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37화 (37/110)
  • 06.

    “이 이상을 원하십니까?”

    카일의 물음에 리첼은 눈물을 찔끔 흘리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그가 이 이상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지만 리첼은 그 이상을 원했다. 이젠 진짜로 참을 수가 없었다.

    처음 느끼는 감각은 흥분할수록 더 큰 쾌락을 요구하고 있었다.

    깊은 곳까지 그가 닿길 원했다. 그 바람이 너무나 간절했다.

    실컷 자신을 애태우는 손길에 자극을 느낀 리첼은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버둥거리다가 순간 놀랐다.

    ‘어라….’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그녀의 무릎이 닿은 곳을 향했다. 옷 속에 숨겨져 있지만…….

    게다가 카일도 자신의 몸을 보고 놀란 눈치였다. 마치 그도 자신의 반응을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사제님이 내게 이끌리기라도 한 걸까.’

    그녀의 몸에 카일이 반응하자 리첼은 기쁘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내가 생각할 땐 아마 상대방도 네게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 그대로 말이야.

    문득 밀리아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그에게 몸의 이끌림을 느꼈을 때 카일도 같은 감정을 느꼈나? 그래서 그의 냉랭했던 눈빛이 달라진 걸까?’

    리첼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카일의 눈을 바라보는 사이에 버클을 푸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에 놀란 그녀가 시선을 내리자 엄청난 광경이 보였다.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졌고 겁이 났다.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의 것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목걸이 색이 변했다 해도 저게 맞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두 눈으로 자세히 보아도 리첼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자… 잠깐만요.”

    그대로 그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리첼은 얼른 자신의 다리를 오므리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카일의 손이 그녀의 움직임을 제압했다.

    리첼은 황급히 그의 행동을 멈추려고 소리쳤다.

    “저, 처음이에요. 그러니. 처, 천천….”

    “저도 처음입니다만…?”

    그러나 리첼의 말소리는 카일의 말에 막혀버렸다.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올 줄은 전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리첼이 놀란 사이에 카일이 그녀에게로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목걸이가 잘못 알려줄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분명 궁합이 맞다고 나왔는데… 하지만 리첼의 걱정은 곧 사라졌다.

    두려움은 곧 쾌감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솔잎 향과 딸기 향이 뒤섞여 청량하고도 달콤한 향을 자아내는 것만 같았다.

    몸 안의 부족한 그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만족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생경한 감각을 느꼈다.

    “자… 잠깐!”

    또다시 리첼은 카일에게 멈추라고 소리를 질렀다. 입맞춤이 달콤했기에 몸을 합칠 때도 달콤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 안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약의 효과가 아직 남아있어서 그런지 리첼의 몸은 민감했다.

    카일이 천천히 그녀를 안을 때마다 찌릿찌릿 온몸에 전기가 관통하는 것만 같았다.

    너무나 강렬했기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었지만 카일은 멈추지 않았다.

    리첼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다가 멈췄다.

    “키, 키스해 주세요.”

    리첼이 말을 마치자마자 카일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과 맞닿았다. 곧이어 거친 숨결이 그녀의 안을 휘저었다.

    위아래로 몰아치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몸은 더더욱 불타올랐다. 카일 또한 그녀의 감정을 느끼기라도 한 듯 움직임이 점점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움직임 때문인지 그가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쾌감이 몸속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붙었던 입술이 떨어지자 리첼과 카일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야릇한 얼굴을 보자 리첼의 입에선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녀만 알고 있는 카일의 얼굴이라 생각하자 뭔가 기분이 뿌듯했다. 남들도 알고 싶어 하는 비밀을 혼자만 알고 있는 기분이었다.

    리첼이 흐뭇한 미소를 짓자 카일도 덩달아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함께 절정에 이르렀다.

    가쁜 숨을 내쉬며 카일이 리첼의 옆에 누웠다. 그 역시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래. 이거였어.’

    만족감을 느낀 리첼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토록 궁금했던 호기심이 이제야 풀린 기분이었다.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드디어 깨달았다. 몸과 정신이 충만한 기분이었다.

    ‘엘시아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그런 황홀한 표정을 지었을까?’

    이제야 리첼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카일을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 안에는 황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이전에 엘시아에게서 느꼈던 표정 그대로였다.

    “아하하.”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엘시아와 같은 표정이라니 우스웠다. 하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리첼이 웃자 카일의 손이 그녀의 뺨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의 살갗이 닿자 갑자기 몸 안이 허전하다고 느껴졌다.

    ‘약 때문인가?’

    이대로 끝낼 순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리첼은 카일의 위로 사뿐히 앉았다.

    카일은 잠시 놀란 듯 보였지만 곧이어 당황스러워하는 눈빛은 욕망을 드러낸 수컷의 눈빛으로 변했다.

    “공녀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마음껏 움직이십시오.”

    카일의 말에 리첼은 용기를 얻었다.

    그와 몸을 섞을수록 마치 자석처럼 달라붙는 것 같았다. 원래 서로 한 몸이었던 것처럼.

    리첼은 자신의 아래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평소엔 거의 무표정인 그가 그녀의 앞에서 시시각각 표정이 변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그녀를 더욱더 자극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부드러운 미소, 그의 온기, 뿜어져 나오는 색기, 살짝 찡그리는 주름마저 리첼, 그녀만의 것이었다.

    특히나 아래에서 바라보는 녹아내릴 듯 달달한 미소가 그녀를 더욱 미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리첼의 움직임은 더더욱 격렬해졌고, 어느 순간 그들은 피부를 맞대고 땀범벅이 되어 오로지 쾌감만 느끼고 있었다.

    농후한 밤. 창틀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마저 야시시한 기분이었다.

    강렬한 욕망으로 가득 찬 쾌감에 밤새도록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온몸을 맡겼다.

    밖에서 기도 소리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리첼은 천천히 눈을 비볐다.

    ‘뭐지?’

    눈을 뜨자마자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머릿속이 개운하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맑고 산뜻하며 온몸에 생기가 돌았다.

    의아함을 느끼며 리첼은 덮고 있던 이불을 거두었고, 상체를 일으키려는 순간 몸이 무겁고 뻐근함을 느꼈다.

    온몸에 근육통이 걸린 것만 같았다. 그중에서 특히나 허리가 제일 쑤셨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

    그녀의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게 닦여 있었고, 얇은 속옷 하나만 입고 있었다.

    잠에 취한 사이 카일이 몸을 닦인 후 옷을 입힌 것 같았다.

    그가 눈을 뜨기 전에 얼른 옷을 입었다. 그런 다음 침대에 살짝 걸터앉아 여전히 자고 있는 카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이렇게 선이 고운 남자는 처음 보았다.

    리첼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찬찬히 쓸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 그와 밤을 보낼 줄이야.’

    아프지만 좋았다.

    그게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지난밤을 생각하니 부끄러우면서도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손끝의 차가운 온도가 따스한 뺨에 전해졌는지 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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