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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37/112)
  • <37화>

    500레벨 시나리오 퀘스트 마지막 보스 ‘조르아’는 X랄맞기로 유명한 보스 몬스터였다.

    온갖 뭐 같은 함정은 다 설치된 맵에서 스킬만 난사해 대는 걸 잡아야 했으니까.

    심지어 잡기는 더럽게 어려운 주제에 아이템 드랍률은 1%였다.

    그것도 파티원 전체가 주사위를 굴러서, 1~999중 가장 높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가지게 된다.

    심지어 거래 불가 아이템이기까지 했다.

    [이딴 걸 최종보스 보상이라고 냈냐]

    [보상 있는거 맞냐]

    [저항의 정령석 미구현 아이템 아님?]

    욕을 산처럼 먹고 나서 패치된 것이 이거였다.

    [보스 ‘조르아’의 보상 방식이 변경됩니다.

    - 기존 : 파티당 1%의 확률로 ‘저항의 정령석’ 드랍

    - 변경 : 파티원 개인당 1%의 확률로 ‘저항의 정령석’ 획득(합산X, 파티원 개인 적용)]

    말을 어렵게 써놨는데 한마디로 이거였다.

    파티원이 10명이 들어간다고 해도 10%의 확률로 드랍하는 게 아니라, 개인당 1%의 확률을 적용해서 1%에 당첨된 유저가 있어야 드랍된다는 거였다.

    거기서 또 주사위 굴려야 가져갈 수 있고.

    드랍률이 오르기야 올랐는데 그 조르아 보스룸이 4인 던전이라는 게 문제였다.

    [와 개혜자 패치했다]

    [1%>>4%ㅋㅋㅋㅋㅋ]

    [얘네는 월급도 1% 확률로 줬다가 4% 확률로 주게 패치해야됨]

    [유얼머니게임즈의 월급상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당연히 욕을 다발로 먹었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

    너무 사기템이라 그런 듯했다.

    근데.

    “……이게 두 개가 나온다고?”

    난 저항의 정령석을 만지작거렸다.

    나도 이걸 얻으려고 백수십 번을 조르아를 때려잡았지만 구경밖에 못 했다.

    드랍되면 뭐하나, 주사위가 높게 안 나오는데!

    그래서 다른 파티원들에게 다 나눠주고 난 무료봉사 하고……

    그런데 이걸 여기서 먹네?

    이게…… 초심자의 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난 나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함박웃음! 나도 이제 정령석 있다! 정있찐이다!

    “기뻐하시니 다행입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군요. 그렇게 말한 네드 님이 나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다시 새까맣게 시야가 물들었다.

    다시 상영회 시작이었다.

    * * *

    영화관처럼 위아래가 새까만 화면.

    지하가 시끄러운 사이 지상 알라반 왕성의 기사들은 난리가 나 있었다.

    [켄 님!]

    그리고 당연히 그들을 통솔해야 할 기사단장 켄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결국 그의 방에 기사 하나가 쳐들어갔지만,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어?]

    그리고 그가 있어야 할 자리, 사무용 책상 아래에는 웬 붉은 마력을 피워올리는 수상쩍은 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뭐지?]

    기사는 켄을 찾으러 다른 곳으로 뛰어가는 한편, 마법사 연구소에 사람을 보내 그 돌을 조사하게 했다.

    그리고 곧 왕성은 발칵 뒤집혔다.

    [이건 산 사람이 견딜 수 없는 마나입니다!]

    [기사단장이 이런 마나석을 가지고 있었다고?]

    [이 자리에 산 사람이 앉는 것만으로도 기력이 다 빨려 들어갈 겁니다!]

    마법사들이 난리가 난 가운데 기사들은 당황해서 말했다.

    [그 자리엔 늘 기사단장님이 앉아 계셨는데요?]

    그러자 마법사들은 난리가 났다.

    [기, 기사단장은 어디 있소!?]

    그러는 사이 다시 화면이 바뀌었다.

    [이번 롤티랭 영지의 수확이 아주 좋았다면서요.]

    [그럼요. 해마다 풍작입니다. 이게 다 왕실에서 보살펴 주신 덕이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하하호호 웃고 있는 연회장이었다.

    그 한가운데에서 이야기하고 있던 왕과 왕비가 갑자기 몸을 멈칫 굳혔다.

    [폐하……?]

    귀족들이 놀랄 때였다.

    ―쿠당탕!

    왕과 왕비가 동시에 쓰러졌다. 그러면서 그들에게서 붉은 마나가 새어 나왔다.

    [이, 이게 뭐야!]

    [의사를 불러라! 마법사도!]

    그렇게 연회는 개판이 되었다.

    * * *

    그렇게 영상이 끝나면서 회복되는 시야 앞에 띠링! 알림이 떴다.

    [‘퀘스트 : 수상한 진흙’을 ‘히든 루트’로 클리어하였습니다!]

    [알라반 왕성 신뢰도 +20%]

    [레벨에 비례하여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Level up!]

    [Level up!]

    [Level up!]

    ……

    히든 루트 클리어라 그런가 레벨업 창이 우르르 겹쳐서 떴다.

    [유니 / Lv. 329]

    300대에서 15업이라고?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리리스의 난이도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봐도 쪼잔한 보상이었다.

    그래도 저항의 정령석 얻었으니 됐다!

    역시 버그망겜^^!

    그렇게 생각하며 알림창을 껐을 때였다.

    “어휴…… 어떡하지……?”

    그렇게 말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NPC와 딱 눈이 마주쳤다.

    도와줘 눈빛이다!

    무시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NPC의 옷이 수상했다.

    저건 켄이 있던 초보 마을 NPC들의 옷인데?

    설마 거기서 온 건가? 여기까지?

    “저 NPC는…….”

    네드 님도 같은 NPC를 발견했는지 말끝을 흐렸다.

    옷은 못 알아봐도 NPC의 ‘도와줘 눈빛’은 느끼신 듯했다.

    “원래 메인 퀘스트 아닌 NPC한테 말 걸면 귀찮아지거든요?”

    네드 님이 날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친 난 말을 덧붙였다.

    “말 거는 놈은 무조건 뭐 해 달라고 해서요.”

    “아.”

    네드 님이 오늘도 깨달음을 축적하는 사이 내가 말을 이었다.

    “근데 쟤는 옷을 보니까 메인 관련 NPC 같아요.”

    “그럼 어쩔 수 없군요.”

    귀찮은 거 도와달라고 하면 라비스 먹여야지.

    네드 님이 들으면 흠칫할 생각을 하면서 난 NPC를 불렀다.

    “저기요!”

    그러자 NPC가 벼락같이 나를 돌아보았다.

    “오오! 마침 거기 지나가고 계신 모험가님!”

    지나가긴 개뿔! 아까부터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으면서!

    하여간 유네리아 NPC 중엔 제대로 된 놈이 없어요!

    내가 욕하는 사이 NPC가 와다다 달려와 우리 앞에 섰다.

    “앗, 유니 님이셨군요!”

    얼굴도 못 알아볼 거리 아니었거든?

    하지만 뻔뻔한 얼굴의 초보 마을 NPC는 반가운 얼굴로 내 손을 꼭 잡았다.

    그래도 이쪽은 다행히 버그에 안 걸렸는지, 네드 님 대신 내게 말을 걸고 있었다.

    “무슨 일로 왕성까지 왔어요?”

    내 물음에 초보 마을 NPC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기이한 소문을…… 들어서요.”

    “기이한 소문?”

    되묻자 NPC의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예. 그…… 켄의 소식이 들려와서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렇게 주저하는 NPC를 보고 있자니 선택지가 떴다.

    [① 걔 여기 기사단장인데

    ② 켄은 죽었어]

    아니 선택지가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냐?

    결국 난 전자를 선택했다.

    “켄은 왕성 기사단장이 되었어요.”

    내 말에 NPC는 눈을 크게 떴다.

    “네?? 이미 죽은 사람이 무슨 기사단장입니까?”

    “뭐라고?”

    그러자 그를 지켜보던 기사들도 움찔했다.

    “죽은 사람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모르셨습니까?”

    놀란 초보 마을 NPC와 기사들의 대화가 정신없이 오갔다.

    죽은 사람인 거 알았으면 기사단장 자리에 안 앉히지 않았을까요?

    “설마……!”

    기사들은 아까 영상에서 본 대로, 켄의 자리에서 기이한 마력이 발견된 것 때문에 짐작하던 바가 있었는지 뒤집어질 만큼 놀라진 않았다.

    “켄 님과 같은 마을 출신 맞습니까?”

    “네. 베이야 마을 출신입니다.”

    아, 거기 이름이 베이야였어?

    다들 초보 마을이라고만 불러서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사이 기사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쯔쯔, 너희도 불쌍하다.

    네드 님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옆에서 혀를 찼다.

    “상사가 이미 죽은 자였다니, 저라도 무서울 것 같습니다.”

    난 그 말에 멈칫했다.

    그거 좀 괜찮을지도…… 아, 아니.

    “그러게요, 저 같으면 기절했는데.”

    좋아서 기절했을 듯?

    난 일만 생기면 도망가서 돌아오지 않던 회사 상사를 떠올리면서 생각했다.

    * * *

    왕성은 완전히 발칵 뒤집혔다.

    모두가 네크로맨서에게 놀아났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 문제의 네크로맨서를 항아리로 만든……게 아니라 어쨌든 물리친 것을 알리자 알라반 왕성은 빠르게 재정비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확실히 왕과 왕비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듯, 진흙투성이가 되어 무너져 가는 왕성의 지반을 보고 기겁을 했다.

    무슨 일이긴요, 좀만 늦게 정신 차리셨으면 머드팩 찐하게 하셨을 거라는 소리지.

    나와 네드 님이 그 꼴을 멀리서 지켜볼 때였다.

    알림창이 떴다.

    [‘히든 퀘스트 : 알라반 왕가와의 만남’을 입수했습니다.]

    [*오픈 조건 : 알라반 왕성 신뢰도 80% 이상인 상태로 ‘수상한 진흙’ 퀘스트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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