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87화 (87/110)

15.

“전 확신해요. 당신은 그 누구보다 더 저와 잘 어울릴 거라고 말이에요. 당신의 몸은 저를 평생 잊을 수 없을 테니까요.”

펠릭스는 또다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리첼의 어깨를 잡더니 고개를 숙였다. 쇄골 근처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지난번 카일이 키스 마크를 남겼던 그 자리였다. 그의 입술이 닿자마자 세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선수를 빼앗겼죠? 이번엔 안 뺏깁니다. 제가 경험이 풍부한 만큼 당신에게 더 큰 자극을 드릴 수 있지요.”

입술을 떼자마자 펠릭스가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만간 그의 미소가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미안하지만 리첼은 그에게 차라리 모든 사실을 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긴 부끄럽지만 그의 마음을 포기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당신이 목걸이에 관한 걸 알았으니 저도 다 밝힐게요. 당신과 궁합이 맞다는 건 맞아요. 그래서 저도 당신에게 끌렸고, 당신도 제게 끌렸겠죠.”

리첼의 말에 펠릭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또 다른 사실이 있어요. 저와 궁합이 잘 맞은 사람은 한 분 더 계셔요. 목걸이가 제게 알려준 건 두 사람이었어요. 당신 혼자가 아니라….”

그러자 펠릭스는 충격을 받은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럴 리가요.”

“사실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그와의 궁합은…. 잘 맞았죠. 천국으로 승천하는 기분이랄까?”

리첼은 부끄럽지만 자신이 느꼈던 기분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그래야만 그가 포기할 것만 같았다.

“제기랄!”

펠릭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거칠었지만, 그의 눈빛은 상당히 상처받은 듯 보였다. 그가 안쓰러워 다독여주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래. 이대로 끝내는 것이 제일 나을 것이다. 리첼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순간. 그의 손이 갑자기 다가와 허리를 낚아채 자신의 품 안에 가두는 바람에 리첼의 얼굴이 펠릭스의 가슴에 파묻혔다. 예상과는 다른 행동에 놀란 리첼이 버둥거렸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요. 그렇다면 비교해 봐요. 둘 중 누가 더 기분이 좋은지 말이에요!”

펠릭스의 행동을 이젠 절박해 보였다. 그의 손은 그녀의 어깨에서 허리를 타고 점점 내려갔다.

저항하려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반항할수록 펠릭스의 단단한 손엔 더욱 힘이 들어갔고, 의지와는 달리 리첼의 몸은 그의 몸과 더욱 밀착되었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그녀를 자극하기 시작하자 몸은 점점 달아올랐지만 동시에 불쾌감도 느껴졌다. 강압적인 태도가 흥분을 서서히 가라앉힌 것이다.

“이거 놓으세요!”

발버둥을 칠수록 과격한 행동이 이어졌다. 리첼은 얼른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억센 힘에 저항할 수 없었다.

“똑같이 천국을 경험할 수 있는지 또다시 느껴보시죠?”

“밖에 누구 없어?”

리첼은 결국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그의 힘에 눌렸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

하지만 문밖에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제발! 흥분을 멈추고 정신을 차리세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요.”

리첼은 펠릭스에게 소리쳤지만, 그의 귀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질투심으로 눈이 먼 그의 눈빛은 조금 전 그녀를 덮치려 할 때보다 더욱 강렬히 번뜩이고 있었다.

리첼이 할 수 있는 건 더 격렬하게 그를 거절하는 수밖에 없었다.

펠릭스의 입술이 다가오자 그녀는 두 손으로 있는 힘껏 그의 입을 막은 후 그의 얼굴을 뒤로 확 밀어버렸다. 그러자 펠릭스의 고개가 살짝 꺾였다.

“?!”

젖혀진 고개를 올라오더니 펠릭스는 한 대 맞은 것처럼 놀란 듯 리첼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이성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내… 내가 무슨 짓을!”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고 이내 모든 행동이 멈추었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참을 웃더니 갑자기 몸이 굳은 사람처럼 뻣뻣해지며 그의 입매가 굳어졌다.

“죄송합니다. 당신을 잊을 수 없어서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던 모양입니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 펠릭스의 입에선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

그의 사과를 듣자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린 리첼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툭 떨어졌다.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멈췄으면 됐어요. 당신의 이성이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지금의 저는 정말 꼴불견이군요. 당신과 내가 궁합이 맞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리첼의 눈물을 닦아주려 펠릭스의 손이 다가왔고, 다른 손은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미안해요. 하아. 이제 와서 내가 저질렀던 과거를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겠어요.”

펠릭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리첼은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순 있었다. 그녀도 궁합에 대해 알자마자 흥분했으니 말이다.

“당신을 다시 제 쪽으로 마음을 기울게 하려 했건만 이미 늦었군요. 한 사람 더 있을 줄 꿈에도 몰랐어요.”

펠릭스가 모든 것을 포기하는 말투로 다독이듯 안으며 리첼을 일으켜 세웠다. 그의 몸에 의지해 일어난 다음,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흐르는 눈물을 멈추려 했다. 그 순간.

[똑똑]

갑자기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당황하는 비아의 뒤에선 예상치 못한 얼굴이 보였다.

카일이었다.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일 님께서 아가씨를 만나러 오셨는데, 펠릭스 님과 이야기 중이라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씀드렸는데도 꼭 방에 들어가셔야 한다고 하셔서….”

비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일은 그들에게 다가와 펠릭스를 세게 밀쳐냈다. 어찌나 강한 힘으로 밀던지 그는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눈물을 흘리고 있는 리첼과 그녀를 안고 다독여주는 펠릭스의 모습은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카일은 냉랭한 시선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분노에 찬 눈빛이었다.

“카일 영식은 빠지십시오. 우리 두 사람의 문제입니다.”

펠릭스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에 묻은 먼지들을 털며 대답했다.

그는 리첼이 카일과 연인 관계일 거란 의심을 전혀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카일이 고자라고 말해준 이가 그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니요. 제 문제이기도 합니다.”

카일의 말에 펠릭스는 고개를 확 들었다. 눈썹 사이에 주름이 잡히며 눈이 가늘어졌다.

“이게 왜 당신의 문제죠?”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펠릭스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 설마. 궁합이 맞다는 나머지 한 사람이?”

그의 말에 리첼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펠릭스의 얼굴은 완전히 구겨질 만큼 인상을 썼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하아. 분명히 제 기능을 못 한다고 했는데?”

펠릭스의 시선은 카일의 하반신을 향해 있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했습니까?”

“이상하네. 분명히 그랬는데?”

펠릭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카일의 하반신에 삿대질을 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잘못된 소문을 듣고 저를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그, 그럴 리가. 분명 룩스 대륙에서 온 당신의 지인이 분명히 말했는데?”

카일의 말에도 펠릭스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직접 보여드려야 믿으시겠습니까?”

말을 마치자마자 카일은 리첼의 팔을 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보여준다니 뭐를? 지금 여기서?’

카일의 말에 당황한 리첼은 고개를 숙였지만 카일의 손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이 상황에서 거절해야 해, 말아야 해?’

펠릭스 앞에서 보이긴 부끄러워 망설였지만 리첼은 유혹하는 카일의 눈빛을 거부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펠릭스가 소리쳤다.

“그, 그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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