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3화 (103/112)

<103화>

이렇게 되면 공략법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네드 님!”

난 네드 님에게 재빨리 손짓했다.

멀리서 비상식량을 타고 날고 있던 네드 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봤습니다!”

본의 아니게 공략법을 알게 됐으니, 이제 리리스가 차지어택을 쓸 때까지 기다릴 때였다.

* * *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리리스의 ‘lilith_chargeattack.une’는 말 그대로 기를 모아서 쓰는 필살기 같은 거였다.

그 스킬이 차지되는 동안에 있었던 유저의 위치를 자동으로 타겟팅해서 맵을 박살 내는 스킬.

걸리면 작살 나지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는 맞지 않는다.

그리고 데미지는 오류뎀에도 1%가 닳는 리리스에게 스치기만 해도 5%의 데미지를 주는 무지막지한 스킬이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리리스에게 맞추느냐는 건데.

당연히 급소에 리리스가 타겟팅하게 하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리리스가 차지하고 있을 때 리리스를 끌어안고 있어야 하잖아?

그걸 리리스가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그럼?

“어쨌든 인식할 것만 있으면 되겠네?”

원래 공략에는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하고 보는 거다.

1차적으로 스킬, 2차적으로 용이나 펫. 마지막으로는.

“네드 님, 미니 꺼내요!”

“아……!”

네드 님은 내 말에 뭔가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이해하는 분다웠다.

[유니가 ‘네드 미니’를 사용합니다.]

[네드가 ‘유니 미니’를 사용합니다.]

그 후 나와 네드 님은 엘데와 비상식량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리스 ‘lilith_chargeattack.une’ 19%]

떴다!

차지가 시작되자마자 리리스에게로 빠르게 접근했다.

“!”

놀란 리리스가 멈칫했을 때였다.

우린 어차피 때려 봐야 흠집도 안 나는 그녀를 스킬로 패는 대신, 그녀의 양쪽 어깨에 네드 미니와 유니 미니를 올려놓았다.

“?”

창을 돌리며 차지하던 리리스도 당황하고, 어깨에 올려진 네드 미니와 유니 미니도 우리를 울망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는 게 보였다.

버리고 가는 거 아니야!

이따 구해 줄게!

[리리스 ‘lilith_chargeattack.une’ 88%]

그 사이 리리스의 차지어택이 빠르게 준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lilith_chargeattack_target에게 조준되었습니다!]

떴다!

나와 엘데, 네드 님과 비상식량에게 새빨간 조준경이 떠올랐다.

물론 거기에만 뜬 건 아니었다.

“!”

“!”

눈을 크게 뜬 유니 미니와 네드 미니에게도 뜬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미니들이 리리스의 어깨에 매달려 있었던 만큼, 사실상 리리스의 몸에 두 개나 타겟팅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이게 무슨……!”

로딩이 덜 된 머리라 그런지 아직 머리 회전이 안 되는 리리스가 당황할 때였다.

[리리스 ‘lilith_chargeattack.une’ 100%]

리리스가 기를 다 모으자마자 나와 네드 님이 동시에 시스템창을 꾹 눌렀다.

[‘네드 미니’ 소환 해제됩니다.]

[‘유니 미니’ 소환 해제됩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리리스의 창에서 뻗어 나온 에너지탄이 나와 엘데, 네드 님과 비상식량이 있었던 허공을 박살 냈다.

그리고.

“꺄아아악!”

리리스의 양쪽 어깨가 있던 맵도 박살 내는 게 보였다.

[리리스 48%]

데미지 좋고!

이제 이 짓 두 번만 하면 된다!

……라고 생각할 때였다.

[네드가 ‘되감기’를 사용합니다!]

“?”

네드 님이 어디에 되감기를 썼나 했더니 그건 리리스였다.

되감기는 명목상 버프 스킬이었기 때문에, 디버프 저항만 있는 리리스에게는 저항 없이 들어갔다.

그리고 당연히.

―쿠콰콰쾅!

“꺄아악!”

[리리스 1%]

리리스에게 가해졌던 차지어택 데미지가 한 번 더 들어갔다.

난 순간 멍하니 네드 님을 쳐다보았다.

혹시 천재세요?

아, 천재셨지.

그 짧은 순간에 되감기를 넣을 생각을 한다니 정말…… 정말 끝내주는 센스였다.

“이대로…… 이대론 안 돼……!”

이를 악문 리리스가 창을 집어넣더니 두 손을 모았다.

기도하는 것처럼.

힐인가?

[리리스 ‘lilith_finalattack’ 5%]

친절하게도 스킬 이름은 적나라했다.

공격스킬이네?

그와 동시에 네드 님의 머리 위에 스킬 준비 게이지바가 떠올랐다.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8%]

1% 체력이 남자마자 바로 구성에 들어가신 게 분명했다.

유네리아의 시스템상 3% 이상의 데미지를 주지 못하면 몬스터는 멈칫하지도 않는다.

요컨대 데미지를 주는 것 외에는 저 리리스의 차지 어택을 방해할 방법은 없다는 말이었다.

오류뎀 떠도 1% 닳는 놈을 어떻게 방해해?

그렇다면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네드 님의 5속성 스킬 조합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칵테일 이벤트 1위의 힘을 조금만 맛봐라!

―탁!

난 엘데에게서 뛰어내려 네드 님이 서 있는 비상식량 위에 섰다.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11%]

유네리아의 복잡한 스킬 조합 창의 인터페이스는 이른바 ‘뉴비절단기’로 유명했지만, 네드 님은 침착하게 스킬을 집어넣고 있었다.

난 네드 님이 잠시 고민할 때마다 그의 시스템창을 짚어 주었다.

“이쪽으로 끌어요.”

네드 님은 잠깐 멈칫했다.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13%]

[리리스 ‘lilith_finalatttack’ 12%]

그 사이 리리스가 바짝 추적해 왔다.

―휘오오오!

이미 리리스가 차지어택을 쓸 때 나왔었던 바람 장벽이 우리를 더 좁은 범위에 가두고 있었다.

먼저 리리스를 날려 버리지 못하면 엔딩이 아주 좋지 못하게 날 거라는 의미였다.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19%]

[리리스 ‘lilith_finalatttack’ 16%]

하지만 내가 돕기 시작하자 네드 님의 스킬 차지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스킬 차지를 하다가 잘못하면 처음부터 시작되는 만큼, 남의 조언은 잘 못 받기 마련인데.

네드 님은 내 조언을 이해하고 빠르게 적용시키고 있었다.

나를 믿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다.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44%]

[리리스 ‘lilith_finalattack’ 44%]

그런데 리리스도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저놈 보게?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65%]

[리리스 ‘lilith_finalattack’ 65%]

비슷한 속도로 스킬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 쪽은 창 다섯 개가 생겨 그걸 투척해야 하는 스킬이다.

이대로 동시에 차지가 끝나 버린다면 우리는 창을 집어던지는 시간까지 있으니 먼저 공격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입 안이 바싹 말랐다.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87%]

[리리스 ‘lilith_finalattack’ 88%]

그리고 그 긴장감 때문일까, 리리스의 스킬 차지 속도가 우리를 앞서 버렸다.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다!

속도를 더 높이지 못하면 어차피 사망이었다.

내가 직접 네드 님의 스킬 조합 창을 건드리면 스킬 조합이 날아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결론을 내리자마자 난 바로 움직였다.

―탁.

난 에라 모르겠다, 네드 님의 손을 잡았다.

다행히 스킬 조합이 깨지진 않았다.

눈을 크게 뜬 네드 님에게 내가 말했다.

“잠깐만 도와줄게요.”

사실 아까부터 돕고 있었지만.

수도 없이 해본 스킬 조합인 만큼 내가 네드 님의 손을 아예 잡고 이끌기 시작하자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92%]

[리리스 ‘lilith_finalattack’ 92%]

빠르게 리리스를 따라잡았지만 난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98%]

[리리스 ‘lilith_finalattack’ 96%]

그리고 이내.

[네드 ‘5속성 스킬 조합’ 100%]

[리리스 ‘lilith_finalattack’ 97%]

네드 님의 스킬 조합이 먼저 완성되었다.

―우우웅! 우웅!

그와 동시에 네드 님의 앞에 다섯 개의 마법창이 떠올랐다.

네드 님은 고민하지도 않고 창을 뽑아 리리스에게 집어던졌다.

[리리스 ‘lilith_finalattack’ 99%]

리리스의 마지막 공격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

[―□!]

[―□!]

[―□!]

[-97,728,416!]

시원한 데미지와 함께 오류뎀이 다발로 떴다.

그와 동시에 리리스의 머리 위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사망 판정이었다.

[보스 ‘BOSS_lilith_last.une’ 클리어했습니다!]

음, 마지막 알림까지 망겜 그 자체야!

[BOSS_lilith_last.une 최초 클리어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대륙 전역 경험치+30%]

[보상 아이템이 주어집니다.]

[기공포(하늘) 획득했습니다!]

네드 님도 같은 것을 획득하는 게 보였다.

“기공포?”

뭔가 싶어 확인했던 난 입을 떠억 벌렸다.

[기공포(하늘)(Lv.800)

- 스킬 조합을 집어넣으면 하늘 속성을 자동으로 추가하여 공격한다(유네리아 미래공학 스킬 데미지 보너스 +30%).]

개사기잖아!

4속성 스킬 조합을 하는 시간과 5속성 스킬 조합을 하는 시간은 네 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게다가 하늘 속성을 섞을 때마다 배로 스킬 차지 시간이 늘어나는 걸 생각하면?

이걸 갖고 있는 이상 나와 네드 님은 걸어 다니는 전차나 다름없었다.

리리스 한 번 더 나타나도 깨겠는데요?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메인 퀘스트 ‘대륙 멸망의 주범’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대륙을 구하는 자

- 다섯 속성 크리스탈을 ‘스칼라 호수 위’에서 파괴

*퀘스트 ‘대륙을 구하는 자’를 클리어할 시, 대륙 전체의 질서가 재편되며 잠시 게임에서 로그아웃됩니다.]

나와 네드 님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제 정말,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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