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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님은 공녀님만 찾는다-147화 (147/163)
  • 147화

    “메이가 약혼했다고 말했는데도 그걸 믿어 주지 않고 재차 질문하는 건 카르펜 제국의 예의인가? 저번보다 매우 불쾌하군. 플로렌스 대공비에게 후궁 제의라니…….”

    테오도르는 고개 숙인 파츠래리를 싸늘히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내 약혼녀에게 플로렌스 대공비로서 경어를 쓰길 바라네, 카르펜의 황태자.”

    “……알겠습니다.”

    테오도르는 메이아를 조심히 에스코트하며 자리에서 떴다. 그리고 파츠래리가 떠난 뒤 남아 있던 사람들은 작게 비명을 질렀다.

    그중에 시엘은 얼굴을 붉히며 나가는 테오도르의 뒷모습을 계속 쳐다보았다.

    메이아의 손을 꼭 잡고 나온 테오도르는 슬며시 그녀의 뒤에서 어깨를 잡아끌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메이아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얼굴을 붉혔다.

    “테오, 복도예요. 지나가는 시종이나 시녀들이 봐요.”

    심지어 뒤에는 따라오는 베르샤까지 있었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뽀뽀 한 번 한다고 그걸 떠드는 사람이 있는 겁니까?”

    “테오, 안 본 사이에 뭔가 뻔뻔해진 기분이 드는 건 제 착각이 아닌 거죠?”

    “사실 메이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껴안고 마음껏 입술을 맞추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그곳에서 그러면 안 되죠.”

    “그만큼 메이를 보면 제가 주체가 안 됩니다. 어떡하죠? 메이가 싫다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싫다고 말하기 전에 확…….”

    “확?”

    “키스해서 입을 막아 버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싫다는 말도 안 들을 텐데.”

    “테오!”

    부끄러움은 내 몫인가. 점점 갈수록 애정 표현이 과해지고 있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내 귓가에 그의 나직한 숨소리가 닿을 때마다 심장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테오도르는 메이아의 허리를 받쳤다. 그의 품에 완전히 갇히자 테오도르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향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자 조금만 더 닿으면 코에 닿을락 말락 하는 거리여서 당장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여기는 복도인데…….

    뻔뻔하면서도 순진하게 미소 짓는 테오도르에게서 요망함과 잔망스러움을 보니 그가 더욱 남자답게 변모한 것이 느껴졌다.

    그의 손이 미끄럽게 허리와 등을 쓸었다. 무게 중심이 완전히 테오도르에게 넘어가면서 메이아의 몸이 폭 안겼다. 자신을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다는 듯한 눈빛에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메이, 그 표정 너무 위험합니다.”

    “제 표정이 어떤데요.”

    테오도르는 샐쭉하게 입술을 내밀며 시선을 피한 채 메이아를 꼭 껴안았다.

    “제가 참을 수 없게 만드는 표정입니다.”

    테오도르의 뺨과 귀가 새빨개졌다. 검은 눈동자를 굴리다 다시 메이아의 푸른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쳤다.

    메이아는 눈꼬리를 접어 웃었다. 손을 뻗어 그의 뺨을 매만지자 그는 눈을 감고 내 손에 마음껏 뺨을 비비며 입꼬리를 올렸다.

    테오도르의 애교는 점점 갈수록 많아진다. 그 애교를 느끼다 보니 자꾸 받아 주는 것 같다.

    그는 눈을 뜨고 메이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살짝 턱으로 마차가 있는 쪽을 가리키자 그의 얼굴은 점점 새빨개졌다. 그리고 뭔가 결심한 듯 메이아를 공주님이라도 안 듯 번쩍 안아 들었다.

    “테오!”

    “마차까지 뛰겠습니다.”

    둘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복도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누구인지…… 메이아와 어떤 관계인지는 다음 날 신문을 보고 알게 되었다.

    *

    플로렌스 대공가를 섬기는 가신 가문 중에 도머슨가의 케이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작년보다 많은 밀을 생산했기에 그 수확 부분을 테오도르에게 보고를 한 뒤에 가족들의 생명의 은인인 대공비 메이아 성녀를 뵐 생각에 잔뜩 선물을 가지고 대공저로 향했다.

    사실 선물도 부인과 딸이 앞다투어 준비해 준 것이다.

    <아버지, 절 꼭 대공비 마마의 시녀로 뽑힐 수 있게 힘 좀 써 주세요.>

    <그러마! 내 꼭 강력하게 어필하마!>

    <아버지만 믿겠어요.>

    테오도르의 성인식 겸 약혼식에서 메이아를 만났던 영애들은 모두 플로렌스 대공비의 시녀가 되는 것을 꿈꾸기 시작했다. 대공가의 시녀가 되는 일은 무척 영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번 대공저 방문을 통해 톡톡히 딸의 자랑스러움을 어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공저에 도착한 케이는 오기 전 기분과 정반대로 처참하게 기분이 무너져 내렸다.

    “대공 각하.”

    기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케이는 궁금해졌다. 어디 떠날 것처럼 말이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도머슨 남작, 내가 바쁜 일이 있어 대공저를 비워야 하니 급한 용무는 베나블하고 이야기하면 되겠네.”

    “예……, 알겠습니다.”

    케이는 어디 가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초조한 표정으로 사라지는 테오도르의 모습을 보고 베나블에게 이유를 물었다.

    “카르펜 제국으로 갈 예정이십니다.”

    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 각하께서 대공비 마마와 함께 고향에 함께 가시나 보군.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베나블 집사. 카르펜 제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얼른 대공비 마마에게 인사를 올리고 싶으니 마마에게 도머슨 남작이 왔다 전해 주게.”

    “대공비 마마께서도 현재 대공저에…… 안 계십니다.”

    “카르펜 제국에 먼저 가셨군!”

    “……예.”

    베나블은 손수건을 꺼내 눈가 밑을 꾹꾹 눌렀다. 그 모습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케이는 아까 스쳐 지나가던 테오도르의 얼굴이 떠올랐다.

    메이아는 카르펜 제국으로 돌아갔고, 테오도르는 초조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베나블은 슬픔에 잠겨 있다. 아니, 괴로워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게.”

    사실 모시는 주인의 일을 함부로 발설하면 안 된다.

    “죄송합니다. 제가 나이를 먹다 보니 눈물이 많아져서 그만…….”

    베나블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괴로워했다. 그 모습을 본 케이는 더 펄펄 뛰며 말했다.

    “우리 성녀 대공비 마마께서 혹여나 나쁜 일을 겪고 있으신 건 아닐지…… 그게 걱정이 되어 물어보는 건데……. 우리 대공비 마마는 잘 계시는 것이지?”

    베나블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공 각하께서 가시니 괜찮아지실 겁니다.”

    “무슨 일이 있는 게로군!”

    두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리던 케이는 여리여리하고 가냘픈 메이아를 떠올리면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희 대공비 마마께서 유람선 위에서 해적들을 어떻게 처치했고, 사람들을 구해 냈는지…….”

    “그렇지. 무척 강하신 분이시지.”

    그 뒤로 베나블은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을 돌리고 돌려도 낚이지 않는 베나블에 케이는 가슴팍만 연신 두들기다 대공저에 나왔다.

    메이아가 카르펜 제국으로 돌아갔고,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에 테오도르가 카르펜 제국으로 떠나는 것이며 그걸 바라본 베나블 집사는 눈물을 흘린 것이다!

    “말 좀 해 보게!”

    “사실…… 대공비 마마를 쫓아다니는 스토커가 우리 마마를…….”

    “뭐라고? 스토커!”

    메이아의 미모라면 스토커가 있어도 이상하진 않았다. 달빛을 머금은 듯한 은빛 머리카락. 블루 사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푸른색 눈동자. 미소 지을 때마다 주위가 환해지는 분위기. 무엇보다 총명하고 강한 분이시니 안 반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스토커라니……!

    “대공비 마마의 집안에서 조금 좋지 않은 일이 있어 카르펜으로 돌아가셨는데…… 아무래도 약혼에 관련되어서는 시리우스 제국에서는 알고 있지만 카르펜에서는 모르는 듯해 접근하는 이들이 있었나 봅니다. 그중에 카르펜의 2황자가 계속 쫓아다녔나 봅니다.”

    퀴니와 아그니타가 말해 준 데미안의 만행을 생각하며 베나블은 말했다.

    “예전부터 엄청 쫓아다니며 괴롭혔다 하는데…… 대공비 마마가 너무 걱정이 됩니다.”

    “감히 우리 성녀 대공비 마마를!”

    생각을 정리한 도머슨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난 이만 가 보겠네.”

    “살펴 가십시오.”

    대공저를 떠난 케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신들에게 편지를 보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케이의 긴급회의 소집에 가신들은 의아해했지만 긴급으로 소집을 한 만큼 급한 사안이란 생각에 열 일 제치고 케이의 저택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대공비 마마의 스토커들을 처리하기 위한 대책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메이아에게 들러붙은 스토커라는 말에 모인 가신들의 눈빛은 살벌하게 변해 가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스토커라니요?”

    “도머슨 남작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그 외모에 성품…… 안 반할 자들이 있겠습니까?”

    “물론 그렇겠지만…… 대공비 마마를 쫓아다니는 스토커들은 겁이 없는 자들인 겁니까? 감히 대제국 시리우스의 플로렌스 대공가를 무엇을 보고 감히 대공비 마마를 쫓아다니는 겁니까?”

    “대공비 마마의 부친이신 하츠벨루아 전 공작인 데이빗 님의 미모가 상당했다고 합니다. 그분에게도 상당히 많은 스토커가 들러붙는 바람에 전 공작 부인이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가신들은 케이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 각하에게 하츠벨루아 전 공작 부인이 겪은 마음고생을 겪게 할 순 없습니다.”

    “공감합니다.”

    “어차피 스토커들이야 밟으면 될 일 아닙니까?”

    “허허, 스토커들은 제정신으로 쫓아다니는 게 아닙니다.”

    “미쳐서 쫓아다니는 거죠.”

    “차라리 납치해서 죽이죠. 쫓아다니지 못하게.”

    “그런 농 하지 마십시오.”

    “자, 다들 조용히 해 주십시오!”

    케이는 수군거리는 가신들을 진정시켰다.

    “도머슨 남작, 무슨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우선 스토커들에게 대공비 마마의 약혼 소식과 성인식 이후 결혼 소식을 전 제국에 알리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중에 플로렌스 대공가를 무서워하는 스토커들은 마음을 접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쫓아다니는 스토커들이 있다면 우리의 군사력으로 대화를 하면 그만입니다.”

    “아무래도 시리우스 제국에서는 약혼 소식들 대부분 알지만 마마의 고향 및 전 제국에선 우리의 자랑스러운 성녀 대공비 마마를 모를 수 있겠군요.”

    그날 도머슨 남작가의 불은 늦게까지 꺼지지 않았다. 회의는 계속 진행되었다.

    [시리우스 제국의 황위 계승권을 가진 플로렌스 대공. 약혼 발표! 상대방은 카르펜 제국의 하츠벨루아 메이아 공녀!]

    [플로렌스 대공 각하의 피앙세는 알고 보니 영웅?!]

    [유람선 위 해적들에게서 사람을 구한 영웅 플로렌스 대공비 되다!]

    [플로렌스 모든 가신들, 메이아 공녀 대공비 되는 걸 매우 환영해!]

    [시리우스 제국의 베스트 커플, 플로렌스 대공 부부!]

    뭔가 짜깁기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기사가 신문과 잡지에 실려서 메이아가 플로렌스 대공비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기사들의 내용은 플로렌스 대공가 가신들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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