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신전 안.
힐다는 사제들과 신도들의 구두를 닦는 일을 맡게 되었다.
원래는 신전 내에서 이런 봉사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밑바닥부터 생각을 고쳐먹으라는 의미에서 대신관이 특별히 만든 봉사 자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처벌을 받게 되었다며 불만만 가득했다.
성녀의 자리에 대한 미련은 원래 없었지만, 이렇게 아무런 이득도 없이 그 자리에서 내쳐질 거란 상상은 전혀 한 적이 없었기에 힐다는 억울했다.
약을 먹은 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개구멍을 통해 밖에 나가 친구를 만나야만 했다.
―뭐야? 네 상태 왜 그래? 이번에도 실패야? 나랑 상관없는 거 맞지?
겨우 참고 참아 만나러 갔더니 그는 정떨어지는 소리부터 지껄였다.
―이, 일단 도, 도와줘.
얄밉게 말하는 그가 못마땅했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약의 효과를 빼기 위해 그를 이용해야만 했다.
카일을 위해 어떻게 지켜온 순결인데. 저놈에겐 주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너 나중에 애 생겼다고 내 애라고 데려오지나 마라.
쓰레기 자식. 그래도 도와줄 이는 그 친구밖에 없었다.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고 싶은 충동이 컸으나 혹시라도 건달에게 잘못 걸렸다간 나중에 피곤해질 수 있으니 힐다는 겨우 참았다.
―너 참 못한다.
겨우 약에 풀려났다 했더니 친구는 끝까지 심한 말을 퍼부었다.
‘카일 사제님이었다면 달랐을 텐데.’
힐다는 카일을 생각하며 상처 난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순결도 잃고 성녀 자리도 잃었다.
‘차라리 순결이라도 잃지 않았으면 내쫓기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분해. 내가 뭘 잘못했다고!’
힐다는 원통한 마음이 점점 쌓여만 갔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봉사 시간을 채워야만 했다. 채우지 못하면 더 큰 벌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하루에 많은 신도들이 신발을 닦기 위해 힐다를 찾아왔다.
심지어 그동안 그녀가 시비를 걸었던 여인들까지도 찾아왔지만 여전히 카일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그가 사제를 그만두고 나선 신전에 아예 오지 않는 듯했다. 게다가 리첼의 얼굴도 보이질 않았다.
‘설마 둘이 나 몰래 만나는 건 아니겠지?’
힐다는 두 사람을 생각하면서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아니야. 그럴 리 없지.’
아닐 거라도 스스로 불안감을 없애려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