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66화 (66/110)
  • 11.

    ‘우리 어떤 사이예요?’

    카일이 방문하는 날 함께 차를 마시며 리첼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그에게 그 말을 묻고 싶어 입을 열었다 다무는 걸 반복했다.

    그러다 그 말을 하려고 용기를 내면 막상 목이 막힌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드릴 것이 있습니다.”

    카일이 그녀의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갑자기 리첼의 앞에 빨간 리본이 묶인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제 것 맞아요?”

    리첼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네.”

    ‘설마 내게 고백하려고 준비한 선물인가?’

    리첼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빨리 리본을 풀어 상자를 연 후 그 안을 확인했다.

    투명한 보석이 박힌 목걸이였다.

    ‘목걸이 선물이라니! 진짜 고백?!’

    아무래도 목걸이는 연인 간에 주고받는 선물이기에 리첼의 심장은 더욱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십니까?”

    “물론이죠!”

    리첼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카일을 바라보았고, 그의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쳤다.

    “피― 내 것은요?”

    그러자 리첼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리리스가 카일을 향해 서운한 눈빛으로 물었다.

    “당연히 드려야죠.”

    카일은 또 다른 상자를 리리스에게 내밀자 실망으로 가득 찬 리리스의 눈이 갑자기 초롱초롱 빛났다.

    리리스가 받은 선물도 리첼이 받은 것과 똑같은 목걸이였다. 그러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와아! 나도 언니랑 똑같은 거다!”

    리리스는 리첼이 받은 목걸이를 번갈아 보며 굳이 같은 거라고 강조했다.

    “….”

    리리스의 미소와 대조적으로 리첼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하긴 리리스 앞에서 내게만 줄 리가 없지. 좋다 말았네.’

    리첼은 그녀만을 위한 선물인 줄 알고 좋아했으나 아니란 걸 안 순간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카일은 레이나 것이라며 상자 하나를 더 내밀었다.

    ‘주려면 한꺼번에 줄 것이지. 왜 사람 착각하게 내게 먼저 줬을까….’

    리첼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울적해졌다.

    “혹시 아버지가 카일 님을 통해 제게 전해 주라고 하셨나요?”

    리첼이 실망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셋 다 똑같은 목걸이라니. 아버지가 주는 것만 같았다.

    “제가 직접 드리는 겁니다만?”

    리첼의 말에 카일은 오히려 의아한 듯 말끝을 올렸다.

    “설마 아버지께 도움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에 대한 표시인가요?”

    리첼의 말에 카일이 대답하려는 순간 리리스가 소리쳤다.

    “목걸이, 선생님께서 직접 리리스 목에 걸어주세요!”

    리리스가 카일에게 상자를 내밀며 부탁했다.

    “원하신다면 기꺼이.”

    카일은 자리에서 일어나 리리스의 옆으로 가서 무릎을 굽히며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어때요? 리리스 예뻐요?”

    리리스가 자랑하듯 몸을 한 바퀴 돌며 말했다.

    “그럼요.”

    그러자 카일이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리리스가 얼마나 예쁜지 가서 거울 보고 올래요!”

    신이 났는지 리리스가 거울을 보기 위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리첼 님도 직접 걸어드리겠습니다.”

    카일이 이번엔 리첼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리리스 잘했어!’

    생각지도 못한 리리스의 부탁 덕분에 카일이 리첼에게도 직접 목걸이를 걸어주는 것 같았다.

    게다가 리리스가 잠시 자리도 비웠으니 금상첨화였다.

    카일이 리첼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의 손길이 목을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리첼은 두근거렸다.

    몸이 살짝 떨렸지만 그가 이 떨림을 눈치채지 못했으면 했다. 목걸이를 걸자마자 갑자기 리첼의 귓가에 옅은 숨결이 느껴졌다.

    “제 생각이 날 때마다 착용해주신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

    카일의 예상치도 못한 말에 리첼은 당황하며 얼굴이 점차 붉어지는 것만 같았다.

    ‘생, 생각이 날 때라니.’

    “어머. 그러면 목걸이가 방구석 어딘가에서 굴러다녀도 난 몰라요.”

    마음속에선 매일 차고 다니리라 생각했지만, 입 밖으론 반대의 말이 나왔다.

    대답 대신 카일의 입가엔 슬쩍 미소가 번졌다.

    그날 이후 리첼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카일이 선물한 목걸이를 거의 매일 착용했다.

    “아가씨. 오늘 드레스와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목걸이 바꾸는 게 어때요?”

    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른 목걸이를 권했지만 리첼은 절대 목걸이를 바꾸지 않았다.

    “다른 색 드레스를 입으면 되지.”

    “그렇게도 목걸이가 마음에 들어요? 정 그러시다면 제가 별수 있나요.”

    리첼의 완고한 고집을 꺾을 수 없기에 비아는 그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입는 드레스의 색이 한정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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