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집 살림을 하는 중입니다만-98화 (98/120)
  • 98화. 누가 진짜 에드윈인가

    “잠깐, 일단 그만하고 둘 다 일어나 봐요.”

    마주치자마자 서로 멱살부터 잡은 모양이었다.

    “저 둘 일으켜 세워요.”

    “예, 작은 마님.”

    르니예의 명령에 하인 둘이 에드윈을 각각 일으켜 세운 후 떨어뜨려 놓았다. 둘은 씩씩거리면서도 다시 덤벼들진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이죠?”

    “내가 부인과 대화를 하고 돌아왔더니 이자가 내 서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자기가 에드윈 라포어라고 하더군요.”

    오른쪽에 선 에드윈이 열변을 토했다.

    “아닙니다. 내가 서재에 들어왔을 때 저자가 내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왼쪽 에드윈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들은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렸고, 르니예는 머리가 아팠다.

    “누구 본 사람?”

    이럴 땐 목격자의 증언이 필요하지. 르니예가 모여 있는 사용인들을 보며 물었다.

    “누가 먼저 방 안에 있었는지 그건 못 봤지만, 저쪽 분께서 먼저 주먹을 날리셨습니다.”

    저쪽이란 오른쪽 에드윈을 말했다.

    “좋아요, 둘 중 누가 먼저 서재에 앉아 있었는지 본 사람은 아무도 없군요.”

    르니예는 두 에드윈을 한 번씩 공평하게 쳐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숨기지도 못했다.

    바딜, 이런 식으로 할 거니? 무슨 사인이라도 줘야 할 거 아냐.

    르니예가 어찌할 바 모르고 서 있자, 에드윈 중 하나가 나서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내일 에밀리가 옵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지?”

    “내가 그 애의 오빠니 아는 겁니다.”

    에드윈들이 다시 싸우려는 걸, 르니예가 급하게 말렸다.

    “일단 얘기라도 다 들어 봐요.”

    르니예가 왼쪽 에드윈에게 계속 이야기하라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에밀리가 오면 에밀리에게 판단하게 하는 겁니다. 남매니까 적어도 남들이 모르는 비밀 하나쯤은 공유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은 중재안이었다.

    “바딜이 있다면 금방 알아차렸을 것을. 대체 바딜은 어딜 간 거야?”

    오른쪽 에드윈이 바딜을 찾았고, 르니예는 뜨끔했다.

    바딜 본인이 찔려서 미리 말을 한 건가? 아니면 진짜 에드윈인 건가?

    “자자, 그럼 내일 에밀리가 올 때까지는 휴전이에요.”

    “저, 그럼 두 분을 어디에 모실까요, 작은 마님?”

    그게 또 문제였다. 에드윈의 방은 하나였으니, 한 명은 다른 방에서 자야 한다. 그냥 둘 다 다른 방에서 재워 버려?

    르니예가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오른쪽 에드윈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저 녀석이 가짜니 어디에 가둬 놔야 할 겁니다. 내일이 되면 겁먹고 도망칠 수도 있으니.”

    그러자 왼쪽 에드윈이 옅게 실소를 터트렸다.

    “도망치지는 않을 테지만, 더 이상의 소란을 원치 않으니 내가 양보하겠습니다.”

    그러고는 순순히 방을 양보했다.

    “방을 양보하겠다는 뜻이에요?”

    “예, 난 서재나 아니면 손님 방에서 지내겠습니다.”

    덕분에 방 문제가 해결되었다. 르니예는 한시라도 빨리 에니에게 이 일을 얘기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저기, 작은 마님.”

    돌아서는 르니예의 옆으로 하인 하나가 다가왔다. 바딜을 제외하고 에드윈의 시중을 가장 많이 드는 하인이었다.

    “저분이 작은 주인님이십니다.”

    그는 왼쪽 에드윈을 가리키며 말했다.

    “싸움할 때에도 거친 언사 한 번 내뱉지 않으셨습니다. 지금도 방을 양보하시고요. 진짜 작은 주인님이 하실 법한 행동을 하셨습니다.”

    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기색을 보였다. 오른쪽 에드윈은 그 말에 욱했지만, 그건 그를 더 수상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래도 한쪽이 양보했으니 방은 결정한 대로 준비해 줘요. 내일 에밀리가 오면 누가 진짜 에드윈인지 밝혀지겠지.”

    르니예는 사용인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내일 아침 저 두 사람에게 꼭 다른 옷을 가져다줘요. 헷갈리니까.”

    정리를 마친 르니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자리를 떴다.

    “작은 마님께서 기억이 돌아오셨나 봐.”

    르니예를 향해 고개를 숙이던 누군가가 르니예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러게. 원래도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진다고 했잖아. 지금 그게 중요해? 작은 주인님이 둘이 됐는데?”

    그러나 에드윈이 두 명으로 늘어난 사실 앞에서 르니예의 기억은 별일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 * *

    두 에드윈으로 상단이 난리가 난 그 시각, 수도 또한 노르딕 백작이 몰래 반입한 무기로 난리가 나 있었다.

    노르딕 백작은 무기 반입을 들키고도 순순히 항복하지 않았다. 그는 반란을 위해 세워둔 계획을, 그 즉시 실행했다.

    “으아, 아아아!”

    그렇게 펙의 계획과는 일이 많이 달라졌다. 펙은 무기를 발견한 공으로 작위를 받고 싶었다. 전투에서 이겨서가 아니라.

    “아아악, 세사르 경!”

    손에 든 검은 그저 장식일 뿐이었다. 펙은 세사르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녔다. 그 모습을 언뜻 본 이든은 적을 베면서도 혀를 끌끌 찼다.

    “흐어어, 억!”

    그래도 나름대로 펙은 열심히 도망 다녔다. 노르딕 백작의 사병들이 보기에도 한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달의 원인이 펙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가장 먼저 펙을 베었을 것이다.

    “사, 살려 주세요, 으악!”

    다행히 그가 매우 한심한 꼴을 보였으므로, 아무도 그를 중요한 인물로 여기지 않았다.

    * * *

    수도 왕립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는 에밀리는 방학을 맞이하여 집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다.

    에밀리는 어머니에게 가기 전, 오빠인 에드윈에게 먼저 들르기로 했다. 오래 얼굴을 보지 못한 르니예도 만나기 위해서였다.

    “……오빠?”

    하지만 에밀리가 만난 것은, 두 명이 되어 버린 에드윈이었다.

    “에밀리, 나를 알아보겠니?”

    “에밀리, 그쪽이 아니라 내가 네 오빠잖아, 나를 보렴.”

    에밀리는 자리에 얼어붙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았다. 한 사람은 남색 셔츠를, 한 사람은 흰 셔츠를 입었다는 차이만 있었다.

    “에밀리, 너랑 에드윈만 아는 이야기로 누가 진짜 에드윈인지 가려볼까 해.”

    르니예가 에밀리 옆에서 에밀리를 달래며 말했다. 에밀리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진짜 에드윈이 알 만한 사건을 생각해 냈다.

    “제가 8살 때 팔이 부러진 적이 있어요. 제 팔이 부러진 이유를 오빠라면 알 거예요.”

    “집 앞에 있는 나무를 타다가 떨어져서 그런 거잖아, 에밀리.”

    “나중에 사과가 열리면 따야 하니까 미리 연습한다고 나무에 올라갔었지.”

    두 에드윈은 거의 비슷한 이유를 동시에 말했다. 그러고는 서로 의아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마치 네가 이걸 어떻게 알아? 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건 없어, 에밀리?”

    “어, 음, 그러니까.”

    에밀리가 다른 추억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남색 셔츠를 입은 에드윈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내가 매년 네 생일마다 선물을 보냈지. 그 선물을 맞혀 보는 걸로 하자.”

    “좋아요. 오빠가 매년 제 생일 선물을 보내 줬거든요.”

    에밀리는 남색 셔츠를 입은 에드윈의 말에 동의했다.

    “너무 옛날 건, 저도 잘 기억이 안 나니까 올해 보내 준 선물로 할게요. 올해 보내 준 선물이 뭐죠?”

    에밀리의 질문에 흰 셔츠를 입은 에드윈은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그건, 그건.”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남색 셔츠 에드윈이 말했다.

    “라벤더꽃이 새겨진 장갑과 손수건.”

    “맞아요! 저쪽이 진짜 우리 오빠예요.”

    “아니야, 에밀리. 저쪽이 가짜다.”

    흰 셔츠 에드윈은 이를 갈면서 남색 셔츠 에드윈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새끼, 이제 네 정체를 알겠다.”

    “이거 놓으십시오.”

    “이게 무슨 수작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흰 셔츠 에드윈은 금방이라도 남색 셔츠 에드윈에게 주먹을 날릴 기세였다. 그러나 그 사이에 끼어든 에밀리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당신은 우리 오빠가 아니야.”

    에밀리는 흰 셔츠 에드윈을 있는 힘껏 밀었다.

    “우리 오빠가 당신처럼 천박하게 행동할 리 없어. 우리 오빠는 욱해서 손부터 나가는 그런 사람 아니야.”

    에밀리는 단호하게 말했고, 지켜보던 이들 역시 에밀리의 말에 호응하듯 저마다 중얼거렸다.

    “그럼 누가 진짜 에드윈인지 정해졌네요.”

    흰 셔츠 에드윈은 어찌할 바 모르고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세상이 무너진 얼굴로 남색 셔츠를 입은 에드윈과 그를 끌고 가는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에게 르니예가 다가갔다.

    “이거, 진 사람에게 주려고 가지고 온 거예요. 문제 일으키지 않길 바랍니다.”

    어느 정도 금액이 든 돈주머니였다. 에드윈이 받으려 하지 않자, 르니예가 그의 손에 직접 쥐여 주었다.

    초점이 사라진 눈동자가 르니예를 향했다.

    “받아요.”

    바딜이 영영 에드윈의 행세를 하려 하는 건 아니었으니, 바딜이 목적을 이루는 동안 여인숙에서 지내라고 주는 돈이었다.

    “부족하지는 않을 거예요, 에드윈.”

    * * *

    이틀 뒤, 법원 앞.

    벨데메르는 아주 묘한 기분으로 르니예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정말로 정부가 된 기분이다.”

    “그건 주인님께서 정말로 정부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벨데메르는 돌연 샤피로에게 정곡을 찔리고 말았다. 제가 만든 사역마에게 정곡을 찔리는 기분이란, 역시 묘했다.

    “저기 르니예 님이 나오십니다.”

    다행히 그 기분이 더 묘해지기 전 르니예가 나왔다. 르니예는 벨데메르를 발견하자마자 크게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뛰지 마, 르니예. 넘어지면 어쩌려고.”

    “벨데메르에게 빨리 오려고 그랬죠.”

    일주일 뒤에 한 번만 더 출석하면 이혼이라는 좋은 소식을 빨리 알려 주고 싶었다.

    “그럼 나한테 오라고 해, 내가 갈 테니까.”

    아무래도 르니예가 뛰다가 넘어지는 것보다야 그게 낫겠지. 벨데메르는 자연스럽게 르니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작은 마님.”

    르니예의 뒤를 따라 나온 바딜은 제 할 일을 마쳤다.

    “에드윈 님 얼굴을 하고 저렇게 말하니, 이상하네요.”

    샤피로가 영 적응되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딜은 르니예와 벨데메르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상단을 향해 가던 바딜은, 샤피로의 입에서 나오는 뜻밖의 이름에 걸음을 멈췄다.

    “참, 르니예 님, 프리야 님이 깨어나셨습니다. 르니예 님을 찾으시던데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