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도 나랑 맞춰 볼래요?-18화 (18/110)
  • 03.

    한참을 구경하던 중 펠릭스가 사람이 줄 서 있는 가게로 향했다.

    “이거 한번 먹어 볼래요? 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에요.”

    ‘인기 있는 상품이라니. 당장 먹어야지.’

    “네!”

    뭔지 모르겠지만 인기있다는 그 말에 리첼은 기대감을 품고 밝은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래요?”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펠릭스는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로 재빨리 달려갔고, 몇 분 후 손에 작은 주머니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드셔보세요.”

    펠릭스가 주머니에서 꺼내서 건네준 건 둥근 초콜릿이었다. 그는 어서 먹어 보란 듯 손짓했다.

    초콜릿을 입안에 넣고 씹는 순간 진하고도 달콤한 향이 입안 곳곳에 퍼졌다.

    “맛있어요!”

    리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자 펠릭스는 몇 개 더 건네주었다.

    달달한 맛에 기분이 좋아지려는 찰나 갑자기 머리가 핑 돌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펠릭스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거 아세요? 이 초콜릿엔 술이 조금 들어가 있대요.”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초콜릿 안의 술의 도수가 꽤 셌는지 약간 취기가 오르는 것 같았다. 아니면 연속해서 5개를 먹어서 더 빨리 취한 것일 수도 있었다.

    “우리 잠시 쉴래요?”

    그래서 그녀는 펠릭스의 제안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마을 언덕 위에 있는 나무 앞에 나란히 앉았다. 발밑에는 여전히 북적이는 사람들과 상점의 천막들이 보였다.

    그 순간 서늘한 바람이 리첼의 머리를 스치며 살랑거렸다. 그제야 온몸에 찌르르하게 퍼진 술기운이 가시는 것만 같았다.

    “제 장난이 조금 지나쳤죠? 이렇게까지 비틀거릴 줄은 몰랐어요. 미안해요.”

    펠릭스는 미안하다는 듯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여전히 술기운이 남아있었지만 리첼은 정말로 괜찮았다.

    조금 더 쉬면 나아질 것 같아 손으로 얼굴을 계속 부채질하였고, 그런 그녀를 펠릭스가 빤히 바라보았다.

    “왜….”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지자 리첼이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펠릭스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졌고, 귓가에 대고 그가 작게 속삭였다.

    “지금 당신 모습 너무 아름다워요. 당신과 사랑을 하고 싶어요.”

    몇 번 만나지 않았는데 펠릭스에게서 벌써 고백과 비슷한 말이 흘렀다.

    펠릭스의 진지한 얼굴과 마주 보자 리첼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아… 아직은.”

    갑작스러운 말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긴 했지만, 사랑이라니…. 아직은 부담스러웠다.

    “갑자기 제 말에 부담스러웠죠? 내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난 기다릴 테니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봐요. 하지만 나도 쉬운 마음으로 하는 소리 아니에요. 몇 번을 망설였지만, 얼른 당신에게 내 마음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펠릭스는 난감한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또다시 귓가에에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키스하고 싶어요. 마음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이건 허락해 줘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실망이라니. 리첼은 그 말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달콤하게 조르는 그의 목소리에 취했는지 아니면 술에 취했는지 모르겠지만, 살짝 설레었다.

    “키스는 입만 맞추면 되는 거 아니에요? 실망할 게 있나…?”

    리첼이 피식 웃었다.

    키스란 단지 입만 맞추는 거 아닌가. 실망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순진하긴요. 혀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줄게요.”

    펠릭스는 미소를 머금으며 살며시 그녀의 뺨에 손을 얹었다.

    “혀를 사용한다고요?”

    그의 말은 리첼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펠릭스의 엄지손가락이 천천히 리첼의 입술을 쓸었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것도 잠시, 그의 손은 그대로 내려와 턱을 눌렀다.

    입이 살짝 벌어지자 그 순간 그녀의 입안으로 엄지손가락이 들어왔다.

    “제 엄지손가락을 따라 당신의 혀를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남자의 손은 그녀의 입안 곳곳을 부드럽게 자극했다. 그의 손길은 간지럽기도 하고 애가 타기도 했다.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리첼은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시키는 대로 혀를 움직였다. 어느새 그의 손은 그녀의 타액으로 끈적거렸다.

    “그래그래. 천천히… 잘하네요.”

    펠릭스는 씩 웃었다.

    시키는 대로 하긴 했지만 자신이 지금 잘하고 있는지 알 순 없었다.

    하지만 이따금 그의 손가락이 스치는 부분 때문에 몸이 움찔거렸다.

    “연습했으니 이젠 실전으로 들어가 볼까요? 당신의 요염한 표정을 보니 저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손이 입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교대하는 것처럼 펠릭스의 혀가 리첼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리첼은 갑자기 안으로 침입하는 그의 것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었다.

    “으읍.”

    스치는 숨결이 뜨거워서 바로 숨이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손이 들어왔을 때와는 다른 감각이 밀려왔다.

    연습했던 것처럼 리첼은 그를 따라 움직였고 곧이어 서로의 혀가 얽히며 뜨거운 열기가 밀려왔다.

    ‘숨이 막혀.’

    숨을 쉴 수 없었다. 술 때문에 몸이 달아오르는 걸까.

    초콜릿을 먹고 난 이후라서 그런지 펠릭스의 입맞춤은 달콤했고 그에게선 화사한 장미 향이 났다.

    “!”

    한참을 끌려다니던 리첼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술이 깬 모양이다.

    ‘그를 완전히 받아들인 것도 아닌데. 갑자기 무슨 짓을 한 건지.’

    “죄송해요. 이, 이만 가봐야겠어요.”

    정신을 차린 리첼은 황급히 펠릭스를 밀어내며 일어났다.

    “잠깐. 잠깐만요.”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리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기하고 있는 마차를 향해 달려갔다.

    “….”

    그날 저녁 리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후 멍하니 손으로 그녀의 입술만 천천히 매만졌다.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감각이 계속 입술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첫 키스. 그리고 그 떨림… 처음이었다.

    호기심, 수줍음, 관능, 쾌락. 이 모든 것이 뒤범벅되어 그녀의 머릿속을 휘젓는 것 같았다.

    그러자 점점 심장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고, 고요한 방 안엔 그녀의 심장이 뛰는 소리만 들려왔다.

    ‘펠릭스….’

    리첼은 요염한 미소를 지었던 펠릭스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는 그녀가 모르는 세계를 알고 있었고 조금씩 그녀를 그 세계로 안내하는 것만 같았다.

    며칠 후 펠릭스에게서 또다시 만나자는 서신이 왔다. 서신에 그의 이름이 적힌 것만으로도 이젠 리첼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천천히 서신을 읽어보았다.

    <황실 무도회 파트너로 당신이 저와 함께 참석해 주신다면 기쁠 것 같아요. 당신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릴게요.>

    펠릭스가 무도회 파트너 신청을 했다.

    ‘어쩌지?’

    리첼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