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111/112)

<111화>

유네리아 좌담회는 KJ 소유의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아예 하루 동안 통째로 호텔을 전세 내다시피 한 유얼머니게임즈가 준비한 좌담회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초대받은 너튜버들뿐만 아니라 여러 뉴스와 방송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유얼머니게임즈는 그들을 위한 자리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물론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호텔 밖으로 내보냈다.

그렇게 질서가 지켜지는 가운데, 유얼머니게임즈의 임원들과 유네리아의 운영진, 개발진 모두가 참여한 유네리아 최초의 좌담회가 열렸다.

[이 게임이 좌담회란걸 합니다]

[이걸 해냅니다]

그리고 게시판도 실시간으로 난리가 났다.

유네리아에서 초청한 유저들은 거의 모두가 참여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유저 한 명은 유네리아에서 직접 비행기표를 끊어 주기까지 했다고 했다.

유네리아측은 얼굴을 공개하기 싫은 유저들이 있다면 배려하겠다고 했으나, 상관없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 아는 얼굴들이구먼.”

좌담회에 참여한 유저들은 건너건너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좌담회가 라이브 방송이 된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랭커는 너튜브 방송에 몇 번이나 나오곤 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500장이 열리자마자 매진된 일반 유저 좌담회 자리는, 500자리가 정말 꽉 차 버렸다. 빈자리 하나 없이.

그들은 당연히 놀라운 경쟁률을 뚫고 좌담회에 참석한 만큼 유네리아에 관심도가 높은 유저들이었다.

그런데 그 유저들이 준비된 좌담회 무대를 보고 놀라는 것이 있었다.

“와 시나리오팀이 있는데?”

진짜 시나리오 팀과 팀장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환상종이라고 생각했던 시나리오팀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물론 시나리오팀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어차피 나중에 까야할거 왜가리는거임]

[너같으면 그스토리쓰고 안가리겠냐]

유네리아 게시판과 라이브 방송 채팅창은 실시간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유네리아 좌담회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새로운 디렉터 손우현이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얼머니게임즈와 유네리아는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자…….”

외운 것치고는 진정성 있어 보이는 인사말과 함께 그가 긴장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맺었다.

“…….”

이 자리에서 영상에 나오는 것에 가장 익숙한 사람, 네드 님…… 그니까 강이현은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이번 ‘VR 최초 체험’을 했던 유저로 좌담회에 참여했다.

물론 우린 과금액 기준이나 랭커로도 초청대상이긴 했다.

[유저 네드]

네드 님은 강이현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닉네임으로 참여했다.

네드 님은 당연히 뉴비(?)였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어, 내 템 사간 사람!”

파개한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했다.

그 모습은 물론 라이브로 송출되었다.

[쟨 뭐냐]

[파개한다가 또]

[어그로꾼 어서오고]

[아 쟤가 걔임?]

그럼 그렇지라는 여론이 대부분이었다.

“먼저 이번 좌담회에 앞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이번 사고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손우현 디렉터는 준비된 ppt를 켜면서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네리아의 지도가 떴는데, 지도는 우리가 나온 직후의 지도였다.

요컨대 성 몇 개가 박살 나고 북쪽은 얼어붙었다가 녹은 상태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북쪽 군도 너머의 안개가 뚫린 맵.

“저기가 뚫려 있는데?”

“오 맵 확장?”

유저들이 웅성거렸다.

하지만 웅성거리는 것도 잠시.

“……하여 유니 유저님과 네드 유저님의 정보가 바뀌면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붉은 구슬에 귀속을 걸 생각은 안 하셨습니까?”

물은 건 메디카 서버의 지저스였다. 그의 질문에 개발팀에서 답변했다.

“당시 개발진의 실수로 붉은 구슬 아이템에 귀속을 걸지 못했습니다.”

“유네리아답네요.”

지저스는 라이브 방송이고 자시고 신경도 안 쓰는 듯했다.

[올해의 명짤.jpg]

그리고 그 모습은 자막과 함께 그대로 박제되었다.

“그런데 정보가 바뀌어 해킹으로 처리된 거였으면 복구 시스템은 사용할 수 없었습니까?”

중요한 걸 묻는 건 또 다른 유저였다.

역시 이런 건 유저만 안다니까?

그러자 유네리아 보안팀이 답했다.

“유니 유저님은 OTP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유저분으로, 유네리아 보안 시스템상 OTP를 사용하지 않는 유저분께는 해킹 복구 시스템을 적용시켜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네?”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들은 지문이 없냐]

[야 난 오티피 해도 안해주더라]

당연히 게시판도 채팅창도 좌담회도 개판이 되었다.

난 그 사이에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니 해탈한거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X 복구만됐어도 사고가 반으로 줄었다는거네]

욕을 다발로 먹은 유네리아측은 재빨리 말했다.

“빠른 시일 내에 해킹 복구 시스템을 전면으로 개편하겠습니다.”

좌담회의 꽃은 역시 질문 시간이었다.

질문할 거리가 많은 수백 명의 유저들이 수도 없이 손을 드는 바람에 사회자가 애먹었을 정도였다.

그중에 한 명이 촌철살인 같은 질문을 날렸다.

“시나리오팀이 있는데, 시나리오팀에서 검수를 어느 정도로 하고 있죠?”

[방타 나왔다]

[유네리아 시나리오팀보다 스토리 잘아는놈 입장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방타를 입사시켜라]

[방 타 를 국 회 로]

너튜버 ‘방타’는 유네리아 시나리오에 관한 여러 가지 영상을 올리며 유명해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유명해진 건 아이러니하게도 영상 업로드를 중지했을 때였다.

업로드 중지 사유는 이러했다.

[앞뒤가 안맞아서 뇌가 터질 것 같음 좀 쉬고 오겠음]

시나리오를 연구해 보니 앞뒤가 안 맞는 설정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초청된 좌석에 있던 그가 자리 아래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건 긴 종이였다.

―촤르르륵!

두루마리 형식으로 아래로 펼쳐진 종이에는 빼곡하게 문제점이 쓰여 있었다.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파악한 유네리아의 커다란 설정 문제와 근거입니다. 특히 3번과 5번과 8번, 11번, 17번은 검수를 했으면 나올 수가 없는…….”

[주모 여기 국밥한그릇]

[오늘 전국 치킨집 매출 우상향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문의 수혜자 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은 당연히 난리가 났고 유저들도 기대하는 얼굴로 시나리오팀을 쳐다보았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네드 님마저도 궁금한지 시나리오팀을 돌아보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시나리오팀이 말했다.

“저희가 아직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에 미숙합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너튜버 방타가 중요한 걸 물었다.

“혹시 팀이 신설된 겁니까?”

[그거지]

[방타 잘한다]

[그래 없던거 급히 만든거냐 있는데 개판인거냐]

난리가 난 가운데 시나리오팀 팀장이 디렉터 손우현을 돌아보았다.

손우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나리오팀 팀장이 말했다.

“시나리오팀은 유네리아가 론칭한 이래 계속 존재했습니다만, 자주 인원이 바뀌었습니다. 일단 방대한 자료량과 업무량 때문에 업무 투입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구구절절 하는 말에 유저들은 다시 난리가 났다.

[방대한 자료는 모르겠고 정리가 안 돼 있어서 그런거 아니냐]

라이브 현장 뒤쪽으로 나오는 채팅창에 팩트가 내리꽂혔다.

“곧 전문인력을 충원하고 빠르게 내용 파악에 힘쓰겠습니다.”

시나리오팀 팀장이 말했다.

[그래 입사한 지 3개월이라는데 뭘 알겠음]

[사실상 총알받이 아니냐]

라이브 좌담회는 길었다.

그 사이 디렉터 손우현의 이름으로 유네리아 유저들에게 게임 내 우편이 발송되었다.

[유네리아에 관심을 보여 주시는 유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면서 작은 성의라며 여러 가지 보상까지 보내 주었다.

“참석한 유저들 보상은 약속대로 주시는 겁니까? 예정보다 길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때 초청된 유저가 말했다. 그 밑에 닉네임이 보였다.

[경손실못참음]

어 너도 왔니?

“예정대로 참석하신 분들께 특별 경험치 버프가 특정 시간 동안 적용되는 방향으로…….”

운영팀의 말에 만족한 경손실못참음이 자리에 앉았다.

정말 닉값 제대로 하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길게 이어진 좌담회의 마지막 질문은 놀랍게도 내가 받았다.

“유니 유저님, 마지막 보스 몬스터를 잡으셨다고 했는데 체감 난이도가 어땠습니까?”

이걸 궁금해하네?

“마지막 전투가 칼리스 호수 위에서 있었다고 했는데 기존 시나리오 내용하고 같나요?”

궁금한 유저들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카메라가 일제히 내게 쏠렸다.

“난이도요?”

난 거기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거 버그 안 쓰고 그냥 때려잡았으면 여기로 못 나왔을걸?

난 순간 욕을 참았다.

라이브에서 욕은 안 된다! 난 지저스가 아니다!

[3초후 방송사고.jpg]

하지만 표정관리엔 실패했는지 한동안 내 짤이 인터넷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결국 짤로 남은 건 지저스랑 다를 바 없는 엔딩이었다. XX…….

“‘유네리아 방식’으로 잡긴 했는데 정상적으로 클리어할 난이도는 아니었어요.”

그 말에 좌담회가 다시 한바탕 뒤집어졌다.

[‘그 방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아듣는게 비참하다 XX]

와중에 디렉터 손우현은 벌써 물 다섯 통을 비우고 있었다.

그 옆에서 개발팀이 한스러운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보는 게 보였다.

“버그로 해결했다는 말씀이시죠?”

그 질문에 난 당당하게 답했다.

“네.”

마! 그게 유네리아다!

당연히 이 문답도 짤이 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 * *

유네리아 좌담회의 결론은 이러했다.

[1. 유네리아의 게임성을 해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적된 수많은 문제점 개선.

2. 한 달 내에 어떤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공지할 것.

3. 간단히 수정할 수 있는 내용은 당장 다음 주부터 개선할 것.

4. 대대적인 인원 충원

5. 주기적인 소통과 간담회(자세한 일정 공유)]

위의 다섯 가지가 모두 약속되었다.

[지켜봐 준 유저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후 디렉터 손우현의 이름으로 다시 푸짐한 보상이 첨부된 게임 내 우편이 뿌려졌다.

좌담회에 참석한 유저들에게 유네리아 마스코트 ‘이비’의 인형이나 기타 굿즈가 뿌려진 것은 물론이었다.

그 후.

[이번 디렉터 민심조사한다]

[글쓴이: 여론조사]

유네리아 공식 게시판에 글이 올라왔다.

[내용 : (후광받은 손우현 디렉터 짤.jpg)

지금부터 손우현에 대한 모든 지지를 철회한다.

오늘부터 지지관계에서 벗어나 손우현에 대한 모든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 어쩌고 암튼 고소함 갓겜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

그리고 그 글은 ‘좋아요’를 순식간에 수만 개 받으면서 재오픈한 유네리아 공식 게시판의 메인을 장식했다.

그야말로 민심은 최고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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