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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는 밤-65화 (65/106)

65.

이럴 줄 알았다. 알고도 호기롭게 샤워를 하고 있었으니 이게 바로 내숭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래도 딴에는 정말, 진심으로, 잠만 자겠노라 결심했기에 패기 있게 외박을 결정한 것이었다.

해서, 내심 몸이 동하고도 야무지게 욕실 문을 잠갔지만 하등 소용없는 짓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단단한 콘크리트 벽도 가소롭게 넘나들 수 있는 존재였고.

“하아… 아아….”

결국 우려는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이럴 거면서.”

“읏.”

“왜 쓸데없이 고민하게 만들어?”

그의 가슴에 완전히 기대버린 몸이 흐물흐물 늘어졌다. 간지럽게 골반을 스쳐 음모 속에 파묻힌 손이 애가 타도록 천천히 음핵을 굴리고 있었다.

지안은 습기 가득한 벽을 붙든 채 바들바들 다리를 떨었다. 젖가슴 위로 연방 물줄기가 쏟아졌다. 등에 바짝 닿은 그의 몸은 홧홧하게 살갗을 데웠다.

“하아. 하아.”

열탕에 몸을 담근 것처럼 온몸이 뜨끈하게 달아올랐다. 눅진한 공간에서 물에 젖은 채 맨몸이 닿아 있으니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만 애액이 줄줄 흘러내린다.

아아, 나 정말 이러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는데….

“인간들은 원래 이렇게 내숭을 잘 떠나?”

“아…!”

녹녹한 살점을 파고 들어간 손가락이 집게처럼 음핵을 꽉 물었다. 그가 흔드는 대로 찌걱대는 물소리가 쏟아지는 물줄기에 부딪혀 더욱 요란하게 철퍽였다.

“나 진짜, 하고 싶은 게, 하… 아니라. 읏.”

애처롭게 변명해보지만 이미 젖은 몸으로 백날 말해봐야 양심 없는 소리였다. 그는 끈끈하게 젖은 제 손가락을 지안의 눈앞에 보란 듯이 들어 보였다.

“아닌 거 확실해?”

느슨히 벌어지는 검지와 중지 사이로 진득한 애액이 물풀처럼 늘어졌다. 민망함에 얼굴을 붉힌 지안은 어깨너머로 뾰족하게 눈을 치뜨며 이를 꽉 물었다.

“아, 증말….”

이 짓궂은 영감님 진짜….

얄밉게 호를 그리는 입술이 열기에 차 유난히 붉었다. 가늘게 내리뜬 회색 눈동자와 물에 젖은 백발은 왜 또 쓸데없이 섹시한 건지, 괜히 돌아봤다가 울컥 흥분액만 쏟고 말았다.

이런 미친 몸뚱이 같으니.

28년을 달고 살아온 몸이지만, 제 몸이 이토록 음흉하고 예민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젖꼭지도 흥분해서 난리고….”

겨드랑이 아래로 파고든 손이 젖은 가슴을 한 움큼 쥐어 주물렀다. 손가락 사이로 뚝 불거진 유두는 그의 말마따나 이미 바짝 솟아 구슬처럼 단단해졌다.

“흣….”

절로 뒤로 꺾인 머리가 그의 어깨에 툭 부딪혔다. 기다렸다는 듯이 목덜미를 깨무는 입술은 느긋한 말투와 달리 힘이 바짝 실려 있었다.

“아아….”

등허리에 닿은 페니스가 재차 몸집을 불리는 느낌이 선연했다. 가슴을 한껏 받쳐 올리고 욕심껏 주무르는 악력도 점점 거칠어졌다. 어느 틈에 다시 음부를 덮은 손은 곧 질구에 틀어박힐 듯 음순 사이로 깊숙이 파묻힌 채였다.

도리어 흥분에 찬 그의 신음이 뾰족한 혀와 함께 귓속을 파고들었다.

“하….”

“흐으읏.”

흐트러진 그의 신음에 솜털이 바짝 섰다. 오소소 번진 소름이 삽시간에 발끝까지 퍼져 나갔다.

이윽고 젖가슴은 해방됐지만 대신에 얼굴이 붙들렸다. 그와 얼굴이 마주하기 무섭게 맹렬한 키스가 쏟아졌다.

아. 안 돼. 이러다 또 일주일 치 정욕을 풀려고 들면…. 아아. 나 죽어, 진짜.

아득한 끝을 직감한 지안은 순간 혼몽하게 감기던 눈을 번쩍 떴다. 턱을 비틀어 입술을 떼어내고는 얼른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나 아직 아파요, 진짜.”

애액을 줄줄 흘리며 이미 준비를 마친 구멍의 사정은 별개였다. 간밤의 여파로 아직도 얼얼한 질구의 통증은 진실이었으니 분명 내숭은 아닌 거다.

“알아.”

싱긋 입꼬리를 올린 그는 별안간 지안의 몸을 돌려세웠다. 이내 물기 어린 벽에 등이 맞닿았다. 댕강 들린 한쪽 다리가 그의 팔에 걸린 것은 한순간이었다.

“앗…!”

졸지에 깨금발을 들고 선 지안은 흐트러진 중심을 잡느라 반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꽉 붙들었다. 정면에서 눈을 맞춰 온 남자가 퍽 인심 쓰듯 부드럽게 눈을 접는다.

“안 넣을 거야. 걱정하지 마.”

“아니, 이러면서 무슨….”

한쪽 다리가 들리는 통에 쩍 벌어진 구멍이 망측하기 짝이 없었다. 곧 꽂아 넣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자세로 넣지 않고 어쩌겠다는 것인가.

하나 그는 재차 걱정 말라는 듯 비긋이 웃으며 고개를 내렸다.

“안 넣는다니까.”

입술이 부드럽게 맞닿았다. 자연스레 벌어진 잇새로 말랑말랑한 그의 혀가 매끄럽게 밀려 들어왔다. 선득하게 증기만 닿던 음부에 뜨거운 페니스가 맞닿은 것은 그때였다.

“으-음.”

음핵을 꾹 누르며 갈라진 틈을 파고든 기둥이 질구 앞까지 밀려왔다가 멀어졌다. 쩍, 쩍 그의 기둥에 들러붙은 음순이 벌어졌다 오므라들길 반복했다.

“하아, 하…!”

숨이 가빠 입술을 떼어버린 지안은 그의 쇄골에 정수리를 묻고 맞붙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은 음모 사이로 푹 사라졌다가 깔짝깔짝 드러나는 굵직한 기둥의 모습이 기이하고도 야릇하다.

발가락이 잔뜩 곱아 들었다. 그가 앞뒤로 왕복할 때마다 꾹꾹 짓눌리는 음핵이 움찔움찔 경련했다. 쉬지 않고 흘러내리는 애액이 그의 기둥을 진득하게 적시는 모습이 너무도 적나라했다.

얼마쯤 애타게 겉살만 문지르던 그는 붙들고 있던 다리를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조여, 꽉.”

“읏.”

하란 대로 꽉 다물린 허벅지가 어쩜, 세상 얌전하다. 온갖 내숭은 다 떨어놓고 다리 사이에 바짝 물린 물건에 무슨 기대를 한 것인지, 또 울컥 한 바가지 액을 쏟고 말았다.

그 선연한 느낌에 몸을 떤 그가 귓불을 꾹꾹 씹으며 능청스레 녹은 숨을 불어넣었다.

“뭘 이렇게 자꾸 흘려. 좆이 다 녹겠다.”

으씨…. 민망함에 깨물린 귓바퀴가 홧홧해졌다. 누군 흘리고 싶어 흘리냐며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책망 어린 목소리만 신음처럼 흘러나왔다.

“안 한다면서 또….”

“안 넣고 있잖아, 그래서.”

이것 보란 듯이 지안의 엉덩이를 움켜쥔 그가 음순 사이를 빠르게 쩍쩍 갈랐다.

“아, 아아…!”

자극적인 압박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바르작거리던 지안은 허벅지가 덜덜 떨릴 만큼 힘주어 기둥을 물었다.

하아. 미치게 야릇한데 답답해 죽겠다. 터질 듯 터지지 않고 잘근잘근 몰려만 드는 열감에 발가락만 하염없이 바닥을 긁는다.

이래서 아는 맛이 무서운 건데, 젠장….

“하으으, 으응.”

결국엔 저 홀로 골반을 달막이며 그의 기둥을 문지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바르르 경련하는 몸이 곧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직전이었으나, 무르익은 구멍 속을 달래지 못하니 갈급증만 심화할 뿐이었다.

“아아… 이럴… 거면, 그냥….”

넣고 끝내요, 빨리!

절규하듯 내지른 속말이 차라리 그에게 닿기를 바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격렬히 문지르던 기둥의 움직임이 멎은 것을 보면 들은 것이 분명하다.

“뭐?”

“하읏… 들었으면서….”

“못 들었어. 뭐라고 했는데?”

빙글거리는 목소리가 세상 얄밉다. 싱그럽게 호를 그리는 입술을 콱 깨물어주고 싶다.

“그러니까 그냥….”

“그냥 뭐.”

자꾸만 제 얼굴을 살피려 고개를 기울이는 통에 이쪽저쪽 수줍게 목만 비틀었다. 부득불 입 밖으로 애원하도록 종용하는 시선에 얼굴이 녹아 없어질 지경이었다.

에이씨.

지안은 결국 백기를 번쩍 들고 그의 목을 둘러 안았다.

“좀 넣어달라구요!”

자연스레 지안의 뒷머리를 끌어안은 그가 승리에 찬 얼굴로 쿡쿡 웃음을 흘렸다.

아… 억울하다. 억울해 죽겠다.

“아프다며. 괜찮겠어?”

“안 괜찮으면 어쩔 거야. 이러다 죽게 생겼는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의 어깨에 공연히 열 오른 얼굴을 문지르던 순간이었다.

“그래, 그럼. 죽일 순 없으니까.”

다리 한 짝이 다시 댕강 들렸다. 울긋불긋 전투력을 제대로 갖춘 남경이 기다렸다는 듯 붉은 속살에 냅다 꽂혔다.

“하악!”

아… 틀렸다. 오늘도 결국, 일주일 치 정욕의 세계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만 것이었다.

**

어쩌다 보니 보름째였다. 그러니까, 느닷없이 합방 잔치에 초대되어 펜트하우스에 발을 들인 이후로 벌써 보름째.

지안은 얄궂은 동물농장 트리오의 꾐에 넘어가 옥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 솔직히 사신동은 촬영장에서도 너무 멀지 않겠어요? 예서는 눈뜨면 코앞이니 이동하기도 훠얼씬 좋으실 테구, 제집이 요 아래 10층이니 제가 아침마다 거까지 가서 식사를 챙겨드리지 않아도 될 테구, 월호 님도 구슬의 기를 받으려 번거롭게 오가실 일도 없으실 테구…. 여러모로 어어얼마나 득이겠느냔 말이지요. ’

‘ 수아 말이 백번 옳습니다, 지안 님. 누가 봐도 그것이 최선이자 최고의 선택일진대 더 고민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월호 님? ’

‘ 흠… 아주 간만에 제대로 머리를 굴렸구나. ’

가뜩이나 비몽사몽 한 이른 아침에, 밥도 먹지 못하게 등 뒤에 빙 둘러서서 저마다 한 마디씩 얹으며 압박을 가해오는데….

뭐랄까. 가출을 부추기는 못된 무리 틈에 햄버거 패티처럼 끼어있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한데 듣고 보면 묘하게 맞는 말들이라 하등 손해 볼 것은 없는 제안이었다. 물론 밤마다 이불 속을 파고드는 그의 엉큼한 손을 뿌리치는 것이 난제 중의 난제겠으나, 솔직한 말로 그와의 섹스에 저도 은근히 맛이 들여버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

결국 기름종이보다 얇은 귀가 어서 오라 불어오는 봄바람에 팔랑팔랑 나부끼고 말았음이다.

해서 간단히 짐도 챙길 겸 사신동에 잠시 들렀던 날, 지안은 직업의 특성을 십분 발휘해 모란에게 거짓을 고했다.

‘ 어데서 묵고 잘라고. ’

‘ 아, 숙소. 제작사에서 제공해준 숙소가 따로 있어. 시간 날 때마다 들를게요. ’

어딘지 모르게 묘한 눈길을 보내던 모란의 얼굴이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설마하니 모란이 뭔가를 눈치챘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신수들에게 둘러싸인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실 테니까.

“아흥, 너무 설레어서 잠도 못 잤지 모예요?”

여지없이 피곤한 아침이었다. 멍하니 차창 밖을 향해 있던 시선이 흠칫 수아를 향했다.

“아… 어떡하죠? 그렇게 막, 재미있지는 않을 텐데.”

모처럼 촬영이 없는 날이었다. 해서 의상 픽업도 할 겸 새로 받은 대본에 맞게 헤어스타일도 바꾸기 위해 집을 나선 참이었다. 미용실에 간다는 말에 제 머리칼을 매만지며 부러워하던 수아가 오늘은 운전기사를 겸해 그녀와 동행하기로 했다.

“편집숍은 좀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그럼요! 전 예전부터 동성 친구랑 팔짱 끼고 저잣거리에 나가보는 것이 꿈이었는걸요? 그것이 너무 부러워서 학교에 다녀보기도 했는데 여자아이들이 저를 왜 그리 싫어하던지…. 따돌림만 당하다 때려치운 것이 열 번은 족히 되어요.”

수아는 사뭇 울적해진 얼굴로 입술을 불퉁 내밀었다. 지안의 미간이 안타까운 듯 좁아졌다.

“수아 님이 너무 예뻐서 질투했나 보다. 저도 그런 질투에 이골이 나서 어떤 기분인지 아주 잘 알아요.”

“맞아요, 맞아요! 지안 님도 이리 고우시니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어요. 흥, 못된 무리 같으니.”

“…하, 하하….”

딴에는 기분을 풀어주고자 우스갯소리를 한 것인데, 이리 진지하게 받아치니 되레 머쓱해졌다.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려보던 때였다.

“음. 우리 시간 괜찮으면 브런치 카페도… 아!”

느닷없이 허리춤에 따끔한 통증이 관통했다. 절로 등이 굽은 지안은 오른쪽 등허리를 덥석 움켜쥐었다.

“엇, 왜 그르셔요? 어디가 아프셔요?”

“아. 아니에요. 갑자기 허리가 따끔해서.”

지안이 붙들고 있는 위치를 힐끗 살핀 수아는 걱정 어린 얼굴이 됐다.

“아쿠…. 그곳이지요? 오늘도 치유할 때 보니 상처가 깊던데. 월호 님께 살살 좀 깨무시라 단단히 말씀을 드려야겠어요.”

그러게요, 하며 민망한 얼굴로 대꾸하던 지안은 통증의 여운에 미간을 찌푸리다 문득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그가 호인의 표식을 집요하게 깨물어 상처를 낸 것은 처음 잠자리를 가졌던 날뿐이었는데.

아니었나…. 분위기에 휩쓸려 미처 감각을 느끼지 못했던 건가.

얼마쯤 갸웃거리며 간밤을 떠올려보던 지안은 그만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털었다. 찰나로 허리춤을 쑤셨던 통증은 금세 사라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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