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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70화 (70/110)
  • 12.

    오늘은 정말 펠릭스를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다.

    일단 지금 눈앞에서 그를 보내고 몇 초라도 빨리 카일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리첼은 펠릭스가 기대할 수밖에 없는 애매한 말을 해야만 했다.

    그에게 희망 고문을 해선 안 될 것 같지만 지금 상황을 벗어나려면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아니면 또다시 그를 설득하느라 시간이 지체될 테니깐 말이다.

    “알겠어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겠어요.”

    다행히 펠릭스는 순순히 물러났다.

    ‘다음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여길 텐데.’

    미안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마음에 더욱 집중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펠릭스와 헤어진 후 리첼은 카일을 찾아 나섰지만 막상 그를 만나려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펠릭스와 만나는 사이 그가 방문했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하지만 그는 레녹스가에 오지 않았다.

    “누구 찾으시는 사람 있어요?”

    리첼이 이리저리 저택을 살펴보자 비아가 물었다.

    “혹시 카일 님 오셨었니?”

    “이따가 잠시 들르실 거란 말은 들었어요. 왜요?”

    다행히 카일이 곧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의 일정을 확인하자 조급함은 사라지고 마음은 안정되었다.

    “볼일 마치면 잠시 내 방에 들르라고 전해 드려. 할 말이 있다고 말이야.”

    “네.”

    조급하게 물어봐 놓곤 갑자기 차분해진 리첼의 행동에 비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똑똑]

    한참의 기다림 끝에 리첼의 방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카일 님께서 오셨습니다.”

    문이 열리며 비아가 카일이 왔다고 전해 주었다.

    “들어오시라고 해.”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문이 열리며 단정한 복장을 한 카일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아무도 내 방 근처에 오지 말라고 일러둬.”

    리첼은 카일이 듣지 못하게 작은 목소리로 비아의 귓가에 속삭였다.

    비아는 고개만 끄덕이며 살며시 방을 나갔다.

    “무슨 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첼은 그의 손을 잡고 벽에 밀쳤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카일의 등이 벽에 닿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잠시 당황한 듯 보이던 그는 이내 씨익 웃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따라 행동이 과격하군요.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리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알게 된 순간부터 카일이 갖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리첼은 손을 들어 그의 머리칼 속에 손을 넣어 지그시 내렸다.

    그녀의 입술이 카일의 입술에 맞닿자 깃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키스로 이어졌다.

    부드러운 명령에 응하듯 그는 그녀의 입술 위에서 조심스레 움직였다.

    보드라운 감촉과 향이 뒤섞이자 그것들이 리첼의 모든 감각을 가득 채우는 것만 같았다.

    더 깊은 맛을 음미하고자 그녀는 그의 입안에 미끄러지듯 혀를 넣었고, 머리를 감싸던 손은 어느새 카일의 목덜미를 감쌌다.

    그녀는 그의 구석구석을 촉촉이 적시며 약한 부분을 건드렸다. 조금씩 신음을 하며 카일은 리첼의 혀를 부드럽게 감쌌다.

    서로의 혀가 얽히는 키스를 하면서도 리첼의 손은 단단한 가슴을 조심스레 쓸었고, 곧이어 조끼의 단추, 그리고 셔츠의 단추를 순서대로 천천히 풀었다.

    옷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탄탄한 속살이 드러났다.

    리첼의 두 손은 맨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렸고 그 안에서 살며시 원을 그렸다.

    약점을 자극했는지 카일의 입에선 신음이 흘러나왔고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서로의 눈길이 부딪치자 리첼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그녀의 입술은 그의 목덜미, 쇄골, 가슴, 그리고 배까지 천천히 내려오며 짧은 키스를 반복하며 그녀의 타액을 남겼다.

    마침내 목표물이 다가오자 리첼은 키스를 멈췄고 그의 그곳을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리첼은 이미 카일과 맞춰 보았지만 펠릭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자신은 없었다.

    단단해 보이긴 했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긴장한 탓에 입술이 바짝 말라왔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떨리는 마음으로 리첼은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순간, 리첼은 안도의 숨을 살짝 내쉬었다.

    이번에도 카일이 그녀에게 반응했다는 그 사실에 기뻐서 몸 안에 야릇한 열기가 치밀어 오를 것만 같았다.

    뜨거웠다. 너무 뜨거워서 데일 것만 같았다. 자신에게만 반응하는 몸을 보니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이어지는 리첼의 행위에 카일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나왔다. 자극할수록 야릇한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자신을 자꾸만 괴롭히려는 카일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그… 그만!”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카일이 소리를 질렀다. 리첼은 얼른 손수건을 꺼내 감쌌다.

    시선이 위로 향하자 카일과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그는 아무 말 없이 리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렬한 시선을 느끼며 리첼은 천천히 자신의 드레스를 벗었다. 일부러 혼자서 입고 벗을 수 있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지막 한 장까지 벗은 그녀는 카일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손을 이끌고 이번엔 벽이 아닌 침대 위로 눕힌 다음 리첼은 천천히 그의 위로 올라갔다.

    리첼은 일단 그의 목덜미에 코를 비볐다. 여전히 청량한 그의 체향이 그녀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곧이어 그녀는 카일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찡긋거리는 그 모습조차도 아름다워 보였다.

    입술은 다시 목덜미, 가슴, 그리고 배에 천천히 자잘한 키스를 하며 내려왔고 그 자리에는 촉촉한 흔적이 남았다.

    “오늘따라 적극적이시군요.”

    찬찬히 리첼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하던 카일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제야 물어보시네요?”

    “공녀님의 행동이 흥미로워서 잠시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리첼의 검지가 그의 입술에 닿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오늘은 내가 하는 대로 따라와 주세요.”

    카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리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말로는 자신 있게 따라오라고 했지만 막상 아래를 바라보니 리첼의 기세가 꺾일 것만 같았다.

    ‘내가 먼저 꼬셨으니 일단은….’

    느껴지는 열기에 리첼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손바닥으로 카일의 탄탄한 가슴을 내리누르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쾌락의 소용돌이가 서서히 피어나기 시작했다.

    스치는 곳마다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고, 그 안에서 작열하는 쾌감이 느껴졌다.

    뜨겁게 끈적대는 행위가 지속되자 카일의 입에서 굶주린 신음이 낮게 흘러나왔다. 동시에 그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

    열기 어린 그 모습을 보자 리첼의 자신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윽고 침대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두 사람의 신음 소리와 맞물려 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카일이 자신에게만 반응한다는 그 희열 때문에, 평소보다 리첼의 몸은 민감했다.

    솟구치는 욕망이 완전히 타버릴 때까지 리첼은 더욱 빠르게 카일을 가졌고, 그녀의 손은 카일의 가슴을 사정없이 짓눌렀다.

    쾌락의 끝이 다가오자 비명과 함께 리첼이 먼저 경련하듯 몸을 떨었고, 곧이어 두 사람은 동시에 신음 소리를 터뜨리며 절정에 이르렀다.

    격하게 몸을 떤 뒤 리첼은 카일의 몸 위로 무너졌다.

    정신이 몽롱했지만, 겨우 몸을 일으킨 후 자신의 아래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남긴 여운이 그의 몸 안에 남아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그의 몸은 그녀의 안에서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카일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 싶어서 리첼은 그것을 살짝 자극했다.

    “이어서 계속하시겠습니까?”

    하지만 그는 당황하기는커녕 여유로운 미소만 지은 채 몸을 움직이려고 허리를 들었다.

    색다른 표정을 볼 거란 기대는 일순간 실망감으로 변했다.

    ‘어떡하면 여유가 사라지려나. 혹시 지금 그 얘기를 꺼내면 표정이 바뀔까?’

    문득 펠릭스가 알려준 이야기를 들려주면 카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그의 당황하는 표정을 볼 수 있을까.

    몸을 숙이자 그녀의 상체는 남자의 단단한 몸 위로 짓눌려 뭉개졌다. 쇄골 밑에 팔을 걸치며 아래를 바라보았다. 카일과 눈이 마주치자 리첼이 씩 웃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카일, 당신이 여성들과 사랑할 수 없는 몸이라고 말이에요.”

    그러자 그는 하려던 행위를 잠시 멈추었고 정말로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소의 무덤덤하거나 미소로 생각을 감추는 표정이 아닌 실제 마음이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성공이야!’

    원하던 표정이 나오자 리첼의 입에선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지금 이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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