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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안의 살림꾼-202화 (202/228)

던전 안의 살림꾼 202화

* * *

“오늘 훈련은 평소보다 30분 늦게 끝날 예정이래요!”

“다행이다. 숨 좀 돌리면서 할 수 있겠네요.”

“희나, 앉아서 좀 쉬어요. 땀도 좀 닦고.”

“이거…… 코울슬로만 마저 버무리고요.”

희나는 커다란 엄청난 양의 샐러드를 커다란 삽으로 뒤집어 버무렸다.

힘이 꽤 들어가는 작업이었지만, 바야흐로 A급 살림꾼이 된 희나의 스탯은 상당해져서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낼 만했다.

‘힘센 거 최고다! 지치질 않네!’

희나는 코울슬로를 완전히 버무린 후에야 끙차, 하고 기지개를 켰다.

“아유, 개운해라!”

그런 희나를 본 조리팀 팀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희나는 가끔 보면 일중독처럼 보일 때가 있어요.”

“일중독 같은 게 아니라 정말 일중독 맞는 것 같은데요.”

조리팀 나오미가 흰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 주며 희나를 걱정했다.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에요? 식사 준비 외에도 하는 일이 많다면서.”

“휴게실도 관리하고, 헌터들 사고 치는 것도 중재하고, 간식도 만들고, 잠도 재우고…….”

“에이, 괜찮아요.”

희나는 손을 휘휘 저었다.

“헌터님들도 다 친절하고, 이 정도면 점잖은 편인걸요.”

반년 전쯤, 청룡 길드에서 개최한 헌터 협회 회동 때 있었던 소동들을 떠올려 보면 여기 헌터들은 천사나 다름없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사고도 하루에 몇십 번 정도밖에 안 일어나잖아. 거기다 주변 더럽힌 것도 자기들이 알아서 치우고! 아, 주변에 거의 나무밖에 없어서 부서질 게 거의 없긴 하지.’

……어쩌면 기대하는 게 너무 적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SSS급 게이트가 열릴 섬에 도착한 지 한 달여.

희나는 섬 안의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섬에서는 외부 통신이 불가능했다. SSS급 던전의 조기 활성화는 극비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주는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에겐 고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어떤 헌터는 이렇게 말했다.

‘악! 빨리 던전이나 들어가고 싶다! 거긴 인터넷은 안 터져도 쌈박질 잔뜩 할 수 있어서 지루하진 않다고! 목숨 걸고 피 터지게 싸우고 싶어! 뭐든 자극이 필요해!’

……아무튼, 인터넷이 없으니 사람들이 즐길 거리란 건 간단한 게임, 독서, 대화 정도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에 헌터들의 칙칙한 일상을 반짝 빛내 주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먹는 즐거움’이었다.

섬에 도착한 첫날, 희나가 타 준 믹스 커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얼마나 화제가 되었던지, 반입 물자에 따로 커피 믹스가 추가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희나의 커피 맛을 본 헌터들은 그 맛에 만족하지 못했고, 희나는 그들을 위해 몇 번 더 커피를 타 주었다.

섬 전체에 ‘눈이 번쩍 떠질 정도로 손맛이 엄청난 사람이 있다더라’는 소문이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자극에 목마른 헌터들은 희나의 손맛을 궁금해하며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신세계를 맛보았다…….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습니다.’

강진현은 반쯤 체념한 듯, 울적하게 중얼거렸고 말이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본부에서 희나를 호출했다.

희나는 손맛 스킬을 대용량 식사 조리에도 발휘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다.

‘상급 헌터들이다 보니 워낙 입맛이 까다롭습니다. 때문에 배식한 식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인원이 많은데, 이희나 씨의 스킬이라면 전체적인 만족도를 올릴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거절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이 맛이 바로 손맛’ 스킬로 헌터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다면 희나는 얼마든지 협조할 의사가 있었다.

동료 헌터들의 사기 진작은 곧 강진현의 안전을 의미하기도 했으니까!

‘거기다 엄청난 급료까지!’

희나는 이제 어지간한 금액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상부에서 제안한 대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다…….’

……희나는 그렇게 조리팀의 어시스턴트로 참여하게 되었다.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재료를 썰고, 음식 간을 보는 등 간단한 도움만 주었는데도 손맛 스킬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물론 희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음식보다야 맛이 떨어지긴 했지만, 헌터들은 식사의 질적인 향상에 상당히 만족했다.

희나의 유명세에 불을 붙인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친분 있는 헌터들을 위해 조리실에서 간단한 간식을 만들어 나누어 준 것을 계기로 인기가 부쩍 올랐다.

거기다 희나는 휴게실에 침대를 배치하기를 건의하고, 안락한 침상 스킬을 아낌없이 베풀었다.

이 또한 헌터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야 사람들이 우리 진현 씨를 잘 지켜 주지!’

덕분에 희나는 매일같이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쿠키도 다 식은 것 같으니까 챙겨서 나가 볼게요!”

희나는 오늘 치 간식으로 구워 둔 쿠키를 커다란 통에 나누어 담았다.

“희나는 손이 정말 빨라요. 저 산더미 같은 쿠키를 혼자 다 만들었다니.”

“살림꾼 스킬 덕분에 그래요.”

“하긴. 집중할 때는 손이 안 보인다니깐.”

“별말씀을요.”

이런저런 농담과 함께 작별 인사를 건넸다.

희나는 쿠키 상자를 휴게동 한구석에 잘 숨겨 놓고는, 남자 숙소로 향했다. 강진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숙소 건물은 조용했다. 다들 훈련이 끝나자마자 주린 배를 붙잡고 식사하러 가기 때문이다.

‘진현 씨는 도착했으려나?’

희나는 노크와 함께 강진현의 숙소 문을 열었다.

참고로 그는 몇 안 되는 S급 헌터라 1인실을 받아 사용하고 있었다.

‘다행이지. 룸메이트라도 있었으면 일이 복잡해졌을 거야.’

왜냐하면 강진현은 희나와 ‘홈 스위트 홈’에 돌아가서 함께 밥을 먹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강진현용 도시락을 따로 싸서 제공한다고 말해 두었다.

반발은 없었다. 애당초 희나는 강진현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온 인원이다. 헌터들을 위해 이런저런 일을 맡아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국이었다.

“오셨습니까?”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강진현이 촉촉한 모습으로 희나를 맞아 주었다.

‘어차피 오후에 또 땀 흘릴 텐데, 매번 씻고 나오네.’

물기 젖은 강진현은 묘하게 눈을 끄는 매력이 있었으니, 희나로서는 고마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무슨 훈련 했어요?”

“바닷가에서 수속성 마수 대비 훈련을 했습니다. 고역이었죠. 희나 씨는 오늘 어땠습니까?”

“저야 늘 비슷하죠. 조리팀 사람들이랑 점심이랑 간식 준비하다 왔어요. 오늘 간식은 쿠키예요. 아주 맛있게 잘 구워졌어요. 몇 개 가져왔으니까, 식사 끝나면 줄게요.”

희나는 종알종알 떠들며 홈 스위트 홈 현관문을 열었다.

「☆웰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오색이가 희나를 반겨 주었다.

“기다렸어! 밥 식겠다! 빨리 와서 앉아!”

희원도 반색하며 두 사람을 식탁에 앉혔다. 어제 희나가 미리 해 둔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데워져 있었다.

“잘 먹을게, 오빠.”

“네가 만든 거 꺼내 두기만 하면 되는 건데, 인사는 무슨.”

희원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수저를 들었다.

……아니, 들려고 했다.

눈앞에 번쩍 뜬 시스템 알림에 희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악! 이놈의 빌어먹을 세계수!”

희원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아이고 예쁘고 귀여운 우리 세계수!”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온실을 향해 뛰어갔다.

“너희 먼저 먹고 가라! 그릇은 싱크대에 넣어 두고!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까!”

희원은 아련한 외침과 함께 온실 안으로 사라졌다.

챠쟙, 챠쟙, 챠쟙…….

바둑이도 희원을 따라 휘청휘청 달렸다. 뿌리를 헛디디는 게, 상태가 영 좋아 보이진 않아 걱정스러웠다.

희나는 안쓰러움을 담아 온실 문을 바라보았다.

“오빠,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걸까요? 세계수 육아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바둑이도 영 시들해 보이고.”

“그러게 말입니다. 염려되는군요. 회복 포션이라도 놔두고 갈까요?”

“그럼 고맙고요.”

희원은 점심, 저녁 두 끼 챙기랴, 세계수 비위 맞춰 키우랴,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할 듯 보였다.

‘여기 남을 걸 그랬나……? 아니야, 그래도 진현 씨가 우선이지. 이건 진현 씨 안전이 걸린 일이잖아.’

역시 혈육의 과로보다는 연인의 안위가 먼저다.

희나는 희원이 들으면 서러움에 눈물 흘릴 만한 생각을 대수롭지 않게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평범한 하루였다.

17. SSS급 던전과 살림꾼

강진현은 살벌한 기세로 거대한 몬스터를 베어 넘겼다. 마지막 일격이었다.

몬스터는 공격받자마자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환영 마법으로 만든 가짜였기 때문이다.

“오늘따라 특히 힘이 좋은 것 같은데?”

서머가 다가와 그의 등을 탁, 쳤다. 강진현의 후방을 맡은 S급 헌터였다.

“이대로면 걱정 없겠어. 다들 컨디션도 최상이고, 합도 더할 나위 없이 잘 맞아.”

아말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S급 헌터로, S급 헌터들을 통솔하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난 몇 달간의 훈련에서 중점을 뒀던 건, S급 헌터들의 팀업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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