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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님은 공녀님만 찾는다-46화 (46/163)

46화

대공가의 그림자 정보원 중 한 명인 스텔라는 메이아와 관련된 데이빗이란 미남의 정보를 찾아 달라는 명령을 받고 귀를 의심했다.

‘데이빗이라면…… 들어 본 이름인데…….’

스텔라는 낯설지 않은 이름 한 줄을 가지고 그의 정보를 바로 모았다.

그리고 금방 그의 정체를 알아챘다. 메이아 하츠벨루아의 친부였다. 데이빗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카르펜 제국의 4대 꽃미남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공녀님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왜 조사하라고 하신 거지?’

궁금함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려진 명을 수행한 스텔라는 그대로 애튼과 헤만에게 자신이 모아온 데이빗의 모든 정보를 넘겨 주었다.

스텔라가 가져다준 보고서를 읽은 애튼과 헤만은 동시에 시선을 마주 보며 한숨을 흘렀다.

“애튼.”

“말해, 헤만.”

“이거 진짜야?”

“안타깝게도 사실이야.”

스텔라는 메이아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평민 사용인들이나 귀족들뿐이었으며, 그나마 데이빗이란 이름을 쓰는 귀족은 한 사람밖에 없어 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워낙에 꽃미남으로 유명하신 분이라 데이빗이란 이름을 보고 낯설지 않았습니다, 호호.>

“하하하.”

스텔라는 데이빗의 아름다운 미모에 앓아누운 여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말했다.

그래서 그가 지나다닐 때마다 화가들이 쫓아다니며 몰래 인물화를 그려 암암리에 거래했다고 한다. 분명 불법인데도 그의 인물화가 나올 때마다 너도나도 사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지금도 그분의 초상화를 가지신 분들이 많죠. 그래서 비싼 가격을 주고 사 왔습니다.>

초상화와 보고서를 보니 헤만은 저절로 한숨 쉬었다.

“나이, 42세.”

“은빛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

“초상화 얼굴 좀 봐! 메이아 공녀님하고 쌍둥이라 해도 믿겠어.”

“메이아 공녀님보다 더 아름다우신 것 같은데?”

“테오도르 대공님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겠지.”

“이불 속에서 발차기하신다는 것에 한 표.”

“이하 동문.”

데이빗 하츠벨루아, 생물학적으로나 법적으로도 메이아 하츠벨루아의 친부였다.

퀴니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이해될 정도로 무척이나 메이아와 닮은 용모에 우아해 보이며 아름다웠다.

“빨리 알려 드리자. 더는 우리 대공님이 이불 속에서 발차기하는 걸 상상하고 싶진 않다.”

“대공 각하도 장인어른한테 질투하고 계셨을 줄은 몰랐을 거다.”

하지만 애튼과 헤만의 우려와 다르게 그 시각 테오도르는 착실하게 이불 속에서 베개와 침대 모두에 발차기를 해야 하는 일이 터지는 중이었다.

*

메이아는 아까 심각한 얼굴을 지으며 입을 틀어막으며 정원 밖으로 뛰쳐나간 테오도르가 신경이 쓰여 그의 집무실에 향해 가다 시녀장 한나를 만나게 되었다.

한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메이아에게 다가와 고개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공녀님, 어디 가시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테오도르 대공님 뵈려 집무실 가는 중이었단다.”

“현재 테오도르 대공님께서는.”

한나의 표정이 복잡 미묘해졌다.

“저…….”

“한나, 왜 그래? 대공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신 거야?”

테오도르가 급격한 상사병 심장 통증으로 인해 침실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방금 전달받았던 한나였다.

“조금 아프셔서 침실에 계십니다…….”

“많이 아프신 거야?”

“아닙니다. 조금 어지럽다 하셨습니다, 호호.”

아무래도 정원에서 움직이지 않고 햇볕을 쬐니 어지러움을 느꼈나 보다.

“그래서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가셨구나…….”

보기보다 연약한 테오도르가 심히 걱정되었다.

“공녀님, 제가 대공 각하 있으신 곳으로 안내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한나는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침실+남녀=성벽 쌓기’의 공식이 그녀의 머릿속을 강하게 지배했다.

“제가 시원한 딸기에이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방에 혼자 계신 것도 아닙니다. 베나블 집사님이 간호하고 계십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병문안을 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햇살 때문에 얼굴에 열이 올랐다고 말했던 테오도르였다. 메이아는 순식간에 기분이 초조해짐을 느꼈다. 그가 많이 아픈 걸까?

메이아는 알겠다는 말을 하며 한나의 뒤를 따랐다.

“고맙습니다, 공녀님.”

똑똑.

“대공 각하, 그리고 베나블 집사님. 메이아 공녀님께서 병문안을 오셨습니다.”

우당탕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 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문이 살짝 열리며 베나블이 나와 헛기침을 한 뒤에 메이아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병문안 감사합니다, 메이아 공녀님. 들어가 주십시오.”

베나블은 문을 열어 주었고, 메이아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빠른 속도로 문이 닫혔다.

방에 들어오자 침대 위에서 계속 끙끙거리고 있는 테오도르를 발견했다.

“테오도르 대공님.”

“메이아 공녀님.”

“세상에 땀 좀 봐! 괜찮으세요? 햇살을 너무 많이 받았나 봐요. 어떡해.”

“괜찮습니다.”

테오도르는 자신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병문안을 온 메이아의 모습에 매우 기뻤지만 자꾸 머릿속에 지배하는 ‘보고 싶어, 데이빗’이라는 말 때문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과 질투심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무리하게 그림 그리지 말아요.”

“그래도 저는 공녀님과 나란히 앉아 좋았습니다.”

“또 아프시면 어떡해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전 괜찮습니다.”

와 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 말이 반대로 튀어나왔다.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아프신데.”

“그렇게 다정하게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테오도르는 자신이 왜 갑자기 이런 투정을 부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자꾸 제 생각과 말이 반대로 나왔다.

“메이아 공녀님이 다정하게 대해 주실수록 저는 괴롭습니다.”

“제가 테오도르 대공님에게 다정하게 말하면 안 되는 건가요?”

테오도르는 이불을 끌어와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시면서.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시면 제가 착각할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데이빗이라는 분을 사랑하시는 거 맞으시죠? 아까도 그분 보고 싶다 하시고.”

메이아는 테오도르의 말에 즉답했다.

“맞아요. 저는 그분을 사랑하고 정말 보고 싶어요.”

그 대답을 들은 테오도르는 몸을 웅크리며 아예 메이아 반대 방향으로 돌아누웠다.

차마 그녀를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심장에 찢기는 고통이 온몸을 덜덜 떨리게 했다.

막상 데이빗이란 사람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들으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메이아는 자신을 보지도 않고 등 돌린 테오도르의 모습을 한 번 바라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가 왜 이렇게 괴로워 보이는지 궁금했다. 아버지인 데이빗을 사랑하는 데 왜 자기한테 다정하게 대해 주지 말라는지도 이해가 안 되었다.

메이아는 답답함에 바로 그에게 물었다.

“왜 저희 아버지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이불에 얼굴을 묻고 괴로워하던 테오도르는 메이아가 말한 아버지란 말에 귀가 쫑긋해졌다.

“아버지요?”

테오도르는 덮었던 이불을 쓱 내리며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생각이란 게 멈춰 버린 것만 같았다. 테오도르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버지라고? 설마 데이빗이란 사람은…….

“딸인 제가 아버지를 당연히 사랑하고 보고 싶죠. 왜 그런 질문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절 안 보실 정도로 아프신 것 같으니 가 보겠습니다.”

간다는 말에 테오도르는 자신을 두고 떠나는 꿈속의 메이아가 생각이 나 버렸다.

“나가 볼게요.”

나가는 메이아를 잡기 위해 테오도르는 꿈속에서 계속 외쳤던 말을 저도 모르게 다급하게 현실에서 외쳤다.

데이빗이란 질투 대상자가 알고 보니 그녀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을 깨달으니 매우 다급해졌다.

“가지 마세요, 메이!”

두 사람 사이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문밖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테오도르의 갑작스러운 애칭 발언에 메이아는 당황하기보다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뭔가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느낌은 저번에도 느꼈던 감각이다. 낯설고 뭔가 부끄러워졌다.

느껴 본 적 없는 심장의 쿵쿵거리는 소리를 테오도르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을 만큼.

메이아는 애써 현재 상황에 너무 놀라 가슴이 쿵쿵 뛴다 생각했다. 또한, 요새 자꾸 부정맥 증상도 있어서 심장이 계속 쿵쿵거리는 거라 이해하기로 했다.

나가려던 메이아는 몸을 다시 돌려 침대 위의 테오도르를 바라보았다.

침대에 누워 자신을 보지 않으려고 했던 테오도르가 붉게 상기된 얼굴과 평소보다 더욱 붉어진 눈가를 보이며 자신을 정면으로 보고 있었다.

사과보다 더 빨개진 얼굴과 심하게 흔들리는 검은 눈망울이 테오도르가 현재 어떤 마음인지 잘 보여 주는 것 같았다. 꽤 많이 당혹스러워하며 부끄러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제 애칭을 정확히 알고 계시네요.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죄송합니다. 그게……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애칭을 부른 것에 대해 테오도르를 너무 깊게 추궁해선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저한테 고개를 돌리셨던 분께서.”

메이아는 테오도르가 있는 침대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의 얼굴 옆으로 자신의 얼굴을 숙였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자신의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할 정도로 다가가 속삭였다.

“이제야 저를 봐 주시네요, 테오도르 대공님.”

테오도르의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쿵쿵 터질 듯 심하게 요동쳤다.

“테오도르 대공님.”

“……네.”

메이아의 들숨과 날숨이 테오도르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테오도르는 황홀한 감각에 사로잡혀 현재 상황이 너무나도 꿈같이 느껴졌다.

좋아하는 이성의 입술이 자신의 볼과 귓가에 닿을 듯 말 듯 다가오니 황송한 마음과 더불어 몸이 경직되어 버렸다. 고개만 살짝 틀며 그녀의 입술이 볼에 닿을 것 같은 거리에 긴장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고개를 틀까? 아니면 가만히 있을까?’

향긋한 그녀의 체향이 코끝을 유혹하는 듯했다. 고개를 살짝만 틀라고.

“사람들 앞에서는 제 애칭을 부르는 걸 삼가 주세요.”

테오도르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둘이 있을 땐 애칭을 부르셔도 됩니다.”

꿀꺽.

“이해해 줄게요.”

메이아는 숙였던 고개를 일으키며 원하던 장난감을 손에 넣은 듯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현재 테오도르의 새빨개진 얼굴과 눈빛이 모두 메이아가 원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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