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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는 밤-59화 (59/106)
  • 59.

    촉, 촉, 뜨거운 입술이 연신 목덜미에 달라붙었다. 싱크대를 꽉 붙들고 있던 그의 손은 어느새 아랫배를 스쳐 허리를 둘러 안은 채였다. 점점 강하게 조이는 압박에 결국 단단한 가슴에 등이 푹 파묻혔다.

    볼을 붙든 손을 피할 새도 없었다. 그를 향해 고개가 돌려지기 무섭게 입술이 맞붙었다. 아리도록 아랫입술을 빨아당긴 그는 이내 입술을 몽땅 뒤덮으며 혀를 밀어 넣었다.

    “하, 음….”

    다급히 토해낸 숨이 그의 혀에 밀려 다시 입속으로 떠밀려왔다. 엉켜버린 혀가 작은 입안에서 정신없이 빨리고 휘감겼다. 아랫배를 꽉 감고 있는 팔을 힘주어 붙들었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다. 빠듯하게 조인 힘이 쇠처럼 단단했다.

    “……!”

    셔츠 속으로 뜨거운 열기가 밀려든 것은 한순간이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브래지어를 밀어 올린 그는 젖가슴을 꽉 움켜쥐고 사납게 주물렀다.

    “으음!”

    버릇처럼 댕그랗게 뜨여있던 눈이 결국엔 꾹 감겼다. 시야를 차단하자 가슴을 무자비하게 지분대는 감각이 몹시 선명해졌다. 혀가 얽히는 젖은 소리는 더욱 아찔하게 정신을 뒤흔든다.

    머리가 핑 돌았다. 이젠 도무지 밀어내는 시늉조차 하지 못하겠다. 코와 입으로 흠씬 밀려 들어온 술기운 탓인지 덩달아 이성이 아득히 스러졌다.

    집요하게 혀를 감아 당기던 입술이 턱 아래로 미끄러졌다. 절로 쳐들린 턱이 그의 입술이 떨어질 자리를 기껍게 드러내고 말았다.

    “하아, 하… 읏!”

    밭은 숨을 토해내기 무섭게 통각에 신음이 터졌다. 목덜미의 여린 살갗이 뜯겨나갈 듯 그의 잇새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아!”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이 풀썩 꺾였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휘감아 올린 그는 순식간에 벽면으로 지안의 몸을 밀어붙였다.

    “악-읍!”

    쿵, 둔탁한 소리가 날 만큼 단단한 벽에 등이 부딪혔지만 통증을 느낄 새도 없었다. 곧장 입술이 틀어막히고 거칠게 가슴이 주물렸다.

    흐리게 뜬 그녀의 시야에 정신없이 달려드는 그의 모습이 비쳤다. 또다시 그때처럼 그의 눈빛이 변해있었다. 아니 그때보다 더, 술에 취해 노곤히 풀린 동공은 전보다 더 탁한 회색빛이다. 길게 늘어지다 백발로 물드는 머리칼은 다시 봐도 소름 끼치도록 기이하다.

    두려움이 덜컥 전신을 덮쳤다. 그러나 한편으로 온몸을 떨리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뜨거워진 다리 사이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모르겠다. 두려움인지 공포인지 흥분인지, 혼란이 회오리처럼 머릿속을 빙빙 돈다.

    “하아, 하아….”

    한참 물리고 빨리던 입술이 떨어지고도 맥없이 신음만 뱉었다. 혀뿌리까지 얼얼한 감각에 목소리마저 잃은 기분이다.

    힘없이 뒷머리를 벽에 기댄 채 눈을 내리떴다. 셔츠 단추가 뜯겨나가고 질긴 브래지어마저 종이처럼 찢어지는 광경을 그저 놀란 눈으로 바라만 보았다.

    급기야, 곳곳에 붉은 흔적을 남기며 가슴까지 미끄러진 그의 입술이 예민하게 곤두선 유두를 덥석 빨아당겼다.

    “아윽…!”

    뾰족한 혀끝으로 장난치듯 두드리다, 다시 쪽쪽 빨아당기기를 반복한다. 어찌하지 못하고 까득까득 벽만 긁던 손이 결국 그의 머리칼 속에 다급히 파묻혔다.

    “그, 하아…!”

    그만하란 애원조차 뱉지 못했다. 연방 젖가슴을 할짝대며 스커트를 걷어 올린 손이 축축이 젖은 팬티 위를 단숨에 뒤덮어버린 탓이다.

    심장을 두드리는 방망이질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졌다. 젖은 천이 그의 손 아래서 찌걱대는 소리가 너무도 적나라했다.

    꾹 깨물고 있던 유두를 뱉어내고 귓불까지 올라온 그의 입술이 귓바퀴를 핥으며 눅진하게 속삭였다.

    “…이렇게 젖어버리면 정말 참을 수가 없는데….”

    “으읏.”

    갈라진 부분을 꾹꾹 누르는 손가락이 짓궂다. 그때마다 팬티 밖으로 넘쳐흐를 듯 질퍽대는 애액의 느낌이 선연했다. 민망함에 얼굴이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다.

    다만 불타는 얼굴을 숨기고자 그의 목에 매달리고 말았다. 순간 귓가에 쏟아지는 그의 신음이 한층 거칠어졌다.

    “하아. 하아.”

    고개를 꺾어든 채 숨을 고르는 월호의 눈동자가 수 개의 빛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붉게 일렁이다 하얘진다. 푸르게 반짝이다 또다시 붉은 빛에 휩싸인다. 꾹 눌러 참듯 꽉 감쳐 문 입술엔 금세 몽글몽글 피가 맺혔다.

    인내와 충동이 치열하게 맞부딪혔다. 지독한 술기운이 혈관을 모조리 잠식한 기분이었다.

    천 하나를 두고도 손에 흥건히 느껴지는 뜨거운 액의 감촉에 미칠듯한 욕정이 번지고 있었다. 제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 연방 신음하는 여자의 열기가 실낱같은 인내를 야금야금 끊어먹는다.

    고개를 털어봐도 소용이 없다. 시야만 빙글 돌뿐 끓어오르는 욕정은 더할 뿐이었다. 결국엔 새하얀 손등에 푸른 핏줄이 터질 듯 도드라졌다.

    “하… 젠장…!”

    견디지 못하고 쥐어뜯어 버린 팬티가 휴짓조각처럼 너덜너덜 찢겨나갔다. 기다렸다는 듯 흘러내리는 애액을 가득 퍼담은 그는 빠르게 음부를 문질렀다.

    “아! 아아!”

    찌걱, 찌걱 젖은 마찰음이 맹렬히 쏟아졌다. 단지 손바닥 하나에 가녀린 몸뚱이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불시에 구멍 깊숙이 틀어박힌 손가락이 한곳을 집요하게 퍽퍽 찍어 올렸다.

    “아으으으! 하아악!”

    작은 발꿈치가 번쩍 들렸다. 발작하는 몸을 가까스로 지탱한 발가락이 파들파들 흔들렸다.

    버긋하게 벌어진 구멍 속으로 두 개의 손가락이 빠듯하게 쑤셔박혔다. 야릇한 이물감에 들썩이는 몸이 이젠 완전히 그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리기 직전이었다.

    “하아아, 제발… 아아-압!”

    의미도 알 수 없는 애원이 숨처럼 흘렀지만 말허리가 잘려나갔다. 입안에 불쑥 침범한 그의 엄지가 말문을 막고 혀를 꾹 눌렀다.

    떠도는 공기가 한순간 기이하게 뒤바뀌었다. 등줄기를 타고 별안간 서늘한 전율이 퍼져나갔다.

    “……!”

    코앞에 다가온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매섭게 돌변해있었다. 완전히 붉게 변해버린 눈동자가 음험하게 일렁이며 아찔하게 눈을 마주쳐온다.

    어쩐지 낯선 얼굴의 남자가 엄지로 혀를 문지르며 거칠게 으르렁댔다.

    “빨아.”

    “읍, 으음!”

    어설프게 그의 손가락을 문 채로 절절 고개를 흔들었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가로 줄줄 흘러내렸다. 그 또한 아까운 양 혀로 길게 핥아올린 그가 제 엄지를 틀어박은 입안에 그대로 혀를 밀어 넣었다.

    두려움에 심장이 펄떡펄떡 뛰면서도 밀어낼 수가 없다. 두려움마저 뒤덮은 기묘한 흥분이 밑구멍을 쑤셔대는 그의 손으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제가 알던 그가 아니었다. 솜털이 설 만큼 소름 끼치는 감각은 공포가 분명한데, 한편으로 뜨겁게 달뜨는 몸을 이해할 수가 없다.

    미쳤어. 미친 거야, 정말.

    제대로 홀렸다. 완전히 홀려버리고 만 것이다. 무자비한 그의 행위에도 이보다 더한 것을 바라는 욕망을 도무지 억누를 수가 없다.

    뻣뻣하게 굳어있던 혀가 결국 전의를 잃고 그의 혀에 매끄럽게 휘감겼다. 목을 두른 팔을 더욱 꽉 조인 그녀는 제 입안을 가득 메운 그의 혀와 엄지를 허겁지겁 빨아댔다.

    “으음. 하읍.”

    “하, 하아.”

    굶주린 짐승처럼 서로의 혀를 감아당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개가 수차례 교차하고 꽉 맞닿은 가슴이 연방 들썩였다. 정신없이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다시 젖가슴을 움켜쥐고 유두를 긁어대길 반복했다.

    얼마간 더 깊이, 더 강하게 혀를 얽으며 질구를 쑤시던 그가 일순 움직임을 멈춘 것은 그때였다.

    “…하아….”

    뜨거운 열기만 남기고 그의 입술이 뚝 떨어졌다. 질구 깊숙이 박혀있던 손가락도 일시에 빠져나갔다.

    한순간 허전하게 멀어진 열기에 지안은 되레 당황해 눈을 떴다. 꿈에서 깬 듯 번쩍 뚫린 의식 밖으로 밭은 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 하아….”

    여전히 목전에 머문 그와 시선이 얽혔다. 어느새 회색빛으로 되돌아온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파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땀에 젖은 그의 얼굴이 마치 울 것처럼 우그러들었다.

    “하….”

    월호는 빨갛게 부어오른 지안의 입술을 매만지며 탁하게 잠긴 목소리로 허망한 듯 물었다.

    “어쩌자고 달려들어.”

    “…….”

    긴장감에 바들바들 흔들리던 숨이 허탈하게 툭 터졌다.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홀려놓고 왜 순응하느냐 물으니 할 말이 없다.

    괜히 민망함이 몰려와 귀 끝이 붉어졌다. 저도 모르게 물 흐르듯 흘러간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 그저 숨만 골랐다.

    그는 타액에 젖은 그녀의 입술을 꾹 눌러 닦으며 흐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이러면….”

    차마 맺지 못한 뒷말이 한숨 같은 신음에 섞여 흩어졌다. 고통을 참듯 찌푸려진 그의 미간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하아…”

    술기운에 잠식된 정신을 털어내려는 듯 그가 고개를 흔들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안의 골반을 꽉 붙든 악력에서 불시에 휘몰아친 그의 번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언제는 멋대로 찾아와 뻔뻔하게 섹스를 요구하더니.

    그래, 그랬던 남자가.

    ‘ 지안 님을 마음에 들이고 말았으니, 이제 결코 지안 님의 허락 없이는 저주를 풀 엄두조차 내지 못하실 겁니다. ’

    그렇다고 차마 어쩌지도 못하고. 뭐 이런 심약한 구미호가 다 있어, 정말.

    결국 이렇게 다 헤집어놓고, 이제 와서 참아버리면 나야말로 어찌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떨리는 입술을 꾹 감쳐 물고 마른 침을 꿀꺽 삼킨 지안은 제법 맹랑하게 그의 눈을 마주하며 물었다.

    “참으라고 하면, 참을 수는 있어요?”

    취기 어린 눈이 느리게 깜박였다. 글쎄, 그럴 수 있을까…. 고민이라도 하듯 말 없는 회색 시선이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훑고 있다.

    언제는 울어도 소용없다면서….

    소심히 덧붙여본 속말이 용케 닿은 모양인지, 그의 입술에 헛웃음이 걸렸다.

    “그래서, 마지못해 이래?”

    “…….”

    마지못해.

    정말 마지못해 눈을 감았을까. 마지 못해서 심장이 이렇게 떨릴 수가 있나. 이미 다리 사이가 흥건히 젖은 이 상황을 단지 마지못해서라 단정할 수 있는 걸까.

    …아니. 이미 나는….

    그러니까 나 역시도….

    골반을 움켜쥔 그의 손이 느슨해지고 있었다. 눈깔이 핑글 돌아 한순간 미친놈처럼 몰아쳤던 직전의 상황에 그는 괴로운 얼굴로 연방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 제게서 완전히 손을 떼어낸 순간, 지안은 까치발을 든 채 그의 얼굴을 덜컥 붙들었다.

    촉, 통통하게 부은 두 입술이 순식간에 붙었다 떨어졌다. 놀란 듯 벌어진 그의 잇새로 신음 같은 헛숨이 터져 나왔다.

    시뻘게진 얼굴로 짐짓 호기롭게 입을 맞춘 지안은 사뭇 결연하기까지 한 눈빛으로 회색 눈동자를 똑바르게 마주 봤다.

    “마지못해서 하는 거 아니니까, 그만두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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