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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뜨는 밤-39화 (39/106)

39화

구슬이 발현하는 성욕의 힘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배란기에 접어든 인간 여성의 미미한 욕구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지독한 고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 그것은 단순한 욕구를 넘어 고통이었다.

어떻게든 절정에 이르지 않으면 숨이 끊어질 것만 같은 고통.

오죽하면 그도 인간의 배를 가르고 간을 씹어 먹어야만 그나마 견딜 수 있을 정도였을까.

“하… 읏….”

한데 이 어리석은 계집은 한낱 자존심을 지키고자 기어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몇 번을 침대 밖으로 굴러떨어져 올려놓은 몸이 이제는 구를 힘조차 없을 만큼 늘어졌음에도 참으로 지독하지 않을 수 없다.

“아흡, 짜증 나… 씨이….”

급기야 어투가 거칠어진 지안은 태아처럼 둥글게 몸을 만 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아마도 울컥울컥 애액이 흐를 때마다 따끔한 전율이 퍼진 탓이리라.

지안의 곁에 모로 누워 작은 등만 바라보던 월호는 쯧쯧 혀를 찼다.

“고집 그만 부리고 도와준다고 할 때 안기지 그래.”

홀로 끙끙대기만 한 것이 벌써 3, 40분은 족히 되었다.

집에 붙어 있으라던 제 말을 무시하고 도망까지 간 것이 괘씸하여 그냥 내버려둘까도 싶었지만, 어쨌든 동의 없이 넘겨버린 구슬로 인한 통증이 아니던가.

모른 척 내버려두기엔 구미호 마음이 또 이렇게 은근히 약해빠진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하… 영감님….”

내심 가엽게 여겨 기다려줬더니 돌아오는 소리가 또 그놈의 영감이었다.

가늘게 다물린 월호의 잇새로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나 지금, 움직이기가 너무, 하… 힘들어서 그러는데….”

그래. 지금 이 상태로 내 얘기가 들리기나 할까.

호칭 따위에 그만 미련을 버리고 고개를 내젓자, 힘겹게 끊어 뱉는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건너왔다.

“나… 욕실로 좀… 날려 보내주면 안 돼요?”

이쯤 되면 똥고집도 꺾을 만하건만, 겨우 건너온 부탁이 그것이었다.

“왜, 혼자 손이라도 써보려고?”

“건 알아서… 할 테니까, 빨리 좀….”

장난 아니고 진짜 죽을 거 같단 말이에요…!

숨이 차올라 입 밖에 내지 못한 뒷말이 소리 없이 메아리쳤다. 이제 속말도 들리는 걸 알아서는, 씨부렁씨부렁 된소리까지 섞어가며 시끄럽게 아우성이다.

월호는 현기증이 이는 이마를 꾹꾹 문질렀다.

“미안하지만 욕실까지 던져줄 기력은 없어.”

아닌 게 아니라, 구슬이 곁에 있어 그나마 살만은 했지만 온전히 기력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다.

저 역시 구슬을 넘기고도 미약하게나마 성욕이 솟은 이 상황에서도 감히 꽂아버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하 씨… 그럼 좀, 좀 돌아누워 봐요, 잠깐만.”

등 뒤로 뻗은 가녀린 팔이 미풍에 날리는 깃발처럼 힘없이 펄럭였다. 어서 눈 좀 돌리라는 손짓이 그렇게도 절박할 수가 없다.

월호는 짐짓 안타까운 얼굴로 절절 고개를 저었다.

“네 손으로 어찌한다고 쉽게 풀어질 것이 아니라니까.”

“에잇, 증말…!”

결국 짜증이 한계까지 치달은 지안은 벌건 얼굴로 그를 홱 돌아봤다.

“일단 좀 해본다구요!”

“하. 참 내.”

하여튼 못 말리는 계집 같으니.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 것이지, 대체 언제쯤에나 제 말을 한 번에 믿을는지, 원.

그래, 어디 한 번 해볼 테면 해 봐라.

월호는 팽 돌아누워 팔짱을 낀 채 눈까지 꾹 감아주었다.

뭘 어찌 꼬무락거리는지 신음을 꾹꾹 눌러 삼키는 소리가 애처롭게 들려왔다.

“읏… 하으… 아….”

시야를 차단해버리니 침대 시트에 비비적거리는 마찰음과 야릇한 신음의 합주가 묘하게 신경을 자극했다.

신음이 짙어질수록 검은 시야에 제멋대로 떠오르는 장면은 가히 시뻘건 성인 영상물에 가까웠다.

“하… 하아….”

여인의 신음이 이토록 농염한 것이었던가.

무려 5백여 년 만에 달뜬 여인을 곁에 두고 있으려니 들끓는 수컷의 본능이 새삼 어색할 지경이다.

이거 가만 보니 어째, 고문은 내 몫이 된 기분인데….

월호는 마뜩잖게 미간을 구기며 괜히 팔짱만 더욱 비틀었다.

고작 몇 초나 흘렀을까.

“으읍, 하… 아흐, 답답해…!”

끙끙거리는 혼잣말에 짜증이 그득했다. 대체 뭘 어쩌고 있는 것인지, 침대의 들썩임마저도 희한하게 어설픈 기분이었다.

이쯤 되니 내심 궁금한 것이 또 어쩔 수 없는 구미호의 심리라….

잠시간 꼼지락거리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월호는 슬그머니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쯧쯧… 그럼 그렇지.

수음도 제대로 할 줄을 몰라 허벅지만 비벼대면서 어느 세월에 저 엄청난 성욕을 풀어내겠다는 건지.

이대로라면 그믐달이 사라진 후에도 몇 날 며칠을 앓아눕고 말 것이었다.

결국 보다 못한 월호는 지안의 어깨를 덥석 당겨 바로 눕혔다.

“엇!”

타오르는 색욕에 벌게진 얼굴 위로 그의 그림자가 성큼 내려앉았다. 놀라 동그래진 다갈색 눈동자가 바짝 긴장한 채 그를 바라봤다.

“서지안.”

전에 없이 강강한 눈빛이 가녀린 눈동자를 똑바르게 옭아맸다.

“분명히 말하는데.”

맹세코, 하늘을 우러러 두 손을 들고 결백하게.

“이건 널 위한 거야.”

“……!”

**

훌러덩 머리 위까지 말려 올라간 티셔츠가 얼굴을 뒤덮었다. 덩달아 번쩍 들린 양팔이 커다란 손아귀에 힘없이 포박됐다.

“뭐, 뭐 하는 거예요!”

화들짝 놀라 손목을 비틀었지만 고작 한 손안에 붙들린 손을 꼼짝할 수가 없다.

“이거 노… 허!”

그는 젖가슴을 옥죄고 있던 브래지어를 단숨에 쇄골까지 밀어 올렸다. 이윽고 출렁 드러난 살덩이를 꽉 움켜쥐고는 단단히 솟은 젖꼭지를 지체 없이 빨아들였다.

“하흡!”

중천에 뜬 그믐달처럼 절로 척추가 휘었다. 아찔한 감각에 헉하며 신음을 삼킨 지안은 턱을 치켜든 채 파르르 몸을 떨었다.

“아아…!”

정신없이 가슴이 빨렸다. 잇따라 남은 한쪽마저 뜨거운 입속으로 흠씬 빨려 들어갔다. 어찌해볼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그만…! 아읏!”

맥없이 발장구를 치면서도 젖가슴은 되레 그의 입을 향해 솟구쳤다. 부정하려 해도 유두 끝에서부터 짜릿하게 번지는 쾌감에 발끝까지 전율이 흐르고 있었다.

아아, 미쳤어, 진짜…!

펄떡이던 골반이 느물느물 시트를 비벼댔다. 발버둥을 치는 건지, 외려 그를 유혹하는 건지 모를 농염한 몸짓이었다.

“하아, 하아… 아!”

가뜩이나 없던 힘이 완전히 소진돼버린 지안은 축 늘어진 채 달뜬 신음만 겨우 내뱉었다. 어느 순간 포박됐던 팔이 풀려나고도 그를 밀쳐내지도 못했다.

아니, 그의 어깨를 꽉 붙든 손은 외려 더 깊은 곳을 긁어주길 갈망하고 있었다. 그 엉큼한 머릿속을 그가 모를 리 없음이다.

뾰족이 세운 혀끝으로 딱딱하게 솟은 젖꼭지를 간질이고 휘감던 월호는 부지불식간에 꽉 닫힌 허벅지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다.

“…흣!”

잔잔하게 물결치던 등허리가 크게 들썩였다. 커다란 어깨를 붙들고 있던 손에 바짝 힘이 실렸다.

바지 후크가 풀리고 지퍼가 내려가는 느낌조차 오롯이 느끼지 못했다. 엉덩이가 제멋대로 들썩대던 틈에 바지와 속옷이 훌렁 벗겨진 다음에야 화들짝 고개를 쳐들었다. 여태 얼굴을 뒤덮고 있던 티셔츠가 그제야 목 위로 떨어졌다.

“무, 무슨 짓… 아흐읏!”

다시 젖꼭지를 덥석 물고 씹어대는 통에 반발은 신음에 밀려났다. 아찔하게 정신을 교란시켜 아래를 덮은 손을 붙들지도 못했다.

백발을 늘어뜨린 채 붉은 입술로 젖꽂지를 쪽쪽 빨아삼키는 남자의 모습이 너무도 비현실적이다.

“헉! 하아…!”

눈앞의 광경에 정신이 혼란해진 사이, 기다란 손가락이 뜨겁게 불타던 음모 속에 푹 파묻혔다. 질펀한 늪에 빠진 듯 찌걱거리는 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선명했다.

꾹꾹 유두를 씹어대며 흠뻑 젖은 음순 사이를 문지르던 그가 비소 띤 얼굴로 고개를 세웠다.

“이 지경이 되도록 용케도 참았네.”

“아읍…!”

하지 마, 빼! 빨리 빼라고, 미친놈아!

급기야 까칠하게 솟구친 속말이 머리 꼭대기까지 드렁드렁 울렸다. 하나, 말과 달리 냉큼 벌어진 음부는 그의 손가락을 꽉 물고 미친 듯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게 다 널 위한 거라고.”

“아니… 하으으!”

손바닥 전체로 음부를 뒤덮은 손이 빠르게 아래를 비벼댔다. 토하듯 쏟아져나온 애액이 촘촘한 주름을 적시고 시트 위로 뚝뚝 흘러내렸다.

떨어지는 애액을 흠뻑 퍼 올려 도톰하게 살오른 음핵을 건드린 순간, 지안은 화들짝 숨을 터트리며 턱을 번쩍 쳐들었다.

“하아…!”

허벅지가 절로 꽉 다물렸다. 있는 힘, 없는 힘을 죄다 짜내어 그의 손을 꽉 물어버렸다. 제발 그만하라며 절절 고개를 젓자, 빨아대던 젖꼭지를 놓은 그가 야속하게 명령했다.

“벌려.”

“그, 그만, 그만해요, 이제!”

“뭘 그만해. 시작도 안 했는데.”

모든 힘을 다 쏟았건만, 양 무릎을 붙잡아 벌리는 악력에 싱겁게 다리가 쩍 벌어졌다.

“허…!”

요망한 자세로 훤히 드러난 음부 위로 시린 바람이 훅 끼쳤다. 절로 뻗은 손이 다급히 아래를 가렸지만 되레 모양새가 야릇해졌다.

“네 손으로 넣어봐, 그럼.”

여전히 무릎을 잡아 벌린 채 아래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이 와중에도 무덤덤했다. 어디 가능할성싶으냐 코웃음마저 걸린 얼굴이 그렇게도 얄미울 수 없다.

“아, 알았어요. 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놔봐요!”

어디에 뭘 넣으라는 건지도 모른 채 필사적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부끄럽고 민망해 활활 타오른 얼굴이 곧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벌려줄 테니까 넣어보라고.”

“아우, 됐다구요!”

이 미친 여우 새끼야악!

“심정은 알겠는데 욕은 좀 적당히 해. 도와주는 거라고 대체 몇 번을 말해?”

“아흐씨, 진짜….”

말은 바른말로, 그의 손이 닿는 순간 그나마 숨통이 트였으니 할 말이 없었다.

더는 버틸 수가 없다. 당장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두려움 앞에서 부끄러움이 뭐 그리 대수던가.

아아. 나도 몰라, 젠장!

결국 눈을 질끈 감아버린 지안은 음부를 덮은 손을 어설프게 움직였다. 미끄덩하게 손가락 사이에 감기는 액의 감촉이 심히 낯설다. 그가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하려니 민망함에 손이 덜덜 떨렸다.

하나, 묘하게 짜릿한 쾌감이 밀려와 어설픈 손짓을 멈출 수도 없었다.

“읍, 하아… 아!”

붙들린 다리가 경련하듯 바들바들 흔들렸다.

한곳을 문지르면 옆으로, 또 그 옆으로…. 갈증은 자꾸만 번져가는데 가려운 곳이 명확지 않으니 답답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미치겠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결국 묵묵히 지켜보던 그가 쯧쯧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어설퍼서 구멍이나 찾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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