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뜨는 밤-40화 (40/106)
  • 40화

    “엇…! 뭐, 뭐예요!”

    다시 쥐어 잡힌 손목이 머리 위로 쳐들렸다. 성큼 제 위로 기울어진 그의 얼굴을 오롯이 담기도 전에 음부를 빼앗기고 말았다.

    가소로운 손장난 따위 집어치우라는 듯, 그는 거침없이 음핵을 문질렀다.

    “하악… 아아!”

    마치 누군가 잡고 흔들어대듯 격렬하게 골반이 들썩댔다. 그의 손끝에 짓뭉개질수록 점점 팽창하는 음핵의 부피가 또렷이 느껴졌다.

    반질반질한 구슬을 굴리듯 천천히, 그러다 불시에 빠르게.

    “아아, 하! 하악!”

    산란하게 정점을 괴롭히던 그의 손이 더 깊은 곳에 쑤셔박힌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허어!”

    기다란 중지로 좁은 구멍을 헤집자, 습지 속에 가득 차있던 액이 한 움큼 밀려 나왔다.

    “여기. 물이 줄줄 흐르는 이곳 말이다.”

    무심히 쑤셔 박은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꺾은 그는 내벽을 살살 긁으며 낮게 속삭였다.

    “이곳을 쑤시지 않으면 아무리 비벼댄들 소용없다니까.”

    “하흐으… 으읏!”

    여러 개로 늘어난 손가락이 자비 없이 질구를 짓쳐들어왔다. 넣는 족족 벌어지는 구멍은 마치 그를 오매불망 기다렸다는 듯 기껍게 빨아 삼키며 부르르 경련해댔다.

    “이렇게 뜨거워서야… 한 번으론 되지도 않겠는데.”

    “하아!”

    필사의 힘으로 붙들린 팔을 빼낸 지안은 저도 모르게 월호의 목을 덥석 끌어안았다. 절로 붕 떠올라 그의 목에 대롱대롱 매달린 몸이 감전이라도 된 듯 덜덜 떨린다.

    “제발, 좀… 빨리, 아니, 하…!”

    빨리 뭘 어쩌라는 건지, 제 입으로 두서없이 내뱉고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만 놓아줬으면 싶다가도, 더 깊이 찔러줬으면 싶기도 하고, 입과 머리와 몸이 모조리 제 것이 아닌 양 따로 미쳐가는 것만 같다.

    급기야 들끓어대는 쾌락이 티끌만큼 남아있던 이성을 좀먹었다.

    그의 목에 매달린 채 들썩이는 둔부는 그의 손짓보다 빠르게 앞뒤로 왕복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제야 좀 쑤셔 박을 마음이 생겨?”

    “하윽, 씨! 조용히 하고 빨리 어떻게 좀 해 봐요!”

    절규하는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이성을 놓았다. 젖가슴이 흔들리도록 제어하지 못하고 들썩대는 몸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목을 좀 놔.”

    지안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더 깊이 그의 목에 매달렸다. 더는 붉어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부끄러운 낯이나마 숨겨버리고 싶다.

    “이런다고 못 떼어내진 않아.”

    알고 있다. 그의 힘으론 얼마든지 밀어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매달려보는 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그냥 이대로, 좀, 흐으읏….”

    “어느 세월에 이 많은 물을 다 빼낼 거야. 빨아 줄 테니까 놔, 그만.”

    “허! 뭘 빨아요! 미쳤나 봐, 진짜!”

    저도 모르게 버럭 내지른 소리에 그는 돌연 속 편하게 실소를 터트렸다.

    “여기까지 와서 고집도 참.”

    고집을 안 부리게 생겼어요? 어따 입을 댄다고, 지금!

    대꾸할 힘도 없어 소리치는 속말이 다급하게 흘러갔다.

    시체 보고 놀란 가슴 진정도 되기 전에 이게 대체 무슨 짓거리란 말인가. 내가 대체 왜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느냔 말이다!

    억울함에 울부짖자 그는 사뭇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억울할 거 없어. 너만 힘든 거 아니야.”

    야속하게 흘기는 눈망울에 기어이 눈물이 맺혔다.

    “못 믿겠지만 공평하게 미쳐있다고, 지금.”

    매달린 목이 저 못지않게 뜨끈했다. 시종일관 덤덤하게 제 속을 헤집으면서도 이따금 귓가를 적시던 신음은 그의 것임을 실은 알고 있었다.

    “자꾸 고집부리면 이대로 내것을 꽂아버릴 것이다.”

    “……!”

    지안은 꾸역꾸역 붙들고 있던 목을 냉큼 놓아버렸다. 그 한 마디에 얼른 시트에 파묻히는 그녀를 보며 월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죽어도 그건 싫은 모양이네.”

    대꾸할 새도 없이 하얀 얼굴이 휙 사라졌다.

    “하읍!”

    지안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 것은, 그의 뜨거운 입술이 이미 질구에 닿은 직후였다.

    **

    완전히 녹초가 된 여체가 시루떡처럼 늘어졌다.

    색색 흐르는 숨이 그 어느 때보다 노곤하게 흘러나왔다. 무려 다섯 번의 절정에 이르고 기절하듯 뻗어버렸으니 응당 그럴 만도 할 것이었다.

    월호는 나체로 늘어진 지안의 몸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세 번째 절정을 맞던 때였던가. 후끈거리는 열기를 참지 못한 지안은 결국 스스로 티셔츠와 브래지어를 벗어 던졌다.

    온전한 나신으로 제 손에 흔들리는 여인의 모습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욱 지독한 고문이었다.

    네 번째 절정이 시작되던 순간, 결국 욕구를 견디지 못한 그는 아프게 팽창한 남경을 쥐고 함께 절정을 맞았다.

    풀어헤친 속적삼만 단출히 어깨에 걸친 채 통유리를 마주하고 선 월호는 벌컥벌컥 생수 반 통을 단숨에 비웠다.

    “하….”

    식수에 막혔던 숨을 토해내자 크게 부푼 가슴이 차분히 내려앉는다.

    참으로 신통방통하기도 하지.

    다만 곁에서 수음만 했을 뿐인데 기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호인의 힘이었던가.

    단지 수음만으로도 이 정도인 것을, 그 뜨거운 구멍 속에서 절정을 맞았다면 얼마나 대단한 힘이 솟구쳤을지 상상만으로도 머리칼이 쭈뼛 섰다.

    검은 창밖으로 서서히 기우는 그믐달을 가만 바라보던 월호는 문득 방 한구석의 탁자 위를 돌아봤다.

    천성이 워낙 깔끔한 구미호라, 아무렇게나 던져진 지안의 옷가지를 그새 가지런히 올려둔 참이었다.

    말끄러미 그곳을 바라보며 남은 물을 꼴깍 비운 그는 빈 생수병을 쓰레기통에 휙 던져놓고 탁자로 향했다.

    차곡차곡 포개놓은 지안의 옷가지를 치우고 아래에 놓여있던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쥐고는 요리조리 돌려보던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 너머로 병천의 기운이 느껴졌다.

    “들어와.”

    끼익, 조심스레 문을 연 병천은 몇 시간 만에 초췌해진 얼굴로 터벅터벅 들어섰다.

    곧장 침대를 보고 들어서던 병천이 생각보다 멀쩡히 서 있는 월호를 발견하고 얼른 달려와 물었다.

    “엇,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아휴우, 이만하길 참으로 다행입니다. 지안 님이 곁에 계시니 확실히 회복이 빠른 모양입니다.”

    새근새근 잠든 지안을 뜻 없이 돌아본 월호는 소리 죽여 물었다.

    “그자는 어떻게 했어.”

    대번에 한숨을 폭 내쉰 병천은 이마에 흥건한 노동의 흔적을 훔치며 말했다.

    “이미 가루로 만들어 버리지 않으셨습니까. 그저 쓸어 담아다 활활 불태울 수밖에요.”

    쓰레기를 해치울 때면 늘 간만 홀랑 빼낸 후 관통한 흔적조차 남지 않게 육신의 외형을 온전히 되돌려 놓았던 그였다.

    해서 날이 밝아 누군가에게 발견된다면 사인은 심장마비 혹은 목을 맨 자살, 아사나 교통사고, 대강은 그런 사유로 위장을 했던 것이다.

    한데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지막 이성은 놓지 않던 우리 월호 님이 대체 얼마나 열이 뻗치셨던 건지….

    수백 점으로 갈라진 살점은 이리 튀고 저리 튀어 공사장 철조물에까지 흔적이 남아 있고, 터져버린 머리는 뇌가 텅텅 빈 채 피만 흥건했으니….

    허어, 이런 변이 있나.

    120년이 넘도록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범죄자들을 수없이 봐왔지만 그토록 끔찍한 광경은 실로 처음이었다.

    뼛조각 하나, 살점 하나, 누구의 눈에라도 띄는 날엔 사회적 이슈를 면치 못할 터. 몇 번이고 공사장을 돌며 흔적을 치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모른다.

    “대체 어쩌시려고 인간의 육체를 그리 훼손하신 겁니까.”

    그는 대꾸치 않고 손에 든 지안의 지갑만 물끄러미 바라봤다.

    병천은 근심 어린 얼굴로 한숨만 내쉬었다.

    “아휴… 이놈은 그저, 신이 노하여 월호 님이 해를 입진 않으실까 걱정입니다.”

    신이 악인의 살인은 허락했다곤 하나, 그 육신은 응당 신이 내린 재산인 것. 영혼의 싹은 뿌리 뽑을지언정 육신만은 멀끔히 남겨두어야 하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으니.

    병천은 그를 어겨도 제대로 어겨버린 월호의 안위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그 여인을 지안이라 착각했다 한들, 결과적으로 그 여인에게 몹쓸 짓을 저지르기도 전에 놈은 조각이 났다.

    장장 900년이 넘도록 사고 한 번 친 적이 없던 그가 뒷일도 생각지 않고 그토록 격분했다니, 당황을 넘어 심히 의아하기까지 하다.

    지안도 결국엔 저주를 풀기 위한 한낱 도구에 불과한 것을 어찌 그리 화가 나신 건지.

    행여 벌써 속정이라도 드신 겐가….

    병천이 홀로 아리송하게 미간을 꿈틀거리던 때였다.

    “서지안이 그자와 마주쳤다는 얘긴 뭐야.”

    시신의 상태는 하등 관심이 없는 듯 전혀 엉뚱한 질문이 건너왔다. 그때는 잠이 든 줄 알았더니 지안과 나눈 이야기를 언뜻 들었던 모양이었다.

    “아. 그 전에 주점에서 잠시 스쳤다 합니다. 지안 님을 보고도 이상하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곤 하는데…. 다행이긴 하나 그것이 어찌 된 영문인지는….”

    검은 반지갑을 다시금 가만히 바라보던 월호는 지퍼를 열어 내용물을 살폈다.

    신분증과 달랑 하나 꽂힌 카드, 그리고 몇 장 없는 지폐를 손끝으로 훑다가 제일 안쪽 수납 칸에 꽂힌 빨간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병천이 급한 성질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지안 님의 지갑이 아닙니까. 그것을 어찌…?”

    대꾸 없이 빨간 봉투를 꺼내 든 월호는 가는 눈을 뜨고 봉투의 겉면을 살폈다.

    하단에 작게 박혀 있는 기하학적인 문양은 분명, 신월당의 허름한 문에도 붙어 있던 그곳 특유의 표식이었다.

    탁자에 놓여있던 가방 위로 옷가지를 주워 올리던 순간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던 참이었다.

    붉게 일렁이던 기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그자가 지안의 앞에서 느닷없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면 그는 필시 이 물건 탓이었을 터.

    이것이 아니었다면 지난밤 지안의 비명과 제 피로 물들었던 꿈속의 가시밭길은 분명 현실이 되었으리라.

    “악귀를 쫓는 부적이라….”

    모든 것을 내다보고 미연에 방지를 했다. 신수의 우두머리라 하는 그도 미리 막을 수는 없을 악귀의 악행을 단 한 장의 종이로 막아버렸다.

    “역시, 보통 할멈이 아니구나.”

    새근새근, 엎드려 누운 지안의 잇새로 평온한 숨이 흘러나왔다. 커다란 통유리창으로 들이친 달빛이 서서히 구름 뒤로 모습을 감췄다.

    푸른 새벽이 다가왔다. 요란했던 달뜨는 밤이 기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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