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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32화 (32/110)
  • 06.

    짙은 어둠이 깔린 밤.

    리첼은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복면을 두른 채 기사 두 명과 함께 있었다.

    성녀와 다투고 있는 사이 그녀는 프랭크에게 밤에 몰래 신전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알아 오라고 시켰고, 신전을 둘러싼 수풀 벽 가운데 한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그 구멍이 크진 않아서 여성이나 덩치가 작은 남성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

    “내가 직접 갈게.”

    “안 됩니다. 위험할 수 있어요.”

    리첼이 직접 목걸이를 찾으러 간다는 말에 기사들이 반대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신전을 둘러싼 벽이 높아서 그 벽을 넘기 힘들잖아. 그러니 쉽게 가려면 내가 직접 가는 게 낫지.”

    “덩치가 작은 다른 사람들을 시켜도 될 텐데요.”

    “내가 직접 가고 싶어.”

    결국 기사들은 리첼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그녀 혼자 가기로 결론을 지었다.

    “다행히 성녀님께서 머무시는 방 천장 사이에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목걸이 위치를 확인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위치만 확인하시길 부탁드립니다.”

    프랭크의 말에 리첼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되었는지 그는 계속 아무것도 하지 말란 말만 반복했다.

    리첼은 성기사들의 눈을 피해 기사들이 알려준 건물로 들어갔고, 벽난로를 통해 위로 올라가 천장의 틈을 기어갔다.

    조금 기어가다 보니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게 대체 뭐람?”

    고개를 숙여 방 안이 보일만 한 구멍을 찾아보았다. 요리조리 둘러보니 아주 작지만 그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이 보였다.

    리첼은 한쪽 눈을 감고 손톱만큼 작은 구멍에 얼굴을 들이밀어 그 안을 바라보았다.

    언뜻 주황 머리 여성이 보였다. 신전에 여성은 성녀 한 명이니 그녀가 맞을 터였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성녀의 손에는 무언가 투명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리첼의 목걸이였다.

    낮엔 뻔뻔하게 훔친 적 없다더니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몰래 목걸이를 들고 있었다.

    성녀의 뻔뻔한 태도에 리첼은 할 말을 잃었다.

    “아무래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왜 기억이 안 나는 거야!”

    그런데 어째서인지 성녀는 목걸이를 본 적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다고 들었건만 그녀가 어떻게 목걸이를 아는 눈치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는 성녀의 목소리를 더욱 자세히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뭔가 특별한 힘이 있을 것 같은데 알 수 있는 방법 없나?”

    성녀는 목걸이를 빙빙 돌려보기도 하고 보석을 톡톡 두드려보기도 했다. 해봤자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했는지 그녀는 볼멘소리를 하며 자신의 보석함에 목걸이를 넣었다.

    그 장면을 똑똑히 지켜본 리첼은 최대한 소리 내지 않도록 노력하며 건물을 빠져나왔다.

    다음날 목걸이를 되찾기 위해 리첼은 다시 신전으로 향했다.

    성녀의 시간은 거의 일정했다. 시간마다 예배를 드렸고, 중간중간 교육 시간과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오후 예배에 그녀가 참석한다는 걸 안 리첼은 그 시간을 택했다.

    하루 세 번의 예배 중 제일 오랫동안 진행되기에 몰래 성녀의 방에 들어가기 딱 좋은 시간대였다.

    ‘어제 목걸이가 있는 위치도 알아놨으니 얼른 가서 들고 오기만 하면 돼.’

    일단 분홍 머리는 튈 수 있으므로 덜 튀는 갈색 가발을 썼다.

    비아가 대신 들어가겠다고 했지만 리첼은 본인이 가겠다고 우겼다. 위치도 확인했기에 그녀는 직접 찾아오고 싶었다.

    다행히 예배 시간이라 사제들과 성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의 시선을 피해 리첼은 성녀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또각또각]

    어젯밤 눈에 익힌 서랍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의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의 발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몸을 숨겨야만 할 것 같았다. 들킬 수도 있기에 리첼은 황급히 성녀의 침대 밑 공간으로 일단 몸을 숨겼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또각또각 걸어오던 발걸음이 멈추었고 뒤따라오던 발걸음도 동시에 멈추었다. 곧이어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하필이면 왜 지금 찾아오는 건데!”

    화가 잔뜩 난 성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배 시간일 텐데 어떻게 들어온 걸까. 그것도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라니. 뭔가 좀 수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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