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31화 (31/110)
  • 05.

    “공녀님 무슨 일이십니까?”

    말소리가 커지자 어느새 대신관이 다가왔다. 그 뒤로는 고위 사제들의 모습도 보였다.

    신전 안이 시끌벅적해지자 무슨 일인지 보러 온 모양이었다.

    “어제 레녹스가에 성녀님이 오셨는데 말도 없이 제 목걸이를 가져가셨더군요. 그래서 돌려달라고 요청하러 왔습니다.”

    리첼은 대신관에게 인사를 한 후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공녀님의 말씀이 사실입니까, 성녀님?”

    “마…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내가 왜 남의 물건을 가져가요? 증거 있어요?”

    대신관 앞에서도 성녀는 뻔뻔하게 거짓말했다.

    “증인이 있다고 했잖아요. 지금 돌려주시면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돌려주시죠?”

    “난 모르는 사실이에요.”

    리첼과 성녀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자 대신관은 중간에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표정이었으나 그의 불안한 눈동자가 자꾸만 성녀를 향했다.

    “성녀님, 그런데 어젠 왜 공작가를 방문하신 건가요? 초대받으셨나요?”

    그때 의아함을 느낀 사제가 성녀에게 물었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자 성녀는 대답 대신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제 나를 막무가내로 내쫓은 건 공녀님이었잖아요. 무례하게 행동해놓곤 이제 와선 무작정 날 도둑으로 몰아요? 공작가면 다예요? 성녀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냐고요!”

    그녀는 정말 억울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카일 사제님의 서신을 빼돌려 레녹스가에 쳐들어온 사람이 누군데 그래요?”

    성녀의 말도 안 되는 거짓말에 기가 막혔다. 반박하려다 리첼은 급하게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녀가 서신을 빼돌렸다는 증거는 없으니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 적 없어요. 축복을 내려주러 간 것뿐이라고요! 전 억울해요.”

    성녀는 이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의 눈물을 보자 다른 사제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지난번처럼 머리채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리첼은 꾹 참았다.

    대신관의 난감한 표정을 계속 지켜보기 미안하기도 했고, 자신 때문에 일정이 지체되는 것 같아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목걸이가 없어지자 이성을 잃고 달려왔기에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진 못했다.

    “공녀님. 지금으로선 바로 결론이 날 것 같지 않으니 제게 상황을 확인할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곧바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보니 대신관이 먼저 양해를 구했다.

    “알았어요.”

    대신관의 부탁에 리첼은 일단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보는 시선이 많으니 지금은 말이다.

    오늘은 그냥 성녀가 그녀의 목걸이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서 온 것뿐이었다.

    일단 목표는 달성했으니, 성녀를 바라보는 대신관의 떨떠름한 표정을 확인한 후 리첼은 레녹스가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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