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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110/112)
  • <110화>

    유네리아에서 나온 후,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하면서 내 인생은 180도 바뀌긴 개뿔, 360도 바뀌었다.

    그니까 한마디로 바뀐 게 없었다는 소리였다.

    “유 선생님, 이쪽 좀 도와주세요!”

    “네네!”

    바쁘게 병동 뛰어다니는 건 똑같았으니까.

    “유 선생님, 근데 소문 진짜예요? 그 게임…….”

    물론 내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좀 달라진 점이었다.

    “네, 진짠데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하지만 일 바쁜 간호사를 오래 붙잡고 있을 사람은 얼마 없었다.

    가끔 번거로울 정도로 말을 붙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같은 병동의 동기들이 쳐내 주었다.

    “땡큐땡큐!”

    난 오늘도 동기 덕에 인터뷰의 마수(?)에서 벗어나며 손을 흔들었다.

    이래서 네드 님이 실제로도 만날 수 있느냐고 물어본 거구나.

    확실히 KJ 후계자와 아는 사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행인 건 내가 그런 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좀 고민이라면…….

    동네 편의점 갈 때 화장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 그거 말곤 괜찮았다.

    아닌가? 이게 안 괜찮은 건가?

    [유얼머니게임즈]

    한편 유얼머니게임즈는 대담하게도 피해보상 방안을 제안해 왔다.

    “오, 대체 뭘 해 주는지 보기나 하자.”

    정중한 전화와 함께 메일을 확인해 달라기에 확인했는데, 퇴근 후 본 메일의 꼴은 가관이었다.

    [병원비 전액 지원은 물론 건강검진 지원, 그리고 유니 유저님께서 입으신 여러 방면의 피해에 위로를 드리고자 300만 원의……]

    그 밑으로 유네리아 아이템이나 유얼머니게임즈 캐시 같은 것도 적혀 있었지만 난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로 되겠냐?

    니들이 만렙 계정 날아간 상태로 죽으면 네버엔딩인 유네리아에 타의로 빠져 볼래?

    게다가 유얼머니게임즈측의 메일에는 중요한 것이 없었다.

    “이것들이 사과 한마디가 없네?”

    미안이고 죄송이고 사과고 찾아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돈 없어서 따진 줄 알아?”

    다짜고짜 보상안 먼저 오니 빡이 칠 수밖에 없었다.

    난 휴대폰의 메신저 어플을 켰다.

    그리고 슬쩍 네드 님에게 메시지를 날렸다.

    [나>>> 보상안 보셨어요? 저 보상 거절할 건데 네드 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래도 이런 건 상의해야 하지 않을까?

    바쁜 사람이니까 한 시간쯤 후에 보면 답이 와 있을…….

    [네드 님>>> 당연히 거절할 겁니다.]

    칼답이 따로 없었다.

    바쁘다더니 내 메신저 알림에는 곧바로 반응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음…….

    난 볼을 긁적이다가 유얼머니게임즈의 메일을 돌아보았다.

    빡침 풀충전!

    [나>>> 사과도 안 하고 보상부터 내미는 게 너무 ㅋㅋㅋㅋㅋㅋ]

    [나>>> 유얼머니게임즈다워서 눈물이 나네요^^……]

    니들이 뭐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네드 님의 메시지가 왔다.

    [네드 님>>> 그래서 말입니다만]

    [네드 님>>>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

    좋은 생각? 유얼머니게임즈 사옥 무너뜨리기?

    [나>>> 뭔데요?]

    [네드 님>>> 유니 님이 유네리아를 싫어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

    [나>>> 그야……]

    놀랍게도 난 말문이 막혔다.

    이놈의 망겜 어쩌고 하면서도 정은…… 아니, 애증은 조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이건 열어 봐야 아는 유니딩거의 상자라고나 할까…….

    막상 망하면 좀…… 좀 그래……! 내가 쏟은 시간과 돈이!

    무엇보다 추억도 있다면 있었다.

    내가 답을 고민하는데 네드 님의 말이 이어졌다.

    [네드 님>>> 그래서 엘데와 비상식량도 볼 겸, 생각해 봤는데……]

    그러면서 네드 님이 이은 말은 뜻밖이었고, 대박이었다.

    십수 분 후 난 그냥 한마디로만 답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 대박;]

    이 사람, 큰 그림 그리고 있었잖아???

    * * *

    KJ의 움직임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하필 유얼머니게임즈의 대형 사고에 KJ의 후계자가 말려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KJ의 후계자나, 같이 가상현실에 빠졌던 사람이나 무사히 복귀했다지만 그러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만일 조금이라도 더 실수가 있었거나, 중간에 예상치 못한 사고라도 났다면 그대로 의식을 찾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유얼머니게임즈, KJ에 공식적으로 사과]

    [유얼머니게임즈 대표, “책임지고 사퇴하겠다”]

    유얼머니게임즈의 대표와 유네리아의 팀장이 나란히 옷을 벗었다.

    그리고 유얼머니게임즈는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두 사람의 사후 케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들 회사의 규모에서 할 수 있는 사후케어가 KJ에서 만족할 만한 규모일 리가 없었다.

    [KJ, 앞으로의 행보는?]

    덕분에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KJ는 대범하다 못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KJ, 유얼머니게임즈 인수]

    유얼머니게임즈를 인수하고 VR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KJ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여러 가지 조항이 있었지만, 당연히 외부에 발표될 일은 없었다.

    애초에 유얼머니게임즈측은 대형 사고를 넘어선 대형 사고를 친 이상, 뭐라고 따질 입장도 아니기도 했다.

    물론 죄가 없는 건 아니었으므로 책임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리고 그 후에도 유네리아 비공식 카페 자유게시판은 불타고 있었다.

    [그래서 유네리아는]

    [유얼머니게임즈 망함?]

    [--------상 장 폐 지------]

    이제 망하는 거냐며 난리가 났다.

    와중에 유네리아의 디렉터가 바뀌고, 새로 들어온 디렉터 손우현은 인터뷰에까지 응하며 약속했다.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습니다.”

    그러자 유네리아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아 예 맨날 소통하신다더라고요]

    [그래서 소통한사람이 누가 있는데]

    [이번팀장도 텄다]

    [--------유네리아서비스종료-------]

    ……아무도 믿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디렉터 손우현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놀라운 행동력을 보였다.

    [유저 대상 대규모 좌담회 개최]

    파격적인 공지를 때렸던 것이다.

    [유네리아의 방향성과 앞으로의 유네리아에 대한 유저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부족하나마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장소는 호텔을 하나로 통째로 빌려 버렸다.

    그리고 초청으로 참여하는 유저들의 교통비는 물론이고 숙박과 식사까지 책임지겠다고 단언했다.

    [응 돈먹인놈들 데려가서 지들끼리 짜고치는 라이브 어서오고]

    그때까지도 유저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오후.

    [유네리아 공식 게시판 점검 종료]

    [유네리아 공식 게시판 재오픈 안내]

    유네리아 공식 게시판이 다시 열렸다.

    거기서 유저들은 놀랐다.

    [오 진짜 연다고?]

    [카페랑 같이 둘다 불탈텐데 감당할수있겠냐 우현아]

    그리고 게시판 오픈 기념으로 유저들에게 소소한 선물을 배포했다.

    [유저 전원에게, 유네리아 전용 캐시 1만원 지급]

    소소하지만 전체 유저를 대상으로 한 만큼 보상은 대단했다.

    타인에게 양도 불가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붙어 있긴 했지만 파문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사료왔다]

    [이번 디렉터 유저를 길들일 줄 아는 놈임 조심해야됨]

    [오히려좋아]

    [길들여줘 더해봐]

    부정적이었던 유저들의 민심이 멈칫할 즈음.

    좌담회에 참석할 유저들을 초청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유네리아를 즐기는 모두가 유네리아의 가족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유네리아를 바라보는 각계각층의 시선을……]

    긴 서론 끝에 유네리아가 좌담회에 초청한다는 인물들은 이러했다.

    일단 유네리아 랭커들과 유저들이 선출한 대표들, 그리고 게임사에서 초청한 유네리아 관련 너튜버들.

    그 너튜버 중에는 유네리아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 역시 많았다.

    [유네리아 좌담회 티켓팅]

    그뿐만이 아니라 유네리아는 일반 유저들을 위한 좌담회 티켓팅까지 열었다.

    연예인 티켓팅 사이트로도 유명한 노노문고에서 진행된 ‘유네리아 좌담회 티켓팅’ 500석은 열리자마자 서버가 터져 버리면서 매진되어 버렸다.

    [500명이 뭐냐]

    [500명 미리 사놓은 거 아니냐?]

    아직도 의심하는 유저들은 있었지만, 게시판에 여러 유저들이 티켓팅 성공을 인증하면서 조작 의심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좌담회 개최 전날.

    [운영진의 마음 :

    새로 디렉터로 취임하게 된 손우현입니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돌아와주신, 지켜봐주신 유저분들게 소소하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희 유네리아는…….]

    ……라는 아이템이 유저들의 우편에 일제히 도착했다.

    보나마나 쓸모없는 아이템 조합일 거라고 생각했던 유저들은 놀랐다.

    [스킬레벨업 재화를 뿌린다고?]

    [유네리아 역사상 이런 사료는 없었다]

    [아ㅋㅋ이렇게나오면 현질말리지]

    그렇게 유저들의 호응과 관심을 얻은 유네리아 좌담회가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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