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8화 (108/112)
  • <108화>

    KJ 측에서는 강이현이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가 실신한 이유를 과로라고만 설명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체 어디에서 새어 나갔는지, 그가 마지막으로 하고 있던 게 ‘Y게임사의 대표 게임’이라고 소문나면서 유네리아가 아니냐고 알음알음 소문이 나고 있던 차였다.

    게시판도 인터뷰 내용과 함께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있었다.

    [그래서 유네리아 재벌3세 갓흥겜이냐]

    [아직 답변안나옴]

    기자의 질문에 금세 답할 것 같던 강이현은 잠시 침묵했다가, 미소 지었다.

    “……!”

    난 그 미소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

    누군가와 너무나 닮아 있어서.

    옅게 웃는 저 얼굴이. 그리고 강이현이란 이름이.

    내가 눈을 크게 떴을 때였다.

    인터뷰 중이던 강이현이 입을 열었다.

    「네, 맞습니다.」

    그러자 기자들도 유네리아 카페 자유게시판도 난리가 났다.

    [갓흥겜 어서오고]

    [재벌3세 갓흥겜 인증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유니=강이현임?]

    아니라고! 난 그가 인터뷰하는 틈을 타 재빨리 댓글을 달았다.

    [네리아-유니 : 내가 저분이면 어떻게 댓글을 달겠음]

    그러자 사람들은 시끄러워졌다.

    └[메디카-환형 : 비서시킨거아니냐]

    └[메디카-지저스 : 넌 비서가 X으로보이냐]

    아, 나 아니라고!

    내가 머리를 붙잡는 사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전에 KJ측에서는 과로로 실신하셨다고……」

    「앞으로의……」

    우르르 질문이 몰려드는 기자들 사이로 목소리 하나가 솟았다.

    「어떤 게임입니까!」

    그러자 다른 기자도 질세라 물었다.

    「Y게임사의 게임이 맞습니까!」

    다들 궁금했는지 기자들이 다소 조용해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강이현이 다시 옅게 웃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 파악 중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신중하게 답했다.

    「KJ와 관련되어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신중하게 입장 공유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매너 있게 답하긴 했지만, 기자들이 얻어낸 건 ‘그가 게임을 하긴 했다’라는 것밖에 없었다.

    사실상 밖으로 알려진 내용과 다른 것이 없었다.

    “기자 다루는 솜씨도…….”

    ……네드 님 같네.

    난 인터뷰가 끝나고 침이 튀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앵커와 누군가를 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봐도 맞는 것 같은데.

    일단 이름이 똑같고?

    나랑 같은 시기에 실신했다고 했잖아?

    게다가 Y 게임사?

    이름이 알려진 Y 게임사라면 몇 없었다.

    그래서 강이현이 했던 게임이 유얼머니게임즈의 유네리아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는 거고.

    유네리아 카페 자유게시판도 내 머릿속과 같은 주제로 불타고 있었다.

    [정보)회사와 관련된 일=KJ와 관련된 일=유얼머니게임즈

    글쓴이 : 알라반-샐러리파슬리]

    거의 확신하는 듯한 글도 있었다.

    눌러 보니 내용은 이러했다.

    [내용 : 얼마전에 KJ에서 컨텐츠사업 투자한다고 유얼머니게임즈랑 어쩌고하는거 인터넷뉴스에 나왔었음]

    물론 댓글 의견은 분분했다.

    [메디카-지저스 : 그냥 본인 안위랑 관련된일이라 회사 일이라고 한 거 아님?]

    [메디카-내가술먹으면개 : 강이현이 KJ 그자체임? 아니잖아]

    └[알라반-샐러리파슬리 : (KJ 주가.jpg) 강이현 쓰러지고 주가 폭락한거 안보이냐]

    마음 아픈 폭락 그래프가 휴대폰 화면에 떠올랐다.

    물론 지금은 회복 중일 터였다.

    [네리아-결혼하지마 : 그래서 강이현이 유니임?]

    자꾸 글이 올라왔다.

    아니라니까!

    하지만 네드라는 닉네임이 알려져 있지 않으니 오해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러면 정말.

    나랑 같이 유네리아에 들어갔던 네드 님이 KJ 강이현이란 말이야?

    “……그 사람 회사원이라고 안 했나?”

    근데 회사원이 그렇게 돈이 많나?

    아니, 돈은 둘째치고 회사 다닌다고 했지, 일반 사원이라곤 안 했잖아?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난 인상을 썼다.

    “……근데 부사장도 회사원으로 치는 거였어?”

    * * *

    한번 불타오른 게시판은 좀처럼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그러던 중에 이미 뜨겁게 달궈진 게시판에 새로운 떡밥이 던져졌다.

    [유니=강이현은 모르겠고 유니 실종됐던 이유.jpg]

    글에 올라온 스크린샷을 보니 한참 전의 인터넷 뉴스였다.

    [유얼머니게임즈 대표, “VR(가상현실) 가능성 높이 보고 공격적 투자”]

    그렇게 쓰인 스크린샷 아래에 글쓴이가 쓴 말도 보였다.

    [사실 가상현실로 끌려들어갔던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놈 작두 타도 되겠는데? 난 감탄했다.

    댓글은 다시 난리가 났다.

    [메디카-아주머 : 그래서 왜 유니랑 강이현이 같이 사라지냐고]

    └[알라반-사장님이맛있어요 : 동일인이니까 X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리아-파개한다 : 유니 여자라고 XX들아 실제로 만나봤다고]

    와중에 파개한다는 내 개인정보를 다시 열심히 퍼 나르고 있었다.

    작작 좀 해 줄래?

    난 이마를 짚었다.

    * * *

    KJ는 강이현의 인터뷰로 발칵 뒤집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끝까지 숨겨야 한다’는 제 아버지와, ‘어차피 숨겨도 사람들은 끝까지 파낸다’는 강이현의 의견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붙었다.

    그리고 결국 승리한 건, 당연히 인터뷰를 하는 강이현이었다.

    그가 보기엔 제가 유네리아를 했다는 것이 나쁜 인상으로 비춰질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재벌 3세가 게임을 한다는 말에 친근한 이미지로 다시 보인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것도 노렸지만 무엇보다 강이현이 노린 건 이것이었다.

    KJ는 어차피 유얼머니게임즈에 큰 규모로 투자하려고 했다.

    그런데 KJ의 강이현이 유얼머니게임즈의 대표 게임인 유네리아를 해 보는 게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조금만 말을 바꾸면 오히려 투자 사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는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일주일간 의식이 없었던 이유와 함께 피해 사실은 확실히 부각시켜야겠지만.

    게다가 어차피 투자 건을 중지시키려면 이유도 필요했다.

    애초에 유네리아는 근래 바닥 치고 있는 국내 RPG 게임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는 거의 유일한 게임이었다.

    그것 때문에 투자 유치를 고려했던 거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본 유네리아엔 장래성이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주먹구구식이었다.

    “…….”

    강이현은 유네리아 안에서 겪은 수많은 일들을 떠올리며 머리를 짚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KJ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했다.

    그리고 당연히, 강이현에 대한 것보다는 다른 것이 더 이슈가 되었다.

    [(속보) KJ, 유얼머니게임즈 투자계약 전면 재검토]

    * * *

    유네리아 카페는 새벽에도 불타고 아침에도 불탔다.

    과연 밤낮없이 게임에 미친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게임다웠다.

    “꼬라지 잘 돌아가네.”

    난 자유게시판을 보면서 감탄했다.

    아직도 자유게시판은 강이현 이야기로 뜨거웠다.

    [메디카-지저스 : 전엔 게임 하다가 기절한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

    └[메디카-아주머 :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고했음ㅇㅇ]

    └[메디카-지저스 : 일부러 애매하게 답한거였네ㅋㅋㅋㅋㅋㅋㅋ]

    와중에 엉뚱하게 얻어맞는 애도 있었다.

    [나 아니라고 KJ는 X발 백수인데 개슬프네]

    [글쓴이 : 네리아-강이현]

    [내용 : 내가 KJ 강이현이면 댓글단놈들한테 백만원씩 쏜다]

    그건 다름 아닌, 강이현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글에는 순식간에 댓글 500개가 붙었다.

    [근본은행 1XXXXX-6XX]

    [초콜릿은행 55XXXXXXXXX]

    댓글은 모두 계좌번호였다. 대부분이 가짜겠지만 진짜도 있는 듯했다.

    이놈들은 개인정보 수호에 관심이 없단 말인가?

    물론 가장 빡치는 건 강이현이라는 닉네임을 쓰던 유저일 터였다.

    [네리아-강이현 : X발 닉변한다]

    └[메디카-강이현 : KJ강이현으로 가즈아ㅏㅏㅏ]

    다른 서버의 강이현은 이 관심을 즐기는 듯했다.

    [실시간)우편함 근황]

    [글쓴이 : 알라반-강이현]

    [내용 : (꽉 찬 우편함.jpg)

    내 인생에 이렇게 많은 편지 받은 적이 없다 정주행하러간다ㅋㅋ]

    알라반 서버의 강이현도 즐기고 있었다.

    개판이 따로 없었다.

    한편에서는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알라반-금관 : 근데 강2현 완전 갓반인 이미지 아니었냐 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은 손도안댔을것같은데]

    [알라반-파란바다 :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 하는 놈 아니었음?]

    └[메디카-딜가놈 : 투자사 게임이 하고싶었나보지]

    └[메디카-딜가놈 : 이것 또한 “투자”였던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반-금관 : 재벌3세가 투자사 게임에 투자하는 방식.jpg]

    └[알라반-파란바다 : 이런 투자는 또 처음보네]

    └[네리아-윤애리어 : (3년 전 유니 강화 스크린샷.jpg) 일찍부터 투자하고있었음]

    그니까 나=강이현 아니라니까!

    와중에 유얼머니게임즈는 공식 발표가 없었다.

    어떻게 해명 좀 해 봐라!

    하다못해 두 명 들어갔다는 팩트라도 말해 봐!

    물론 ‘실수로 하나가 아니라 둘이 들어갔어요^^’ 같은 인터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이현이 쓰러지는 바람에 시선이 쏠려 있었으니까.

    와중에 어쩌다 두 명이 들어갔느냐 묻는다면 할 말도 없을 터였다.

    OTP가 없어서 정보를 제대로 바꿔줄 수 없었다는 소리도 못 하겠지!

    이런 개망겜!

    내가 분노할 때였다.

    내 앞에서 예능프로그램을 보여 주던 TV 아래로 불쑥 속보가 지나갔다.

    [KJ 강이현, “유얼머니게임즈 투자 전면 철회”]

    난 그걸 보고 눈이 튀어 나갈 뻔했다.

    “엥?”

    깽판……은 치려고 했는데?

    이미 저쪽이 고오급진 깽판을 치고 있었다.

    난 재빨리 포털 사이트로 들어갔다.

    포털 사이트도 KJ 강이현 투자 이야기로 난리였지만, 내 시선은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불길한 뉴스가 재조명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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