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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는 밤-47화 (47/106)
  • 47화

    열 개의 초 중 단 하나만 불을 밝힌 공간은 짙은 어둠과 다를 바 없이 캄캄했다.

    황색 광안光眼을 밝혀 조심히 마루로 올라선 묘흔은 백색의 꼬리를 살랑이며 어깨를 옹송그렸다.

    사뿐사뿐 옮긴 걸음이 통나무 좌탁 앞에서 멈추었다.

    “어르신, 묘흔입니다.”

    벽을 보고 돌아누운 모란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벌써 잠이 드신 겐가….

    미약하게 오르내리는 등을 얼마쯤 바라보던 묘흔이 다시금 조심스레 입을 떼던 순간이었다.

    “어르….”

    “너는 역시 한참 멀었구나.”

    “…엇!”

    기척도 없이 등 뒤에서 건너온 음성에 묘흔은 화들짝 뒤를 돌아보았다.

    방구석 깊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형체가 어렴풋이 광안에 맺혔다.

    묘흔은 얼른 고개를 조아렸다.

    “나와 계셨습니까.”

    옅은 바람이 이는가 싶더니 남은 아홉 개의 초가 번쩍 불을 밝혔다. 별안간 환해진 공간에 묘흔의 황색 광안이 절로 까맣게 수축했다.

    묘흔은 몽글몽글한 연기를 자리 삼아 삐딱하게 기대 누운 독산을 힐끗 건너다보았다.

    검은 장발을 늘어뜨린 채 적의를 걸친 늘씬한 사내는 월호 못지않게 수려한 외모를 타고났다.

    며칠 전 모란의 뒤를 캐다 눈앞에 나타난 독산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 묘흔은 그의 외모에 홀려 한동안 붕어처럼 입만 뻥긋 댔었다.

    꼭, 월호를 처음 만났던 120해 전 그날처럼.

    세상에 이런 미모를 가진 이가 우리 월호 님 말고도 또 있었을 줄이야.

    ‘ 내 말을 듣고는 있는 것이냐? ’

    감탄에 감탄을 하느라 불손하게도 신의 말을 몇 마디나 그냥 흘려보냈을 정도였다.

    범화가 기억하고 그렸다던 몽타주 속 얼굴은 아마도, 독산의 변장술이었으리라.

    공기를 두드리듯 매끄러운 손짓 한 번에 곰방대를 띄워낸 독산은 물부리를 입에 문 채 짙은 눈을 내리떴다.

    “이 시간에 빠져나온 걸 보니 월호 녀석이 어인 일로 깊이 잠든 모양이구나.”

    “예. 많이 고단하셨을 것입니다.”

    물부리를 머금은 독산의 입술이 길게 늘어졌다.

    “왜. 종일 날 찾아다니느라?”

    뿌연 연기와 함께 내뱉은 음성에 옅은 웃음이 감겨있었다.

    묘흔은 난감한 얼굴로 눈썹 머리를 모았다.

    “예… 물론 쉽지는 않을 테지만, 월호 님을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언젠가는 모란 저자의 비밀을 캐내고 말 것입니다. 어찌하면 좋을는지요.”

    연이틀 그를 찾는 시늉을 하며 어찌나 똥줄이 탔던지, 묘흔은 숨도 한 번 쉬지 않고 얼른 용건을 뱉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독산은 느른히 연기를 뿜으며 별스럽지 않게 말했다.

    “내버려두어라.”

    “허나….”

    “언제쯤에나 나를 찾을까 내내 기다리는 참이니라. 부러 단서도 곁에 두었음은 몰랐을 테지.”

    싱긋 웃으며 덧붙인 말에 묘흔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예에? 아니, 왜 그런….”

    “재미있지 않으냐. 이리 가까이 두고도 엉뚱한 곳만 뒤적대는 모습이.”

    묘흔은 쿡쿡 웃음을 흘리는 그를 보며 한숨을 삼켰다.

    “아고, 참… 짓궂기도 하십니다.”

    고작 200해를 살아온 제가 나이조차 가늠할 수 없는 신의 의중을 어찌 알 수 있으랴.

    감히 짐작을 할 깜냥도 되지 않지만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르신은 대체 월호 님께 무엇을 바라시는 겁니까.

    애초에 벌을 주고자 그 지독한 저주를 내리신 것은 맞는 것입니까.

    이리 월호 님의 곁에 머물며 내내 지켜보시는 연유는 대체….

    “천 년이 되자면 며칠이나 남았더냐.”

    차마 용기가 없어 속말만 곱씹던 묘흔은 흠칫 눈을 고쳐 떴다.

    “이제 백일이나 남았을까 싶습니다.”

    “백일이라….”

    무릎을 톡톡 두드리던 독산은 쯧쯧 혀를 차며 고소를 머금었다.

    “구슬을 넘겼다고 참으로 여유가 넘치는구나. 나를 찾아 헤맬 때가 아닐 터인데….”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그것이 영 걱정이온데….

    들릴 듯 말 듯 말꼬리를 늘어뜨린 묘흔은 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

    그가 성교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짐작은 하나, 섣불리 독산에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대신, 꼭 해야 할 말은 다른 것이었으니….

    “저어… 한데 어르신.”

    사뭇 조심스레 건너간 음성에 독산은 말없이 시선만 던졌다. 얘기해보라, 이것이었다.

    묘흔은 마른 입술을 축이며 운을 뗐다.

    “일전에 월호 님께서 인간의 육체를 훼손한 일을 익히 알고 계시겠지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그는 동요 없이 되물었다.

    “한데.”

    “형벌을 받아 마땅한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허나 월호 님께서 나서지 않으셨다면 그때 그 여인은 자칫 목숨을 잃을 뻔….”

    “선한 목숨은 구했으니 모른 척해달라?”

    독산의 입술이 삐뚜름히 기울어졌다. 묘흔은 고개를 흠씬 조아리며 말했다.

    “너른 아량을 베풀어 주신다면 이놈 참으로 감읍할 것입니다.”

    소리 없이 웃음을 삼킨 독산은 짐짓 감탄한 얼굴로 말했다.

    “네놈이 월호의 곁에서 뻔뻔함을 곧잘 배웠구나.”

    묘흔의 고개가 한층 더 굽어들어 갔다. 하나 받아치는 말은 맹랑하기 이를 데 없었다.

    “윗대 어르신들께서 여러모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라 하시었기에….”

    “하하.”

    결국 대소를 터트린 독산은 고개를 절절 내저었다.

    “이러니 천하의 월호 녀석도 너를 못 당하는 것이지.”

    곰방대를 물리고 일어선 독산은 묘흔을 스쳐 가며 말했다.

    “벌을 내릴 것이었으면 진즉에 손모가지 하나쯤 꺾어놓았을 것이다. 걱정 말고 그만 가거라. 월호가 곧 눈을 뜰 모양이구나.”

    묘흔은 스쳐 가는 그를 돌아보며 냉큼 바닥에 이마를 묻었다.

    “아후우…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그럼 이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일어나 설설 뒷걸음을 걸어 신월당을 나서는 묘흔을 건너다보던 독산은 한참 피식피식 웃음 짓다 굽어 누운 모란에게 제 몸을 포개었다.

    그와 동시에, 환히 불을 밝혔던 열 개의 초가 한시에 푸시식 불씨를 꺼트렸다.

    **

    구름도 몇 점 없는 하늘에 해가 쨍하니 떠오른 한낮이었다.

    장마가 더위를 안고 갔다더니, 순 거짓임이 분명했다. 현세의 기상청은 꼭 이렇듯 한 번씩 헛다리를 짚으니 당최 믿을 수가 없음이다.

    병천은 혹시 몰라 챙겨온 휴대용 선풍기를 붙든 채 더위에 녹은 목소리로 근근이 말했다.

    “이리 땡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지안 님을 지켜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더위 죽겠는데 왜 또 이 고생을 하시는 겁니까, 이번에도 불만스런 속내를 완벽한 숨겼다 싶었지만 역시나 실패다.

    검은 선글라스에 가려진 승원의 눈매가 와그작 일그러졌다.

    “그러게 따라오지 말랬잖아. 넌 대체 왜 매번 말을 안 듣고 구시렁거려?”

    “남은 신수를 찾으러 간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리 옥상에서 지안 님을 지켜보실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지요.”

    “누가 안 간대? 가던 길에 잠깐 들른 거야.”

    병천은 대본 리딩이 한창인 맞은편 빌딩 창 안을 턱짓하며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그럼 그냥 모습을 숨기고 저 안에 계셔도 되었을 일을….”

    징징대는 소리에 승원은 답답한 듯 미간을 좁혔다.

    “숨겨도 이제 서지안 눈엔 보일 거 아냐.”

    “그것이 무슨 상관이랍니까?”

    아, 이놈의 고양이가 생각은 똥구멍으로 하나.

    벌컥 짜증이 치솟은 승원은 병천을 홱 돌아보며 나무랐다.

    “너 같으면 내가 곁에서 빤히 지켜보고 있는데 대본이 눈에 들어오겠어?”

    “…….”

    어허. 결국 지안을 위한 일이다, 이것이렷다.

    그가 언제 타인의 사정을 신경 쓴 적이 있었던가. 이리 마음에 들인 티를 팍팍 내시면서 무엇이 개소리라고….

    “어휴, 참….”

    문득 걱정이 차오른 병천은 한숨을 삼키며 넌지시 말했다.

    “월호 님. 그리 마음을 놓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뭔 소리야, 갑자기. 깜빡이 좀 켜고 주제를 바꿔.”

    근심 어린 얼굴로 그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병천은 내내 생각으로만 두었던 의문을 툭 터놓았다.

    “어찌 적극적으로 합방을 꾀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병천을 돌아보는 승원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선글라스 알 위로 물결치는 눈썹은 왜 얘기가 갑자기 그리로 튀느냐 묻고 있었다.

    병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덧붙였다.

    “그간 기회도 분명 여러 번 있었을 텐데요.”

    그믐날에도, 며칠 전 지안이 술에 잔뜩 취해 제 발로 찾아왔던 그날에도,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능히 그녀를 안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하나 그는 지안이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코 선을 넘지 않았다.

    그것은 오로지 지안을 위한 배려였다. 당장 코앞에 생의 마지막과 다를 바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두고 그녀를 배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그가 지안을 마음에 담게 되었음은 확인된 셈이었다.

    별안간 진지해진 병천의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던 승원은 짐짓 짜증스러운 투로 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그를 향한 병천의 시선이 다소간 잠잠히 머물렀다. 사골처럼 진한 애정과 그에 비례한 우려의 마음이 처진 눈꼬리에 아낌없이 담겨있었다.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답지 않게 무거운 목소리가 진중하게 흘러나왔다.

    “지안 님을 깊이 마음에 들이지 마십시오.”

    잔뜩 주름져있던 승원의 미간에 힘이 툭 풀렸다. 까만 선글라스에 감추어진 눈동자가 어떤 색을 띠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병천은 멈추지 않고 제 근심을 오롯이 내보였다.

    “행여 일을 그르치실까 이놈은 참으로 염려스럽습니다.”

    바람이 텁텁했다. 자연스레 흘러내린 그의 검은 머리칼이 살랑살랑 이마를 간질였다.

    “…….”

    승원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빌딩 창 너머의 지안을 바라만 보았다.

    **

    붉은 노을이 커다란 통유리창 안을 빨갛게 물들였다.

    그 앞에 목석처럼 선 그가 온통 붉어 보일 만큼 유난히 짙은 노을이었다.

    벌써 1시간.

    주황빛 물결이 반짝이는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은 지도 족히 그만큼이 되었다. 깜박이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든 눈은 조금씩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물에 번진 수채화처럼 시야가 완전히 흐트러진 순간, 고적했던 귓가에 병천의 지난 음성이 웅웅 울렸다.

    ‘ 혹여, 지안 님을 여인으로 마음에 들이신 겁니까? ’

    그땐 그저 개소리로 치부하며 흘려들었던 말이었다.

    마음에 들인다는 것이 무엇인가.

    들끓는 애정, 사무치는 그리움, 귀히 여겨 아끼는 마음.

    그토록 심중을 떨리게 하는 무언가가 넘쳐나야 비로소 마음에 들였다 할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한데 지안을 향한 감정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제 말이라곤 당최 들어먹지를 않아 매번 답답하고, 자존심만 끌어안고 궁상맞게 사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하고, 버르장머리 없이 바락바락 대드는 것은 괘씸하기 이를 데 없고.

    이 감정들의 어디에서 연정을 찾아볼 수 있단 말인가.

    ‘ 어찌 적극적으로 합방을 꾀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

    그것이 문제라 하면 답은 너무도 단순했다.

    단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원치 않는다는 여인을 억지로 안아봐야 무슨 흥이 날까.

    물론 한편으론 유치한 자존심에 더는 매달리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어차피 백일 안에 두어 번의 관계만 가져도 충분할 일. 이 월호가 그 안에 인간 계집 하나를 구워삶지 못할까, 싶은 마음에.

    그래, 단지 그뿐인 것을.

    묘흔 이놈은 대체 무엇을 보고 그런 크나큰 오해를 한 것인지, 그로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역시 개소리지.”

    비소를 내뱉은 승원은 그제야 노을을 등지고 발을 뗐다.

    생각이 돌고 돌아 다시 개소리로 결론을 내리기까지 장장 1시간이 걸렸다니,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념을 털고 곧장 서재로 건너간 그는 한 면을 꽉 채운 책장 앞에 서서 낡은 고서들을 훑었다.

    본인의 사사로운 기록을 꼼꼼히 남기는 것은 독산의 오래된 악취미였다. 그것을 마치 족쇄처럼 그의 책장에 뿌려댄 덕분에 이 어딘가에 독산이 작성한 서적이 있을 것이었다.

    아무리 버리고 태워도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꽂히던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둔 지도 30년은 족히 된 듯싶은데….

    단 한 번 열어보지도 않았으니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팔짱을 끼고 서서 빼곡히 꽂힌 고서들을 차분히 살피던 승원은 손이 가는 대로 두어 권을 빼 들었다.

    사라락, 오래된 한지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엄지 마디를 긁고 빠르게 넘어가는 종이의 질감이 까슬하다. 그 안에 담긴 무수한 활자가 검푸른 눈동자에 유속 빠른 물결처럼 스쳐 갔다.

    그리고.

    “…….”

    난데없는 순간이었다.

    갑작스레 시야가 흐무러졌다. 금세 다시 초점을 잃은 눈은 생각 없이 담고 있던 활자를 하얗게 지운 채였다.

    탁.

    결국 책을 덮어버린 그는 별안간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무의식중에 딴 길로 새버린 머릿속으로 불현듯 지안의 얼굴이 비집고 들어온 탓이었다.

    ‘ 지금은 뭐예요. 남들도 보이는 거야, 뭐야.”

    하긴, 그땐 조금 귀엽기는 하였지. 그날 그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제법 곱상하니 봐줄 만도 했고.

    ‘ 허! 뭘 빨아요! 미쳤나 봐, 진짜! ’

    ‘ 아, 쫌! 그런 말 좀 막 하지 마요! ’

    야한 소리만 하면 버럭 대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은근히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고.

    ‘ 아휴우, 이놈의 구슬이 진짜… 소맥 좀 마셨다구 취했나 바아. 나 못 살겠네, 증마알. ’

    ‘ 무섭, 긴 해요. …안 그런 척하는 거지. ’

    그때도 뭐, 그럭저럭 깜찍한 것이 보고 있자면 괜히 기분이 말랑말랑하더란 말이지.

    그래. 너그럽게 생각해보면 더럽게 말을 안 듣는 것도, 지지리 궁상을 떠는 것도, 갈수록 맞먹으려 드는 것도 이젠 그저 귀여운 수준이긴 한데….

    하나 이것을 어찌 연정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재롱떠는 꼬맹이가 깜찍스러운 정도가 아니냔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아니, 실은 연정의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감이 오지 않는다.

    들끓는 애정, 사무치는 그리움, 귀히 여겨 아끼는 마음.

    그러니까 그것이 당최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다.

    9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에게 여인이란 그저 정기를 채우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신수의 몸으로 하찮은 인간을 연모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으므로.

    “도대체가….”

    연정이란 것이 무엇일까. 대관절 그것이 무엇이기에 묘흔의 눈에 내가….

    “하… 젠장.”

    무려 1시간 동안 쳇바퀴를 돌다 결국 개소리라 결론을 내려놓고 또다시 제자리였다.

    과연 이것이 이렇게까지 고민을 할 일인가 어이는 없는데, 희한하게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게 이 망할 고양이가 왜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여서는.

    언짢게 미간을 구긴 승원은 들고 있던 책을 다시 거칠게 꽂아놓았다.

    내가 지금, 고작 인간을 상대로 이깟 유치한 감정놀음이나 고민할 때인가.

    하등 의미 없다.

    역시,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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