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84화 (84/110)
  • 15.

    카일은 그날 이후로 바빠지기 시작했고, 리첼은 그의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얼핏 들리는 소식으론 드디어 황제가 그를 정식 마법사로 인정을 하였고, 궁정 마법사가 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황실 사람들과 관리를 만나서 일일이 인사를 해야 했다.

    또한 레녹스가를 찾아오는 이들도 점점 많아졌다. 카일이 레녹스가를 방문할 때면 그를 만나기 위해 여러 가문의 가주들이 공작가를 찾아왔다.

    그들에게 다과를 가져다주는 건 하녀들의 몫이었지만 카일이 방문한 날은 특별히 리첼이 다과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때가 아니면 그의 얼굴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리첼이 차와 다과를 들고 회의실에 들어가자, 머리를 단정하게 올린 카일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

    ‘멋있어!’

    힐끔힐끔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좋았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느라 카일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진 않더라도 그녀는 그의 얼굴만 바라보아도 좋았다. 잠깐 얼굴을 봤을 뿐이어도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폐하께선 허가를 내리셨지만, 아직도 반대하는 자들이 있으니 한 명씩 만나서 설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봐도 그게 좋겠소.”

    평소 레녹스가를 드나드는 귀족들이 카일의 편을 들어준 모양이다.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마법사가 생기면 좋을 텐데. 왜 반대하지?’

    대화를 엿들으면서 리첼은 속으로 화를 냈다.

    카일이 바빠진 건 반대하는 자들 때문이었다. 그를 인정할 때까지 반대한 자들을 직접 가서 설득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고생하는 카일 대신 대신 설득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레녹스 공작이라는 커다란 뒷배를 둔 그를 마법사로 인정하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직접 가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리첼은 각자의 앞에 차를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 앞에 찻잔을 내려놓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카일의 앞에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찻잔을 두며 천천히 카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날렵한 턱선과 콧날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조각 같았다. 리첼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자 레녹스 공작이 ‘흠흠’ 거리며 눈치를 줬다.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방을 나와야 했다.

    방을 나오면서 리첼은 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는 내 남자야!’라고 외치고 싶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중요할 시기에 괜한 소문으로 카일에게 폐를 끼칠 수 없기에 속으로만 그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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