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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님은 공녀님만 찾는다-82화 (82/163)

82화

드워프는 자존심을 중요하게 여긴다.

감정 결과를 거짓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에 큰 흠을 내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자존심이 다칠 바에는 죽는 게 낫다 생각한다. 그래서 물건 감정을 하는 드워프는 절대 거짓이 없다. 사람들이 드워프 장인들을 신뢰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플로렌스 대공가의 넓은 창고 안에서 보관 중이었던 가구들은 모조리 장작이 되어 갔다.

그 많은 가구가 부서지는 상황을 사람들은 숨죽이며 지켜보며 다들 노르딕 부인을 속인 가구 업자들을 욕하며 그녀를 안타깝게 쳐다봤다.

가구를 판매한 업자와 대표 만든 사람들은 기사단장 베르샤 아이작과 기사들 손에 잡혀 왔다.

“저희는 절대 대공가를 상대로 속인 적이 없습니다! 의뢰받을 때부터 사과나무라고 들었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억울합니다!”

평범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일하는 도중 그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기사들에 의해 밧줄로 묶이고 검은 마차에 강제로 넣어져 끌려왔다.

기사들 말로는 능멸죄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귀족들 상대로 속이며 장사한 적은 없었다.

“감히 누가 플로렌스 대공가를 상대로 간 크게 사기를 친다는 말입니까!”

“억울합니다. 원통합니다.”

“이건 누명입니다!”

그들은 굵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억울하다고 외치고, 살려 달라 빌었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들어 주지 않는 외침이었다.

“누가 우리를 신고했는지 알려 주십시오!”

스텔라의 보고에 따르면 가구 업자들은 죄가 없다. 노르딕 부인은 가구 업자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것이다. 가장 저렴한 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노르딕 부인이었다.

가구 업자들은 억울하게 감옥에 있게 되었지만 일이 끝나면 충분히 보상을 줄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누명을 씌운 귀족들을 철저하게 처벌함으로써 그 억울함 또한 풀어 줄 것이다. 귀족들과 평민의 재판에선 압도적으로 평민이 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민인 가구 업자들은 울며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상황은 반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누명을 벗고, 제대로 된 보상까지 받을 것이다.

귀족이라 할지라도 큰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며 사람들은 죄를 저지른 귀족들을 처벌한 테오도르를 모두 존경하게 될 것이며, 죄에 대한 경각심 또한 품게 것이다.

뿌각.

창고 안 가구가 부서질 때마다 노르딕 부인의 얼굴도 부서지는 가구 같았다.

메이아는 걱정스럽다는 듯 노르딕 부인에게 말했다.

“노르딕 부인,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이번 일로 노르딕 부인은 횡령 혐의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도망을 치면 횡령을 인정하는 꼴이 되니 감히 도망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 아닙니다.”

창고 안에서 가구를 정리하던 알베르트는 메이아에게 물어보았다.

“이런 가구들이 대체 얼마에 구매한 겁니까?”

“의자 하나에 10만 골드요.”

그 말에 알베르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에엑? 100배나 부풀리다니. 가구 업자들 간도 크군요. 대공가 상대로, 커흠…….”

“그러게 말입니다.”

“잡힌 인간들은 사형이겠죠?”

“죽이는 건 지나치게 친절해요.”

알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그렇죠. 죽음은 아주 친절합니다. 암 그렇고 말고요.”

“거짓을 고한 자이니 혀를 뽑은 뒤 못이 박힌 신발을 신기고, 노역장에서 사람들의 온갖 욕을 얻어먹으며 그들에게 구걸해 오물을 받아먹고 살아가도록 해야죠.”

알베르트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꽤 괜찮은 방법입니다만 그걸로 될까요?”

알베르트는 슬쩍 곁눈질로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노르딕 부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혀를 찼다.

사과나무를 고급 가구라고 속이고 횡령한 범인이 가구 업자들이 아니란 것쯤 알베르트도 눈치를 챘다. 메이아는 활짝 웃으며 노르딕 부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정해진 처벌은 없지만 저지른 죄에 맞게 처벌을 꼭 할 거랍니다, 노르딕 부인.”

입술까지 하얗게 되어 파르르 떨리는 노르딕 부인은 힘겹게 대답했다.

“……예.”

똑똑.

메이아는 노크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기사 한 명이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기사는 베나블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귓속말을 전해 들은 베나블은 메이아에게 말했다.

“모두 잡아들였다고 합니다, 공녀님.”

메이아는 노르딕 부인에게 싱긋 웃어 주며 말했다.

“가실까요? 노르딕 부인, 사기꾼들이 잡혔나 봐요.”

“……네.”

노르딕 부인은 도망갈 수 없었다. 피할 수도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지?’

쉬지 않고 자신에게 던진 질문에 어떠한 답변도 나오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미칠 것만 같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메이아를 너무 섣부르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대공이 가라고 할 때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면 가지고 있는 돈을 들고 도망이라도 갈 수 있었을 텐데 이젠 그러지도 못한다.

자신이 잘못되더라도 애쉬와 다이애나는 살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

테오도르는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검을 뽑았다.

쿵.

그가 내지른 검은 칼날이 땅을 갈랐다.

땅이 진동하고,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사이로 테오도르의 얼굴에는 가라앉지 않는 분노가 태풍같이 몰아쳤다. 그는 눈썹을 까딱이며 기사단장인 베르샤를 불렀다.

“베르샤.”

“네.”

“당장 노르딕 자작을 잡아 들여.”

“알겠습니다.”

“죄명을 묻는다면 죄인은 물을 권한이 없다고 말해라.”

“알겠습니다, 대공 각하.”

자리에 서 있던 기사들은 긴장을 한 채 테오도르의 눈치만 살폈다.

원래 조용한 사람이 화내면 정말 무섭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테오도르는 검을 휘두른 뒤에도 단 한 번의 표정 변화 없이 의자에 앉았다.

피부를 찌르는 듯한 차가운 분위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테오도르의 명을 받은 베르샤와 기사들은 남작저로 출발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기사들 손에 가구 업자들이 속박을 당한 채 들어와 테오도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억울하다는 말만 했다.

“죄인들을 끌고 왔습니다.”

플로렌스 대공가를 상대로 절대 사기를 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대공가를 능멸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소리에 그들은 울며불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억울합니다.”

“저희는 절대 대공가를 능멸한 적이 없습니다.”

“속인 적 없습니다!”

하루하루 가구를 만들고 팔며 살았을 뿐인데 갑자기 사기꾼으로 몰리면서 감옥에 갇히니 초조하고 억울한 마음뿐이었다. 가구 업자들은 테오도르에게 고개 숙인 채 목소리를 높였다.

“대공 각하, 저희는 억울합니다.”

“억울하다…….”

“예, 억울합니다. 저희는 속여 판 적이 없습니다.”

“노르딕 부인은 너희들에게 속았다 하더군…….”

“말도 안 됩니다! 분명 정직한 가격에 팔았습니다!

“너희들 그리고 노르딕 부인 둘 중 하나는 거짓을 고하고 있다는 거군.”

가구 업자 대표인 리우는 테오도르에게 물었다.

“노르딕 부인이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분명 영수증도 드렸습니다.”

“영수증?”

“예, 플로렌스 대공가에서 구매한 모든 걸 영수증으로 작성해서 드렸습니다. 제 글씨로 영수증을 작성했으니 노르딕 부인에게 그걸 달라고 해 주십시오.”

테오도르는 베나블을 시켜 보관 중인 영수증을 모조리 가지고 오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테오도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르딕 부인을 불렀다. 리우를 포함하여 붙잡힌 가구 업자들은 노르딕 부인을 노려보며 분노했다.

“노르딕 부인이 횡령한 걸 왜 우리에게 떠넘기십니까!”

“횡령이라니! 감히 귀족인 날 속여 가구를 팔았으면서!”

어차피 증거는 없다. 저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귀족이 유리하다.

“정말 뻔뻔하시군!”

“플로렌스 대공가를 능멸한 죄를 제대로 받길 바랍니다!”

“우리한테 무조건 싼 나무로 만들어 달라 해 놓고서는!”

“대공 각하! 저희가 귀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대신 죄를 뒤집어쓰는 건 억울합니다.”

테오도르는 무덤덤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그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 노르딕 부인은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아랫입술을 깨물고 가구 업자들의 시선을 피해 가며 그들을 사기꾼들이라고 욕했다.

“그러면 노르딕 부인이 가지고 있는 영수증의 필체와 저자의 필체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겠군.”

“네?”

책상 위에는 그동안 노르딕 부인이 챙겨서 회계원들에게 가져다준 영수증이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노르딕 부인은 ‘아차’ 싶었다. 저건 진짜 영수증이 아닌 자신이 만든 가짜 영수증이기 때문이다.

“리우라는 자의 결박을 풀어 주고 글씨를 써 보게 해라.”

리우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책상 위 영수증을 쳐다보며 씩 웃었다.

“언제부터 이 글씨가 내 글씨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리우가 쓴 글씨와 영수증의 글씨는 불일치했다.

노르딕 부인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보이지 않기 위해 입가에 힘을 줬다. 영수증을 잃어버렸다고 말해야 하나? 그걸 과연 믿어 줄까? 발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늪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기분에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몸과 정신이 침식되어 갔다. 어서 늪을 피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저자가 글씨를 일부러 고쳐 썼을 겁니다. 억울합니다, 대공 각하.”

노르딕 부인은 계속 아니라고 우기며 리우와 가구 업자들이 속이는 거라 말했다. 보다 못한 리우가 큰소리쳤다.

“제가 지금까지 쓴 장부와 서류들 글씨들을 모두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대공 각하! 제가 이 일만 20년입니다. 그리고 저를 따라 제 아들도 제 일을 보고 배우고 있으며 곧 손주 손녀들도 태어납니다. 이때까지 한 번도 누굴 속여 가구를 만들어 판 적이 없습니다.”

리우는 바닥에 고개를 바짝 붙이며 눈물을 흘렸다. 테오도르는 기사들을 시켜 리우의 가게에서 모든 장부들을 가지고 오게 해서 글씨를 비교했다.

“노르딕 부인.”

“……예.”

“설명을 해야 되겠는데?”

리우가 그동안 써 온 장부와 각종 영수증의 글씨와 노르딕 부인이 가져다준 영수증은 완벽하게 다른 글씨였다.

“그, 그게.”

노르딕 부인의 얼굴이 흙빛처럼 변해 갔다. 그런 그녀를 보며 테오도르는 싸늘하게 말했다.

“노르딕 부인.”

테오도르의 눈가가 분노로 잘게 경련했다. 하지만 능숙한 무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떨리는 분노를 참았다.

“리우를 포함 가구 업자들의 결박을 모두 풀어 줘라.”

“감사합니다. 대공 각하! 흐읍…….”

결박이 풀린 사람들은 서로를 얼싸 껴안으며 울었다. 평민인 자신들을 믿어 준 테오도르에게 매우 고마워하며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였다.

노르딕 부인은 부들거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설마 영수증 한 장이 증거가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 대공 각하.”

“노르딕 부인, 그러게…… 내가 가라고 할 때 갔어야지.”

“……!”

기사들 손에 결박당한 노르딕 부인은 깨달았다. 그대로 지하 감옥으로 끌려가며 애쉬와 다이애나 걱정에 한 번만 딸과 아들을 만나게 해 달라 빌었지만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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