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으읍!”
손등이 얼얼했다. 시뻘건 잇자국이 문신처럼 패어있었다. 하염없이 살갗만 씹어댔다. 터져 나오는 신음을 틀어막을 방법이 그뿐이었다.
나체로 쩍 벌어진 다리 사이에 그의 얼굴이 파묻힌 모습이 외설스럽기 그지없었다.
울컥, 울컥 쏟아진 애액이 그의 타액과 뒤섞여 이불을 적신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오므리지 못하게 꽉 붙들어 벌린 허벅지가 쥐가 날 정도로 저릿했다.
“흐으읏.”
짙은 회색빛으로 침잠한 그의 눈동자가 지독하리만큼 그녀의 얼굴에 바라보고 있었다.
혀끝을 뾰족이 세워 음핵을 굴릴 때도, 음순을 가르며 길게 핥아 올릴 때도, 마치 흥분에 젖은 그녀의 모습이 진정 ‘마지못해서’가 아닌지 끊임없이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집요하게.
“하아, 하아…. 그만, 이제 그만 해요….”
음핵을 비비며 손가락을 쑤셔댄 것만으로도 이미 두 번의 절정에 이른 지안은 허벅지를 바들바들 떨며 애원했다.
하나, 음모 속에 파묻힌 그의 입술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아, 하… 그, 그만….”
결국엔 필사적으로 뻗은 두 손이 그의 얼굴을 붙들어 당겼다. 손쉽게 딸려온 그가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채 그녀의 얼굴을 마주했다.
지안은 애액으로 번들대는 그의 입술을 민망한 듯 바라보다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왜 이렇게 참아요.”
벌써 한 시간이 족히 흐른 참이었다. 그녀의 도발 아닌 도발에 다시금 숨이 거칠어진 그는 당장 페니스를 꽂을 기세로 지안을 밀어 눕히고 옷을 벗어 던졌다.
하지만 그렇게 꼬박 한 시간. 그는 지안의 몸 곳곳에 울혈을 남기며 애무만 할 뿐, 정작 자신의 욕정은 꾸역꾸역 참고 있었다.
“나 진짜, 마지못해 이러는 거 아니라니까….”
이젠 조금 기가 막힐 정도였다. 정말이지, 제 입으로 이제 그만 넣어달라 사정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월호는 짐짓 속 편하게 웃으며 지안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어미의 젖을 만지는 아이처럼 젖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귓불을 머금은 채 속삭인다.
“너 죽을까 봐.”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지안은 깊게 눈을 감았다 뜨며 헛숨을 뱉었다.
“하…. 죽긴 왜 죽어요, 내가.”
싱거운 그녀의 대꾸에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진지했다.
“5백 년 만에 처음이야. 내가 얼마나 미친놈처럼 박아댈지 나도 모른다고.”
“…….”
실소하며 장난처럼 말했지만 그가 품은 두려움은 진심이었다. 무려 5백 년이었다. 게다가 난생처음으로 마음을 준 여인이다. 흥분은 배가 될 것이 분명했다. 고작 몇 시간 남은 밤이 턱없이 부족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하물며, 날이 밝으면 촬영장에 나서야 할 지안의 상태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잡다단한 그의 심경을 속속들이 알 길 없는 지안은 목덜미에 파묻힌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이렇게 마음이 여려서 사람 간은 어떻게 빼 먹었어요?”
그는 이 와중에도 지안의 살갗을 놓지 못하고 발그레한 볼을 야금야금 머금으며 말했다.
“간 빼먹을 놈한테 마음을 줬을 리가 없잖아.”
너를 마음에 들여버린 나는 이제 뭐 하나 쉽지가 않다는 소리였다.
에두른 고백에 괜히 수줍어진 지안은 빙글빙글 눈을 돌리며 새침하게 중얼댔다.
“어, 쨌거나… 이렇게 홀려놓고 내빼는 게 어디 있어, 진짜….”
쿡쿡, 볼에 닿은 입술이 간지럽게 웃음을 흘렸다. 팔꿈치를 세우고 고개를 지탱한 월호는 지안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봤다.
“나답지 않아서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야.”
그래서 결국엔 하지 않겠단 소리인가. 그러면서도 유두를 빙빙 돌리는 작태는 참으로 어이가 없을 뿐이다.
지안은 머쓱한 얼굴로 그를 힐끗 돌아봤다.
“그럼 뭐… 어떡해요. 나 씻어요, 이제?”
붉은 입술이 길게 늘어졌다. 진정으로 웃음이 걸린 눈이 얄밉도록 근사해서 노려보지도 못하겠다.
얼마쯤 소리 없이 웃음만 짓던 월호는 돌연 입꼬리를 내리며 지안의 턱을 붙들었다. 그러고는 제게로 돌리기 무섭게 아랫입술을 포근히 머금는다.
“울지 않겠다고 약속해.”
입술이 물린 채 말간 눈동자가 깜박였다. 턱을 놓은 손이 가슴을 덧그리듯 간지럽게 스쳐지나, 여전히 촉촉한 음순 사이를 파고들었다.
“네 눈물 때문에 아까운 전구만 다 깨 먹었어.”
“…읏.”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도 못하도록 질구를 깔짝거리는 손마디가 짓궂기도 하다. 두 번의 절정을 맞고도 예민하게 곤두선 음핵에 짜릿한 흥분이 내몰렸다.
“하아.”
골반이 야릇하게 뒤틀렸다. 신음이 버튼을 누른 것처럼 절로 터져 나왔다. 지안은 허벅지를 꽉 오므리며 얼른 그의 목을 둘러 안았다.
“안 울게요. 안 울어, 진짜.”
월호는 제 목에 매달린 지안의 어깨에 진득이 입을 맞추었다.
“후회할지도 몰라.”
말로는 너그럽게 마지막 기회를 주면서도 음부에 깊이 묻힌 손가락은 자꾸만 꼼지락거리니, 그가 원하는 답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하여튼 이 얄궂은 구미호.
젖가슴이 짓뭉개지도록 그의 몸에 댕강 안긴 지안은 그의 손장난에 신음을 뱉으며 얼른 재촉했다.
“하아… 후회 안 할게요. 그러니까….”
거듭 확인을 받고서야 그의 숨이 목 안에서 그르렁댔다. 어깨를 지그시 깨무는 힘이 충분히 한계에 다다랐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읏.”
점점 거칠어진 숨이 목덜미로, 귓불로 정신없이 쏟아졌다. 적빛과 회색빛이 공존하는 눈동자가 마지막까지 갈등하며 어지럽게 뒤엉키고 있었다.
“하….”
하나 결국엔, 제 가벼운 손장난에도 금세 애액을 쏟아내는 구멍이 근근이 붙들고 있던 인내를 끊어버리고 만다.
목에 매달린 지안을 바로 눕힌 월호는 제 손을 꽉 물고 있는 허벅지를 흘긋 내려다봤다. 적빛이 선명해진 눈이 뜨겁게 일렁였다.
“다리….”
이윽고, 굵은 손가락이 거칠게 질구를 파고들었다.
“벌려.”
티끌만큼은 후회했다.
“하악! 아흐읏!”
이러다 질구가 갈기갈기 찢기고 아랫배가 뚫려버리는 건 아닌가, 진심으로 조금은 겁도 나더랬다.
그가 사람이 아님을 순간 망각했다. 5백 년 욕정을 견뎌온 구미호의 양기를 얕봐도 한참 얕봤다. 그가 왜 제 목숨을 걱정했는지, 흠씬 박히고서야 깨달은 자신을 매우 때리고 싶다.
“으으읍! 흐으읏!”
인내를 놓아버린 그는 실로 무자비했다. 커다란 기둥이 숨 고를 틈도 없이 깊고 맹렬하게 퍽퍽 틀어박혔다.
아픔과 고통은 분명한데, 공존한 쾌락에 애액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흥건한 물속에 그의 페니스가 박힐 때마다 질펀한 물소리가 야릇하게 울려 퍼졌다.
아래에 꽂히는 감각과, 군살 하나 없이 크고 단단한 그의 몸과, 그의 기둥을 흠뻑 적시며 찌걱대는 물소리가 정신을 온통 산란하게 휘저었다.
“아아아-흐읍!”
죄 없는 손등만 꾹꾹 깨물며 천장을 뚫고 나갈 듯한 신음을 가까스로 입안에 묶어두었다.
하나 이젠 그조차도 할 수가 없다. 손목을 붙들어 머리 위로 결박한 그가 상처 난 손등을 문지르며 말했다.
“깨물지 마.”
“으음, 흣!”
귀에 닿은 뜨거운 입술이 아찔하게 속삭였다.
“소리 내. 괜찮아.”
“하아, 하-!”
그가 밀어치는 대로 종이 인형처럼 몸이 흔들렸다. 정수리가 바닥에 닿을 기세로 절로 목이 꺾였다.
“하아….”
그의 거친 신음이 귓전에서 짜릿하게 쏟아졌다. 촉, 촉, 바쁘게 들러붙는 입술이 한가득 유륜을 머금고 유두를 휘젓는다.
“아으!”
정신없이 달막이던 골반이 뒤집힌 것은 한순간이었다.
일순 몸을 뒤집어 엉덩이를 붙들어 올린 그는 지체 없이 욱여넣은 페니스를 빠르게 찍어 올렸다.
“아아! 아, 아!”
아래로 쏟아진 젖가슴이 떨어져 나갈 듯 난폭하게 출렁였다. 그를 향해 바짝 쳐들린 채 음란하게 벌어진 구멍이 겪어보지 못했던 쾌락에 젖어 허겁지겁 기둥을 삼켰다.
“하아, 하아.”
그의 호흡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등 위로 무너진 그의 가슴이 숨이 넘어갈 만큼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젖가슴을 마구 주무르며 찔러넣는 속도는 한참이 지나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으읏! 하아읏!”
쳐들었던 이마가 이불 위로 맥없이 떨어졌다. 성기가 맞닿은 다리 사이를 힐끗 내려다본 지안은 퇴폐적인 시각적 향락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단단하게 올라붙은 고환을 적신 애액이 하얀 이불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아.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어떡하지.
아슬아슬하다. 곧 눈물이 터질 것 같다. 너무 황홀해서, 몹시 아찔해서, 정말 눈물이 터질 만큼 환상적이라서.
퍽, 퍽! 거세게 맞닿는 둔부로 빨간 흔적이 쌓여갔다. 수없이 주물린 젖가슴은 이미 물감이라도 칠한 듯 시뻘게졌다.
그러고도 한참, 진이 빠질 만큼 추삽질이 계속됐다. 비처럼 흐르는 그의 땀이 등으로 둔부로 뚝뚝 떨어졌다. 뒤섞인 신음과 찌걱찌걱 젖은 마찰음이 달아오른 공기 속에 오래도록 떠돌았다.
창가에 놓여있던 화분의 달그림자가 조금 더 길게 늘어지던 순간.
“읏…!”
뿌리까지 깊이 처박힌 남경이 일순 부피를 키웠다. 제 안에 묻힌 채 움찔움찔 맥동하는 기둥의 느낌이 소름 끼치도록 선명했다.
“아으으, 하아….”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의지와 상관없이 온몸이 감전이라도 된 양 찌릿찌릿 경련했다.
한순간 기둥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유백색 액체가 넘쳐흘러 허벅지를 타고 미끄러졌다.
“하아… 하아… 하….”
완전히 넋이 나가버린 지안은 이불에 볼을 묻은 채 가쁜 숨을 몰아 뱉었다.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흠씬 두드려 맞은 듯 회음부가 얼얼했다. 아니, 온몸이 그렇듯 욱신댄다.
지안의 곁에 풀썩 누워 한동안 호흡을 고르던 월호는 엎드려 누운 채 시체처럼 늘어진 지안의 등을 어루만지며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귓바퀴까지 밀려온 입술이 금세 멀쩡해진 목소리로 나긋하게 속삭였다.
“이제 시작인데 왜 벌써 이래.”
“…하.”
절망이 뒤통수를 후려쳤다. 떡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아아… 왜 그랬을까.
아니, 맹세코 후회는 아닌데….
뭣도 모르고 호기롭게 달려들었던 나는, 분명 어리석었던 거다.
“아앗!”
늘어져 있던 몸이, 다시금 그를 향해 홱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