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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신혼-74화 (74/95)
  • 두 번째 신혼 74화

    이한은 부드럽게 닿은 입술 틈을 벌리고 뜨거운 걸 밀어 넣었다. 달큼한 술맛이 나는 속을 샅샅이 훑어 먹고 세인이 숨을 못 쉴 때까지 집요하게 굴었다.

    제가 없는 곳에서 칵테일을 마신 것까지 질투가 일었다.

    내가 사주는 것만, 내가 주는 것만 먹으라고 하면 미친놈이라고 하려나.

    “하아…… 잠깐만.”

    “잠깐도 길어, 나는.”

    이한이 입술을 가린 세인의 손목을 쥐어 치우며 다시금 입을 맞췄다. 그러나 그녀가 버거워하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점차 느릿하게 휘저었다.

    이한은 쉬어갈 겸 가볍게 세인의 아랫입술을 빨아들인 후에 말했다.

    “욕실 들어가면, 씻는 거로는 안 끝나.”

    “안 끝나는 게 좋아요…….”

    “진심이야?”

    “응.”

    세인이 끌어안은 아픔을 순간이나마 모면하기 위한 유혹이래도 좋았다.

    그녀를 기다린 시간은 너무 길었다. 벌써 여러 차례 세인을 배려한단 이유로 사리를 쌓았더니, 더는 아낀다는 명분을 내세우기 어려웠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였다. 참는 것에 능했으나 거듭되는 유혹을 물리칠 만큼 모자라진 않았다.

    이어질 행위가 잠시나마 세인의 마음을 비워주겠지. 이 흐름에 편승할 이유는 많았다.

    이한이 잠긴 목소리를 내었다.

    “손 둘러.”

    세인이 말을 듣기 무섭게 이한은 말캉한 입술을 집어삼키며 일어섰다. 좀 전보다 거친 파도로 세인에게로 부딪쳐 갔다.

    머리가 온통 세인으로 범벅되어 그녀에게 나아가는 것 말고는 생각나질 않았다.

    이한이 성큼성큼 걸어 반쯤 열린 욕실 문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부스까진 금방이었다.

    방향을 틀어 입을 맞추며 세인의 등을 벽 쪽으로 붙였다. 다른 손으로 샤워기 레버를 올리자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이한은 한쪽 어깨와 다리가 젖을 때까지 세인의 입술을 탐닉했다. 들이마시고 또 마셔도, 갈증이 채워지질 않는다.

    항상 그녀가 고팠으며 굶주린 기분이 들었다.

    “단 건 질색인데, 넌 질리질 않아. 하루 종일 붙어 있으래도 하겠어.”

    이한이 가슴을 울리며 웃자, 세인이 그 틈에 숨을 몰아쉬었다.

    “내려, 줘요…….”

    세인이 그의 가슴을 툭툭 치고 나서야 그녀의 다리가 바닥에 닿았다. 하지만 한쪽 다리는 이한의 손에 붙들렸다.

    세인의 납작한 아랫배에 달라붙으며 가볍게 들린 다리를 제 허리 쪽으로 감았다.

    또다시 입맞춤이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가까운 곳에서 뒤섞였다.

    어느덧 수증기가 꽉 찼고, 더운 숨이 소나기처럼 퍼졌다.

    반쯤 녹아내린 세인 또한 흥분된 상태였다. 그녀가 손을 뻗어 입만 맞추는 이한을 탓하듯 그의 재킷 단추를 풀었다.

    너른 어깨에 딱 맞게 걸린 재킷을 벗겨내는 것만 해도 세인에겐 버거운 임무였다.

    그녀가 버벅대자 이한이 볼우물을 보이며 말했다.

    “더 빨리 안 될까. 세인아.”

    “조금 기다려 봐요. 근육 때문에 자꾸 걸리잖아요.”

    “그래, 내 탓이지.”

    “몸이 예뻐요.”

    세인이 예쁜 소릴 하며 셔츠까지 벗겨내느라 끙끙댔다.

    이한이 목울대를 깊게 누르며 세인의 손길에 반응했다.

    “하…….”

    벽을 짚은 이한의 호흡이 짙어졌다. 하지만 그는 더 재촉하지 않았다.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다 풀어낼 때까지, 세인이 어설픈 손길로 바지와 속옷을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세인이 떨리는 눈으로 이한의 나신을 마주했다.

    그동안은 잠깐잠깐 살핀 터라 이렇게 제대로, 가까이서 살핀 건 처음이었다.

    상상보다 더 아름다운 몸이었다. 사랑스러운 건 당연했다.

    세인이 조심스레 그의 복근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단단한 굴곡이 보들보들한 손바닥에 감겨들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마음에 꼭 들어요. 그런데요,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아…….”

    무언갈 발견한 세인이 기겁하며 손을 떼어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무르는 건 안 돼.”

    “아냐. 잠깐, 안 될 것, 같…….”

    세인이 지레 겁을 먹고 말을 바꾸려는 걸 이한이 차단하듯 쪽, 입술을 붙였다가 뗐다.

    “이제 내 차례지?”

    “이한 씨, 잠깐…….”

    세인의 단추에 손을 가져간 이한이 나른하게 한숨 쉬었다. 그의 눈썹 한쪽이 축 내려갔다.

    “최대한 다정하게 할 거야. 그래도 잠깐이야?”

    “그, 그게 안 될 것 같은데…….”

    “해보지도 않고 안 돼?”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하는 건 세인의 사상에 어긋났다. 하지만 저게 될까?

    전에도 느꼈지만 아무래도 저걸 품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세인이 고뇌하는 사이, 이한이 손가락에 깍지를 끼며 말했다.

    “너한테 돌아서 이래. 이게 너한테만 이래.”

    이한이 애끓어 세인의 이마에 제 이마를 비벼왔다.

    세인이 고개를 짧게 끄덕이자, 이한이 기다렸다는 듯 세인의 원피스 윗부분을 잡았다.

    “너무 놀라진 말고.”

    세인이 이한의 뜻을 헤아리기도 전에, 그가 세인의 원피스를 북 찢어냈다. 괴물 같은 악력이 아닐 수 없었다.

    “미, 미쳤어요? 이러면 내일 뭐 입……!”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이한의 입술에 떠밀린 세인의 말들이 깊게 삼켜졌다.

    세인이 차마 토로하지 못한 상처까지 덮어버릴 듯 이한이 깊숙하게 침투했다.

    벽에 등을 기댄 세인의 몸을 따라 이한의 콧날이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가 닿는 곳마다 낯선 감각이 일어 세인을 당혹케 했다.

    욕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이한이 세인을 전부 열어내고선 열기를 채워 넣었다.

    세인이 할 수 있는 건 부드러운 머리칼에 손을 찔러 넣고 이한의 이름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민감한 살갗에 이한이 재차 짓쳐 들자 세인의 발끝이 곱아들었다.

    세인이 생경한 절정에 잠겨 헐떡대자, 이한이 샤워 레버를 껐다. 원하는 행위까지 치르기에는 장소가 걸맞지 않은 터다.

    이한이 그녀를 안아 침실로 이동했다.

    그러나 젖은 몸을 조심히 내려 눕히는 순간, 이한은 헛숨을 삼켜야 했다.

    “어떻게 해달란 걸까.”

    세인이 기절하듯 잠들어 있었다. 불과 몇 초 만에.

    이걸 깨워, 말아.

    이한이 피식 웃다가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그러면서도 세인이 정말 깰까 싶어 큰소리는 내지 못했다.

    세인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꾹꾹 누르다가 그녀가 뒤척일 때마다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힘들지 않게 잠들었으면 됐다고, 잘 자라고 마음으로 말했다.

    한참 뒤에야 이한은 욕실로 향했다. 그러곤 긴 시간 그곳에서 나오지 못했다.

    ***

    대형 병원의 특실.

    한 시간 전, 혜인은 병원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제게 벌어진 일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혜인이 연신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어댔다.

    감히 누구한테 이러는 거야.

    베드 발치 쪽 의자에는 감시하듯 경찰 둘이 앉아 있었다. 그중 여자가 혜인 앞의 병원식을 손짓하며 말했다.

    “일단 식사하십시오.”

    “지금 밥이나 먹게 생겼어요?”

    말을 할 때마다 부어 터진 얼굴이 땅기듯 아팠다. 혜인이 얼굴을 찌푸리며 따가운 입안을 혀로 훑었다.

    아야. 혀까지 다쳤는지 온통 따끔거렸다.

    그 후, 호텔에서 연주와 몸싸움이 있었다.

    처음엔 일방적으로 연주에게 뺨을 얻어맞았으나, 이러다가 죽지 싶어서 혜인은 겨우겨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제일이 말리지 않으니 살고자 발악을 한 것이다.

    괴력을 발휘한 혜인은 무릎보다 낮은 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과도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그제야 연주의 폭력이 멈추었다. 문제는 날카로운 칼날이 연주의 손목을 깊게 그어버렸다는 것.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자 사색이 된 제일이 구급차를 불렀다.

    그 직후 혜인은 기절했다. 깨어보니 병실에 경찰까지 들이닥친 상황이었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는 거지 같은 말은 덤이었다.

    바로 은희에게 연락을 했으나, 한 시간이 넘도록 소식이 없어 답답했다.

    또한 제일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어서 불안했다.

    혜인이 뜯던 손톱을 내리곤 날카롭게 물었다.

    “우연주는 어떻게 됐어요? 아직 소식 없어요?”

    “예. 아직 수술실이랍니다.”

    혜인은 범죄자처럼 저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사실 가소로웠다.

    어차피 은희가 오면 금방 풀려날 거다.

    어려서부터 권력을 맛본 혜인은 이런 상황이 그다지 겁나지 않았다.

    건방진 행태에 화가 조금 나는 것뿐이다.

    그뿐이었다.

    “제일 씨는요? 오라고 한 거 맞아요? 제대로 전하신 거냐고요.”

    “거 참, 조용히 좀 있으세요.”

    경찰 하나가 혜인을 향해 날 선 말투로 쏘아붙였다.

    “하. 내가 누군지 알고 이래?”

    “선생님께서 누구시든, 조사 대상이에요. 식사 안 하실 거면 치우겠습니다.”

    남자가 귀찮은 투로 말하며 혜인 앞의 쟁반을 멀찍이 치워냈다.

    은희가 오면 저것부터 내치겠다고 벼르고 있을 때였다.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엄마?”

    은희를 발견한 혜인이 낯을 환히 밝혔다. 이제 이 수모도 끝이구나, 싶었는데 은희 뒤로 홍춘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어째서? 아빤 일본에 계신 거 아니었나?

    혜인의 당혹스러운 시선이 은희와 맞물렸다.

    탁하게 가라앉은 은희의 낯을 보고 혜인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제일과의 관계를 부친이 알면 안 되었다. 세상 사람 다 알아도 부친만은 안 됐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제일이 이혼한 뒤면 괜찮을 터다.

    그때까진 비밀로 해야 하는데…… 설마 벌써 아신 건 아니겠지.

    “네가 사람이야!”

    화난 사람처럼 급하게 걸어 들어온 홍춘이 혜인을 보자마자 고함을 쳤다.

    홍춘은 한 번도 혜인에게 큰소리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혜인은 부친의 격노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빠.”

    “네가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선이란 게 있다!”

    홍춘이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소리를 치고서야, 혜인은 부친이 제게 화났다는 걸 깨달았다.

    제일과의 일을 들킨 것도.

    “아, 아빠…….”

    혜인이 심약한 목소리로 울먹였으나, 홍춘은 딸이 환자복을 입고 있단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

    “누굴 만나? 가정이 있는 남자를!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그게 아니라…….”

    “유부남이랑 붙어먹을 때 이렇게 될 건 예상 못 했어? 어?”

    “아빠, 저 아파요…….”

    혜인이 제 얼굴을 보라는 듯 울상을 지었다. 그러나 홍춘은 단단히 화가 나 딸의 상태엔 관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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