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당신의 아내가 될 수 없다면 (23)화 (23/110)
  • 23화

    “다 끝났습니다.”

    에디스가 홀가분한 듯 두 손을 털며 말했다.

    “예전에 신관의 신성력으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고 하셨죠? 아무래도 그 덕이 있는 것 같아요. 얼음꽃도 효과가 좋았지만 그 신관이 꽤 능력이 뛰어났나 봐요. 아마 한 번만 더 치료받으면 감정을 마비시킨 신경은 되살릴 수 있을 거예요.”

    “조만간 다시 와야 할 거다.”

    알렉시스가 몸을 일으키며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대꾸했다. 그 말에 에디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말씀이세요! 이제 얼음꽃 약은 다 만들었잖아요. 그런데 제가 왜 더 이곳에 와야 하는 건가요?”

    애초의 약속과 달라진 말에 화가 난 나머지 그녀는 소맷자락을 걷어 보이며 씩씩거렸다.

    “이거 보세요. 3년이 넘게 약을 달이느라 제가 당한 부상이 얼마나 심한데! 공작님이 날뛸, 아니, 정신을 잃으실 때마다 제지하느라 여기저기 긁히고 찢긴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요.”

    남부의 이민족답게 다혈질인 그녀는 머리 색처럼 얼굴이 빨개지며 쉽게 흥분한 티를 냈다.

    “평민이 황족에게 큰소리라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지?”

    셔츠를 입으며 대꾸하는 알렉시스의 말에도 그녀는 기죽지 않았다.

    “약제사가 환자에게 하는 말이잖아요! 제가 아니면 공작님은 돌아가실 텐데, 배짱을 안 부리고 배길까요?”

    “네가 약제사라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거야. 아니면 정말로 목이 베였을 테니까.”

    “저처럼 환자의 비밀을 잘 지키는 약제사 목을 베면 후회하실 거예요. 얼음꽃 달이는 법을 아는 약제사는 더더욱 흔치 않고요. 죽여 봤자 공작님만 손해죠.”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알렉시스는 별말 없이 옷을 입고 일어섰다. 의자에 걸터앉은 채 그의 상태를 관찰하던 에디스가 물었다.

    “요즘 증상은 어떠세요?”

    “없어.”

    “역시 얼음꽃 효과가 대단하긴 하네요. 남부 전갈의 독을 억제할 수 있다니 말이에요. 약을 만들 때마다 김에 팔을 덴 것만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더 구할 수만 있다면 더 호전될 수 있을 텐데 아쉽네요.”

    얼음꽃은 구하기 어려운 약초인 만큼 약으로 만드는 데만 해도 끔찍하게 힘들었다. 거의 쓰러져 가는 몸을 하고선 계속하라 협박하던 발텐 공작은 더 끔찍했다.

    ‘저 침상 모서리도 그때 부쉈지.’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으려 침상 끄트머리를 쥐었는데 그게 부서졌다. 그 형형한 눈빛에 놀란 나머지 솥에 데기까지 하면서 얼음꽃을 달였다.

    돈만 아니었으면 이런 무식한 도박은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에디스는 괜히 흉터가 남은 제 팔뚝을 문질렀다.

    “직접 가서 찾아보는 건 어때.”

    “싫습니다. 거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곳이잖아요. 공작님도 죽을 뻔하셨으면서.”

    “…….”

    “아직 공작 부인께선 소식이 없으시죠?”

    묵묵부답이었다.

    알렉시스는 약병만 품속에 챙겨 넣었다. 에디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건 그냥 제 생각인데요, 공작님. 부인께서 오해를 하셨던 건 아닐까요? 왜 그렇잖아요. 남편이 밖으로 나돌면서 웬 여자와 가까우면 아내가 보통은 상처를 받거든요. 그래서…….”

    “그쯤 해 둬.”

    알렉시스가 차갑게 말을 끊었다.

    “선을 넘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

    “네. 알겠습니다.”

    에디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이번 달 대가로 받은 금화를 챙겼다.

    “아, 그런데 정말 다시 부르실 건가요? 그때 챙겨 오신 얼음꽃도 이제 다 떨어졌는데요.”

    “다른 약을 만들 거야. 필요할 때 라일런트 자작을 보내겠다.”

    “네, 네. 보수만 확실히 주신다면 가지요.”

    그는 망토까지 다 챙겨 입은 채로 오두막을 나왔다. 황궁에 갈 시간이었다.

    -에디스라는 여자가 공작저로 찾아왔었어요.

    -오늘은 돌아오실 건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