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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따님이 어머니를 닮았네요 (48/50)
  • 48. 따님이 어머니를 닮았네요

    6월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7월에 들어서면서 기온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했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혜운과 재현은 재현의 집에서 머리를 맞대고 앉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가 어른들은 선선한 가을쯤 식을 올리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재현은 그때까지 절대 기다릴 수 없다며 8월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굳이 더운 날로 해야겠냐는 혜운의 말에도 재현은 단호했다.

    예식은 독실한 신자인 경선을 위해 성당에서 혼배 미사로 하게 되었다. 혼배 미사 한 달 전 혼인 교리를 이수해야만 하기에 그나마 시간 여유를 벌 수 있었다.

    얼마 전 본당에 방문해 고백 성사를 드리고 길었던 냉담(미사 참석과 성사 생활을 중단한 상태)도 깬 후, 혼인 교리를 이수하며 혼배 미사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만약 일반 예식이었다면 이미 두 사람은 지난달 즈음에 결혼식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가족들과 가까운 친척, 친구만 초대하기로 했기에 주변 지인들에게는 청첩장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결혼 소식을 알리는 감사 카드를 보내기로 했는데, 그 카드를 혜운이 직접 손글씨로 일일이 다 적고 있었다. 재현은 혜운이 쓴 카드를 봉투에 담아 받을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으아…. 손이 너무 아프다.”

    “잠깐 쉬었다 해.”

    혜운이 펜을 놓고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자, 재현은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차 한잔 갖다 줄까?”

    “그것보다, 나 10분만 누워 있을래.”

    혜운은 거실 한가운데 놓인 러그에 누워 팔다리를 쭉 뻗으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는 사이, 재현은 그 잠깐을 못 참고 혜운의 곁으로 다가와 옆에 누웠다.

    “재현아, 배턴 터치 어때? 지금부터 네가 카드를 쓰는 거야.”

    “안 돼. 난 글씨를 못 쓰잖아.”

    재현은 해맑게 웃으며 단번에 제안을 거절했다. 안 그래도 재현이 힘들 거라면서 그냥 인쇄를 맡기자고 하는 걸 자신이 고집을 부려 손 편지로 하게 된 거라, 계속 힘들다고 투정 부릴 순 없었다.

    “휴식 끝. 가서 일하자.”

    혜운이 일어나려 하자 재현이 혜운의 손목을 슬쩍 잡아당기며 도로 옆에 눕혔다.

    “조금만 더 쉬어.”

    “누구 좋으라고?”

    “나 좋으라고.”

    능글거리며 웃는 재현의 볼을 꾹 꼬집었더니, 재현이 팔베개를 해 주며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곤 혜운의 손을 잡고 꼭꼭 주물러 주었다.

    “시원하지?”

    “응. 너무 좋아.”

    “어깨도 해 줄까?”

    혜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앉자, 재현도 냉큼 일어나 그녀의 뒤로 다가와 어깨를 꾹꾹 만져 주었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제법 마사지다웠다.

    그는 어깨와 팔, 등 한가운데까지 정성껏 마사지를 하며 뭉친 근육을 풀어 주었다. 시원함에 절로 눈이 감겼다. 특히 척추를 따라 엄지로 눌러 줄 때는 저도 모르게 나지막한 신음을 뱉기도 했다.

    “혜운아, 다시 누워 봐. 내가 허리 제대로 풀어 줄게.”

    혜운은 뭔가에 홀린 듯 순순히 엎드렸다. 그는 아프지 않을 정도의 힘으로 허리와 옆구리, 엉덩이와 골반까지 꼼꼼하게 만져 주었다.

    그러곤 혜운의 허리 위에 올라타듯 무릎을 세우고 뒤돌아 앉아 허벅지도 만져 주었다.

    “다리는 괜찮은데.”

    “서비스로 전신 마사지 해 드리는 겁니다.”

    어느새 그의 손은 종아리까지 내려가 있었다. 다리 부분은 아까보다 더 세게 주물러 줘서 머리끝까지 짜릿할 정도로 시원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는구나, 싶었다.

    “오오…. 거기 너무 시원해.”

    “여기?”

    “으음…. 응. 거기.”

    손바닥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꽉 눌러 풀어 주던 그의 손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발목과 발바닥까지 주물렀다. 말 그대로 전신 마사지 서비스였다.

    “수고했어, 하재현 군.”

    혜운이 일어나려 했지만 재현은 허락하지 않았다. 혜운을 돌려 눕히더니, 이번에는 다리부터 주무르며 위로 올라왔다.

    “더 안 해 줘도 돼.”

    그는 웃기만 할 뿐 마사지를 멈추지 않았다.

    문제는 아까 전의 마사지와는 악력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만지는 것과 쓰다듬는 것 그 중간 즈음의 힘으로 허벅지 안쪽을 살살 풀었다.

    그 순간, 그의 진짜 의도를 간파한 혜운이 상체를 세우며 일어나려 했지만, 재현은 냉큼 혜운의 몸 위로 올라와 무릎 사이에 그녀의 골반을 가두고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바닥에 던졌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어쩐 일로 마사지를 해 주나 했다.”

    “순진하긴.”

    재현은 코웃음을 치며 서서히 내려와 입을 맞췄다. 혜운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술을 피하려하자, 그는 그녀의 턱을 손끝으로 고정한 채 입술을 가르고 들어와 도망 다니기 바쁜 혀를 붙잡아 못살게 굴었다.

    혜운이 그의 어깨를 붙잡아 옆으로 밀어내려 하자 그는 오히려 더 빈틈없이 혜운을 끌어안았다. 재현이 자신의 긴 다리로 혜운의 두 다리를 옭아매는 바람에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제발 그만 좀 치대.”

    혜운의 애원에도 재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입술이 목덜미를 지나 쇄골에 머물렀고, 그의 손은 브래지어 안을 파고 들어와 가슴을 욕심껏 움켜쥔 채 조물거리고 있었다.

    혜운은 결국 웃음이 터져 버렸다.

    “우리 오늘 할 일 많은 거 알지?”

    “이것보다 급한 건 없어.”

    “30분 후에 어머니랑 그릇 사러 가기로 한 거 잊었어?”

    “30분이면 충분해.”

    “거짓말….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한 번 붙잡히면 몇 시간씩 놓아주지 않고 몇 번이나 반복하는 걸 뻔히 아는데, 그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싫어?”

    어느새 음부 근처를 맴돌고 있던 그의 길고 곧은 손가락이 소음순을 젖히고 들어와 가장 예민한 돌기를 뭉근하게 눌러 비비고 있었다.

    재현은 혜운의 몸에 대해 그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딜 자극하면 꼼짝 못 하는지 너무도 잘 알기에, 원하는 대답을 얻어 내고 싶을 때면 그곳을 집요하게 공략했다.

    어쩌면 그의 손길에 길들여진 것일 수도 있다. 그의 간단한 손짓만으로도 기대감에 차올라 알아서 젖어 드는 예민한 그곳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싫다고는… 안 했어.”

    재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혜운에게 입을 맞췄고, 혜운이 입고 있던 얇은 티셔츠와 브래지어를 벗긴 후 봉긋하게 솟은 가슴을 한입 베어 물었다.

    정점을 느릿하게 핥아 올렸다가 이를 세워 깨물었다가, 또 깊숙하게 빨아 당기길 반복하면서도 그의 손은 여전히 아래에 머물렀다.

    도톰하게 부푼 돌기를 중지로 빙글빙글 돌리다가 촉촉하게 젖은 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입구에서 멈췄다. 이미 충분히 젖어 있는 여성의 입구는 그의 남성이 들어와 가득 채워 주길 바라며 미끈한 애액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혜운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 허리를 슬쩍 틀었다. 아랫배부터 음부까지 가득 고인 뜨거운 열기를 감당하기 버거워서, 그가 어떻게든 풀어 주길 바랐다.

    “으음….”

    재현은 혜운이 입고 있던 바지와 속옷을 벗기고 허벅지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에게 자신의 은밀한 곳을 활짝 열어 보여 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아서, 혜운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는 꼿꼿하게 세운 혀로 음부를 길게 위아래로 핥았다. 손가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럽고 따뜻하며 차진 살덩이에 자극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클리토리스 주변을 쓸던 그의 혀가 돌기를 슬쩍 누르며 핥아 올리고, 뭉개듯 비비다가 입술로 모아 빨아 당기길 반복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던 혜운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무릎으로 그를 조였지만, 그는 양손으로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으며 강압적이지 않게 벌려 공간을 만들었다.

    “흐읏…. 재현아, 제발….”

    그 다음 말을 떼기도 전에, 그가 자신의 위로 올라왔다. 타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입술을 혀끝으로 쓸며, 아까부터 잔뜩 몸집을 키우고 있던 그의 분신을 꺼내 여성의 입구로 가져갔다.

    그의 남성이 자신의 몸 안을 꿰뚫고 들어오는 그 순간의 희열을 기억하는 몸은, 연신 애액을 뿜어내며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윽….”

    묵직하게 밀고 들어오는 그의 남성은 어김없이 좁은 길을 빠듯하게 채웠다.

    이미 애액으로 충분히 젖어 미끈한 길을 만들어 두었지만, 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의 분신을 물고 있던 살덩이들이 쓸려 나갈 것만 같을 정도로 빡빡해졌다.

    “헉…. 신혜운….”

    그래도 예전과 달리 혜운에겐 여유가 생겼다. 그가 끝까지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힘을 주어 길을 더욱 좁게 만들고 조이면, 재현은 자신의 몸 안에 갇힌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혜운은 마른 입술을 젖은 혀로 적시며 그의 어깨를 틀어쥐었고, 재현은 나른한 표정으로 혜운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혜운은 땀이 맺히기 시작한 그의 이마와 목을 손으로 닦아 내고 고개를 들어 입을 맞췄다.

    “우린 어쩜… 이것까지 잘 맞을까?”

    재현의 말에 혜운은 웃음이 터져 버렸다. 더할 나위 없이 잘 맞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둘 다 비교 대상이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 다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 가며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그와 함께 알아 가게 될 무궁무진한 밤의 세계를 생각하면, 혜운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때, 혜운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혜운은 사이드 테이블로 손을 뻗어 메시지를 확인한 후, 손으로 두 눈을 가려 버렸다.

    “왜 그래? 누군데?”

    혜운은 대답 대신 휴대폰 화면을 재현에게 보여 주었다.

    「혜운아, 미안한데 약속 시간 한 시간만 미루자. 이따 봐.」

    민영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재현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혜운의 골반을 붙잡고 무릎을 세우고 앉아 더욱 더 깊고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이따…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 하아… 힘은 남겨 줘.”

    혜운의 부탁에 재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는 약속과 동시에 혜운을 번쩍 안아 자세를 바꿨기 때문이다. 즉,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거라는 얘기였다.

    혜운은 재현의 어깨를 밀어 눕혀 두고 그 위에 올라타며 상위를 점령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적당히 하고 끝낼 생각은 해운 역시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 시작되면 금방 끝나지 않는 원인은 재현뿐 아니라 혜운에게도 있었다.

    재현은 혜운과 민영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두 사람의 그릇 쇼핑을 함께했다. 기억하는 한, 이렇게 오랫동안 백화점을 돌아다니는 건 처음 있는 일인 듯했다.

    오늘 유독 생기가 넘쳐 보인다는 민영의 말에 혜운은 수줍어하면서도 재현의 옆구리를 몇 번이나 꼬집었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보다 나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 여겼는데, 혜운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다.

    두 사람의 신혼 생활을 함께할 그릇을 최종 결정하고 재현이 계산을 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쇼핑은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눈에는 넓적한 건 접시요, 오목한 것은 국그릇인데 뭐가 그리 다양한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혜운과 민영은 꼼꼼하게 둘러보고 설명을 들으며 한참 동안 고민했다.

    쇼핑하는 내내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오랜 식당 일로 거칠어진 손을 부끄럽게 여기던 민영은 혜운에겐 선뜻 손을 내주었다.

    “따님이 어머니를 꼭 닮았네요.”

    “네? 아… 네.”

    “혼수 보러 오는 모녀분들 정말 많이 봤는데요, 두 분처럼 꼭 닮은 분은 처음이에요.”

    직원의 말에, 계산을 하고 있던 재현은 물론이고 컵을 보고 있던 혜운과 민영도 미소를 지었다.

    “아, 혹시… 며느님이신가요?”

    “아뇨! 딸 맞아요. 제가 사위입니다.”

    사실 어렸을 땐 자신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어, 진짜 민영의 아이는 신혜운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자신과 진현이 너무 닮아서 열 살을 넘긴 후로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다.

    참 신기하게도 혜운과 민영은 딱 뭐라고 꼬집어 설명할 수 없는,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충분히 오해를 살 만했다.

    “시집보내기 아깝다고 장모님이 반대 많이 하셨어요.”

    “어머! 사위가 이렇게 멋진데….”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재현은 능청스럽게 대답을 하고 계산서를 받았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주말에 배달해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매장을 빠져나온 세 사람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우리 일찌감치 저녁 먹자. 어디서 먹을까?”

    “어머니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나는 비싼 게 먹고 싶은데…. 재현이 네가 사는 거지?”

    민영의 물음에 재현은 검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만들어 사인을 보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어머니, 여기 식당관 일식집이 아주 유명한데, 그럼 거기서 먹을까요?”

    “그래, 그러자.”

    혜운은 민영의 팔짱을 끼고 쌩하니 앞질러 나갔고, 재현은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그녀들의 뒤를 따랐다.

    S백화점 식당관에 위치한 일식집은 평소에는 대기 시간이 긴 편인데, 저녁 시간대보다 일찍 와서 그런지 한산했다.

    운 좋게도 창가 자리로 배정을 받게 되었다. 식사 전부터 민영과 혜운은 조금 들뜬 것 같았다.

    “이제 혼수 준비도 거의 다 됐고…. 이제 슬슬 이사 준비해야겠네?”

    “네. 물건들 다 배달되고 나면 이사해야죠.”

    신혼집은 혜운의 회사와 가까운 곳에 얻은 참이다. 허례허식 다 빼고 꼭 필요한 것만 하기로 해서 준비할 게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 일이 많았다. 역시 현실은 달랐다.

    “이제는 다른 걱정 말고, 너희 둘이 잘 살 궁리만 하면 돼. 그렇다고 뭐 대단하게 잘 살란 얘긴 아니고, 지금처럼 사이좋게 지내면서 재밌게 살아.”

    “네, 어머니.”

    “특히 재현이 너!”

    갑작스러운 민영의 부름에 놀란 재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혜운이 말이 법이다, 생각하고 말 잘 들어야 한다?”

    “아…. 아버지가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요?”

    “그래! 바로 그렇게 살면 돼!”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평생 보고 배운 게 있어서 잘할 수 있습니다!”

    재현의 주먹까지 불끈 쥐어 가며 대답하자 혜운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도 이제 일 좀 줄이시고 아버님하고 좋은 데 구경 다니면서, 편안하게 지내세요.”

    “아휴…. 나는 살면서 놀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럼 저희가 좋은 데 많이 모시고 갈게요.”

    “아버지가 그 얘기 들으면 엄청 좋아하시겠다.”

    혜운을 바라보는 민영의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혜운은 예나 지금이나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어쩜 저렇게 예쁘게 하는지, 모든 사람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했다.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재현이 오래전부터 늘 꿈꿔 왔던 것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문득 감격스러웠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음이 감사했다.

    재현은 지금의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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