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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어둠 속에서 (2/21)
  • Chapter 1. 어둠 속에서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눈을 떠도 뜬 것 같지 않은 지하 감옥의 독방 안. 이곳에는 빛 한 줄기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생각했다.

    ‘오늘 배식은 언제 들어올까…….’

    하루 딱 한 번 들어오는 물 한 컵과 빵 한 조각.

    나는 훈련받은 개처럼 그 시간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것이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자극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불안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4황녀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군가의 비호도 없이 제대로 된 재판조차 받지 못한 채 지하 감옥에 처박혔다.

    어두운 감옥 안에서 고독과 무료로 미쳐 버릴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며칠 전의 일이었다. 바로 내가 감옥에 끌려오게 만든 사건 말이다.

    그날따라 유독 하늘은 파랬고, 햇볕은 따뜻했다. 아름답게 피어 있는 봄날의 꽃들과 파릇한 나무들은 나 혼자서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울 정도였다.

    나는 오래간만에 마리안느를 초대해 정원에서 티타임을 가졌었다. 궁에 방문한 그 아이는 늘 그렇듯이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재잘재잘 이야기했고, 나도 그 아이에게 맞춰 기분 좋게 대답해 주었다.

    즐거운 한때였다. 평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그리고 그때, 그 아이는 돌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 아이의 피로 흰 테이블보는 새빨갛게 물들었다.

    ‘……마리, 마리안느?’

    나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해서, 그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아이는 피 끓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손은 바르르 떨렸다.

    ‘언니…….’

    그리고 눈을 툭, 감았다. 아직도 뭐가 뭔지 몰라 황망하게 선 나를 기사들이 끌고 갔다. 사람들은 내가 마리안느를 독살하려 했다고 앞다투어 말했다.

    나의 아버지, 황제 폐하.

    그는 마리안느를 무척이나 사랑했고, 사랑하는 만큼이나 빠른 행동력을 보여 주셨다. 전후 사정도 알아보지 않고 나를 지하 감옥의 독방으로 처넣어 버린 것이다.

    황족이었으므로 고문을 받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처음 하루뿐이었다.

    몸을 온통 좀먹어 오는 듯한 어둠, 침묵, 고독.

    아마 하루에 한 번씩 독방으로 물과 빵을 넣어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진작에 미치고 말았으리라.

    ‘내 누명이 언제쯤이면 밝혀질까.’

    벌써 갇힌 지도 일주일째였다. 이렇게 평생 갇혀 살게 되면 어떡하나.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나는 얼른 고개를 내저었다.

    ‘분명히 누명이 밝혀질 거야.’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감옥에서 꺼내려는 움직임은 한 번도 없었다. 불안감 때문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쿵쾅, 쿵쾅…….

    유난스레 그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발자국 소리.’

    나의 심장 소리뿐만이 아니었다. 저 멀리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흐려지는 정신을 애써 붙잡으려 노력했다.

    ‘배식, 배식이 도착했나 봐.’

    나는 몸을 반쯤 일으켰다. 무뎌진 정신이, 고작 물 한 컵과 빵 한 조각에 환희를 일으킨다.

    하지만 당연히 배식을 위한 작은 개구멍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급작스럽게 감옥의 철문이 열렸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복도의 어둑한 횃불이 내 눈을 트이게 해 주었다. 간수들이었다.

    “나오시죠.”

    “자, 잠깐만…….”

    간수들이 나를 우악스럽게 일으켰다. 나는 그 거친 움직임에 덜덜 떨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림도 없던 처사이다. 나는 이 제국의 황녀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이런 행동이 당연하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래. 그들에게 나는 여동생을 죽이려 한 천하의 악녀에 불과하겠지.

    ‘……누명은 곧 벗겨질 거야.’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다. 지하 감옥 안을 나와 지상으로 오자 눈이 너무나 부셨다.

    그것도 잠시, 빛에 적응하고 나자 황궁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깥은 이제 막 피어나는 3월이었다.

    ‘아아.’

    나는 전율하고 말았다. 햇빛이 이리도 따스하고 아름다운 것이었구나. 바깥세상은 이렇게 신비롭고 놀라운 곳이었구나.

    일주일 만에 만난 푸른 하늘과 꽃들, 신선한 바람은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귀중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내가 그것에 감탄하고 있을 새는 없었다.

    간수들은 나를 빠르게 끌고 갔기 때문이다. 내 손은 허망하게 정원의 끝을 어루만졌다.

    내가 옮겨진 곳은 황제의 영접실이었다. 간수들이 문을 두드리자 무거운 문이 거침없이 열렸다. 그곳에는 나의 형제자매와 아버지가 모여 있었다.

    아버지의 왼쪽에는 1황자인 라키아스, 2황자 엘시스가, 오른쪽에는 3황녀 아드린느와 6황자 를르스가 일렬로 서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바로 뒤에는 5황녀 마리안느가 앉아 있었다.

    ‘마리!’

    나는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안감이 싹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정원의 티타임 뒤로 그 애가 어떻게 되었을까 계속해서 걱정했었다.

    그런데 마리안느는 얼굴이 창백한 것만 빼면 굉장히 멀쩡해 보였다.

    ‘다행이다, 무사했구나…….’

    안도감으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며칠 만에 보는 나의 사랑스러운 가족들이었다.

    ‘아버지, 오라버니, 언니, 그리고 동생들…….’

    나는 천천히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금세라도 그들에게 달려가서 내 무죄를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주춤하고 말았다.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너무나 싸늘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묵직한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죄인의 재판을 시작한다.”

    나는 내가 들은 것을 믿을 수 없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재, 재판……?”

    나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리고 있었다. 황족의 재판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었다.

    보통 황족끼리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대부분인, 명목상의 재판이었다. 감히 법이 황족의 고귀함에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재판이 이 자리에서 열리고, 심지어는 내가 그 재판의 주인공이 될 줄이야. 꿈에서조차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죄인 4황녀 알리사.”

    아버지는 차가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동생인 마리안느를 질투하여 독살하려 한 죄를 인정하느냐?”

    나는 입을 멍하니 벌렸다.

    ‘내가, 마리를 질투해서 독살?’

    지금 무엇을 들은 것인가. 내가 어째서 그녀를 질투한단 말인가.

    내가 입만 벌리고 있자, 3황녀 아드린느 언니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물음에 대답해라. 죄인!”

    그 기세가 너무나도 서슬 퍼레서 나는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저, 저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일주일 동안 독방에 갇혀서 물 한 잔, 빵 한 조각만 겨우겨우 먹은 탓도 있을 것이다.

    나를 변호해야 할 때인데 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말을 못 잇고 있자, 나의 남동생인 를르스가 싸늘하게 나를 비웃었다.

    “죄를 알고 있어서 변명도 못 하는 겁니까.”

    그 귀엽고 착하던 아이가 마치 입에 비수를 매단 듯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경멸만이 서려 있었다. 나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내 궁의 시녀 한 명이 구석에서 끌려 나온 것은.

    그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턱짓했다.

    “네가 본 것을 소상히 말해 보아라.”

    “예, 예. 대답하겠습니다…….”

    나는 크게 눈을 깜빡였다. 그녀가 대체 무엇을 보았단 말인가? 무엇을 말하더라도 나는 당당하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저지른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하지만 시녀의 말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알리사 황녀 전하와 마리안느 황녀 전하가 티타임을 같이 하시던 날…….”

    그녀는 감히 말하기 어렵다는 듯, 말을 잠깐 멈추었다.

    “……알리사 황녀 전하께서 마리안느 황녀 전하의 찻잔에 하얀 가루를 타는 것을 보았습니다.”

    “……뭐?”

    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기필코, 맹세코. 나는 그녀의 찻잔에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기정사실을 듣는 것처럼 묵묵한 얼굴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시녀는 말을 계속 이었다.

    “저는 그것을 보고도 그저, 그냥 설탕 비슷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만. 그게 독이었을 줄은…….”

    그 말을 듣고, 아버지는 고개를 까딱해 그녀를 물렸다.

    “네 방을 조사한 결과 옷장에서 남은 독 가루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마리안느의 찻잔에서 발견된 것과 똑같은 종류였지.”

    “그, 그럴 리가…….”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던 탓이다.

    “너도 알겠지만 황족 시해는 그 어느 것보다 엄중히 처벌된다. 그것도 황족이 다른 황족을 죽이려고 한 경우라면 더더욱.”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나는 그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입을 벙긋거리던 나는 입을 열었다.

    “저는…….”

    “너는?”

    머리가 새하얗게 표백된 느낌이었다. 새까만 독방에 누워서 하루하루 미칠 것 같았을 때, 내가 상상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내가 누명을 썼음을 알면, 다들 ‘오해해서 미안하구나. 우리가 정말 잘못했다.’ 라며 안아 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가족들은 모두 나를 경멸과 적의의 시선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나를 편 들어 주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나는 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는 ……마리안느를 죽이려 한 적이 없습니다.”

    간신히 말을 완성하자, 기가 막히다는 듯한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터져 나왔다.

    “감히!”

    “뻔뻔하게도…….”

    하지만 나는 필사적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 라키아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는 나와 동복 남매로, 같은 어머니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었다. 세상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믿어 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라면 어쩐지 나를 믿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만큼 단단한 믿음이었다.

    “라, 라키아스 오라버니.”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대신 나는 라키아스를 향해 무릎으로 기어갔다.

    “저는…… 그런 적 없어요. 아시잖아요.”

    일주일 만에 입을 열어서인지 말이 축축 늘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내 의지를 전하고자 했다.

    “제가 왜 마리안느를 해하려 했겠어요. 제발, 제발 믿어 주세요…….”

    라키아스는 나를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같은 배에서 태어나 생김새마저 닮은 나와 그다. 나의 초록색 눈과 그의 푸른 눈이 서로를 마주했다.

    얼마나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아.’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래, 그야말로 나를 믿어 주는 것이다. 그는 내가 마리안느를 해하려 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으리라.

    나의 편이 되어 주어서 나를 이곳에서 구해 주리라. 그리고 나를 껴안고, 다독거려 주리라.

    하지만…….

    찰싹!

    순간적으로, 나는 내가 무슨 일을 당한 것인지 깨달을 수가 없었다. 아픔은 놀람 뒤에 찾아왔다. 내 왼쪽 뺨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네가 질투로 미쳐 버렸구나.”

    그는 푸른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라키아스, 나의 오라버니가 뺨을 때린 것이다. 나는 입만 뻐끔거렸다. 그는 경멸스럽게 나를 바라본 뒤, 아버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아버지, 더 이상 두고 볼 필요도 없습니다. 스스로의 죄도 인정하지 않는 이 파렴치한 죄수를…….”

    그의 말은 선고와도 같았다.

    “사형에 처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

    나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사형? 사형이라고? 내가…… 사형을 당한다는 말인가?

    나는 떨리는 눈으로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내가 들은 것이 거짓이기를 바라며.

    하지만 그들은 냉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마지막 구명줄을 붙잡듯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그녀라면 알아줄 것이다.

    내가 그녀를 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가 어째서 그녀를 질투하고, 해하겠는가. 나와 눈이 마주친 마리안느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곤 아버지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아버지, 무서워요. 무서워요…….”

    그에 가족들의 얼굴이 흉흉해진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노기 서린 음성으로 아버지는 명령했다.

    “사형은 나흘 뒤다. 그때까지 죄수에게 썩은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말도록!”

    “시, 싫어…….”

    나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설마, 설마 또 그 독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 그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차라리 여기서 혀를 깨물어 죽는 것이 나을 정도로.

    ‘아, 그래.’

    혀를 깨물어 죽자. 그러면 더 이상 괴로울 일도 없을 것이다. 나는 당장 그것을 실행하려고 했다.

    혀를 내미는 나를 보고, 엘시스 오라버니가 내 턱을 강하게 붙잡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그는 기민한 감각을 가진 검사로서, 내가 할 행동을 모두 예측한 듯했다.

    “버러지 같은 것. 너는 네 몫의 정당한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 냉정한 청록색 눈동자가 분노를 품고 있었다. 그가 잡은 턱이 부서질 것처럼 아파 왔다.

    내가 견딜 수 없어서 눈물을 보이자 그는 싸늘하게 비웃었다.

    “아프냐?”

    “허, 허억…….”

    “마리안느는 너보다 훨씬 더, 아프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네가 감히…….”

    나는 울며 속으로 소리쳤다.

    나의 잘못이 아닌데.

    내가 한 일이 아닌데.

    어째서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가.

    나는 마리안느를 바라보았다.

    제발, 그녀가 나를 구해 주길 바라며.

    그녀가 나를 믿어 준다면, 이 모든 일이 없었던 것이 될 텐데.

    하지만 그다음 순간 나는 벼락같은 충격을 받고 말았다. 아버지의 뒤에 숨은 그녀는, 나를 보며 기괴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너무 신나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나의 죽음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듯.

    그 악마 같은 얼굴에 나는 얼이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대로 나는 다시 빛도 없는 지하 감옥 속으로 처박혔다.

    * * *

    나는 바보다. 내가 똑똑했더라면, 이렇게 지하 감옥에 갇혀 일주일 넘게 빛조차 보지 못했을 리 없었으리라. 그리고 내 여동생을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썼을 리도 없었을 테지.

    나는 멍하니 독방에 누워 있었다.

    ‘마리안느가 나를 모함한 걸까?’

    그 아이의 기괴한 웃음을 떠올리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미소는 결코 자신을 독살하려 한 자에게 복수한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내가 무너지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는 듯…….

    온 얼굴에 서려 있던 악의.

    나는 난생처음으로 마리안느가 그런 얼굴도 할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째서?’

    마리안느는 시녀 소생의 아이였다. 나의 11번째 생일날, 거리에서 살던 그 아이는 황궁에 정식으로 입궁했다.

    그 아이가 아직 10살이던 때의 일이었으니, 벌써 3년 전이다. 마리안느가 정당한 황족의 핏줄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가진 금빛 눈동자의 힘이 컸다.

    제국에선 황금색을 고귀함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덴베르의 제일신인 셀레나가 금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황족에게 이따금 나타나는 금빛 눈동자는 후계자로서의 가치마저 가지고 있었다. 비록 마리안느가 후계자가 될 수는 없어도, 핏줄의 증거가 되어 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핏줄을 인정 받아 막상 궁에 들어왔다곤 해도 낯선 곳에서 하루아침에 황녀 노릇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 아이에게 잘해 주려고 노력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상담해 주었고, 도움이 필요하면 헌신적으로 도와주었다.

    결코 원한을 살 정도로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아이가 나에게 악의를 품는단 말인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 멀리에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배식 시간이 아닐 텐데.’

    나는 눈을 반쯤 떴다. 어둠 속에 있다 보니 시간 감각 하나만은 예민해졌다. 분명히 배식까지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리고 나는 듣고야 말았다. 종달새처럼 아름다운 목소리가 간수와 이야기하는 것을.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게요.”

    “하지만, 마리안느 황녀 전하. 위험합니다.”

    “괜찮아요. 어차피 독방에 갇혀 있다고 했잖아요? 이야기만 나누는 건데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였다. 간수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마치 춤을 추듯이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철문 위쪽의 작은 구멍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원래 그것은 죄수를 감시하기 위한 구멍이었다. 마찬가지로, 나는 마리안느가 나의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언니.”

    발랄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너…….”

    나는 물을 마시지 못해서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많이 힘들어?”

    이상하게도, 그녀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많이 힘들지?”

    확신하는 듯한 그 목소리. 내가 대답도 없이 축 늘어져 있자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후후후.”

    그리고 그녀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후후후, 하하하, 아하하하하!!!!”

    그 목소리에는 숫제 광기마저 서려 있었다.

    “아하하하하, 깔깔깔, 아, 어떡해, 어떡해……! 최고다, 정말……!”

    나는 온몸을 떨었다.

    “……마리안느……?”

    마리안느는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모습을 보고서 저렇게 통쾌한 듯이 웃을 리가 없었다.

    “너, 너…… 뭐야. 대체…….”

    내가 더듬거리며 묻자, 그녀는 한참 동안 더 웃었다. 내 비참함이 그녀에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듯했다.

    “억울해 죽겠지?”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그득 담겨 있었다.

    “여기서 나가고 싶지?”

    “당…… 연하지.”

    내 희미한 목소리에 그녀는 깔깔 웃었다.

    “그럴 일은 없어. 알다시피 다른 가족들이 나를 너무 사랑하잖아.”

    “…….”

    그래, 그랬지. 그녀는 유쾌하게 말을 이었다.

    “죽기 전에 비참한 모습 좀 구경하려고 온 건데, 정말 오길 잘했다.”

    “……너…….”

    “사형장에서 만나.”

    그녀는 작은 문을 탁, 닫았다.

    “아 참, 그거 알아? 언니는 참수형이래.”

    높은 웃음소리와 함께 그녀는 감옥에서 멀어져 갔다. 나는 허망함을 느끼며 그 자리에 계속 누워 있었다.

    참수형.

    그 단어가 뼈가 시리도록 내 몸에 박혀 들어왔다.

    * * *

    나는 내가 손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내 누명을 풀 수가 있지?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소용은 없었다. 총명하다는 평가를 곧잘 들었던 머리지만 몸에 음식물이 들어오지 않자 나는 점점 멍청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런 수가 없어.’

    지금은 모두가 마리안느를 믿고 있었다. 아무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는다. 알량한 증거와 증언에 기대어, 다들 나의 말을 묵살하고 있었다.

    쓰린 배에서 위액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끔찍한 느낌이었다.

    ‘어째서, 왜!’

    답답함에 절로 눈물이 흘러내려 왔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나를 도와주는 이 한 명 없었다. 몇몇의 친구는 있었지만, 내가 감옥에 갇힌 일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를 구하러 와 줄 사람도 없으리라.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후회와 체념, 불신과 배신감, 그 갖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뒤섞여 찾아왔다.

    나흘은 그다지 긴 시간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불면에 시달리고, 하루의 대부분을 거의 반쯤 미쳐서 생활한다면 더더욱.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날, 나는 지난번처럼 간수의 손에 끌려 나갔다. 다른 것이 있었다면 빵조각조차 허용되지 않은 내 몸이 심각하게 말랐다는 것, 그리고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었다.

    봄날의 하늘이 눈부셨다. 나는 그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간수들은 나를 황궁의 비밀스러운 공터로 이끌고 갔다. 그곳에는 나의 형제자매와 황제 폐하가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뒤에는 몇 명의 시종들과 시녀가 있었을 뿐, 다른 귀족들은 없었다.

    적어도 내 마지막을 구경거리로 삼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고작 그 사실에 나는 안도했다. 아직 나에게 4황녀라는 자긍심이 남아 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흠칫하고 말았다.

    공터 한 곳에 존재하고 있는 은색의 단두대.

    시퍼런 칼날을 아침 햇빛에 뽐내고 있는 그 단두대는 마치 나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그때였다.

    나를 향해 돌이 날아왔다. 작은 돌이었지만 그 기세는 위협적이어서, 나는 그것을 머리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말았다. 잘 움직여지지 않는 고개를 간신히 돌려서 그쪽을 바라보니, 6황자 를르스가 나를 향해 씩씩거리고 있었다.

    “이…… 더러운 자식!”

    어찌나 화가 난 건지, 황족의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입을 달싹거렸다.

    “를르, 스…….”

    그는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내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혐오스러운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나의 가족들이 나에게 침을 뱉고, 마녀라 욕하고, 손가락질했다. 이덴베르 제국의 4황녀에서, 찢어 죽여야 할 죄인이 되는 것은 정말로 한순간이었다.

    간수가 나를 참수대 근처로 인도했다. 결국 나는 이렇게 죽게 되는 것이다.

    고작 14살의 나이로.

    마치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황제가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느냐.”

    마지막으로 남길 말.

    나는 입을 벙긋거렸다. 적의와 증오로 가득 찬 시선이 나를 따끔따끔하게 찌르고 있었다.

    할 말이 있냐고?

    나는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감옥 안에서 나는 간절히 바랐다. 이 모든 것이 꿈이고, 눈을 뜨면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를.

    가족들이 나를 바라보며 웃어 주기를.

    하지만 그것은 그저 단꿈에 불과했다. 그런 꿈을 꾸었던 스스로가 너무나도 우스워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분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감히…….”

    2황자 엘시스였다. 나는 웃고 또 웃었다. 몸이 힘들어서 큰 웃음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 한이었다. 한참 웃던 나는 입을 열었다.

    “말을 하면…… 들어 주시기라도 하렵니까?”

    내가 한 것이 아니다.

    내가 아니다, 내가 아니라고.

    오늘도 마리안느는 황제의 뒤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만 그 은밀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그 끔찍하고, 기괴한 미소를.

    감옥에서 그녀가 나를 향해 미친 듯이 웃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나 그 말을 한들 누가 나를 믿어 주기나 할 것인가? 그들은 마리안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왜, 대체 왜.

    어째서 나는 믿어 주지 않는 것인가.

    “나를…… 믿어 줄 생각도 없는 주제에.”

    뜨거운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나는 눈물을 참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3황녀 아드린느가 질린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수 주제에 저렇게 눈을 부릅뜨다니.”

    “사형수의 눈을 바라보면 안 됩니다. 부정을 타니까요.”

    옆에서 를르스가 말을 거들었다. 황제는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끝까지 죄를 반성하지 않는구나.”

    “내가…… 한 일이 아닙니다.”

    나는 끝까지 내 결백을 주장했다.

    “어째서 내가 독살을…… 왜 마리를 질투해서…….”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들어서 다른 시종에게 명령했을 뿐이다.

    “입에 재갈을 물리고, 눈을 가려라.”

    “……!”

    나는 몸을 떨고 말았다. 얼마 안 가서, 시종이 명령받은 것들을 가져왔다.

    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라키아스 오라버니의 궁에 있는 사람으로, 오라버니의 궁에 종종 찾아갈 때면 기쁘게 맞아 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눈을 감으십시오.”

    하지만 나는 그 말에도 눈을 떴다.

    ‘나는 결백해.’

    필사적으로 그것만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 멀리에서 나를 향해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리안느의 금빛 눈동자가 문득 빨간색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무척이나 음울하고, 흉흉한 빛깔이었다.

    ‘……뭐, 지?’

    하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는 없었다. 바로 내 눈에 안대가 써졌기 때문이다. 재갈을 문 입안이 얼얼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앞이 무서웠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나 마음이 아픈데, 이상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내가 사랑하던 가족들은 모두 나를 배신하고, 누구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허망했다.

    ‘빨리 죽여 줘.’

    나의 바람을 들은 것처럼 간수가 나를 참수대 앞으로 데려갔다.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볼 수는 없었다. 다만 느꼈을 뿐이다.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신이시여.’

    나는 제국의 신, 셀레나에게 기도했다. 그녀는 달의 신이자 차가운 복수의 신이기도 했다.

    ‘저에게는 복수를 할 기회도, 억울함을 풀 기회도 정녕 없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고통 없이 저를 어서 죽여 주소서.’

    ‘그리고 다시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배신당하지 않고, 종국에 하찮은 미물로 삶을 다하도록.’

    나는 웃었다. 모든 것이 허무했다.

    14살, 이덴베르 제국의 제 4황녀 알리사 델 이덴베르.

    짧은 인생이었다. 칼이 내려왔다.

    * * *

    차갑고 뜨거웠다. 그리고 그 뒤는, 계속해서 따뜻한 것에 감싸여져 있었다. 가끔씩 목소리 비슷한 것이 들리기도 했다. 막에 감싸여져 있는 것처럼 앞은 흐릿했지만, 나는 그것이 어느 여자와 소년의 목소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가끔 여러 명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었어도, 그 둘의 목소리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어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나는 소년의 목소리에 어리둥절함을 느꼈다.

    태어난다고?

    ―황태자 전하, 그렇게 기대되세요?

    누군가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항상 내 옆에 있던 여자의 목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후후, 이시스. 그러지 않아도 몇 달 뒤에는 꼭 태어날 거예요.

    ―하지만 지금 당장 만나고 싶은걸요.

    황태자?

    만나?

    알 수 없는 말들이 계속 튀어나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의아했던 것은, 그들의 언어가 아주 익숙했다는 것이었다. 바로 대대로 이덴베르 제국의 라이벌이던, 엘미르 제국의 언어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이덴베르 황녀의 기본 소양으로 그곳의 언어를 어느 정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왜 그 언어가 내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것일까?

    의문은 길지 않았다. 긴 생각을 하려고 하면 졸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반쯤 잠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 완전히 잠에 빠져들기 전, 누군가가 보드랍게 나의 위를 쓰다듬었다. 아까 그 소년이었다. 소년의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서 오렴, 소중한 내 동생.

    그의 목소리에는 따뜻한 웃음기가 가득했다.

    ―온 세상 사람들이 너를 사랑한단다.

    가슴속에 온통 스며드는 다정함이었다.

    * * *

    그런 나날들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졸리면 자고, 배가 고프면 무언가를 계속 받아 마시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깊은 생각을 하려고 하면 멍해져서 제대로 된 생각을 이어 나갈 수가 없다는 것 빼곤, 꽤나 풍족한 삶이었다. 그야말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항상 나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던 주변은 잔뜩 눌려 있었고, 알 수 없는 압박감이 나를 아래로 밀어내고 있었다.

    ‘……아파…….’

    나는 나를 밀어내는 힘으로부터 힘껏 저항하려고 했다. 이곳에서 벗어나기 싫었던 탓이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하지만 소용은 없었다. 나를 괴롭히는 힘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결국 나는 바깥으로 내쫓기고 말았다. 바깥은 싸늘했다. 나는 숨이 막혀서 몇 번 기침을 하고 말았다.

    “……켁, 켁…….”

    폐로 숨을 쉬고 내뱉는 법을 배우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생명체의 본능에 새겨져 있는 감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눈동자를 떴다. 눈앞은 이물질이 낀 것처럼 온통 희미했다. 내 몸은 축축하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잔뜩 달라붙어 있었던 탓에 굉장히 추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조금 멍해지고 말았다.

    ‘빛, 빛이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끼는 햇살이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것이 들렸다.

    “아름다운 황녀 전하이시네요.”

    “탄생을 축하드려요.”

    그리고 여자의 지친 목소리도.

    “내 딸…….”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영아의 머리로도 이해할 수 있었다. 환생. 말로만 듣던 그것을 내가 해 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도 인간, 엘미르 제국의 황녀로.

    ‘하, 하하…….’

    나는 신을 저주했다.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을 믿는 것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이제는 너무나 버겁기만 했다.

    모든 것이 지긋지긋하기만 한데.

    어째서! 어째서 신은 다시 나를 인간으로 태어나게 만든 것인가.

    ‘당신을 저주합니다.’

    셀레네, 복수와 달의 여신인 그녀는 결국 끝까지 내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나는 아기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내 울음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눈치도 없이 크게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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