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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96화 (96/110)
  • 17.

    그날 오후 레녹스가로 초대하고 싶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아니, 찾아왔기보단 붙잡혀왔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했다. 카일의 스승이 밧줄에 묶인 채 레녹스가로 끌려온 것이다.

    “난 아무 잘못도 없어요. 힐다, 걔가 내 물건을 샀을 뿐이라고요. 내가 미쳤다고 귀족을 건드리게 생겼어요?”

    그는 자신을 끌고 온 호위병들에게 계속 투덜거리고 있었다.

    “여어, 친구! 오랜만이군.”

    카일의 스승이 무릎을 꿇고 앉자 그 앞에 앉아있던 레녹스 공작이 일어나며 말했다.

    “히익. 자네가 솔로이 제국에서 공작이었어? 진작 말하지 그랬나. 난 자네 딸을 납치한 적 없네. 힐다가 내 물건을 사 갔을 뿐이라고. 믿어주게. 내가 자네 고민도 해결해 주었잖아?”

    카일의 스승은 레녹스 공작을 보더니 반가우면서도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살려주게. 난 진짜 자네 딸을 해코지할 생각이 없었네.”

    욕심은 많으나 위험기피자인 그는 힐다가 건드린 상대의 집안을 눈치채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스펜서 후작가가 솔로이 제국에서 꽤 명망이 높은 가문인 것을 알자마자 꼬리를 내린 것처럼 말이다.

    “그럼 나를 풀어줬어야지, 왜 도망갔어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첼이 노인에게 물었다. 자꾸만 잘못이 없다고 외치는 것이 황당해서였다.

    “아가씨 살려줘요. 난 너무 무서워서 그랬습니다. 힐다가 감히 귀족을 건드릴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요.”

    카일의 말대로 겁이 많고 위험에 처할 상황은 만들지 않으려는 사람이었다.

    “그럼 힐다에게 준 마법 도구는 뭔가요?”

    “주, 준 적 없어요. 파, 팔았을 뿐입니다.”

    “왜 그런 위험한 도구를 팔았나요?”

    “위, 위험한 도구요? 그, 그런 도구는 어, 없지요. 그건 치, 치한 퇴치용일 뿐입니다. 내, 내가 판 건 잠깐 시야를 차단할 수 있도록 비, 빛을 내는 도구와 여, 연기가 나는 도구일 뿐. 상대방의 시, 시야를 차단하는 사이 도, 도망갈 수 있는 도구일 뿐이란 말입니다.”

    “무슨 소리예요? 난 기절도 했는데요?”

    “연기를 뿜으며 기절하는 건 딱 한 개였어요.”

    노인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듣고 보니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기절한 것도 한 번이고, 일시적으로 앞을 볼 수 없을 뿐. 금방 시력이 돌아왔으니 말이다.

    “힐다 양이 꽤 많이 가지고 있던데 그렇게나 많이 팔았어요?”

    “각각 10개씩, 그리고 기절까지 하는 거 1개 팔았을 뿌, 뿐이지요.”

    총 21개나 팔다니…. 꽤 많은 돈을 벌었을 건데 리첼은 힐다에게 그만한 돈이 있나 의심이 들었다.

    그녀의 눈치를 보던 노인은 레녹스 공작을 향했다.

    “사, 살려주게. 난 지, 진짜 아무 잘못이 없네. 우, 우린 치, 친구 아닌가?”

    눈물을 흘릴 듯한 간절한 애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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