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74화 (74/110)
  • 12.

    “글쎄?”

    “궁합이라도 잘 맞는 여인을 찾을 수 있는 거 그런 거 없나? 몸으로라도 꽉 잡히면 이제 다른 여인을 만나도 만족 못 할 거 아닌가?”

    레녹스 공작은 자꾸만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고 있었다.

    “자넨 참 독특한 생각을 하는구려.”

    스승도 공작의 말을 듣고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돈은 얼마라도 줄 테니 꼭 하나 만들어주게나. 이렇게 부탁하네.”

    “먹는 약이 아니니 일단 만들어보긴 하겠네.”

    돈이라는 이야기에 눈이 번쩍 뜨인 스승은 흔쾌히 레녹스 공작의 엉뚱한 제안에 응했다.

    “잘 들었느냐?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저는 만들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의 황당한 요구를 거절했지만.

    “자넨 내가 인정한 천재잖아. 그러니 만들 수 있어. 이거 만들면 내가 숨겨놓은 마법서 하나를 주겠네.”

    “알겠습니다.”

    숨겨놓은 마법서란 말에 카일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었다.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마법서를 얻을 수 있다면 그껏 물건 쯤은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 물건을 끝으로 스승과는 진짜 이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 카일은 레녹스 공작이 말한 것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몰두했다.

    2주의 시간이 흐른 후 카일은 공작이 원하던 걸 만들었다. 그가 가져다준 보석 안에 마법을 부여한 후 목걸이 형태로 만들었다.

    “내 자네라면 만들 줄 알았네!”

    레녹스 공작은 카일이 만든 물건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누구 제자인데 당연하지. 나도 애썼다네.”

    스승은 도움 하나 주지도 않았으면서 얄밉게 입을 놀렸다.

    “자, 내가 말했던 액수네.”

    레녹스 공작은 흡족한 미소로 고맙다며 많은 돈을 지불했고, 금액을 확인한 스승의 입이 귀에까지 걸렸다.

    “내 이것이 효능이 있다면 후에 돈을 더 얹어주지.”

    “정말인가? 말 바꾸기 없어야 하네.”

    “물론이지.”

    이미 많이 줬는데도 또 준다니…. 그 순간 카일은 스승의 눈이 돈으로 변한 것만 같았다.

    그들과 작별을 한 후 공작은 고국으로 돌아갔다.

    한 달 뒤. 꽤 실력이 좋아 보이는 기사가 카일과 스승을 찾아왔다.

    그는 스승에게는 효과가 있었다는 편지와 돈을 전했고, 카일에게는 스승의 눈을 피해 은밀한 편지를 전해 주었다.

    편지엔 솔로이 제국에는 마법사가 한 명도 없으니 그에게 최초의 황실 마법사가 되어 제국을 위해 일해 달라고 쓰여 있었다.

    다만 솔로이 제국 사람들은 마법을 본 적도 없어 마법사의 존재를 쉽게 믿지 않을 터이니,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었다.

    ‘이젠 진짜 떠날 때가 왔군.’

    스승에겐 이젠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숨겨둔 마법서도 모두 찾아냈으니 카일은 레녹스 공작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스승에게 작별 인사도 없이 편지만 남긴 채 룩스 대륙을 떠났다.

    얼굴 직접 보며 작별 인사를 했다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마법을 걸 것을 알기에 그는 한밤중에 몰래 도망치듯 룩스 대륙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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