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8
세아는 팀장실에 들어가기 전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오늘따라 화장이 잘 먹혀 광이 나는 피부. 앵두 색의 립스틱이 자연스럽게 발린 입술.
그리고 굴곡 있는 몸매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타이트한 원피스까지.
자신이 봐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자태를 흐뭇한 미소로 감상하는 세아. 그녀는 당당하게 팀장실로 향했다.
똑똑. 세아가 문을 노크하자,
“들어와요.”
근사한 울림이 팀장실에서 울렸다. 세아는 또각또각 구두소리와 함께 팀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눈앞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근사한 슈트 차림을 하고 있는 도훈의 모습이 보였다.
세아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오늘까지 제출하기로 한 보고서입니다.”
도훈은 그녀가 건넨 보고서를 넘겼다. 날렵한 눈매가 살짝 내려가며, 보고서를 훑었다. 조각처럼 수려한 그의 얼굴에서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이지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서류를 넘기는 손가락마저 섹시했다.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남자였다.
‘오늘 아침에 보니, 기분이 괜찮아 보이던데……. 자연스레 데이트 신청을 해볼까?’
다정과 헤어진 이후로 늘 어두웠던 그의 안색이 오늘은 유난히 좋아 보였다.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던 세아가 결심한 듯 그에게 말했다.
“팀장님.”
“?”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그녀의 말에 도훈이 보고서에서 시선을 떼었다. 자신에게 향한 그의 시선을 세아는 수줍게 마주 보며 말했다.
“최근 제게 속상한 일이 하나 있는데…… 주위에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요.”
“…….”
“같이 저녁 먹으면서 팀장님께 의논해도 될까요?”
그녀는 호소력 짙은 눈빛으로 도훈의 대답을 갈구했다. 서류를 완전히 덮은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 역시 민세아 씨에게 의논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데요?”
처음 보는 도훈의 적극적인 모습에 세아가 내심 기대하며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갔다. 도훈의 검고 짙은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지난 3월 14일이 무슨 날인지 압니까?”
“……네?”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로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사탕이나 선물을 주는 날입니다.”
화이트데이……?
예상치 못한 이야기 주제에 올라갔던 세아의 입술이 도로 내려갔다. 도훈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날, 내 애인의 책상 위에 꽃바구니가 하나 올려져있더군요. 내가 준비한 선물은 아직 꺼내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
“꽃바구니를 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딱 한 명이었습니다. 그녀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할 사람은 그 남자가 유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이야기가 점점 더 깊어질수록, 세아의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자기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더군요. 뭔가 수상해서 보안팀에 연락해 그날의 CCTV를 돌려보았고, 꽃배달 업체와 배달 직원을 찾아냈죠. 그리고 수소문 끝에 꽃을 주문한 사람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도훈의 눈매가 날카롭게 섰다.
“민세아 씨. 왜 화이트데이에 그 여자는 같은 여자 동료의 책상 위에 꽃을 올려놓았을까요?
“…….”
“그런 행동을 벌여서 그녀가 얻을 수 있는 게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그의 매서운 눈빛이 저에게로 향하자, 세아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녀가 애써 침착해하며 말했다.
“그,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대답해요. 민세아 씨.”
굵고 강한 음성이 팀장실 안을 울렸다.
“그렇게 구차한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날 갖고 싶었던 겁니까?”
“……!!”
“아니면 그저 한다정 씨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즐기고 싶었던 겁니까?”
그의 강렬한 눈빛에 압도되어, 세아는 숨이 턱 막혀왔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세아는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침착해야 한다. 여기서 흔들리면 모든 게 무너지고 만다.
그녀는 흔들리는 제 감정을 꽁꽁 숨긴 채, 되레 큰 목소리로 도훈에게 말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큰 눈망울을 또렷하게 뜨고, 그를 응시했다.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요.”
“…….”
“전 팀장님에게 흑심을 품은 적도 없고, 한다정 씨에게도 아무 감정 없어요. 괜히 생사람 잡지 말아주세요!”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에, 포기할 건 포기해야 했다. 세아는 그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당당한 자세로 꿋꿋하게 서있는 그녀를 보며 도훈이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
“만약 민세아 씨가 이 일에 관련이 있다면…….”
세아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그를 바라보았다. 도훈의 서늘한 음성이 이어졌다.
“다시는 내 눈 앞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치워버렸을 테니까.”
지독하리만큼 서늘한 시선이 세아의 심장을 옭아맸다. 그녀의 눈가가 떨림을 감추지 못하고 가늘게 흔들렸다.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없으면, 이만 나가볼게요.”
세아는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저녁 여덟 시 무렵.
도훈의 차는 다정의 집 근처에 세워져있었다.
“네?”
조수석에 앉아 도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제게 꽃바구니를 보낸 사람이 세아였다고요?”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표정이 더욱 허탈해졌다.
“아니, 대체 왜 그런 짓을…….”
다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설마 일부러 저랑 팀장님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고…….”
“왜 그랬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좋은 의도로 한 일은 아닌 것 같군요.”
줄곧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던 도훈은 침착하게 물었다.
“과거에 민세아 씨가 당신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을 만한 일이 혹 있었습니까?”
“아니요. 저에게 악감정이 있다기보다는……. 아마 세아도 팀장님과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저지른 행동일 거예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단순히 남자 한 명을 꼬드기려고 벌린 일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비열하고 치밀해요. 뭔가 다른 음흉한 속셈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되는군요.”
세아의 실체에 혼란스러워하는 저 마음을 다정은 충분히 이해했다. 그녀 또한 세아의 본 모습을 마주했을 때,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 세아의 비정상적인 사고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결론은 끝내 나지 않을 터. 다정이 덤덤하게 말했다.
“세아는 팀장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상한 애예요. 세아한테 신경 써봤자 팀장님만 손해예요.”
“어떻게 신경을 안 씁니까?”
도훈은 근심에 찬 눈빛으로 다정에게 말했다.
“앞으로 거리를 두고, 경계하는 게 좋겠군요.”
“네. 그럴게요.”
“민세아 씨를 다른 팀으로 옮기는 방안도 생각 중입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가 누구 때문에 헤어질 뻔했는지 벌써 잊었습니까?”
“…….”
세아 때문에 많은 오해가 생겼고, 그 일로 둘은 헤어지기까지 했다. 도훈은 생각할수록 용납이 되지 않은 듯 미간을 구겼다. 둘은 세아가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기로 일단락 지었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눈매가 날카로워진 도훈이 그녀를 응시하며 물었다.
“아까 서현우 씨랑은 무슨 이야기 한 겁니까?”
그건 또 언제 보았대?
다정은 살짝 당황했다가, 일부러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요.”
“그러니까 그 이런저런 이야기가 뭐냐고 묻는 겁니다.”
“그렇게 취조하듯이 물어보면, 제가 대답하기가 부담스럽잖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현우랑 20분가량 붙어있었는데, 내가 어떻게 부드럽게 말합니까?”
미간에 힘을 준 모습과 날이 선 목소리에 다정은 풋,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미간에 더욱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난 지금 심각한데, 웃음이 나와요?”
“죄송해요. 웃으면 안 되는데…….”
그녀는 자꾸만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 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
“팀장님이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쿡.”
순간 가늘어지는 도훈의 눈매. 그가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
“귀……엽다고요?”
“네. 팀장님이 누굴 질투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요. 팀장님께도 이런 면이 있다니, 놀라우면서도 귀여워요.”
“…….”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하는 도훈.
“어디 두고 보죠.”
뜨거운 눈빛의 그가 상체를 옆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언제까지 날 귀엽다고 말할 수 있을지.”
“?”
어느샌가 코앞으로 다가온 도훈의 얼굴. 곧이어 그의 입술이 다정의 입술에 덮치듯이 맞닿았다. 당황하여 저절로 벌어진 입술 사이를 유연하게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혀와 엉켰다.
뜨거운 숨결과 부드러운 감촉이 쉴 틈 없이 밀려들어왔다. 다정의 혀를 애태우듯 간질였다가, 강렬하게 옭아맸다. 당황했던 것도 잠시, 그의 달콤한 키스에 취해 다정은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혀를 움직이며, 함께 호흡을 맞추었다.
키스는 점점 더 농밀해지면서,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강렬해졌다. 입술을 가로질러 나오는 더운 숨이 서로의 볼을 태웠다.
“하아.”
벅차오르는 숨에 다정이 입술을 떼어냈다. 하지만 숨을 고르기 바쁘게, 도훈의 입술이 다시 겹쳤다. 뜨거운 키스를 이어나가며, 도훈의 손가락이 시트 옆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조수석 시트가 뒤로 천천히 젖혀지기 시작했다. 도훈은 다정에게 비스듬히 상체를 숙였다. 서로의 몸이 밀착되며, 분위기는 한층 더 야릇해졌다.
다정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가볍게 한 입 베어 문 도훈의 입술이 점차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의 가느다란 목선을 훑고, 쇄골 부근에 멈춰서 깊게 빨아들였다. 간질거리면서도 야릇한 감각에 취하며, 다정은 입술 사이로 야트막한 신음을 흘렸다.
“하……. 팀장님.”
그녀의 여린 목소리는 도훈의 이성이 완전히 날아가는 것을 부추겼다. 그는 빠른 손놀림으로 다정의 셔츠 단추를 풀어헤쳤다. 드러나는 그녀의 보드라운 살결을 머금고, 빨아들였다. 도훈의 입술이 머문 곳은 그의 독점욕을 증명이라도 하듯 붉은 자국이 새겨졌다.
“읏…….”
다정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터질 것만 같은 감정이 가슴속에 회오리 쳤다. 그 순간, 도훈의 손이 반쯤 풀어진 셔츠 안으로 들어섰다. 속옷 위를 지분대던 그의 손이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다정의 얼굴이 더욱 붉게 타올랐다. 점점 더 강렬하게 주무르는 그의 손힘에 아찔한 희열이 밀려왔다.
“하아. 팀장님.”
쉼 없이 몰아치는 야릇한 감각에, 아랫배가 알싸하게 아려왔다. 몸에 있는 모든 근육이 수축되는 기분이었다.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숨이 차 안의 공기를 데웠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눈앞이 아득해지려는 그 순간,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입술이 다정의 살결에서 떨어졌다. 도훈의 짙은 눈동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한다정 씨.”
“……네?”
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정의 뺨은 아직도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이어 탁하게 갈라진 그의 음성이 귓가를 울렸다.
“우리 집으로 갈래요?”
다정의 눈망울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에 심장도 함께 요동쳤다.
‘진도가 너무 빠른 건 아닐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이미 제 몸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다정 역시 그를 애타게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팀장님 집은 너무 멀지 않아요? 꼭 집이 아니어도 전 상관없는데…….”
말을 내뱉고 보니, 도훈의 눈동자가 살짝 커져있었다.
‘맙소사……. 하고 싶어서 안달난 여자로 보였을 거야.’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 뒤늦게 후회가 든 다정이 민망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뺨 끝이 상기된 도훈이 몸을 더욱 기울여 그녀에게 밀착했다.
“그럼…… 그렇게 하죠.”
그리고 풀다 만 셔츠 단추를 빠르게 풀기 시작했다.
‘헉. 여기서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인 거야?’
그의 거침없는 손길에 다정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여기서 하자는 뜻이 아니라, 근처에 가까운 숙박업소라도…….”
그녀의 말은 파도처럼 덮쳐온 그의 입술에 휩쓸려나갔다. 도훈은 보다 더 격렬한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의 입술과 몸을 탐닉해나갔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치마 안으로 들어가, 살결을 쓸었다. 예민해진 몸이 그의 손길에 들썩거렸다.
자신을 갈구하는 그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자, 이제 다정에게 장소는 중요하지 않아졌다.
차 안이 아니라, 행여 이곳이 차디찬 얼음 바닥일지라도 그의 품에 안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아……. 나도 몰라.’
온몸에 퍼지는 야릇한 감각에 취하며 다정이 눈을 감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다정은 그 기운이 느껴지는 정면 차창 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다정은 마치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안색이 새하얘졌다. 도훈의 차 바로 앞에는 두 여자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어둠 속에서 희번덕이는 그녀들의 눈동자가 살벌하게 빛을 냈다.
“어…… 언니들?!”
언니들 뒤로 우르르, 쾅쾅 하고 번개가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정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두 언니는 눈을 번뜩이며, 다짜고짜 조수석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정을 끌어내리며 소리쳤다.
“너 미쳤어?!”
“어, 언니. 잠깐 내 이야기를…….”
“어디 만날 남자가 없어서, 바람피운 놈을 상대하고 있어?!!”
언니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다정을 따라 도훈이 곧장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진정하시죠. 일단 다정 씨를 놓아주고…….”
“당신 뭐야?!”
그의 등장에 소정이 잘 만났다는 듯이 날을 세웠다.
“우리 다정이한테 또 무슨 짓을 하려고 나타났냐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설명을 드리…….”
“설명은 개뿔! 바람피운 놈 입에서 나오는 말을 우리가 믿을 것 같아?!”
“……네?”
“이 ** *** *** *** 같으니라고! 낯짝도 두껍지!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나타나?!”
소정은 그에게 쌓였던 감정을 조금도 순화하지 않고 고스란히 토해냈다.
“감히 우리 다정이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나?! 이 ***, ** *** ***할 인간아!”
생전 처음 듣는 육두문자의 향연에 그 어떤 일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던 도훈의 눈동자가 요동쳤다. 그와 동시에 아연실색한 다정이 다급하게 소정을 말렸다.
“어, 언니! 진정해! 모두 오해야!”
“너 설마 이 남자 꼬임에 또 넘어간 거야? 바람피운 놈이 하는 말을 믿는 거냐고?!”
옆에 있던 애정도 잔뜩 흥분한 얼굴로 거들었다.
“정신 차려, 한다정! 이 남자가 또 어떤 감언이설로 너를 꼬드겼는지 모르겠지만, 절대 넘어가선 안 돼!”
망했다…….
난 전생에 언니들에게 무슨 죄를 지었을까.
다정은 진정할 조짐이 안 보이는 언니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녀는 도훈에게 다가가 말했다.
“팀장님. 오늘은 일단 집으로 가세요. 언니들은 제가 알아서 추슬러볼게요.”
“같이 이야기하죠.”
“아니에요. 지금 팀장님이 계시면 언니들 화만 돋울 뿐이에요. 제가 잘 설명할게요.”
성난 소처럼 금세라도 도훈에게 달려들 기세인 언니들을 막으며 다정이 외쳤다.
“언니들에게 더 험한 말 듣기 전에 얼른 가세요.”
도훈이 주춤하자, 그녀는 더욱 크게 소리쳤다.
“얼른요!”
***
늦은 밤. 다정의 방 안에서 두 여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팀장님이랑 다시 사귄다고?!”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애정과 소정이었다. 그녀들은 방금 막 동생과 남자친구의 파란만장한 러브스토리를 들은 후였다.
침대에 걸터앉은 다정이 모든 것을 내려놓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녀의 힘없는 대답에 두 언니는 따지듯이 물었다.
“근데 왜 진작 말 안 했어?”
“말하면 온 가족들이 간섭할 게 뻔하니까 그랬지!”
가족에게만큼은 최대한 오랫동안 숨기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사귄 지 며칠 만에 들통 나버렸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자유로운 연애를 꿈꾸기 바쁘게 박탈당한 다정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그럼 그 세아라는 여자는 뭔데?”
“확실히 정리한 거 맞아?”
두 언니들은 다정의 말이 영 신통치 않은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다정은 답답한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몇 번을 말해. 세아와의 일은 모두 오해였대도.”
“네 이야기대로라면 그 세아라는 여자가 완전 ***네? 임자 있는 남자를 작정하고 꼬시려 했고, 네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일부러 했다는 거잖아.”
이야기의 주제가 세아로 옮겨지면서, 언니들의 눈빛은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그 여자 네 입사 동기에다 대학 후배라면서? 그런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그러게 말이야…….”
다정이 씁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상한 여자 한 명 때문에 동생이 도훈과 영영 이별할 뻔했다는 것을 깨닫자, 언니들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흥분한 소정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 못돼먹은 년 집 주소 불어! 내가 당장 찾아가서, 다시는 남자들에게 꼬리 못 치게 만들어주겠어!”
“……찾아가서 뭐하려고?”
“일단 입방정 못 떨게 강냉이부터 죄다 날려줄 거야!”
정말로 나갈 채비를 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다혈질인 소정에 비하면 그나마 이성적인 애정이 그녀의 손목을 잡으며 말렸다.
“그러다간 너만 감방 가고 끝나.”
“그럼 그 못된 년을 가만히 놔두자고?”
“어차피 그 정도 일로 감방에 넣을 수도 없고, 폭력을 행사하면 우리만 손해야. 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직접 벌하는 수밖에 없어.”
“어떻게 벌할 건데?”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못된 년한테는 못된 놈을 붙여놔야지.”
소정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못된 놈이라니……? 그놈이 누군데?”
애정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하며 입매를 씩 올려 보였다.
“있어. 내가 아는 가장 못된 놈.”
***
다정은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곗바늘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흥분한 언니들을 어르고 달래 겨우 내보내고 나니, 벌써 이렇게 깊은 밤이 되어버렸다.
다정은 언니들이 나가자마자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도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팀장님. 자요?]
[아직요.]
[통화할 수 있어요?]
다정이 문자를 보내기 바쁘게,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전화가 왔다. 다정 역시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들과는 어떻게 됐어요?]
“잘 이야기했어요. 언니들이 팀장님께 죄송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해요. 특히 소정 언니는 창피해서 앞으로 어떻게 팀장님 얼굴을 볼지 걱정이래요.”
뒤늦게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행패를 부린 것을 깨달은 두 언니는 한참 동안 괴로워했다. 다정의 말대로 도훈을 볼 면목이 없다며 숙연해지기도 했다.
“죄송해요. 언니들 때문에 많이 당황스러웠죠?”
[아니요. 오히려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오해를 풀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처음 드는 욕이 많아서, 당혹스럽긴 하더군요. 다정 씨도 화나면 그렇게 무서워지는 겁니까?]
“그럼요. 같은 핏줄인걸요. 그러니까 저 두고 바람피우시면 절대 안 돼요. 알았죠?”
다정이 농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작은 웃음 뒤로 도훈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내가 어떻게 바람을 피웁니까? 당신밖에 눈에 안 들어오는데.]
그의 나직한 음성이 귓가를 지나쳐, 심장을 울렸다.
문득 그와 차 안에서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강렬한 입맞춤과 뜨거웠던 숨결.
그리고 부드러운 듯 거칠었던 그의 손길을 떠올리자,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때의 열기가 아직까지 몸에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나뿐인 걸까?’
상기된 얼굴로 핸드폰을 꼭 쥐는 다정.
그녀는 벅차오르는 이 감정을 억누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팀장님. 지금 많이 피곤하세요?”
[아니요.]
“그럼…….”
수줍게 떨리는 그녀의 음성이 이어졌다.
“저 지금 팀장님 집으로 가도 돼요?”
***
도훈이 알려준 주소로 온 다정.
그녀의 눈앞엔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오피스텔이 있었다. 그가 데리러 온다는 것을 만류하며 다정은 직접 그의 집을 찾아갔다.
다정은 오피스텔 현관에서 버튼을 눌렀다. 잔잔한 벨이 울리고, 이어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높은 층수와 모던한 인테리어. 이전에 갔던 그의 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평일에는 팀장님이 이곳에서 지내는구나.’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다정. 그녀의 손이 층수 버튼을 눌렀다.
두근두근……. 한 층 한 층 올라갈수록 떨림도 함께 커져갔다.
“띠링. 21층입니다.”
다정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지나, 그가 사는 집 앞에 도착했다. 마른침을 삼킨 다정이 손을 뻗었다. 그녀의 검지가 도어 벨을 누르려던 찰나였다.
달칵.
도어 벨을 누르기도 전에 문이 열리며,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파스텔 톤의 캐주얼 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도훈이었다. 샤워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머리카락은 살짝 젖은 채로 그의 눈썹을 가리고 있었다. 갑자기 열린 문에 살짝 놀라며 다정이 말했다.
“팀장님.”
도훈의 짙은 눈동자가 다정에게로 향했다. 살짝 물기가 맺힌 그의 긴 속눈썹이 유난히도 섹시했다.
“내가 데리러 간다니까.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
“택시 타면 금방인걸요.”
그의 강렬하면서도 깊은 눈빛과 마주하자, 다정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까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팀장님 혼자 보낸 게 마음에 걸려서요.”
“…….”
“……라는 말은 핑계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또렷한 눈망울로 도훈을 응시했다.
“보고 싶어서.”
“…….”
“팀장님과 같이 있고 싶어서 왔어요.”
수줍게 전한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녀의 허리에 커다란 손이 닿았다. 다정의 허리를 안은 도훈은 제 쪽으로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이어 현관문이 닫히고, 도어락이 자동으로 잠겼다.
도훈은 자신의 영역으로 완전히 들어온 그녀의 턱을 그러잡았다.
“당신은 대체…….”
열에 들뜬 눈빛과 탁한 목소리가 다정의 심장을 두들겼다.
“얼마나 더 날 미치게 만들 생각인 거야.”
이어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입술을 덮으며, 격렬한 키스를 시작해나갔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말캉한 감촉이 곳곳을 헤집었다. 틈 없이 맞물린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야릇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정은 그의 목덜미에 손을 둘렀고, 도훈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몸이 밀착되어, 가슴이 맞닿았다. 서로가 서로를 찾는 손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도훈은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를 이끌고 침실로 향했다. 도훈의 손이 빠르게 그녀의 옷을 풀어헤쳤다. 침실로 향하는 바닥에 다정의 카디건과 원피스가 차례로 떨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이 침실에 도착했을 때, 다정은 속옷만 입은 상태가 되었다. 그녀가 떨리는 눈빛으로 도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로 할 거예요?”
“미뤄야 할 이유가 있어요?”
혹여 이유가 있다 해도,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여태껏 잘 참아왔지만, 오늘만큼은 신사처럼 굴 수 없었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분신이 그를 재촉하며 여유를 앗아갔다. 그의 조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정은 찝찝함을 토로했다.
“오는 중에 땀을 많이 흘러서, 먼저 씻고 싶어요.”
그녀의 말에 도훈은 자신이 입고 있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갈 때마다 그의 탄탄한 몸매가 드러났다.
“어차피 나도 다시 씻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어느 때보다 낮고 섹시한 울림이 다정의 귓가를 적셨다.
“이따가 같이 씻죠.”
화르륵 타오르는 다정의 두 뺨.
이윽고 단추를 모두 푼 도훈이 셔츠를 벗었다.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 떡 벌어진 어깨와 군살 없이 단단한 복근이 그녀의 시선을 단숨에 빼앗았다. 그의 몸매는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보는 이에게 황홀함을 선사했다. 이 넓은 가슴에 곧 안길 생각을 하니, 다정의 심장 박동이 점점 더 요란해졌다.
달칵.
버클을 푸는 소리에 다정의 온 신경이 저절로 그쪽으로 쏠렸다. 도훈은 드로우즈를 내리면서 동시에 콘돔을 꺼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둔탁한 무언가가 그녀의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야맹증이 있는 그녀의 두 눈에도 확연히 들어올 만큼 웅장한 사이즈를 자랑하고 있었다. 콘돔을 뚫을 기세로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는 모습에 다정의 동공이 커다래졌다.
‘시…… 심봤다!’
실로 압도적인 자태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넋을 잃고 만 다정.
‘예상은 했다만, 이렇게 남자다울지는…….’
그녀의 강렬한 시선을 느낀 도훈은 민망했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너무…… 빤히 보는 거 아닙니까?”
그의 말에 다정이 잠시 놓았던 정신을 붙잡으며 시선을 홱 돌렸다.
“아, 죄송해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더 대단한 것 같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다정이 뒷말을 삼켰다.
도훈이 눈매를 가늘게 뜨며 물었다.
“더 뭐요?”
“아,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말고…… 다음 단계로 가요.”
다음 단계라니.
당황한 마음에 내뱉는 말마다 자꾸 변태 같은 소리만 나왔다.
다행히 그런 모습이 도훈의 눈에는 귀엽게만 보인 모양이었다. 귓바퀴까지 빨개진 그녀를 보며 도훈의 입가가 올라갔다.
“그래요. 빨리 다음 단계로 가죠.”
그는 다정에게 다시 입을 맞추며, 그녀를 침대 위로 눕혔다. 이어 그녀의 몸 위로 묵직한 체중이 실렸다.
다정이 부드러운 입맞춤에 취해있는 동안, 그녀의 속옷은 도훈의 손길에 자연스레 벗겨졌다. 창밖으로 스며들어온 달빛이 그녀의 나신을 비추었다. 그녀의 새하얀 살결이 시선 안으로 들어오자, 도훈의 뺨이 붉게 번졌다.
맨몸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다정이 말했다.
“너무 보지 말아요.”
“당신은 넋을 잃고 봐놓고, 나는 보지 말라니.”
“…….”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안 봐요.”
도훈은 고개를 내려,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살결을 부드럽게 머금던 입술이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그의 입술이 깊숙이 파인 쇄골을 지나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갈 때마다, 야릇한 감각에 다정의 몸이 저절로 튕겼다. 제 것이라고 낙인이라도 찍듯, 도훈은 그녀의 몸 곳곳에 붉은 자국을 새겨나갔다.
도훈은 그녀의 부풀어 오른 가슴에 입술을 가져갔다. 곤두선 정점을 혀끝으로 자극하다가 삼키듯 한입에 물었다. 입 안 가득 들어온 살갗을 핥고, 가득 물어 빨아들였다.
“읏!”
뜨겁고 간질간질한 감각에 다정의 몸이 가늘게 경련했다. 도훈은 그녀의 가슴을 마음껏 탐닉하며, 한 손으론 그녀의 허벅지를 쓸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이 허벅지에서 깊은 골짜기로 들어섰다. 이미 물기가 가득한 입구를 길게 쓸어내렸다가, 톡 튀어나온 돌기를 원 모양으로 굴렸다.
“아앗! 티, 팀장님!”
참을 수 없는 자극에 다정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는 야릇한 신음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이윽고 길고 두툼한 손가락이 젖은 꽃잎 사이를 파고들었다. 예민한 속살이 그의 손가락을 꽉 움켜쥐자, 도훈의 입술 사이로 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하…… 미치겠네.”
내벽을 부드럽고 세심하게 자극하자, 투명한 애액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도훈은 손가락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했다. 더욱 더 빨라지는 손놀림에 다정의 입술이 벌어졌다.
“아앗!”
견디기 힘든 자극에 다정이 여러 번 신음을 토했다. 뱃속이 끓어올랐다.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티, 팀장님! 더는……!”
눈앞이 새하얘질 것만 같은 그 순간, 그의 긴 손가락이 다정의 손 위로 겹쳤다. 그리고 도훈은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제 몸을 밀착시켰다. 단단하게 부푼 그의 남성이 다정의 음부에 닿았다. 그 감촉이 너무도 단단하고 뜨거워 다정은 열기가 확 돋았다. 꽉 붙잡힌 손과 그의 강인한 눈동자에서 짙은 욕망이 느껴졌다.
이윽고 벅찬 이물감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충분히 젖어있음에도 감당하기 힘든 굵기였다.
“읏!”
저절로 벌어진 다정의 입술 사이로 야트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일었다. 도훈이 그녀의 상기된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괜찮아요?”
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저 넣을게요.”
다 넣은 게 아니야?
당황하여 맥이 풀린 순간, 그가 허리를 내려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단단한 남성이 좁은 살을 꽉 채우며 끝까지 들어섰다. 저릿한 아픔과 쾌감이 그녀를 관통했다.
“앗!”
“하아…….”
도훈의 입술 사이로도 탄성 같은 신음이 얕게 흘러나왔다.
페니스를 감싸는 부드럽고 뜨거운 감촉이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 그 황홀한 감각을 높이고자, 그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젖은 속살 안으로 굵은 기둥이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안을 드나들며 도훈의 남성이 더욱 커지며 단단해졌다.
아찔한 감각이 파도처럼 밀려와, 온몸을 휩쓸었다. 다정의 입술 사이론 더욱 날카로운 신음이 쏟아졌다.
“흐읏!”
쉴 새 없이 반복되는 움직임에 맞춰 다정의 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다정은 시트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평소에 매너가 넘쳤던 그였지만, 오늘만큼은 그녀를 봐줄 기색이 없어 보였다.
호흡이 얼크러지고, 짙은 열기가 침실을 가득 메웠다. 탁, 탁……. 젖은 살이 맞물리며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에 둘의 흥분도 점점 더 커져갔다.
도훈의 날렵한 콧대도, 움푹 파인 등골도 땀으로 젖어들었다. 끝까지 닿을 때마다 자신의 남성을 꽉 잡는 그녀의 내부가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
“하아…….”
그가 입술 새로 낮은 신음을 연달아 내뱉었다.
“미치도록 좋아…….”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허스키한 음성이 아찔하도록 섹시했다.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한 번씩 찡그리는 눈매는 다정에게 묘한 쾌감을 일으켰다.
점점 더 깊이 파고드는 움직임에 다정의 얼굴 위로 파문이 일었다. 포식자처럼 탐하는 그의 격렬한 몸짓에서 들끓어 오르는 욕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의 움직임이 더욱 더 빨라졌다. 다정은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휘저었다.
“아아앗. 팀장님……!”
눈앞이 새하얘지고, 정신은 아득해졌다.
도훈은 양손으로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더욱 더 빠르고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탁,탁,탁……! 힘줄이 돋은 굵은 페니스가 그녀의 안을 깊숙이 치고 빠지기를 반복했다. 온몸에 전율이 일며, 등이 활처럼 휘었다.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도훈이 더욱 속도를 올렸다. 참을 수 없는 정염에 다정이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흘렸다.
“으읏!”
몸을 파르르 떨리며 뜨거운 애액이 왈칵 쏟아졌다. 절정에 다다른 그 순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의 움직임도 멈췄다.
도훈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그녀에게로 무너져 내렸다.
“하아!”
아직 남은 여운을 몸이 견디지 못하고, 다정의 가슴이 크게 들썩거렸다. 키스로 빨갛게 부푼 입술 사이로는 거친 날숨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도훈은 송골송골 땀이 맺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엔 진득한 초콜릿처럼 달콤함이 넘쳐흘렀다. 그는 그녀의 이마와 볼, 입술 어디든 닿는 곳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몸이 축 처진 다정은 샤워고 뭐고 잠에 빠져들고 싶어졌다. 샤워 대신 잠을 택한 다정이 눈을 스르르 감으려는 순간이었다. 분명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던 도훈의 손길이 어느새 가슴으로 옮겨져 있었다. 봉긋한 가슴을 움켜쥐며,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그에게 다정이 말했다.
“조금만 쉬었다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그의 손길에 다정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당신은 쉬어요.”
그렇게 말하며 도훈은 그녀의 가슴 언저리로 입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