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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님은 공녀님만 찾는다-65화 (65/163)

65화

“안녕하세요. 노르딕가의 다이애나입니다.”

“안녕하세요. 노르딕가의 아만다입니다.”

메이아는 그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한 태도와 미소 때문에 당황한 건 애쉬였다.

“저, 영애께서도 자기소개를 해 주시면.”

그때 마침 대공저의 문이 열렸다.

“그녀는.”

메이아 뒤에서 짜증스러운 얼굴로 테오도르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카르펜 제국의 하츠벨루아 공작 가문의 메이아 공녀님이다.”

걸어 나오는 테오도르를 다이애나는 황홀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테오도르가 나오자마자 메이아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에 다이애나의 얼굴은 절망스럽게 변했다. 애쉬 또한 다이애나와 별반 다름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노르딕 부인은 그런 아들과 딸의 옆구리를 부채로 한 번 찌르며 정신 차리라고 신호를 보냈다.

“공녀님이셨군요, 하하.”

“대공가에 마법사로 오신 분이시군요, 호호.”

노르딕 부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메이아를 위아래로 재빠르게 훑어봤다.

“베나블 집사.”

따라 나온 베나블은 메이아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

“예, 공녀님.”

“대공가 문 앞에 있는 기사들을 소환하고, 기본적인 규칙을 잘 지키는 기사로 재배치하세요.”

“알겠습니다, 공녀님.”

노르딕 부인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집무실에 올라가 자신의 딸과 테오도르 대공의 운명적인 첫 만남을 상상했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핑크빛 첫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테오도르는 메이아의 손을 잡으며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빛으로 오로지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노르딕 부인은 뭔가 잘못되어 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노르딕 부인이 도착하기 전.

<전 오른손을 내밀 거예요.>

<꼭 내밀어야 되겠습니까?>

<그게 가장 기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손을 내민다는 건 애쉬 영식이 공녀님 손에 입맞춤하는 걸 허락하는 거 아닙니까…….>

테오도르는 뾰로통하게 말했다.

<흔한 사교계 예법 중 하나일 뿐이에요.>

<저는 싫습니다. 다른 남자의 입술이 메이아 공녀님 손에 닿는 것을 상상만 하더라도 그 남자를 죽이고 싶습니다.>

메이아는 어느새 성큼 자신의 얼굴 앞까지 다가온 테오도르의 얼굴을 바라보니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말이 왜 이리 기분이 좋은 걸까? 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걸까? 뺨 만지고 싶다.

<질투하는 저 자신에게 자괴감이 듭니다.>

그가 한쪽 손을 들어 메이아의 뺨을 어루만졌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평소의 순둥순둥한 테오도르의 모습이 안 보인다. 그런데 질투한다는 말에 자꾸 웃음이 나오지?

<몰라서 물어보시는 겁니까?>

<제 뺨을 만지고 계시네요.>

<알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공녀님.>

<아니까 물어보는 거예요. 제 뺨을 만지는 이유요.>

<공녀님이 제 뺨을 만지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어깨를 으쓱이자 테오도르는 메이아가 더욱더 사랑스럽다는 듯이 손으로 그 뺨을 쓸었다.

그 올곧게 바라보는 검은 눈동자 안에 메이아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메이아는 테오도르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손등에 입 맞춰 주시겠어요?>

테오도르의 표정이 당황함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뭔가 결심한 듯한 얼굴로 메이아의 손을 살짝 쥐어 잡으며 입을 맞추었다. 길게.

그는 한참 동안 메이아의 손을 놔 주지 않았다.

메이아는 그의 숨결과 호흡이 손 등위에서 느껴질 때마다 가슴이 떨려 왔다. 이런 생소한 감각은 처음 느껴 본다. 그의 숨결이 손목과 팔목 그리고 어깨를 지나 온몸을 파르르 떨게 했다.

<테오도르 대공님.>

메이아의 부름에 테오도르는 손등에서 입을 떼며 붉게 물든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얼굴 만지는 걸 받아 주고, 이젠 손등에 입 맞추는 거까지 허락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그의 큰 손바닥이 메이아의 손등을 덮었다.

<다시 손등에 입을 맞춰 봐도 되겠습니까?>

<네?>

<네, 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테오도르는 앞에 있는 메이아를 자신의 품으로 끌고 들어와 껴안았다.

메이아는 너무 놀라고 긴장이 되어 침을 꿀떡 삼켰다. 슬금슬금 몸을 뒤로 빼려고 할 때마다 테오도르는 더욱 꽉 붙잡고 그녀를 끌어당겼다.

<잠, 잠깐만요!>

그의 팔의 힘이 풀어졌다. 고개를 드니 눈이 마주쳤다. 마주 보는 시선을 서로 피하지 않았다. 껴안은 그의 무례함을 따져야 하지만 오히려 메이아는 그의 뺨을 노골적으로 쓰다듬었다.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싶었다. 왜 자꾸 머리와 행동이 따로 노는 것인가!

검은 눈동자가 집요하게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뺨에서 손을 떼어 내려고 했지만 그보다도 먼저 테오도르가 메이아의 손을 덥석 잡더니 손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깍지를 낀 채 그걸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메이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손을 빼려고 했지만 오히려 빠져나가려고 할수록 더욱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분명 손등에 입을 맞추라고 말한 건 메이아 공녀님이십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느껴질 때마다 심장이 계속 쿵쿵 뛰었다.

<손등에 입 맞추는 게 혹시 싫으신 겁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싫어하다니 아니야. 오히려 나는 테오도르 대공을.’

<제가 싫다면 뿌리치고 뺨을 때려 주십시오.>

<싫다고 한 적 없잖아요.>

그 말에 테오도르는 입술 양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손에 힘을 가해 메이아를 더 다가오도록 잡아당겼다. 덕분에 메이아의 상체는 완전히 테오도르 품에 파묻히고 말았다.

테오도르의 내쉬는 숨결이 귓가에서 배회하다 그의 입술이 귓바퀴에 닿았다.

<싫어하지만 말아 주십시오. 그거면 됩니다. 제가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얼굴에 열이 너무 몰려 눈꺼풀 안쪽까지 뜨거워졌다. 자신을 절실하게 껴안은 테오도르의 품을 빠져나가기가…… 어려웠다. 아니, 어려웠다는 변명이다. 빠져나가기 싫었다.

그의 눈가가 느슨하게 풀리며 휘어졌다.

테오도르의 팔의 힘이 풀어지자 메이아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얼른 몸을 떼는 그녀의 모습에 테오도르는 굉장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메이아 공녀님.>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가 자신의 뺨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메이아는 열이 오른 자신의 얼굴을 테오도르에게 보이기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는 그런 그녀의 양 뺨을 감싸며 자신을 보게 했다.

메이아의 붉어진 뺨을 본 테오도르는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손을 내려 그녀의 허리를 감싸 끌어당겼다.

베나블이 노크하기 전까지 테오도르는 이 기적 같은 일에 감사하며 메이아를 향해 행복하게 웃었다.

노르딕 부인이 도착한 대공저 입구 앞.

대공가 정문 앞을 지키는 기사들을 부른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건 바로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인님, 노르딕 부인과 노르딕 영식과 영애께서 저택 앞에 도착했습니다.>

베나블의 말에 메이아는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난 노르딕 부인 방문을 허락했지만, 그녀는 현재 휴가 중이지, 베나블.>

<그렇습니다, 주인님.>

<베나블 집사.>

<예, 공녀님.>

<플로렌스 대공가에서 일하는 자들은 주인에 대한 예의가 없군요.>

대공가의 입구에 기사가 두 명 서 있는 이유는 이러하다. 한 명은 방문한 손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며, 나머지 한 명은 방문하는 손님에 대해 알리기 위함이다. 이건 대공가 입구를 지키는 기사의 기본 도리다.

하지만 기사들은 노르딕 부인의 얼굴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마차를 불러 주고 입구의 문을 열어 주었다. 자신들이 모시는 플로렌스 대공 각하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말이다.

만에 하나 대공가에서 일을 하는 가신이라면 보고부터 하고 내부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거기다 처음 대공가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바로 노르딕 영식과 영애이다.

<베나블, 그래서 그들이 저택 앞에 있다고?>

<네, 저택에 들어오게 하라는 주인님의 명을 전달받지 않았기 때문에 저택 문 앞에서 기다리라 하고 주인님에게 보고하기 위해 올라온 것입니다.>

그렇게 입구를 지키고 있던 체서 경과 채플 경은 저택 입구까지 뛰어와야만 했다.

그때까지 노르딕 부인은 왜 대공가의 입구에 있는 체서 경과 채플 경을 불렀는지 그리고 자신들이 왜 저택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지를 파악할 수 없었다.

“제1 기사단의 제라드 체서입니다.”

“제1 기사단의 드레니슨 채플입니다.”

메이아는 테오도르에게 낮게 속삭였다.

<기사들에게 처벌을 내릴 겁니다.>

<메이아 공녀님이 안 내리시면 제가 내릴 겁니다.>

메이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방금 막 도착한 기사들을 쳐다보며 싸늘히 말했다.

“오늘부로 입구를 지키는 기사분들을 바꿀 것입니다. 그리고 체서 경과 채플 경은 3개월 징계 및 감봉을 할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메이아의 말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돌처럼 굳었다.

이야기를 들은 체서 경이 당황해하며 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는 아무런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십시오! 갑자기 입구를 지키는 기사들을 불러 감봉과 징계라니요!”

“맞습니다.”

테오도르는 항변하는 기사들을 싸늘히 노려보았다.

자신들의 잘못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억울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니 감봉이나 징계로는 부족하다. 메이아가 얼마나 관대한 벌을 준 것인지 기사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체서 경, 언제부터 보고를 하지 않고 방문자에게 마음대로 마차를 내어 주는 데다가 대공저 문 앞까지 오게 하는 거죠?”

체서 경은 메이아의 말에 아차 했다.

“그게…….”

일하는 가신이라도 입구 앞에서 저택 안에 있는 플로렌스 대공에게 알려야 하는 것을 잊었다.

“노르딕 부인이 반가워서 잊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체서 경의 말에 메이아는 이어 말했다.

“노르딕 영식과 노르딕 영애는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인데 만에 하나 암살자가 변장한 거라면 혹시라도 벌어질 사태에 대해 책임질 수 있었을까요?”

백 번 천 번 맞는 말이다. 암살자들이란 어떠한 변장을 하고 들어올지 모른다.

그래서 자신들이 입구에서 철저하게 확인하고, 허락을 받은 뒤에 입구를 열어 준다.

아까 자신들은 주군인 테오도르를 위험에 빠뜨린 행동을 한 것이다.

채플 경과 체서 경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3개월 감봉과 징계. 너그러운 처사에 감사합니다.”

“실수는 단 한 번이면 되겠죠?”

“죄송합니다. 관대한 징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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