말을 반박하려 했지만.

    “그럼 오늘만 참지 않고 다음부터 참겠습니다.”

    오늘도 카일의 집요한 괴롭힘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도 그는 지난번과 같이 난폭하고도 거칠게 움직였다.

    “처, 천천히.”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시군요.”

    머릿속은 점차 하얘지는데 여전히 리첼의 몸은 생각과 일치하지 않았다.

    끝 모를 절정과 쾌감에 이성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강렬한 쾌락을 강요당하자 리첼은 흐느낌이 뒤섞인 신음을 토했다.

    눈물방울이 눈가에 찔끔 차오르자 카일이 그의 입술로 눈가의 물방울들을 쪽 빨아들였다.

    리첼이 카일을 바라보자 그는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거칠게 탐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카일의 말에 리첼은 마른침을 삼켰다. 이대로 끝이 아닐 거란 리첼의 불길한 생각대로 역시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카일은 그녀의 이마에 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조심히 뒤로 넘긴 후 목덜미와 쇄골에 그의 입술을 눌러 찍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