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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님은 공녀님만 찾는다-107화 (107/163)

107화

“영웅 메이아 하츠벨루아 공녀께서 대공비가 되어 주시기만 한다면야!”

“공녀님이 아니죠. 이젠 대공비 마마시죠.”

“플로렌스 대공가는 장래가 밝습니다.”

“고마우신 분입니다……. 하츠벨루아 공작저로 선물을 보냈는데도 계속 되돌아와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공녀님 덕분에 저희 딸과 부인은 살았습니다. 대공비 마마가 되시니 은혜를 갚을 수 있어 너무 다행입니다.”

심지어 메이아가 대공비가 된다는 사실에 감동하며 눈물까지 보인 이들도 있었다.

“메이아 공녀님이 아니셨더라면 저희 조카가 큰 변을 당할 뻔했습니다.”

메이아는 마탑으로 가는 유람선에 탑승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유람선을 습격한 해적들을 소탕해 사람들을 구해 주기까지 했다.

“너무 고마워서 카르펜 제국의 하츠벨루아 가문으로 선물을 보냈었지만 계속 반송되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 유람선에는 꽤 많은 귀족이 타고 있었다. 그들의 지인과 가족들의 목숨을 구한 사람이 메이아라는 걸 신문을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타국의 고귀한 출신. 훌륭한 마법 실력.

사교계의 꽃이라는 걸 떠나 은인이 플로렌스 대공비가 된다는데 그 누구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래도 그걸 못마땅해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메이아를 환영하는 이들의 수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파혼 경력이 있으십니다.”

“파혼하신 덕분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구한 것이지요. 만에 하나 파혼하지 않으셨더라면 마탑으로 가는 유람선에 탑승하지 않으셨을뿐더러 저희 조카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목숨만이면 다행이게요! 귀부인과 영애들 명예를 지켜 줬습니다.”

해적들이 여자들을 겁탈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겁탈당한 여자들은 명예를 잃고 큰 아픔을 겪는다. 그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다. 그걸 구한 사람이 다름 아닌 메이아다.

“맞습니다. 이게 바로 운명인 거죠. 운명! 파혼한 게 뭐 대수입니까?”

“파혼은 신의 계시인 것 같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나아가 사람을 구하라는.”

“그러면 우리 대공비 마마는 신의 계시를 받은 성녀?”

“영웅이란 말도 어울리지만, 성녀라는 말도 참 잘 어울리십니다.”

“성녀가 맞으십니다.”

“영웅이자 신의 선택을 받은 메이아 성녀를 대공비로서 환영합시다.”

이야기하던 가신들은 메이아를 영웅에서 성녀로 확정 지으며 기뻐했다.

성인식과 약혼식을 올리는 장소는 플로렌스 대공의 커다란 홀이었다.

오로지 초대장을 받은 이들만 참석할 수 있다.

원래라면 시리우스 3세 황제도 올 예정이었지만 성국과의 마찰이 생겨 참석할 수 없다며 선물만 보냈다. 테오도르는 오히려 까불거리는 시리우스 3세가 오지 않아 안심했다.

“록시 어드에인 자작님과 어드에인 영애님께서 입장하십니다.”

홀에는 많은 귀족이 차례대로 입장했다.

사람들은 계속 메이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플로렌스 대공가도 이젠 안심입니다.”

“약혼식 소식에 깜짝 놀랐지만 그 또한 축하할 일이죠.”

베나블은 하객들이 모두 입장한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났다.

사람이 모인 걸 테오도르와 메이아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잠깐의 시간을 즐겼다.

문이 열리고, 시종이 들어와 외쳤다.

“테오도르 플로렌스 대공 각하와 메이아 하츠 벨루아 공녀님 입장하십니다.”

메이아는 아직 결혼을 올린 것이 아니므로 플로렌스의 성을 쓸 수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오는 둘의 모습을 사람들은 조용히 쳐다봤다.

테오도르는 정성껏 메이아를 에스코트했다.

메이아의 하얀 피부, 그리고 윤기 있는 은빛 머리카락, 사파이어 같은 푸른 눈동자는 바다를 담은 것 같았다. 우아하게 미소를 짓는 메이아를 보며 사람들은 넋을 잃으며 바라봤다.

걸을 때마다 예쁘게 퍼지는 드레스는 메이아의 고혹적인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수많은 미인을 접해 왔던 이들의 눈에도 메이아는 확실히 아름다웠다. 아니, 아름다운 걸 떠나 그 어떠한 걸 비교할 수 없는 고고함까지 느껴졌다.

생일을 맞이하고 성인이 된 테오도르를 축하한 자리에서 사람들의 눈에는 오로지 메이아만이 보였다.

그만큼 강렬한 아름다움이었다.

메이아 하츠벨루아. 카르펜 제국의 사교계를 손에 쥐고 있는 핵심 인물이자 사람들에게 부르길 우아한 사교계의 꽃이다. 유람선에서 많은 사람들을 구하며 영웅 혹은 성녀로 불리는 그녀를 볼 수 있는 테오도르의 생일 겸 성인식 날을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리고 테오도르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들어오는 메이아 모습에 사람들은 멍하니 바라보며 감탄했다.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공녀님이 입으신 드레스 너무 잘 어울리세요.”

“차고 있는 보석들도 봐요. 대공 각하가 선물해 주신 걸까요?”

“여자인 제가 봐도 반할 것 같아요.”

“대공 각하는 전생에 세상을 구하셨나 봐요.”

메이아가 테오도르와 함께 걸어 나올수록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살짝 입술 꼬리를 올리고 우아하게 미소 지어 줬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친 사람들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얼굴을 붉혔다.

“어떡해! 저 보신 것 맞죠?”

“아니에요. 공녀님은 절 보신 거라고요!”

“절 보셨습니다.”

“같은 여자인데도 저분의 미소에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요.”

테오도르는 사람들 모두 그녀를 보며 뺨을 붉히는 게 눈에 보이니 저절로 짜증이 났다. 당장에라도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 자들에게 그만 쳐다보라며 쫓아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메이아의 모습을 보고 넋 놓은 이들을 너그럽게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을 다른 이가 본다는 게 매우 불쾌한 건 사실이다.

남자들은 그럴 수 있지만 왜 여자들까지 메이아를 보고 얼굴을 붉히는 거지?

테오도르는 메이아만 들을 수 있게 낮게 속삭였다.

“저들에게 너무 웃어 주지 마십시오.”

메이아는 테오도르를 살짝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가 무슨 심정으로 말하는지 너무 뻔히 보였다.

“테오, 질투하시는 거예요?”

테오도르는 그녀의 손을 움켜쥐었다.

“맞습니다. 질투 저한테만 웃어 주면 좋겠습니다.”

메이아를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깊어졌다. 눈빛에서 불안함이 읽혔다.

질투하는 남자는 집착에 빠진 약한 존재라 했다. 그러나 이렇게 질투해 주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어리광을 다 받아 주며 예뻐해 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질투하는 남자가 사랑받는 거구나.’

좀 더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메이아는 테오도르를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테오, 오늘 저 대공비 방으로 옮길 거예요.”

“오늘 옮기시는 겁니까?”

“전에 이야기했잖아요. 약혼식 이후 대공비 방으로 옮긴다고.”

테오도르의 표정이 점점 풀어지기 시작했다.

“집을 옮기면 집들이라고 하죠. 저는 방을 옮기는 거니 방들이를 해야 되겠죠?”

순식간에 테오도르의 검은 눈동자에서 읽혔던 불안한 감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만 초대해 주신다면 방들이 가겠습니다.”

테오도르의 두 뺨이 빨개졌다. 자신이 말하고도 부끄러웠다.

그 모습을 보고 메이아는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을 꾹 다물었다.

힘주지 않으면 자꾸 입가가 무너질 것 같았다.

“테오만 초대할게요.”

대답을 들은 테오도르의 표정은 주인이 던진 공을 주워오며 신나게 주인에게 달려드는 한 마리 블랙 레트리버 같았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며 대공좌 앞까지 걸어 나가는 메이아와 테오도르를 쳐다봤다.

“어머머! 대공 각하 좀 보세요.”

“행복해 보이시네요.”

“공녀님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실까요? 어머머! 대공 각하 얼굴 붉히고 계신 거죠?”

“엄청나게 빨개지셨네요.”

“즐거워 보이시네요, 호호호.”

귀부인 한 명은 부채를 펴 자신의 입을 가리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작게 속삭였다.

“글쎄요? 아니신 것 같은데요.”

“네?”

“대공 각하 얼굴에 쓰여 있잖아요. 자세히 보세요.”

귀부인 말을 들은 알아들은 사람들은 테오도르를 자세히 쳐다봤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오로지 메이아만을 쫓고 있었다.

“눈에서 꿀이 폭포처럼 넘쳐흐르네요.”

“네, 꼭 설탕에 절인 복숭아 잼 같은 눈빛이에요.”

귀부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설명했다.

“대공 각하 얼굴에 ‘공녀님의 예쁜 모습은 나만 보고 싶었는데’라고 쓰여 있네요.”

전 대공 부부가 죽은 뒤 사람들은 후계인 테오도르를 걱정했다.

다행히도 그는 잘 성장했고, 훌륭한 대공비까지 맞이했다.

가신들이 만장일치로 대공비를 지지하는 건 플로렌스 가문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가신들이 반대하더라도 테오도르가 밀고 나가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되면 테오도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그렇지만 메이아 하츠벨루아를 대공비로 맞이한다는 걸 알게 된 가신들은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메이아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영애들끼리 보이지 않는 싸움도 시작되었다.

“플로렌스 가문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대공비가 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시리우스 제국의 사교계가 기대되는군요.”

“도마슨 부인께서도 그리 말씀하시니 저희도 기대되네요.”

귀부인들은 기분 좋은 웃음으로 예비 대공 부부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어느덧, 대공좌 앞까지 다가온 테오도르는 메이아와 함께 뒤를 돌았다.

테오도르는 베나블이 준비한 잔을 들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얼마 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테오도르의 말은 뚜렷하게 연회장 안에 퍼졌다.

사람들도 노예 매매업부터 해적들 그리고 대공가 횡령 사건까지 알고 있다.

“더러운 비료는 꽃과 나무를 키우는 데 훌륭한 영양분이 되기도 한다.”

더러운 일이 있어도 그걸 디딤돌 삼아 발전하겠다는 말을 못 알아듣는 이는 없었다.

“아무리 더러운 비료라 하더라도 난 그 비료에 손대는 걸 주저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그 비료를 잘 활용해 아름다운 꽃을 키우고 나무를 높게 키울 거다.”

더러운 일 생기면 앞으로 내 손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이다.

테오도르는 높이 잔을 올렸다. 사람들도 잔을 들어 올렸다.

테오도르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플로렌스 가문에 영광을!”

사람들은 환호했다.

더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울던 테오도르는 이 자리에 없었다.

완벽한 대공으로서 더없이 그 자리에 잘 어울리는 남자만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메이아와 테오도르를 보며 플로렌스 대공령에서 완벽히 군림할 것이라는 확실히 느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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