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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81화 (81/110)
  • 14.

    다시 현재.

    격정적인 시간이 지나간 후 카일은 자신의 옆에서 달뜬 숨을 내쉬며 누워있는 리첼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펠릭스, 그자가 당신과 궁합이 맞다고 해도 그자 말고 저를 선택해주십시오.”

    “그걸 어떻게….”

    리첼은 놀랐다. 펠릭스와 궁합이 좋다는 사실을 카일이 어떻게 알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아버지와 올리비아, 밀리아뿐이었으니까.

    “…제가 지금껏 말씀드린 건 하나도 듣지 못했나 봅니다.”

    카일의 말에 리첼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것만 같았다.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강렬한 자극을 줬으면서 어떻게 들으라는 건지.

    “목걸이와 마법사. 이 두 단어만 들었어요. 그러게 그렇게… 하면서 말하면 어떻게 해요. 제가 어… 어찌 듣겠어요.”

    그러자 카일의 손이 리첼의 목을 감쌌고 그의 입술은 그대로 그녀의 이마에 지그시 내려앉았다. 그리곤 눈가, 광대, 뺨을 통해 내려왔고, 마지막은 그녀의 목덜미를 향했다. 그의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묻으며 말했다.

    “그 목걸이 만든 사람이 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네?”

    뜻밖의 말에 리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명히 아버지가 다른 제국에서 우연히 만난 마법사에게서 받은 목걸이라고 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얼핏 들은 마법사란 단어가 카일 본인이 마법사라는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마법사?”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오자 카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맙소사!”

    리첼은 믿을 수 없어서 눈동자를 좌우로 굴렸다.

    마법사란 쉽게 만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당연히 나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렇게 그녀의 가까이에 존재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설마 우리가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게?”

    “맞습니다. 그리고 저도 제 의뢰인의 따님께서 제 고민을 고쳐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거, 거짓말!’

    믿을 수 없었다.

    궁합 목걸이를 만들어달라는 의뢰인의 딸과 의뢰받은 마법사가 궁합이 맞다니? 그것도 아버지와 카일은 머나먼 룩스 대륙에서 만난 사이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꼭 리첼과 카일이 운명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우연히 한 번 마주쳤는데 운명이라고 여긴 힐다와는 완전 달랐다.

    “꺅!”

    행복에 젖어 벅차오르던 그 순간 카일이 리첼의 목덜미를 ‘꽉’하고 깨물었다. 따끔한 감각이 느껴지자 입에선 작은 비명이 나왔다. 이윽고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쓸어넘겼다.

    “처음 만날 때부터 알고 계셨다는 거죠? 혹시 그때부터 제게 끌린 건가요?”

    “….”

    눈이 마주치자 리첼이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을 원하는 눈빛으로 카일을 계속 바라보았으나 말소리 대신 그의 입술이 다가왔고, 서서히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다.

    ‘또. 또. 말하기 싫으니까.’

    여전히 카일은 대답하기 싫으면 키스로 회피했다.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해 섭섭하긴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진 않았다.

    리첼은 깊고도 부드러운 그의 키스에 응했고, 점점 가볍게 스치는 키스는 어느덧 격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먹어 치우려는 기세로 입안에 말캉한 살덩이가 들어오자, 리첼의 목 깊은 곳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연속적인 키스 세례가 쏟아지자 리첼은 카일의 가슴을 단단히 부여잡고 부지런히 그에 응했다. 약한 부분이 스칠 때마다 전율감이 리첼을 덮쳐왔다.

    호흡이 거칠어져 숨이 막혀올 때쯤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가 이내 다시 입술이 맞닿았다.

    몇 번이나 이어졌다 떨어졌다 반복을 하던 깊고 긴 키스는 쪽쪽 거리는 짧은 키스로 끝났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리첼이 먼저 미소를 지었고, 이에 대답하듯 카일이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그의 입술을 묻었다.

    목덜미에 잔잔한 여운이 남는 키스를 하더니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그의 숨결이 닿는 것만으로도 저릿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카일이 그녀의 품에 입술을 묻었다. 뜨거운 입김이 닿자 그 열기에 몸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리첼의 몸이 움찔움찔 떨리며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반응이 만족스러운 듯 카일은 먹음직스러운 살결을 더욱 입안으로 삼켰고 리첼의 상체가 움찔거렸다.

    자극이 더해질수록 리첼의 입안에선 거친 숨이 새어 나왔다.

    이번엔 카일의 손이 점점 내려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리첼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예민해져 있는 곳에 그의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쾌감이 밀려드는 것만 같았다.

    자꾸 놀리듯 애간장만 태우는 그의 손놀림에 리첼은 그가 이 갈증을 해소해 주길 바랐다.

    좀 더 해달라는 말을 하려던 그때였다.

    “장난은 이 정도로 해둘까요?”

    카일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장난이라뇨?”

    애만 태우던 그가 얄밉다고 생각했는데 장난이었던 모양이다.

    리첼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자 그가 몸을 들어 덮쳤고, 그녀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우린 아직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 않았습니까? 이제라도 제 마음을 아셨으니 지금부터 저에 대해 서서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진 공녀님께서 저를 이끌어주셨으니 이젠 제 차례군요.”

    내려보는 시선 속엔 강렬한 욕망이 들끓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한 것 같은데. 아직도 잘 알지 못한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았던가. 카일의 말에 놀란 리첼은 눈만 끔뻑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 그녀를 먹어 치우려는 뜨거운 시선과 함께 사악하고도 달콤한 미소가 느껴졌다.

    “최고의 시간을 선사하겠습니다. 공녀님은 그냥 마음껏 느끼기만 하십시오.”

    그녀 앞에 있는 남자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거스를 수 없는 요염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카일은 그렇게 말한 뒤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몸 위로 입술을 묻었다. 점점 아래로 내려간 입술은 이내 그녀가 가장 예민한 곳에 도달했다.

    곧이어 세찬 자극이 리첼의 등줄기에 흘렀다.

    “자… 잠깐!”

    너무나 격렬한 행위에 리첼은 카일의 머리를 밀쳐내려 했지만 그는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되었을 때 리첼은 참을 수 없는 신음을 내질렀다.

    운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받아들이니 육체가 하나가 되는 것 같은 충만함이 느껴졌다.

    “너… 너무 강렬…!”

    “전 아직 보여드린 것도 없는데 벌써 그런 말을 하시다니 섭섭하군요. 이제 시작일 뿐인데.”

    말이 끝나자마자 움직임은 더욱 격해지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내쉬며 리첼은 연이은 교성을 질렀다. 신음 소리가 응원가라도 되는 듯 그는 더 세차게 그녀를 안았다. 몰아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쾌감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어떠십니까? 마음에 드십니까? 공녀님께선 이걸 원하셨기에 제가 당신에게만 반응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장 제게 달려와 저를 덮치신 것 같은데?”

    너무나도 거친 움직임에 리첼은 양손에 각각 이불을 부여잡고 고개를 저었다. 손이 닿은 그곳엔 불규칙한 구김이 피어났다.

    “거짓말은 하는 건 나쁜 일입니다. 이번에도 벌을 받길 원하십니까?”

    이미 충분히 벌을 받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 격렬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지난번 카일을 도발했을 때 끝까지 했더라면 이런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숨겨놓은 야수의 본능을 깨우칠까 봐 그가 먼저 그녀에게 경고를 날렸을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강렬한 감각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며 리첼은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또다시 밀려오는 자극에 리첼은 팔을 뻗어 카일의 어깨를 잡았고, 빨라지는 속도에 그녀의 손톱이 그의 등에 깊이 박혔다.

    “벌 받길 원했으면서.”

    귓가에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렀지만 리첼에겐 악마의 속삭임과 같이 달콤하면서도 잔인한 말처럼 들렸다.

    그 순간 울음 같은 신음 소리와 함께 리첼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고, 쾌감이 전신의 등줄기를 따라 흘렀다.

    동시에 카일도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잠시 몸을 떨었다.

    카일의 몸이 리첼의 위로 무너졌고, 방 안에는 두 사람의 가쁜 호흡 소리만이 들려왔다.

    너무나도 강렬한 정사였지만 그 만큼 너무나 좋았다. 처음엔 버거웠으나 한바탕 절정을 느끼고 나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도 같았다.

    리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녀와 같은 만족을 느꼈으리라 여기며 바라봤지만 그의 눈빛 속엔 여전히 진한 욕망으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몸이 뒤집혔다.

    “자… 잠깐!”

    리첼이 팔꿈치에 힘을 주어 몸을 다시 틀려고 했지만 불쑥 그녀의 뒤에서 그가 덮쳐왔다.

    “이제 시작이라고 했을 텐데요?”

    본능에 사로잡힌 야수의 시선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소엔 맑아 보이던 검은 눈동자도 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실컷 해놓고 이제 시작이라니? 좀 쉬려고 했더니.’

    리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온몸을 휩쓰는 듯한 전율이 느껴졌다.

    결국 그녀는 한참동안 그에게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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