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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36화 (36/110)
  • 06.

    이상한 갈망의 물결이 밀려 들어와 제정신을 찾을 수 없지만 그 와중에 해독제를 찾지 못하는 카일의 실망한 뒷모습이 언뜻 보였다.

    “죄송합니다. 해독제가 보이지 않는군요.”

    카일이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돌리다 멈칫했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곤 황급히 몸을 돌렸다.

    “내… 내 몸이 점점 더 이…상해요. 이젠 차… 참을 수 없어요. 당…신이 저를 도… 도와줄 수 없으니 얼른 다… 다른 누구 좀 불…러주세요. 제… 제발요. 이…러다 진짜 이… 이상해질 것 같아요.”

    리첼은 이젠 진짜 참을 수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몸은 점점 더 달아올랐고,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계속되니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묘한 감각을 참는 건 고통이었기에 겨우 힘을 낸 리첼이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지만.

    “아니요. 부르지 않겠습니다.”

    카일의 입에선 예상외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리첼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찬찬히 훑어보는 카일의 야릇한 시선을 느꼈다.

    리첼은 그제야 자신이 반나체 상태로 그의 앞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부끄러움이 밀려와 손으로 몸을 가렸다. 시선을 받을 뿐인데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제…발요. 부, 불러주세요. 해독제 어, 없다면서요?”

    다른 이는 부르지 않겠다는 카일의 말에 다시 해독제를 찾은 걸까 희망을 가지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대신 그녀의 입술에 어느새 다가온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닿았다.

    “읍….”

    카일의 입술은 보드라웠고 입안에선 그의 몸에서 나는 솔잎 향이 났다.

    상쾌한 느낌이 좋아 리첼은 자신의 입술을 더욱 맞대었다. 부드러운 키스에 몸이 기분 좋게 저렸다.

    하지만 평소보다 민감해진 리첼은 조심스레 다가오는 남자의 입술을 마구 빨았다. 단지 입술을 맛보는 것뿐인데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가슴은 쿵쾅거리며 뛰다 못해 터져버릴 것만 같았고 얼굴은 붉어지다 못해 화산이 폭발하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은 격정의 소용돌이가 몰려오며 일순간 숨이 멎은 듯한 기분이 들 때쯤 겹쳐졌던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입맞춤이라 리첼의 머리는 지금의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경직된 채 꼼짝 못 하는 그녀에게 카일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손이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 미소는 반칙이야.’

    부드러운 미소와 뜨거움이 담긴 깊은 눈동자는 마치 리첼을 유혹하는 듯 보였다. 이 이상했다간 그녀가 모르는 세상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그 상대가 카일이라서 기쁘긴 했지만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그가 앞으로 성직자를 꿈꾸는 몸이라서 그럴 것이다.

    카일과 눈이 마주치자, 몸은 여전히 고통스럽지만 리첼은 그를 거부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를 돕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의지가 아니라.

    “이… 이상은 안… 돼요. 앞으로 사… 사제가 되실 몸…이잖아요. 감사…했어요. 저는 이… 이만 가 봐도 될 것… 같아요.”

    리첼은 애써 괜찮은 척하려 했다. 그래야만 지금 여기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카일의 입에선 예상치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네?”

    리첼이 그의 말에 잠시 놀란 사이 그의 입술이 다시 그녀와 포개졌다.

    살짝 닿기만 한 방금 전의 입맞춤과는 달리 이번엔 카일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입 안으로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카일의 손은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안고 있었고 다른 팔은 그녀의 살결을 조심스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키스는 점점 더 격렬해지기 시작하며 그가 맹렬히 그녀를 덮쳐왔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자극 때문인지는 몰라도 머리가 멍해져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리첼은 저도 모르게 야트막한 신음소리를 냈지만 소리는 그대로 그녀의 입안으로 삼켜졌다.

    연속해서 이어지는 끈적이는 키스로 인해 입안에 뜨거운 열기가 찼고, 점차 숨이 가빠졌다.

    “자….”

    말을 하려 했지만 그가 그녀를 격렬하고 집요하게 얽었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또다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할 말은 있지만, 그의 키스가 너무 달콤해서 몸속까지 녹아내릴 것만 같았기에 리첼은 조금 더 그를 맛보고 싶었다.

    격렬하게 탐하던 키스는 어느새 다시 부드러워졌다. 기분 좋은 키스에 리첼은 그와 떨어지기 싫었지만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자 잃었던 이성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진짜 안 돼. 이 이상 할 수 없어.’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카일의 가슴을 밀어냈다. 그러자 원래 하나였을 것 같은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아쉬움이 남지만 리첼은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성이 남아있을 때 말이다.

    계속했다간 진짜로 그녀가 이성을 잃고 그를 덮칠 것만 같았다. 자제할 수 없는 충동이 생기기 전에 그녀는 멈춰야만 했다.

    “…이제 그, 그만해요.”

    달뜬 숨을 내뱉으며 리첼이 카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제가 당신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만하자고 하는 겁니까?”

    귓가에 뜨거운 숨이 느껴지는 동시에 그의 손이 그녀의 속옷에 닿았다.

    카일이 제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황급히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아… 안 돼요. 당…신의 목표를 짓밟을 순 없잖아요.”

    “급한 상황일 땐 신께서도 이해해주실 겁니다.”

    생각 외로 카일은 단호하게 말했다.

    신이 그런 걸 이해할 수 있다고?

    그 와중에 리첼은 의문점이 들긴 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리첼은 의아한 얼굴로 가리던 손을 내려 카일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반짝거리던 흑안이 더욱 까매지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동시에 남자의 손이 리첼의 은밀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그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만지는 건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그의 손길에 그녀의 몸이 제멋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녀가 만졌을 땐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카일의 손과 내 손은 뭐가 다른 걸까?’

    잠시 생각하는 사이 그의 손이 더욱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만하자고 하는 사람치곤 꽤나 격하게 반응하시는군요.”

    카일의 짓궂은 목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놀리는 것 같았다.

    “약 때문이에요. 효과가 가, 강력한 것 같아요.”

    리첼은 애써 약 탓으로 돌렸지만, 약의 향을 맡지 않았어도 자신의 몸이 격하게 반응했을 것만 같았다.

    카일이 빙그레 웃더니 그대로 리첼의 마지막 남은 옷을 벗겼고, 잠시 그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다.

    ‘나도 보지 못한 곳을 카일이 바라보고 있다니….’

    “보… 보지 마세요.”

    리첼은 제 손으로 가리려 했건만 카일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아 침대 위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쾌락에 리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분명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던 곳인데 그이 닿자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리첼은 자신도 모르게 잡고 있던 이불을 흐트러뜨리며 더욱 발버둥을 쳤다.

    카일은 신음하며 쾌락에 빠진 리첼을 오묘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 리첼의 얼굴이 붉어지는 건 희열 때문인지 수치심 때문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분명한 건 그의 손길에 그녀의 몸이 멋대로 반응하며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격렬해서 느껴본 적 없는 전율이 온몸에 솟구쳤다.

    그 순간 짧은 절정을 맞이한 모양이었다. 그대로 몸에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이제 좀 괜찮아지셨습니까?”

    카일의 물음에 리첼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았지만 아직은 무언가가 부족했다. 약이 아직도 그녀의 몸 안에 남아서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여전히 몽롱한 상태에서 리첼의 나른한 눈동자는 카일을 향했다.

    그 짧은 순간 눈물이 살짝 나왔는지 그의 모습이 살짝은 흐릿하게 보였다.

    그러자 카일의 부드러운 손길이 그녀의 눈가를 쓸었다. 그도 그녀의 눈물방울을 본 것 같았다.

    “그럼 이만 끝낼까요?”

    아까까지만 해도 리첼이 끝내려 했건만, 이번엔 카일이 끝내려 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고 생각한 듯했다.

    “아뇨… 이, 이어서 계속…해 주세요. 그… 그걸론 제가 진정이 안 될 것 같아요. 으흑.”

    부끄럽지만 리첼은 이젠 그에게 솔직히 말해야만 했다. 직접 말하지 않는다면 카일은 진짜 이대로 끝낼 것만 같았다.

    이대로 아쉬움이 남은 채로 끝낼 순 없었다.

    여전히 몸은 떨렸고, 카일의 눈빛만으로도 몸 안 깊숙이 숨겨 놓은 꿀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그러니 그녀가 느끼는 그대로 그에게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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