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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내가 될 수 없다면 (14)화 (14/110)
  • 14화

    석 달 전 안겨 오며 했던 말은 보통 사람이라면 덥석 믿어 버릴 만큼 진심처럼 보였다. 하지만 알렉시스는 그녀의 말을 진심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일어나서 집무실의 커튼을 걷었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로 한결 밝은 얼굴로 정원을 거니는 공작 부인이 보였다.

    ‘황후의 끄나풀.’

    알렉시스가 그의 부인에 대해 내릴 수 있는 평가는 하나였다. 실수였던 첫날밤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다.

    그녀가 몇 발짝 가기도 전에 흰옷을 입은 연두색 머리의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와 레이스 양산을 머리 위로 씌워 주었다. 놀란 듯하다 웃는 그녀의 모습이 이질적이었다.

    알렉시스는 제 부인의 저런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저자가 신관만 아니었더라면 진작 부정을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었다.

    그는 거칠게 커튼을 잡아당겨 창을 가린 후 의자에 앉아 서류를 집어 들었으나 집중이 될 리 없었다. 깃펜을 집어 던진 알렉시스는 서랍 깊은 곳에 넣어 두었던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약물 검사서.

    1년 전 그의 몸에서 검출됐던 미약에 대한 의사의 소견서였다. 그것을 꼼꼼하게 다시 훑어보던 알렉시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황후궁 쪽에서 롬프 원액을 희석하지 않은 채 구입했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롬프 원액으로 만든 미약을 복용하여 성욕이 올랐을 때 바로 해소하지 못하면 열기가 머리로 몰려 사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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