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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83화 (83/110)
  • 14.

    카일은 또다시 맹렬한 기세로 리첼의 입술을 덮쳤다. 이제 좀 놓아주려나 했더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리첼은 그의 가슴을 밀어내며 자제력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벌어진 입술 사이로 들어온 그가 그녀의 약점을 공격하자 점점 쾌락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아, 안 돼. 밀어내야 해.’

    머릿속에선 계속 카일을 밀어내려 했지만 몸은 그녀의 의지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키스만 했는데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리첼은 눈으로 욕했지만 그녀의 몸은 솔직했다. 결국 그녀는 두 팔로 카일을 끌어안아 키스에 응하자 곧이어 부드러운 그의 손길이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손길은 몸 안에 끓어오르는 욕망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 이제 충분하지 않을까요? 오, 오늘 제 몸은 진짜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리첼은 욕정이 넘치는 자신의 몸을 부정하며 카일의 몸을 거절하려 했다.

    그러자 카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만든 약이라 효과가 좋을 텐데 이상하군요. 한 병 더 마시겠습니까?”

    한 병 더라니…. 대체 몇 개를 가지고 있는 건지.

    “아, 아니요. 안 마셔도 될 것 같아요.”

    두 병 마셨다간 며칠 밤 내내 그에게 붙잡혀 잠도 못 자고 그에게 시달릴 것 같았다.

    리첼은 카일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그가 그녀를 서서히 눕혔다. 버둥거리는 몸짓은 그의 힘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직 제 욕구가 반도 채워지지 않았으니 부족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

    실컷 했는데 아직도 그의 욕구가 반도 채워지지 않았다니. 리첼은 카일의 기막힌 말에 어이가 없어서 몸부림치던 행동을 멈추며 카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허락했다는 신호로 여겼는지 서서히 그녀에게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공녀님을 위해서 100% 다 채우진 않겠습니다.”

    카일이 그녀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나를 위해서 참는 게 이 정도라면 100% 채우려면 대체 며칠이나 붙잡혀 있어야 하는 거야?’

    리첼은 무궁무진한 것 같은 남자의 욕구에 기가 찰 노릇이었다.

    자꾸만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 그를 리첼이 잠시 쏘아보았지만 카일은 야릇한 미소만 지으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달아오른 몸은 시작하자마자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눈빛과는 달리 공녀님께서도 아직 욕구가 다 채워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카일도 그걸 느꼈는지 사악하고도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에 리첼의 얼굴이 붉어지며 다시 눈에 힘이 들어갔다.

    곧이어 또다시 뜨겁고도 짜릿한 전율이 밀려 들어왔다.

    힘을 주었던 리첼의 눈은 어느새 나른하게 풀렸고 카일의 야릇한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며 느껴지는 쾌감을 계속 즐겼다.

    그는 금욕 시간이 길었던 만큼 절륜했다.

    발정 난 짐승이라고 표현해도 어울렸다. 오히려 전직 성직자란 말은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어이없는 건 그런 그의 욕정을 그녀가 모두 받아낼 역량을 가졌다는 사실이었다.

    몇 번이나 했는데도 몸이 허락하는 한 끊임없이 돌격하는 카일을 문을 활짝 열고 반겨주고 싶었고, 그와 계속 자석처럼 달라붙어 있고 싶었다.

    게다가 상냥했다가, 거칠다가, 제멋대로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 리첼은 야릇한 즐거움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그녀 앞에서만 보이는 그 모습들이 미우면서도 이 시간이 영원히 멈췄으면 좋을 정도로 달콤하고 사랑스러웠다.

    “꽤 오랜 얘기를 나누셨나 봐요.”

    비아가 찻잔을 치우러 들어오며 말했다. 눈은 무표정이지만 입가가 살짝 실룩거리는 것만 같았다.

    “아하하. 카일 님의 과거 이야기를 좀 하느라고 말이야.”

    리첼은 진땀을 흘리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했다. 워낙에 카일이 몸을 혹사시켰기에 일어날 힘조차 없어 리첼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몸에서 평소에 풍기지 않는 청량한 향이나 빼고 나서 말이나 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러자 비아는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무슨 소리라도 들었니?”

    카일이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을 거라 말은 했지만 비아는 눈치를 채고 있는 것만 같았다. 리첼은 불안한 마음에 비아에게 물었다.

    “아니요? 특별히 이상한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요.”

    다행히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은 듯했다.

    “그럼 대체 뭘 상상하며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글쎄요. 저 혼자만 아니깐 걱정 마세요.”

    비아는 여전히 엉큼한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섰다.

    소리는 듣지 못했어도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챈 것 같았다.

    “마법으로 흔적도 없애줄 것이지.”

    다른 이들에게 그와의 이런 관계를 알리기엔 아직은 쑥스러웠다. 리첼은 괜히 좋으면서도 부끄러운 마음에 투덜거리며 카일이 두고 간 기력 회복약과 피임약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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